민음사 해외문학팀 박혜진, 김민경
책은 사람이 만듭니다. 
유유에서는 보름에 한 번, 책의 사람을 만납니다. 
책의 세계에서 일하는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궁금해하실 독자께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멍케터 전민영입니다.🐶
2024년이 이제 겨우 보름 정도 남았네요. 요즘 실시간으로 뉴스 보는 게 일이었죠? 최근 약 열흘간 어찌나 황당한 일들이, 그리고 또 얼마나 놀라운 일들이 많이 일어났는지요. 그래도 여러분이 이 레터를 열고 있는 지금, 저는 우리가 함께 바라던 일들을 조금은 이뤄 냈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글을 쓰고 있어요. 얼마 안 남은 2024년, 우리 더 씩씩하게 함께 이겨내며 연말을 따뜻하게 마무리하면 좋겠습니다.

이번 보름유유를 통해 독자님들께 소개하고 싶은 사람은 바로, 유튜브 채널 민음사tv에서 '세계문학전집 월드컵'을 진행하고 있는 해외문학팀의 두 편집자입니다. 두 분의 영상을 보다 보면, 아 '저 책 우리 집에 있는 거 같은데-' 하면서 책장을 뒤지게 되기도, 또는 '아 이건 한번 읽어 볼까-' 싶기도 한데요. 전문 방송인 못지 않게 입담을 가진 편집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멍케터의 혼이 나가는 줄 알았답니다..? 그럼 더 긴 설명 없이 바로 만나 보실까요?
저희가 편집부에서 제일 시끄럽고 말이 많아요.
유튜브채널 민음사tv '세계문학전집 월드컵' 진행자, 박혜진(좌), 김민경(우)

멍케터: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 주시겠어요?

박혜진: 안녕하세요. 저는 민음사 해외문학팀 편집자 박혜진입니다. 2016년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주로 세계문학전집과 해외문학 단행본을 편집하고 있어요. 그리고 민음사tv '세계문학전집 월드컵'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민경: 마찬가지로 해외문학팀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김민경입니다. 2020년 11월쯤 입사했는데, 입사한 지 2년 차쯤부터 혜진님과 함께 '세계문학전집 월드컵(이하 세문전 월드컵)' 진행을 하고 있어요.

 

: 세문전 월드컵은 민음사tv 중에서도 제 최애 코너입니다. 잊고 있던 고전이나 또는 새로운 작품의 캐릭터 설명을 듣다 보면 푹 빠지면서 저도 함께 투표하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매번 주제 정하는 것도, 작품 후보를 선정하는 것도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주로 누구의 아이디어로 준비되나요?

혜: 마케팅부, 편집부이자 진행자인 저희 두 명, 그리고 유튜브 제작진들과 항상 함께 회의해요. 몇 가지 아주 스테디한 주제를 꼽는 편인데, 예를 들면 유튜브에서 검색률이 높은 어떤 감정 같은 거죠. 권태, 사랑, 슬픔 같은 것들이요. 아니면 독서 모임처럼 책 읽는 사람들의 관심사, 또는 ‘어린이날 특집’ ‘노벨문학상’ 등 시의성을 가지는 주제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여러 방향을 두고 그때그때 적당한 것을 골라요. 주제를 정하고 나면 후보에 올릴 책들도 함께 상의해요.

민: 여러 팀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주제와 후보를 정하다 보니, 저희가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것들도 짚어 주셔서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는 거 같아요.

멍: 근데 다 함께 회의하다 보면 시간이 꽤 걸리겠어요. 야근을 많이 하게 되었나요?

민: 회의는 업무 시간 내 해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후보에 올린 책들은 다시 정독해야 하니까 책은 퇴근 후 집에서 읽는 편이죠.

혜: 저는 가끔 책을 빨리 읽을 수 있는 기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책은 영화나 음악과는 다르게 내 호흡대로 읽을 수 있다는 게 최고의 미덕이라 생각하지만, 이렇게 급하게 읽어야 할 때면 그게 너무 야속한 거예요. 어떻게든 빨리 읽고 싶어서 오디오북을 끼고 있을 때도 있어요.

민: 근데 혜진님이 열정적인 스타일이라 그래요. 저는 책을 읽을 시간이 도저히 없고, 나한테 주어진 시간이 단 세 시간뿐이라면, 그 안에 끝내자 마음먹거든요. 근데 혜진님은 밤을 새서라도 다 읽으시는 거죠. 그뿐만 아니라 참고 도서로 읽고 있는 책과 연결된, 다른 네다섯 권을 더 읽으신대요.

혜: 민경님이 말은 이렇게 하지만, 민경님이 평소 독서량이 많아서 대중적인 책, 마니아적인 책을 동시에 많이 알고 있다는 거예요. 또 한편으로는 좋아하는것을 굉장히 깊게 파고요. 예를 들면 좋아하는 작품들은 읽고 또 읽어 왔던 거죠.  

민: 제가 한 달에 한 번 책 소개 쇼츠도 찍어요. 세문전 월드컵과는 상관 없이 따로 읽어야 하니 책 읽는 양이 많아지긴 했죠.

멍: 확실히 책 소개하는 유튜브를 촬영하시면서 독서량이 많이 느셨겠어요.

민: 맞아요. 고강도 트레이닝이죠. (웃음)


: 그럼 두 분에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다 읽으셨냐는 질문은 의미가 있을까요? 세문전 월드컵을 준비할 때 주제가 정해지면 빠르게 그에 맞는 작품들을 선별해야 하니까요.

민: 지금 세계문학전집이 460번까지 나왔거든요. 이 질문을 받고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요. 감히 말하자면 저희 팀장님도 다 못 읽으시지 않았을까요? (웃음)

혜: 고등학교 때 엄마가 당시 출간된 세계문학전집을 200여 권 사 주셨거든요. 그래서 앞부분 거는 진짜 많이 읽었는데요. 그 이후, 최근 들어 더 많은 작품들이 빠르게 출간되는 중이라 전체 중 반도 못 읽었어요. 내용은 대체로 다 알고 있긴 하지만, 완독을 못했으니까 읽었다곤 볼 수 없죠.

멍: 그래도 세문전 월드컵 준비하시면서 완독한 책이 더 늘어나지 않았어요?

민: 이미 읽었지만 다시 읽어야 하는 책들도 있으니, 새롭게 완독한 책이 그리 많다고 볼 수도 없어요. 사실 대중적이지 않거나 어려워서 회의에 한 번도 이름도 언급도 안 되는 책들도 많거든요. 예를 들면 <시르트의 바닷가> 같은 거요. (웃음)

 

: 민음사tv에 출연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자원하셨어요? 두 분이 호흡을 맞추게 된 이유도 궁금하고요.

혜: 제 첫 촬영은 민음사tv 채널 초창기였는데요. 그때 채널에서 준비하고 있는 영상이 출판사 취업과 관련된 Q&A였어요. 당시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재직자가 설명하는 게 더 설득력 있으니 저를 적임자라 생각해 주셔서 영상을 찍게 되었죠. 그후에는 ‘알려드림’이라는 코너를 단독 진행하게 되었고요.

민: 저는 입사하기 전부터 민음사tv 구독자였거든요. 사실 전 혜진님이 회사 직원이 아니라 어디서 섭외한 아나운서인 줄 알았어요.

혜: 그게 제 고민 중 하나였는데, 당시 제가 카메라를 향해 너무 경직된 채 말하는 거 같아 힘들었거든요. 그 어색함을 극복하고 싶어서 알려드림 초반에는 연기 학원까지 다녔어요.

민: 제가 첫 출근한 날 혜진님이 목발을 짚고 계셨는데, 알고 보니 학원 계단에서 내려오다가 넘어져서 그러신 거였대요. 어딜 얼마나 열정적으로 다니신 거예요!
혜: 강남에 있는 이순재 연기 학원이요.(웃음)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엄청 컸어요. 당시 어떤 껍질를 깨고 나와야 될 것 같은데, 안 깨지는 거예요. 연기 학원도 다녀 보고, 휴직이 끝나면 시즌2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고민도 했어요. 한국문학팀처럼 나도 내가 친하고 믿는 동료와 함께하면 좀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이 들어 같은 팀인 민경님에게 제안했죠.

민: 저는 ‘문박싱’이라고, 문화생활비로 산 것들을 보여 주는 영상에 처음 출연했어요. 고정 코너는 아니니까 부담 없고, 무엇보다 회사의 돈으로 물건을 많이 사준다는 거예요. 정말 다 살 수 있냐며 마냥 신나 출연을 수락했죠. 게다가 '내가 언제 유튜브에 나와 보겠어'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다음 혜진님이 복직할 쯤에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해서 해 보자 하셨어요. 저는 혜진님이랑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만하다 생각했는데, 한편으로는 당시 입사한 지 얼마되지 않은, 일을 한창 배우는 애가 유튜브에 출연하냐고 하실까봐 고민도 많았습니다.

혜: 그렇지만 민경님이 없었으면 안됐어요. 확실히 마음 맞는 동료와 같이 대화하듯 코너를 진행하니 부담감도 덜하고 더 오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민: 맞아요. 저 역시 혼자하라고 했으면 절대 안 했을 거예요.

 

: 저는 두 분이 되게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계시지만 정말 환상의 호흡이라 생각하거든요. 교양과 예능을 적절히 잘 버무렸달까? 두 분의 호흡을 스스로 점수 매기자면요?

민: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90점 이상이요.

혜: 저희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데에는 민경님의 엄청난 공이 있어요. 민경님이 리액션을 정말 맛깔나게 해 주시거든요. 민경님이 다양한 표정과 말투로 맞장구를 쳐 주시면 제가 정말 설명을 잘하는 것처럼, 재미있는 책을 소개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저는 웬만큼 크게 웃지 않으면 웃는 것처럼 안 보이는데, 제가 민경님 말에 웃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미소가 되더라고요.

민: 근데 또 저희가 잘 만났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는데요. 저희가 나이도 같고 여성이고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 취향이 겹칠 가능성이 높잖아요. 그런데 작품마다 각자의 생각은 정말 다르다는 거예요.

혜: 맞아요. 독서 모임을 많이 해 보면 사람들 의견이 우르르 일치할 때가 제일 재미없거든요. 근데 민경님이랑 이야기를 하면 저랑 되게 다른 방향의 의견과 감상이 나오니까 내용면에서 더 풍부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거죠.

민: 콘텐츠뿐만 아니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합이 잘 맞아요. 2년간 함께 서로 배려하면서 구성안의 마감을 맞추거나 미루는 과정이 굉장히 많을 거잖아요. 근데 정말 단 한 번도 트러블이 없었어요. 예를 들어 한 사람이 마감일보다 3일 먼저 다 써 놓으면 마치 나머지 한 사람이 늦은 것 같으니 초조해질 텐데, 한 마음 한 뜻으로 비슷하게 마감을 해내거든요. 그러니 서로 죄책감 드는 일도 없는 거예요. 웃기죠?

혜: 서로 겨우 겨우 했네-라며 셔터 내리기 직전 슬라이딩하면서 둘이 동시에 들어가는 느낌이죠. 이런 것마저도 잘 맞는 게 정말 좋달까. 

멍: 역시 환상의 짝꿍 맞네요. 두 분 평소에도 대화 많이 하시죠?

혜: 네, 그리고 저희가 편집부에서 제일 시끄럽고 말이 많아요.

: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제 도서 편집 마감뿐만 아니라 콘텐츠 구성안 마감까지, 전보다 업무량이 많아졌을 거 같아요. 스트레스는 안 받으세요?

민: 저의 개인적인 일련의 목표치가 있으니 해내야 된다 생각하는데요. 촬영 때문에 업무가 더 있다는 걸 아시니까 팀에서도 회사에서도 해 주실 수 있는 배려는 다 해 주시거든요. 그러니 사실 스트레스라면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스스로가 주는 스트레스예요. 유튜브 때문에 내가 정작해야 되는 도서 편집의 일정이 좀 미루어진다든지, 독자 문의 등을 못 챙기면 안 되니까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영상이 올라오면 반응을 보게 되잖아요. 늘 좋을 수 없다는 걸 아는데, 이게 또 비교는 하게 돼요. 이전 영상과 조회수가 차이가 많이 나거나 안 좋은 댓글이 달리면 신경 쓰이긴 해요. 그럴 때마다 항상 비겁하게 빠져 나가려 하죠. 잘되면 내 덕이고, 안 되면 '이거 회사 유튜브잖아' '이 책은 원래 재미없어' 하면서 정신승리 하는 거예요. (웃음)

멍: 혜진님은 어떠세요? 이야기 나누다 보니 완벽주의자적인 면모가 있으셔서 더 심하실 거 같아요.

혜: 저는 회차가 거듭될 수록 무언가를 소개한다라는 게 점점 더 어려워져요. 기본적으로 내가 이 책을 모르는 사람한테 소개하고, 읽어 보고 싶게끔 해야 되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많은 정보를 주면 오히려 읽었을 때 실망을 하니까요. 내용이 궁금하도록 포인트를 잡는 일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멍: 게다가 완독을 못한 작품을 선정해 놓고 며칠간 읽었는데, 읽고 나니 내용면에서 아니라면 후보에서 제외해야 하는 일도 있겠어요.

혜: 맞아요. 그니까 책 빨리 읽는 기계는 있어야 한다니까요? (웃음)


: 해외문학 작품이 계속 출간되는 건 의미 있지만, 그만큼 어려운 일인 거 같아요. 국내 독자들에게 너무 생소한 작가나 언어권의 작품은 인기가 없잖아요. 편집자로서 내 책을 대중이 좋아해줬으면 좋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민: 광기, 다르게 말하면 낭만이라 해야 할 거 같은데요. 소위 ‘빅셀러’라고 하는 책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 있다면, 문학전집 편집자는 못할 거예요. 물론 가끔 뜬금없이 판매량이 오르는 경우가 있긴 해요. 예를 들면, 안 좋은 사례이지만, 코로나가 터져서 <패스트>가 몇 십만 부 나가는 거예요. 그렇다고 그걸 기다리면서 일을 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양질의 텍스트를 오랫동안 이어 온 시리즈를 만드는 것에 나만의 자부심을 느끼는 거죠.

혜: 근데 어쩌면 출판이라는 게 다 그런 것 같아요. 전 사실 제가 좋아하면서도 일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편집자라는 직업을 아주 리즈너블하게 선택한 건데요.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저는 되게 독특한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여겨져요. 출판사 다닌다고 하면 정말 희한하다, 얼마나 책을 좋아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놓고 저걸 갈까, 책에 미쳐 있구나, 이런 반응이죠. 근데 제가 이 회사에 들어와 선배들을 보며 느낀 게 있어요. 그들은 정말 모던하고 힙한 카페들이 쭉 늘어서 있는 어떤 거리에서 케일과 밀싹, 당근 등을 넣은 건강주스를 묵묵히, 하루에 겨우 몇 잔 파는 사람들처럼 보였어요. 그러니까 출판과 편집이라는 일은 책을 사랑하지 않거나 조급함이 있다면 어려운 일인 거죠.

민: 진짜 공감해요. 제가 스스로 아직도 한참 모자라다 느끼는 게 책에 대한 사랑과 광기예요.

멍: 문학이란 시류를 많이 안 타고 오래도록 읽히잖아요. 그런 면에서 해외문학 편집자로 일하는 것은 오히려 더 본업에 좀 집중해가면서 그저 침착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말씀이죠?

민: 그렇죠. 장점이라고 생각하면 장점인 건데, 답답하게 느끼는 사람은 아마 견디지 못하지 않을까요?

멍: 그럼 해외문학 편집자라서 즐겁고 기쁜 점을 더 물어 봐도 될까요?

민: 너무 많죠. 우선 저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덕후였는데, 좋아하는 책을 만드는 팀에 들어간 것 자체도 영광이고요. 무엇보다도 하루 종일 읽고 있는 글이 다 정말 수준이 높고 아름다워서 이것 자체가 제 복지예요. 내가 셰익스피어의 글을 편집하고, <레미제라블>을 편집한 셈이잖아요. 그게 정말 뿌듯합니다.

혜: 제가 만약 지난 10년간 다른 일을 했다고 생각해 보면 지금 저는 굉장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대학을 졸업할 쯤 어떤 특정의 직업을 갖게 된다면 원래의 나와는 많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비슷한 전공을 하고 함께 학교를 다녔던 친구들과 저는 지금 다른 사람인 것처럼요. 결론적으로 지금 제 모습을 보면서 생각해요. “내가 맞았다!” 10년간 다른 직업을 가졌다면, 이 두꺼운 책들을 이렇게까지 꾸준히 읽을 수 있었을까요? 이렇게 좋은 이야기들을 아마 평생 모르고 살았을 거예요. 인생에 엄청 중요한 시기인 20~30대에 정말 질릴 만큼 읽을 수 있었는 게 정말 좋았어요.

 

: 두 분은 이렇게 말씀도 잘하시고 책 소개도 잘하시는 데, 다른 일은 생각해 보신 적 없어요? 제가 마케터로서 두 분 능력이 너무 탐이 나서요.

민: 주위 분들이 농담, 우스갯소리로 마케팅부에 가야 되는 건데 잘못 온 거 아니냐 말씀하시고, 영상에는 비슷한 내용의 댓글도 달리는데요. 사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마케터는 어쨌든 시장에 뭔가를 파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하잖아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는 인생에서 한 번도 그런 거에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는 거예요. 돈, 경제, 재테크, 시장, 상품, 진짜 사소하게는 마트에 가서 장보는 것조차 좋아해 본 적이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마케터라는 직무를 고르지 않은 게 굉장히 타당한데, 저의 까불이 같은 외향적인 면을 보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멍: 근데 이야기 나누다 느꼈는데, 민경님은 낭만파시죠? 낭만은 마케팅이랑 맞지 않아요.

민: 맞아요! 근데 너무 웃기죠. 물론 사람이니까 돈은 좋아하죠. 근데 돈이 흘러가는 그런 흐름에 관심이 없는 거예요. 요즘 다들 한다는 주식도 해 본 적 없고요.

혜: 그 기준으로 따지면 일주일에 로또를 다섯 장 사는 제가 더… (웃음)

민: 제가 영상에서 작품 줄거리를 설명하면 다들 사고 싶다고 하시는데, 그건 오히려 저한테 그런 욕심이 없어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 팔려도 되거든요. 저한테 뭐 떨어지는 것도 없고요. (웃음) 저는 오히려 교정지만 보고 있을 때 제일 마음이 편하고 안정감을 느끼는 편이죠.

멍: 민경님은 정말 해외문학팀에 가시기 되게 잘했네요. 혜진님은요?

혜: 제가 비교적 큰 출판사에서 10년 가까이 일하다 보니 계속 코끼리 다리만 만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완전 다른 쪽으로 궁금한 영역이 있는데요. 기회가 있다면 제작을 배워 보고 싶어요. 최근 ‘책 읽는 사람들은 왜 아직도 책을 읽을까’ 막연히 생각해 봤는데요. 제 생각엔 사람들이 책의 콘텐츠가 아니라 이 물성에 중독된 거 같은 거예요. 저 역시도 그런 면에서 책을 특별하게 생각하고요. 그러니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제책 방식에 따른 정확한 느낌의 차이를 직접 경험하면서 알고 싶어요. 예를 들면 앤 카슨의 <녹스> 같은 책은 어떤 순서로 어떤 공정을 통해 만드는지 보고 싶은 거죠. 장인분들이 이걸 안 헷갈리고 잘 접어서 큰 아코디언북으로 만드는 게 신기하고 궁금합니다.  

: 영상에 나올 때의 모습을 많이 신경 쓰세요? 연예인들은 방송할 때 메이크업도 하고 옷도 협찬해 주잖아요. 민음사tv는 지원 안 해주세요?

민: 없는 걸 해 주시진 않아요. 그래서 나름의 반항으로 촬영 전에 보던 교정지도 치워 두고 사무실에서 메이크업을 하죠. 팀장님 자리에 고데기가 있어서 머리도 좀 만지고요. 사실 처음 영상에 나온 제 얼굴 보고 충격을 많이 받았거든요. 카메라에 찍힌 내 모습을 볼 일이 많이 없으니까요.

혜: 처음에는 속눈썹도 붙여 봤어요. 근데 뗄 때 논개처럼 제 속눈썹까지 안고 떨어지더라고요. 아까워서 안됩니다. 이제는 안 붙여요. 그리고 요즘 고민이.. 민경님이랑 함께한 영상을 보면 자꾸 제 정수리만 보이는 거예요. 민경님은 머리숱도 많은데 파마까지 해서 사자머리로 나오시니까.(웃음) 제가 머리숱이 없는 편이 아닌데도 자꾸 비교하게 되고…

민: 아니, 무슨 그런 걱정을. 혜진님이 워낙 샤프하시고 용모도 뛰어나시잖아요. 그 옆에 있는 저는 얼굴에 살도 많고 빵떡 같이 나와서 고민이었어요. 근데 이젠 신경을 많이 안 쓰는 게, 여기 선생님들이 워낙 점잖으셔서…

멍: 하하, 민음사tv 댓글은 아무래도 무해하죠?

민: 제가 다른 유튜브를 진짜 많이 보거든요. 바깥은 진짜 정글이에요.

멍: 아니 근데 이건 제 생각이지만, 유난히, 민경님의 망가진 표정을 섬네일에 많이 쓰시는 거 같더라고요.

민: 그래서 저도 피디님께 한번 소심하게 어필해 봤어요. ‘섬네일..ㅠ’ 이렇게요.

멍: 수정해 주셨어요?

민: 당연히 아니요. (웃음)

: 하하, 밖에서 얼굴 알아 보시는 분들도 계시죠? 얼마 전엔 한강 작가님 노벨문학상 발표 라이브 영상 덕분에 공중파도 나오셨잖아요.

혜: 공중파 파급력이 확실히 세더라고요.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뉴스에서 제 얼굴을 보고 아이들에게 보여 주셨대요.

민: 저는 서촌 어느 술집에서 술 마시던 중에 조용히 다가와 잘 보고 있다며 인사해 주시고는 제가 먹던 테이블을 계산해 주신 분도 계셨어요.(혹시 이 인터뷰를 보고 계신다면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근데 재미있는 건 도서전, 영화제, 록페스티벌, 뮤지컬 공연장.. 주로 이런 데에 가면 알아 보시는 분들을 만나요. 민음사tv 주시청자인 2030 여성들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곳이 겹쳐서인 거 같아요.

 

: 갑자기 든 생각인데, 영상 제작진 분들이 여러분을 편집해 주시잖아요. 편집자로서 본인이 편집 ’당하는’ 기분은 어때요? 

민: 우선 분량 때문에 생략되는 건 늘 있는 일이에요.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녹화 끝나고는 ”와- 우리 이 부분 대박이었다” 했는데 통편집 되기도 하죠.

혜: 근데 또 한편으로는 역으로 생각하게 돼요. 내 생각과 달리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구나. 그리고 제작진 분들이 구체적인 흐름을 맞추는 걸 잘하시기 때문에 튀는 부분도 편집하시는 거 같고요.

민: 그래서 구성안을 쓸 때 짧게 쓰려고 노력 많이 했어요. 녹화할 때는 더 짧게 말하려 하고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줄이고 더 줄여야 그나마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편집 안 되고 나갈 수 있는 거 같아서요. 그래도 편집은 여전히 많이 당해요.

혜: 저는 구성안과 대본을 준비하면서 내용 외 생각들을 곁가지로 치기 시작하는데 그게 정말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더라고요.
민: 혜진님이 절제가 잘 안 되세요. 열정만큼 자기가 생각한 얘긴 다 하고 와야 직성이 풀리시는. (웃음) 녹화 시간이 늦어져도 해야 되는 성미예요. 근데 사실 우리끼리 너무 재미있어서 깔깔거리는 것만 쳐도 5분, 10분은 넘을 거예요.

혜: 맞아요. 저희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하냐면요. 녹화일 하루 전부터 녹화 들어가기 직전까지 서로 한마디도 안 해요. 재미있는 건 녹화할 때 얘기하려고 아껴 두려고요. 심지어 메신저도 안 한다니까요?

멍: 와, 정말 진심이시네요. 그래도 피디님들을 잘 만나셔서…

혜: 고생이 많으시죠. 이 인터뷰가 끝나면, 멍케터님도 이제 고생하실 테고요. (웃음)

민: 아이고, 이걸 어쩌나.


멍: 그럼 마지막으로 두 분이 가장 애정하시는 세문전 월드컵 영상 하나만 알려 주시겠어요?

혜: 음, 로맨스 고전 소설 편? 독서모임 편? 권태 편? 아무래도 유명한 작품들이 많이 나오니까…

민: 최악의 애인 편도 재미있고.. 아! 제가 주변에 추천도 많이 하고, 개인적으로 엄청 공들여 준비한 영상이 벽돌책 편이요. 책들을 읽느라 진짜 힘들었어요. 다시 하자고들 하시는데, 엄두가 안 나요.

혜: 맞아요, 진짜 힘들긴 했어. 아! 이것 봐요. 하나만 물어 보셨는데, 또 네다섯 개는 말해 버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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