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케터: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 주시겠어요?
박혜진: 안녕하세요. 저는 민음사 해외문학팀 편집자 박혜진입니다. 2016년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주로 세계문학전집과 해외문학 단행본을 편집하고 있어요. 그리고 민음사tv '세계문학전집 월드컵'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민경: 마찬가지로 해외문학팀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김민경입니다. 2020년 11월쯤 입사했는데, 입사한 지 2년 차쯤부터 혜진님과 함께 '세계문학전집 월드컵(이하 세문전 월드컵)' 진행을 하고 있어요.
멍: 세문전 월드컵은 민음사tv 중에서도 제 최애 코너입니다. 잊고 있던 고전이나 또는 새로운 작품의 캐릭터 설명을 듣다 보면 푹 빠지면서 저도 함께 투표하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매번 주제 정하는 것도, 작품 후보를 선정하는 것도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주로 누구의 아이디어로 준비되나요?
혜: 마케팅부, 편집부이자 진행자인 저희 두 명, 그리고 유튜브 제작진들과 항상 함께 회의해요. 몇 가지 아주 스테디한 주제를 꼽는 편인데, 예를 들면 유튜브에서 검색률이 높은 어떤 감정 같은 거죠. 권태, 사랑, 슬픔 같은 것들이요. 아니면 독서 모임처럼 책 읽는 사람들의 관심사, 또는 ‘어린이날 특집’ ‘노벨문학상’ 등 시의성을 가지는 주제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여러 방향을 두고 그때그때 적당한 것을 골라요. 주제를 정하고 나면 후보에 올릴 책들도 함께 상의해요.
민: 여러 팀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주제와 후보를 정하다 보니, 저희가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것들도 짚어 주셔서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는 거 같아요.
멍: 근데 다 함께 회의하다 보면 시간이 꽤 걸리겠어요. 야근을 많이 하게 되었나요?
민: 회의는 업무 시간 내 해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후보에 올린 책들은 다시 정독해야 하니까 책은 퇴근 후 집에서 읽는 편이죠.
혜: 저는 가끔 책을 빨리 읽을 수 있는 기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책은 영화나 음악과는 다르게 내 호흡대로 읽을 수 있다는 게 최고의 미덕이라 생각하지만, 이렇게 급하게 읽어야 할 때면 그게 너무 야속한 거예요. 어떻게든 빨리 읽고 싶어서 오디오북을 끼고 있을 때도 있어요.
민: 근데 혜진님이 열정적인 스타일이라 그래요. 저는 책을 읽을 시간이 도저히 없고, 나한테 주어진 시간이 단 세 시간뿐이라면, 그 안에 끝내자 마음먹거든요. 근데 혜진님은 밤을 새서라도 다 읽으시는 거죠. 그뿐만 아니라 참고 도서로 읽고 있는 책과 연결된, 다른 네다섯 권을 더 읽으신대요.
혜: 민경님이 말은 이렇게 하지만, 민경님이 평소 독서량이 많아서 대중적인 책, 마니아적인 책을 동시에 많이 알고 있다는 거예요. 또 한편으로는 좋아하는것을 굉장히 깊게 파고요. 예를 들면 좋아하는 작품들은 읽고 또 읽어 왔던 거죠.
민: 제가 한 달에 한 번 책 소개 쇼츠도 찍어요. 세문전 월드컵과는 상관 없이 따로 읽어야 하니 책 읽는 양이 많아지긴 했죠.
멍: 확실히 책 소개하는 유튜브를 촬영하시면서 독서량이 많이 느셨겠어요.
민: 맞아요. 고강도 트레이닝이죠. (웃음)
멍: 그럼 두 분에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다 읽으셨냐는 질문은 의미가 있을까요? 세문전 월드컵을 준비할 때 주제가 정해지면 빠르게 그에 맞는 작품들을 선별해야 하니까요.
민: 지금 세계문학전집이 460번까지 나왔거든요. 이 질문을 받고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요. 감히 말하자면 저희 팀장님도 다 못 읽으시지 않았을까요? (웃음)
혜: 고등학교 때 엄마가 당시 출간된 세계문학전집을 200여 권 사 주셨거든요. 그래서 앞부분 거는 진짜 많이 읽었는데요. 그 이후, 최근 들어 더 많은 작품들이 빠르게 출간되는 중이라 전체 중 반도 못 읽었어요. 내용은 대체로 다 알고 있긴 하지만, 완독을 못했으니까 읽었다곤 볼 수 없죠.
멍: 그래도 세문전 월드컵 준비하시면서 완독한 책이 더 늘어나지 않았어요?
민: 이미 읽었지만 다시 읽어야 하는 책들도 있으니, 새롭게 완독한 책이 그리 많다고 볼 수도 없어요. 사실 대중적이지 않거나 어려워서 회의에 한 번도 이름도 언급도 안 되는 책들도 많거든요. 예를 들면 <시르트의 바닷가> 같은 거요. (웃음)
멍: 민음사tv에 출연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자원하셨어요? 두 분이 호흡을 맞추게 된 이유도 궁금하고요.
혜: 제 첫 촬영은 민음사tv 채널 초창기였는데요. 그때 채널에서 준비하고 있는 영상이 출판사 취업과 관련된 Q&A였어요. 당시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재직자가 설명하는 게 더 설득력 있으니 저를 적임자라 생각해 주셔서 영상을 찍게 되었죠. 그후에는 ‘알려드림’이라는 코너를 단독 진행하게 되었고요.
민: 저는 입사하기 전부터 민음사tv 구독자였거든요. 사실 전 혜진님이 회사 직원이 아니라 어디서 섭외한 아나운서인 줄 알았어요.
혜: 그게 제 고민 중 하나였는데, 당시 제가 카메라를 향해 너무 경직된 채 말하는 거 같아 힘들었거든요. 그 어색함을 극복하고 싶어서 알려드림 초반에는 연기 학원까지 다녔어요.
민: 제가 첫 출근한 날 혜진님이 목발을 짚고 계셨는데, 알고 보니 학원 계단에서 내려오다가 넘어져서 그러신 거였대요. 어딜 얼마나 열정적으로 다니신 거예요! 혜: 강남에 있는 이순재 연기 학원이요.(웃음)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엄청 컸어요. 당시 어떤 껍질를 깨고 나와야 될 것 같은데, 안 깨지는 거예요. 연기 학원도 다녀 보고, 휴직이 끝나면 시즌2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고민도 했어요. 한국문학팀처럼 나도 내가 친하고 믿는 동료와 함께하면 좀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이 들어 같은 팀인 민경님에게 제안했죠.
민: 저는 ‘문박싱’이라고, 문화생활비로 산 것들을 보여 주는 영상에 처음 출연했어요. 고정 코너는 아니니까 부담 없고, 무엇보다 회사의 돈으로 물건을 많이 사준다는 거예요. 정말 다 살 수 있냐며 마냥 신나 출연을 수락했죠. 게다가 '내가 언제 유튜브에 나와 보겠어'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다음 혜진님이 복직할 쯤에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해서 해 보자 하셨어요. 저는 혜진님이랑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만하다 생각했는데, 한편으로는 당시 입사한 지 얼마되지 않은, 일을 한창 배우는 애가 유튜브에 출연하냐고 하실까봐 고민도 많았습니다.
혜: 그렇지만 민경님이 없었으면 안됐어요. 확실히 마음 맞는 동료와 같이 대화하듯 코너를 진행하니 부담감도 덜하고 더 오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민: 맞아요. 저 역시 혼자하라고 했으면 절대 안 했을 거예요.
멍: 저는 두 분이 되게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계시지만 정말 환상의 호흡이라 생각하거든요. 교양과 예능을 적절히 잘 버무렸달까? 두 분의 호흡을 스스로 점수 매기자면요?
민: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90점 이상이요.
혜: 저희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데에는 민경님의 엄청난 공이 있어요. 민경님이 리액션을 정말 맛깔나게 해 주시거든요. 민경님이 다양한 표정과 말투로 맞장구를 쳐 주시면 제가 정말 설명을 잘하는 것처럼, 재미있는 책을 소개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저는 웬만큼 크게 웃지 않으면 웃는 것처럼 안 보이는데, 제가 민경님 말에 웃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미소가 되더라고요.
민: 근데 또 저희가 잘 만났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는데요. 저희가 나이도 같고 여성이고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 취향이 겹칠 가능성이 높잖아요. 그런데 작품마다 각자의 생각은 정말 다르다는 거예요.
혜: 맞아요. 독서 모임을 많이 해 보면 사람들 의견이 우르르 일치할 때가 제일 재미없거든요. 근데 민경님이랑 이야기를 하면 저랑 되게 다른 방향의 의견과 감상이 나오니까 내용면에서 더 풍부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거죠.
민: 콘텐츠뿐만 아니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합이 잘 맞아요. 2년간 함께 서로 배려하면서 구성안의 마감을 맞추거나 미루는 과정이 굉장히 많을 거잖아요. 근데 정말 단 한 번도 트러블이 없었어요. 예를 들어 한 사람이 마감일보다 3일 먼저 다 써 놓으면 마치 나머지 한 사람이 늦은 것 같으니 초조해질 텐데, 한 마음 한 뜻으로 비슷하게 마감을 해내거든요. 그러니 서로 죄책감 드는 일도 없는 거예요. 웃기죠?
혜: 서로 겨우 겨우 했네-라며 셔터 내리기 직전 슬라이딩하면서 둘이 동시에 들어가는 느낌이죠. 이런 것마저도 잘 맞는 게 정말 좋달까.
멍: 역시 환상의 짝꿍 맞네요. 두 분 평소에도 대화 많이 하시죠?
혜: 네, 그리고 저희가 편집부에서 제일 시끄럽고 말이 많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