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레터 #31
2021. 03. 18 (목)
조금 사적인 문화예술 뉴스레터
예스레터는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는
🎈철딱선희와 🕯️아세틸렌 램프가 만드는 문화예술 뉴스레터입니다.
기획자로서의 시선 반🦕, 사적인 취향 반🦖이 반영된 도서, 영화, 음악, 공연전시 등의
콘텐츠 소개와 이슈 들을 매주 목요일 아침🌞배달 드려요🏇

🎈 철딱선희의 PICK
✔️ 기사 : 이번 주에 읽은 기사 9개
✔️ 음악 : SIX LOUNGE - 무한 티켓(無限のチケット)

🕯️ 아세틸렌 램프의 PICK
✔️ 책 : <대령의 사진>
안녕하세요, 에디터 철딱선희입니다🎈

주말에 크레마 그랑데를 얻어 드디어 이북리더기를 3대 보유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
이미 리디페이퍼 프로와 하이센스 A5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크레마 시리즈는 몇 년 전 사운드 기종을 사용했었는데, 작년에 화면이 크고 가벼운 리디페이퍼 프로로 갈아탔답니다.

며칠 간 그랑데를 사용해보니, 확실히 리디에서 이북리더기를 잘 만드는 것 같습니다. 😂
그랑데는 화질도 떨어지고 기능도 다소 조잡하고요... 
하지만 사운드를 사용하며 알라딘으로 사둔 전자책과 밀리의 서재의 책은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돼서 기뻐요. 😊 
그랑데가 생기면 리페프가 애물단지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이기도 해요. (ㅋㅋㅋ)

요즘은 훨씬 스펙이 좋은 중국 기기들도 많지만(하이센스도 중국 거예요) 저는 책 읽는 데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해서 당분간 국내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그런 점에서는 방해 요소가 많은 그랑데보다 리페프가 적합하게 느껴지고요. 

이름을 알려주세요!도 전자책을 즐겨보시나요?
언젠가 예스레터에서 이북리더기에 관한 이야기도 길게 해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 기사 | 이번 주에 읽은 기사 9개
예스레터에서 '밀리의 서재' 이슈를 자주 소개했었죠? 그만큼 출판계 안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구독 플랫폼인데요. 지난주부터 독서신문에서 '밀리의 서재'를 집중 탐구한 시리즈 기사를 연재하고 있어요. 얼마 전 협력 출판사가 1,000곳을 넘겼다는 놀라운 소식도 함께 전하면서요.

'밀리의 서재'가 처음 등장했을 때 종이책 시장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기존 종이책 독자가 아닌 출판 시장 바깥의 소비자를 유입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 '밀리의 서재'의 도서 마케팅이나 미디어 노출이 역으로 종이책 매출로 이어진 경험도 있고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 직접적인 매출이 발생한다기보다는 도서 홍보에 도움이 되다는 의견이 대다수인 것 같습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출판사와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적기 때문이에요. 다만 밀리 측에서도 공급률을 70%에서 80%로 높이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하는 등 출판사와의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고 해요.



2. 한국경제신문 <뚝심 출판인> 시리즈
요즘 출판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는 걸 실감합니다. (조연에서 주인공으로… '편집자 책' 전성시대*) 저 또한 출판을 주제로 한 책들을 자주 사 읽고, 특히 유유에서 출간된 <책 만드는 법> 시리즈는 텀블벅에서부터 펀딩해서 출간될 때마다 챙겨 보고 있어요.

마침 지난달부터 한국경제신문에서도 <뚝심 출판인>이라는 이름으로 각 추판사 대표들을 인터뷰한 기사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동아시아(<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허블이 동아시아 임프린트예요), 푸른역사, 마음산책, 워크룸프레스 등 4곳의 출판사와 함께했어요.

예스레터를 구독하시는 분들 중 관련업 종사자가 아닌 분들이 더 많겠지만요. 😅 사양 산업이라 하는 출판업이 어떻게 새로운 매체와 환경을 받아들이고 독자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는지 골몰하는 과정이 다른 콘텐츠 제작·기획하시는 분들께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무엇보다 책은 아주 오랫동안 사랑받은 매체니까요. 😊



아마존에서 2018년 출간된 <해리가 샐리가 되었을 때>의 판매를 중지하였습니다. 해당 책이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기 때문인데요. 이에 미국 공화당 의원이 해명을 요구하자 "우리는 성 정체성을 정신 질환으로 모는 책은 판매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모든 유통기업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상품을 고를 자유가 있다"는 답변을 했어요.

이 기사를 보자 며칠 전 온라인 서점에서 성폭력 피의자를 변호하는 책이 버젓이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던 걸 보며 놀랐던 일이 생각나더라고요. 🙄 뿐만 아니라 성차별적인 주제를 다루거나, 기사의 사례처럼 트랜스젠더 혐오를 정당화하는 책들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지요.

아마존의 서한처럼 플랫폼에는 상품 혹은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으며, 혐오나 선동을 조장하는 콘텐츠를 제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요. 기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책이 출간된 2018년부터 페이지가 삭제된 지난 달까지 <해리가 샐리가 되었을 때>가 판매되고 있었다는 의미로도 읽힙니다. 그리고 판매 중지가 된 데에는 지난 25일 미국 하원을 통과한 '평등법(Equality Act-성소수자 권리를 보호하는 내용의 법안)'이 있을 거고요.

이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계정이 차단되는 것을 비판한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메시지와도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독일] 메르켈이 트럼프 SNS 계정 삭제를 비판한 이유)

기사를 짧게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아요.
⑴ 트럼프와 극우파는 지난 몇 년 간 계속해서 혐오 발언, 음모론 등 선동하는 게시물을 SNS를 통해 확산해왔다.
⑵ 그러나 주요 소셜미디어 기업은 이를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많은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⑶ 트럼프의 재선 실패가 확실시되자 그제서야 뒤늦게 계정을 차단했다.
특히 기사 속 "그동안 극우, 혐오, 음모론 메시지를 방치하고 확산하는 데 기여했던 스스로에 대한 반성은 없다. 미디어 중개자도 메시지 확대재생산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문장은 많은 분들과 함께 읽고 싶었어요.

레터를 쓰고 있는 오늘, 박원순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분의 기자회견이 있었지요. 이미 사실관계가 확인된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비난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를 방치하고 확산했던 누군가에게도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어 보여요.

이미 많은 분들이 읽으셨으리라 생각되지만, 혹시 아직 기자회견 발언문 전문을 읽지 않은 분이 계시다면 꼭 한번 읽으시길 권해드립니다.


🎵 음악 | 이제 눈이 녹고 우리들은 헤어져
엄청 오랜만의 음악 추천입니다! 4월 7일 발매 예정인 SIX LOUNGE의 새 앨범 수록곡들이 하나씩 공개되고 있어요. SIX LOUNGE는 절대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밴드인 듯한데요.(일단 엄청난 인기 밴드잖아요?) 지난달 공개된 <무한의 열차(無限のチケット)>도 전형적인-3인조-록밴드의 공식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SIX LOUNGE 신곡을 들을 때마다 일관된 분위기와 구성에 '다 똑같지 않나...' 하는 감상도 가끔 들지만, 그만큼 밴드의 색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거겠죠. 이러나저러나 학교를 배경으로 운동장과 복도, 교실 곳곳에서 찍은 뮤비는 학창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아련하고 감성적인 가사와도 잘 어우러져요.
비행기에 닿을까 손을 뻗으면서 반짝반짝 빛나는 신기루를 쫓아갔어
무한 스텝으로 어디든지 가자
괜찮으면 널 데리고 갈게
무한 티켓으로 뛰쳐나가자
어디든지 가자
널 데리고 갈게

안녕하세요, 아세틸렌 램프입니다.
난생처음 색지 사인을 받았습니다~
색지란 것은 생각보다 큰 것이군요.
막상 받으니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먼저 달라고 한 건 이쪽이지만 갑자기 곤란해졌습니다.

오늘 레터를 시작하기 앞서, 다음 주에는 예스레터 최초
특!별! 게스트를 모시기로 했다는 예고를 드립니다.
이렇게 써 놓으면 도망치시지 못하겠죠? (농담입니다)
무슨 이야기를 해 주실지 너무너무너무 기대되네요~
신나요!🤸‍♀️

📕 책 | 극작가의 이야기들

나는 다시 돌아섰다. 그리고 시체 곁으로 다가갔다. 그는 얼마나 늙어 버렸는가! 죽은 자는 살아 있는 자보다 더 빨리 늙는다. 누가 이 얼굴에서 10년 전 어느 날 저녁, 우리를 방문해 나의 아내와 사랑에 빠졌던, 내가 겨우 5분 정도 집을 비운 사이에 그녀의 정부가 되었던 아름다운 청년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인가?
<대령의 사진> 외젠 이오네스코 지음. 박형섭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프랑스의 대표적인 극작가 외젠 이오네스코가 죽은 3월이 되면 그가 유년기를 보냈던 샤펠-앙테네즈에서는 이오네스크 연극 축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이오네스크는 1950년 첫 작품을 발표한 이래, 50여년 동안 20세기 파리에서 단 하루도 그의 작품이 공연되지 않은 날이 없다고 할 정도라는데요. 특히 <대머리 여가수>, <의자들>, <수업>, <코뿔소> 등 전위적인 부조리극으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이야기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대령의 사진>은 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린 단편 소설집입니다. 극작가라는 이름에 가려졌지만 이오네스코는 일곱 편의 소설을 발표한 소설가이기도 했지요. 주로 극을 쓰는 작가답게 그의 소설들은 군더더기 없는 묘사,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인물들이 나와 한 편의 연극 무대를 연상시키는 이야기를 펼친다는 시네로망(cineroman),즉 연극적 소설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특히 첫 번째 수록작이 재밌습니다. 아내의 내연남 시체와 10년째 부부 침실에서 동거하고 있는 부부의 이야기인데, 이 시체가 "기하학적 진행"을 하듯 무서운 생명력으로 몸을 불립니다. 가장 좋은 부부 침실 문턱을 넘어 시체는 부부의 아파트를 부술 정도로 커진다는 이야기는 공포 만화 작가 이토 준지의 단편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나는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친구 장과 조용히 얘기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우리 맞은편 보도 위로 코뿔소 한 마리가 질주했다. 덩치가 크고 힘센 코뿔소가 거칠게 숨을 쉬며 달려가고 있었다. 그 코뿔소는 상점들의 진열창을 스치면서 달려갔다. 행인들은 서둘러 길을 피했다. 
대령의 사진을 보여주며 사람들을 익사시킨다는 살인마를 좇는 기묘하고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인 <대령의 사진>, 서른 살이 된 이오네스크가 어린 시절 잠시 머무른 샤펠-앙테네즈를 다시 방문한 후 기억을 되살려 쓴 글인 <1939년 봄> 등등. 굳이 그의 연극적 성취를 좇는 족적으로서의 글 모음으로서가 아니더라도 3월이라는 봄의 계절을 맞아 읽음 직한 글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리고 무슨 이유로, 어떤 희망을 품고 나는 이 글을, 이 일기를 쓰는가? 그것은 누구에게 흥미를 줄 것인가? 나의 슬픔이나 괴로움이 타인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 누가 그것을 떠맡을 것인가? 그것은 아무에게도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한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만일 내가 작가라면, 공인이라면 그것은 약간의 흥밋거리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여느 사람들과 다른 점이 없다. 그러므로 그 누구라도 나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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