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연입니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수요일, 모두 잘 지내고 계시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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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의 편지를 건네는 사이 우리는 함께 세 개의 계절을 보냈습니다. 늦봄에서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시를 통해 함께 계절을 기억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우리는 봄이 끝날 무렵 사랑의 무기가 될 시를 얻었고, 초여름 아침엔 같이 강가를 산책했어요. 여름을 빠져나오며 뽀얀 백지를 살피고 토마토를 굽기도 했습니다. 계절의 마디마다 함께한 기억이 가득한 채로 가을에 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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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의 입구에서 계절에 대해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쩌다 네 개의 계절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 걸까요? 이 고민을 이병률 시인은 앞서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멋진 대답을 남겼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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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 변덕스럽기 위해, 허물어지고 쌓기 위해, 불쑥 노래를 짓고, 할말을 준비하다가도 정리하기 위해 네 개의 계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목련이 활짝 피다가 어느 날 아침 몽땅 바닥에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고는 사진을 잔뜩 찍어두고, 여름이어도 아주 얇은 카디건이나 셔츠를 챙기곤 하죠. 가을의 시원한 바람엔 콧노래를 부르고 겨울이 오면 하고 싶은 말보다 듣고 싶어할 말을 먼저 준비하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저마다 봄의 소리, 여름의 온도, 가을의 무게와 겨울 냄새에 대한 장면을 가지고 있어요. 계절의 순환에 동참하며 나를 둘러싼 세상의 변화에 나를 바꾸는 법을 터득해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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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 변덕스럽기 위해, 허물어지고 쌓기 위해, 불쑥 노래를 짓고, 할말을 준비하다가도 정리하기 위해 네 개의 계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목련이 활짝 피다가 어느 날 아침 몽땅 바닥에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고는 사진을 잔뜩 찍어두고, 여름이어도 아주 얇은 카디건이나 셔츠를 챙기곤 하죠. 가을의 시원한 바람엔 콧노래를 부르고 겨울이 오면 하고 싶은 말보다 듣고 싶어할 말을 먼저 준비하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저마다 봄의 소리, 여름의 온도, 가을의 무게와 겨울 냄새에 대한 장면을 가지고 있어요. 계절의 순환에 동참하며 나를 둘러싼 세상의 변화에 나를 바꾸는 법을 터득해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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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가을은 우리가 가장 바쁜 계절일 거예요. 아침엔 춥고 점심엔 살짝 덥다가 밤엔 다시 추워지는 계절. 차가운 음료와 따뜻한 음료를 번갈아 마시고, 반소매과 긴팔을 오갑니다. 무엇보다 세상에 가장 긴 시선을 되돌려주는 시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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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을에 이유 없이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가로수 이파리의 색이 미세하게 변해가는 것을 눈치채고, 지나가는 강아지를 뒤돌면서까지 오래 관찰합니다. 함께 걷는 사람의 표정을 살피고 그늘이 아닌 햇빛 아래로 걷습니다. 횡단보도에서 기다리는 짧은 순간에도 여름 내내 아껴두었던 시선을 세상에 마구 쏟아냅니다. 기꺼이 멈추어 어중간한 온도에 내 몸을 맡기는 가을. 시선의 길이를 늘이고, 거리에 더욱 오래 서 있는 것으로 가을에 화답할 때 나의 세상은 계속해서 새로워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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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또다른 시에는 이런 호기심으로 가을을 오래 들여다본 시인의 마음이 들어 있습니다. 시인의 바쁜 시선에서 가을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시. 문학동네시인선 100 기념 티저 시집,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에 수록된 이수정 시인의 「지금 세상은 가을을 번역중이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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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의지라는 표현과 함께 올가을 우리에게 숙제가 생겼습니다. 나만의 장면을 만들기. 그리고 나의 언어로 번역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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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금세 지나가버리니 조금은 서둘러야 합니다. 부지런히, 낭비 없이 가을의 윤곽을 더듬어야 해요. 하늘이 맑다 싶으면 어디까지 보이나 눈을 크게 뜨고, 늦은 저녁 귀갓길에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오랜만에 느껴지는 시원한 숨을 폐 끝까지 밀어넣어봅니다. 왠지 힘없는 풀벌레 소리도 가만히 들어보고요, 바닥에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를 춤추듯 피하며 걸어요. 가을만의 일을 미루지 않고 차근차근 번역하자 우리는 조금 더 노련해집니다. 자연스러워져요. 그래서 설렐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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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붉은 노을 밑으로 하늘을 보며 걸을 수 있는 저녁이다! 아삭. 사과를 베어 무는 신선한 식감을 느낄 수 있는 계절이다! 떠들썩한 목소리로 수다 떨며 산책할 수 있는 날씨다! 늦은 밤, 어떤 차를 끓여볼까? 보드라운 긴 양말을 오랜만에 신어볼까? 어? 바짓단에 노란 은행잎이 담겨있네. 와, 드디어 가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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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언어로 번역된 장면을 가진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최대한의 설렘. 그리고 그 안에서 노련하게 행동하는 멋스러움. 시 한 편을 읽고 나자 당장 세상을 세세히 감각하고 싶어집니다. 또렷하게 기억한다면 내년 이맘때에 지금의 설렘을 미리 꺼내놓을 수 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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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우리를 세상으로 부르는 시. 내 마음을 건드리는 시. 나의 언어를 깨우는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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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시를 계속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랑만큼 멋지게 번역될 여러분의 가을을 저는 다음 편지까지 궁금해하겠지요. 멋진 표현을 만드셨다면 나눠주세요. 서로의 문장을 빌려 쓰며 더욱 풍성한 가을을 보내고 싶습니다. 무르익은 가을날, 서로의 문장을 들고 다시 만날까요? 다음 편지까지 마음껏 가을을 누리시길 바라며, 새로운 시와 함께 기다릴게요.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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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저멀리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경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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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가을 하늘 아래에서 함께 듣고 싶은 노래를 추천합니다. Sly & the Family Stone, <Ha Ha, Hee He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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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시인선 100 기념 티저 시집
오늘 레터에서 소개된 시집, 조금 신기하지 않으셨나요? 하나의 시집에 이병률 시인의 산문과 이수정 시인의 시가 함께 수록되어있다니 말이죠.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는 문학동네 시인선 100번째를 기념하여 펴낸 티저 시집으로, 100번 이후에 펴낼 시인들의 신작시와 짧은 산문을 담은 책입니다. 막 등단한 젊은 시인들부터 여러 시집을 펴낸 시인들, 그리고 시력 40년이 훌쩍 넘어가는 시인들에 이르기까지 시인 50명의 시를 한 권에 담았죠. 시를 알고 싶고, 앓고 싶은 목마른 독자들에게 더없이 좋을 한 모금의 시집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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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시인선 기념 자선 시집 『영원한 귓속말』
문학동네시인선 100번째를 기념한 시집뿐 아니라, 50번째를 기념한 시집도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영원한 귓속말』이라는 제목의 시집으로, 문학동네시인선 1~49에 함께한 시인들이 직접 나서서 자신의 시집에서 한 편씩 고른 시들을 모아 한 권으로 펴냈습니다. '시인의 말’과는 별개로 시와 시집에 붙이고 싶은 산문을 덧대었구요. 분명 여러분이 좋아하는 시가 하나는 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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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시인선의 기념 시집은 계속됩니다. 물론 곧 다가올 200호에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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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 만나는 문경연 작가의 <우리는 시를 사랑해>는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피드백은 우시사를 무럭무럭 성장하게 하는 자양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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