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2023년 독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1개를 정리했어요. 한 해 동안 가장 주목을 받은 인권 이슈는 전쟁과 분쟁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 이주민 학살, 임신중지와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문제였어요. 그중 몇 가지를 살펴보면, 이스라엘군의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는 가자지구 백린탄 사용,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수비대의 에티오피아 이주민 등 최소 655명 학살, 미국의 임신중지 금지 판결 1년의 여파, 우간다의 성소수자 처벌 강화 법안 가결과 이와는 대조적인 네팔 대법원의 동성혼 허용 판결 등이 있어요. 안타깝지만 새해 첫날에도 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에는 폭격이 계속되었다는데요. 2024년에는 해당 인권 문제들이 잘 해결될 수 있기를 바라요.

최근 유럽연합(EU)은 약 26억 유로(한화 약 3조 7천억)를 저소득국가의 빈곤이나 기후변화 사업이 아닌 ‘이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을 해결하는 데 사용하기 위한 다년간지출예산(MFF)의 조정안을 제출했어요. 이에 따라 ONE 캠페인 주도 시민사회 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EU가 “글로벌 리더십을 져버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어요. 해당 조정액은 EU의 인근국, 개발 및 국제협력 기구(NDICI)로 배정되어 이주 경로에 있는 북아프리카 등 제3국과의 이주 조정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돼요. 2021년 창설된 NDICI는 수십 년간 원조를 목적으로 이뤄진 유럽개발기금(EDF)을 통합한 것으로, 이주 억제를 위해 개발자금을 이용하는 메커니즘이 아니냐는 비난을 오랫동안 받아왔어요. EU는 약 500억 유로 규모의 우크라이나 원조액에 포함된 해당 조정안을 올해 2월 긴급 정상회담에서 통과시킬 예정이에요.

미얀마 내 최대 소수민족인 카렌(Karen)족은 70년 이상 미얀마 정부의 억압에 투쟁해 왔어요. 2021년에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의 공습으로 20만 명이 넘는 카렌족이 보금자리를 잃으며 이들의 자치권을 향한 투쟁은 약화되었어요. 현재 많은 카렌족은 살윈강이 흐르는 미얀마 카렌 주(州)의 거대한 숲속에 난민 캠프를 형성하며 숨어들었고, 사진작가 Matias Bercovich는 카렌족이 어떻게 숲에서 생활하고 단결하여 독립을 위한 투쟁을 준비하는지 담아냈어요. 그의 사진은 미얀마 군의 공습을 피해 동굴로 피신한 아이, 인도주의 활동을 위해 숲속에서 훈련받는 사람들 등 카렌족이 미얀마 군부의 억압을 피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이 교육 분야에 깊숙이 자리 잡음과 동시에 소득이 낮은 국가에서는 이를 이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디지털 격차가 우려되고 있는데요. 교육 및 AI 분야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직 중저소득 국가들의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해요. 영국 교육 컨설팅 기업인 Fab Inc는 ChatGPT를 활용한 Teacher.AI를 통해 시에라리온 학교 선생님들의 교육 활동을 지원하는 방안을 실험하고 있어요. 또한 인도 비영리 단체인 Educate Girls는 AI 기반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학교 밖 소녀가 가장 많은 마을을 찾고, 파트너들과 정보를 공유해 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어요. 이처럼 AI를 이용한 교육 분야 의사결정과 교수법의 진화도 좋지만, 근본적으로는 학생들이 무엇을 배워야 할지에 대해 더욱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해요.

2023년 4월에 발생한 수단 내 분쟁이 수개월간 지속되면서 고향을 떠난 수백만 명의 국민 중 약 15만 명은 현재 이웃나라 차드 동부의 아드레에서 난민생활을 하고 있어요. 최근 아드레 캠프를 방문한 유엔난민기구(UNHCR)와 세계은행(WB)은 이들을 위해 세 가지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는데요. 첫째, 임시 피란의 장기화를 예상하고 인도주의적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인 개발을 준비해야 해요. 이는 인도적지원-개발-평화를 연결하는 접근법인 HDP 넥서스와도 같아요. 둘째, 포용적인 정책이 필요해요. 난민 수용국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통해 난민들을 수용국의 일자리, 보건의료체계 등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어요. 셋째, 난민 발생을 예방하는데 투자해야 해요. 난민 예방이 제일 복잡하고 어려운 만큼, 지난달 있었던 세계난민포럼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새로운 접근방법을 구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요.

지난 156호에서 역대 최대 ODA 예산을 다뤘는데요.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에 이어 2024년 ODA 예산을 2000억원 이상 감액하기로 결정되었어요. 변경된 외교부 예산의 세부 삭감 내용을 보면 가장 큰 폭으로 삭감된 사업은 국제기구 사업분담금 납부인 반면, 기후변화· 에너지환경·외교강화 예산은 일부 증액되기도 했어요. 이렇게 감액된 ODA 예산은 지역사랑상품권·R&D·새만금 관련으로 증액될 예정이지만, 한국의 발전 경험으로 지구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던 부산 이니셔티브와는 사뭇 다른 행보예요. 선진국형 ODA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은 우리만 진심이었던 걸까요?

한때 현지에 필요한 기술을 전수한다는 맥락에서 각광받던 적정기술이 지속가능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요. 이제는 국내기업이 직접 현지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이를 정부와 투자사가 지원하는 형태로 지속가능성을 높이고자 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요. KOICA CTS 프로그램이 대표적인데요, 기업의 혁신기술이 현지에서 좋은 성과와 많은 수요를 얻을수록 기업의 성과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지속가능성과 효과성 측면에서 몰입도를 높인 모델이에요. 구속성 원조가 되지 않기 위해서 현지화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하겠지만, 전통적인 개발협력에서 행위자의 범위를 넓히고 규모도 키우는 개발협력 모델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복지 공백이 생기는 연휴마다 노인 고독사 뉴스가 꾸준히 보이는데요. 2020년 기준 66세 이상 노인 인구 소득 빈곤율이 40.4%로 12년째 1위를 기록했어요. 이 수치는 평균에 비해 3배가량 높은 수치인데요. 나이가 많아질수록, 여성일수록 빈곤율은 더욱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또한 2022년 보건복지부의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남성 고독사는 10%, 여성 고독사는 5.6%씩 증가하고 있다고 해요. 우유안부 캠페인이나 기술을 활용해 대응하고자 하지만, 복지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더욱 촘촘한 민관 협력체계가 필요해요.

머리카락 길이가 짧아서 폭행을 당하고 내가 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인해 사직해야 했던 2023년이었죠. 여성혐오와 젠더 폭력 뉴스는 여전히 많았지만, 관련 예산은 큰 폭으로 삭감된 한 해였어요. 이주 여성 노동자들의 주거와 안전을 지원하는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도 전액 삭감되며 사라질 위기에 처했는데요. 많은 제도와 법안에서 “여성”은 지워지고 제대로 된 연구와 토론이 빠진 지원 체계로 전환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요. 그러나 이와 동시에 유리 울타리를 깨거나 젠더 범위를 넓혀갔던 여성들의 소식도 함께 만나 보세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손실과 피해 기금이 새롭게 출범됐어요. 유엔 산하에는 총 6개의 기후재원이 있는데요. 기존에는 환경 전반,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 그리고 적응에 집중한 기금이 있었죠. 이번 총회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개발도상국이 겪는 피해에 대하여 선진국의 책임을 인정하는 의미에서 손실과 피해 기금이 추가되었어요. 다만 자발적인 기부의 형태로 진행되면서 세계 9위 탄소배출국인 우리나라도 공여 압박을 피할 수 없는데요. 현 정부는 녹색기후기금 3억 달러 공여를 반복하며 답변을 회피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어렸을 때 과학이 재미있어 화학공학을 대학에서 공부했고, 이후 독일에서 핵융합 부품 설계 및 구조해석에 대한 공부를 하고 현대기아자동차 연구소, 핵융합 연구소를 거쳐 지금은 프랑스에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이하 ITER) 국제기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동반성장연구회(I-DREAM)는 어떤 계기와 목적으로 설립되었나요?

마침 제가 유럽에서 거주를 시작하는 2013년 무렵부터 유럽 과학기술협회 회원들의 연대를 통해 개최되고 있는 Europe Korea Conference (이하 EKC) 에서 ‘동반성장 세션’이 마련되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뜻이 있는 유럽 한인과학자들과 함께 2014년 동반성장연구회(Inclusive Development Research Association for Mankind, 이하  I-DREAM) 비영리 사단법인 협회를 창립하여 프랑스 파리에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협회는 ‘세계 각처 지역 공동체의 경제적 자립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협회의 회원들이 혹은 외부 파트너 기관들과 함께 적정기술을 개발, 제공하고 관련된 제반활동을 수행한다’는 나름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만들어졌죠. 👍

🍦본업으로는 ITER 국제기구에서 근무 중이라고 하셨는데요,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 것인지, 하고 계신 일과는 다른 ‘적정기술’로 연구회를 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ITER는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조건들을 검증하기 위한 국제 공동 핵융합실험로입니다. 총 7개 참여국 (한국, EU,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러시아)이 힘을 모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국제공동연구 개발 사업이죠. 저는 2012년부터 ITER에서 테스트 블랑켓 모듈(TBM)을 설치하기 위한 Port Plug라는 부품을 설계 및 검증하고 제작, 설치하는 기계책임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공학이 대부분 그렇지만, 기술에는 여러 요소가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어요. 기본적으로 함께 모여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십시일반 지식을 공유해야 하죠.

기술로 나눔을 하게 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인 것 같아요. 제가 적정기술 전문가는 아니지만 여러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네트워킹을 하고 사업을 만들어 협업에 대한 지원을 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