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스타트업 피치덱 비교해보기 ⬜ 섹터 분석 ⬜ 벤처 투자
✅ 피치덱 소개 ⬜ 투자자 열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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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덱 톺아보기 국내외 스타트업과 벤처펀드의 피치덱을 분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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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펀딩을 받을 상인가
얼마 전 타이완에서 온 창업자를 만났습니다. 컨테이너 박스에 부착하는 IoT 기반 트래킹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200만 달러 규모의 시드 라운드를 준비 중이던 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왜 아무도 이걸 개발할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기로 했죠. 에버그린(*타이완 1위 국적선사)도 저희가 개발 중인 제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다지 선호하는 답변이 아닙니다. 컨테이너 산업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만약 컨테이너 박스용 트래킹 장비가 정말 지금까지 상용화되지 않았다면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비용 대비 효용이 크지 않거나, 별도의 트래킹 장비 없이도 다른 방식으로 비슷한 효과를 거두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스타트업 피칭을 들을 때 반드시 던지는 질문 중 하나는 '왜 지금인가(Why Now?)'입니다. 특히 이 질문을 할 때는 '창업자 본인'의 결심, 전문성, 의지를 철저히 배제한 답변을 기대합니다. 앞서 언급한 컨테이너 트래킹 IoT 기기처럼 지금까지 유사한 솔루션이 없었다면, 왜 갑자기 지금 이것이 필요해졌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내가 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것은 'Why Me?'에 대한 답은 될 수 있어도 'Why Now?'에 대한 답변으로는 부족합니다.
'왜 지금인가'라는 질문에는 스타트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얼마나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담겨 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문제가 있지만, 모든 문제가 최우선 순위로 해결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문제도 있고, 과거에는 중요했지만 이제는 그다지 '긴급'하지 않은 문제도 있습니다. 일반 대중에게 해당하는 문제도 있고, 특정 집단이나 그룹이 간절히 해결하고 싶어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러한 역학 관계들이 모여 시장의 수요와 규모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번 주 PitchEDGE에서는 최근 펀딩을 진행한 모빌리티 분야 스타트업 두 곳의 피치덱을 준비했습니다. 온디맨드 렌터카 서비스를 제공하는 Kyte는 시리즈 C 라운드 구성에 실패하며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간 반면, 중고 EV 견적과 배터리 검증, 매매를 연결하는 마켓플레이스 기업 Recurrent는 라운드 진행 이후 단기간에 시리즈 A 라운드를 마무리했습니다.
피치덱의 구성이나 방식이 펀딩 성공 여부를 결정지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Kyte의 피치덱은 정량적 분석과 짜임새 있는 논리 구성을 보여줬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결국 두 스타트업이 해결하려는 문제에 대한 'Sense of Urgency'가 펀드레이징의 성패를 가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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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 이제는 문 앞까지 가져다드립니다
Kyte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이미 쏘카나 카카오T에서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렌터카 '가져다주는' 서비스입니다. 렌터카도 우버처럼 쉽게 '불러서' 사용하자는 것이 아이디어의 시작이었습니다. 차량 공유와 렌터카가 놓치고 있는 중간 영역을 장악하고자 하는 전략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서비스 자체는 분명 수요가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벤처 투자 자금 수백억 원을 투자할 문제인가?'라는 질문을 해보면 투자자마다 의견일 갈릴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읽어보더라도 투자자들은 해당 사업이 2024년에 스타트업이 계속 적자를 감수하며 자금을 투입하여 해결할 문제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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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던 시장을 만들거나, 이미 있는 시장을 대체하거나
미국 렌터카 시장의 중심축은 공항입니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비행기로 이동한 뒤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려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렌터카 시장을 공략하려면 공항 진출이 필수적입니다. 더군다나 기존 렌터카 업체들은 이미 공항에 차량과 인력을 배치해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Kyte 이용자가 공항으로 서비스를 호출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공항에서 직접 차량을 확인하고 키를 받아 출발하는 방식에 익숙합니다. 게다가 낯선 공항에서 차량을 인수할 장소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Kyte가 '틈새' 서비스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떨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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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h to Profitability 중심의 스토리 전개,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Kyte 피치덱의 후반부 절반 이상은 재무 지표를 통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었으며 조만간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위해 할애하였습니다. 이미 공헌이익 기준으로는 흑자를 내고 있으며, 주요 도시에서는 의미 있는 EBITDA 마진을 달성하고 있다는 논거입니다.
안타깝게도 Kyte의 다양한 시도들은 추가 자금 유치까지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Kyte는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여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사업을 중단하고, 직원의 절반 이상을 감원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Kyte의 사례는 스타트업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더라도 사람들이 열광하며 성장하는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면 현재 투자 유치가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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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EV는 얼마를 받고 팔 수 있을까?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덩달아 주목받는 시장이 바로 중고 전기차 매매 시장입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Kelley Blue Book처럼 일반 중고차의 가치를 책정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EV 분에 한정하면 아직까지 마땅한 독립 조사 서비스가 부재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주행거리로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한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EV의 잔존가치는 배터리 성능 평가가 핵심입니다.
전기차 시장에서 Recurrent가 주목받는 핵심적인 이유는 많은 소비자들이 가진 고민을 정확히 짚었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배터리의 성능과 잔존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입니다. 중고 전기차의 경우 이 고민은 더욱 커집니다. 주행거리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배터리 상태는 양호한지, 앞으로 얼마나 더 쓸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Recurrent는 이러한 문제에 데이터 기반의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실시간으로 전기차의 배터리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배터리의 현재 상태와 미래 성능을 예측 가능한 정보로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구매자들은 더 확신을 가지고 중고 전기차 구매를 결정할 수 있고, 판매자들은 자신의 차량 가치를 더 정확하게 입증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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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ilwind is all you need
Recurrent의 피치덱에서 핵심은 회사 성과나 ARR 지표가 아니었습니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진정한 이유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고 전기차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자 하는 Recurrent의 전략적 위치 선점 효과였습니다. 중고 전기차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Recurrent는 이 유망한 시장에서 리더가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Recurrent는 현재 시리즈 A 단계에 있는 회사로서, 투자자들이 ARR과 같은 현 성과보다는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도록 했습니다. 아직 평가보다는 잠재력에 점수를 더 많이 받는 단계로, 급격한 시장 성장과 Recurrent의 준비된 인프라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큰 인상을 주었습니다.
결국, Recurrent의 가장 큰 장점은 이미 성장 궤도에 오른 회사라기보다는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장 선도 전략입니다. 급격히 팽창할 시장의 Tailwind를 타고, 빠르게 확장할 준비가 되었다는 점이 부각되며 회사는 처음 목표한 $8M의 두 배에 달하는 $16M 규모의 시리즈 A 라운드를 조기에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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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AI 투자를 두고 매일같이 긍정론과 부정론이 오가지만, 현재 AI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데는 분명한 이점이 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Why Now'에 대한 설명이 거의 필요 없다는 점입니다. AI가 미래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어, AI 스타트업들은 'How'와 실행력만 논리적으로 제시하면 투자자들의 관심을 상대적으로 쉽게 끌 수 있습니다.
반면, 공유경제, 디지털 전환, 핀테크, 마켓플레이스와 같이 이미 한차례 시장의 열풍이 지나간 분야들은 상황이 다릅니다. 이러한 영역들이 이제 캐즘을 넘어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하더라도, 왜 2024년에 다시 주목해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합니다. 하지만 'Been there, done that' 마인드를 가진 투자자들의 시선을 돌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없는 순풍(Tailwind)을 억지로 만들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죠.
물론 어느 쪽이 더 나은 투자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현재 쏟아지는 수많은 AI 스타트업 중 하나에 투자하는 것보다, 관심도가 낮은 핀테크 분야에서 저평가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것이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분야들을 쉽게 포기하기에는 이릅니다. 다만 이런 역발상 전략을 추구한다면, 투자자와 창업자 모두 철저한 준비된 마인드(Prepared Mind)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번 주 PitchEDGE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다음 회에도 보다 흥미로운 피치덱과 함께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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