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233번째 책편지(2026. 3. 12.(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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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물건들이 열어주는 상상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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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봉을 보면 보통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아마 대부분은 귀를 청소할 때 쓰는 작은 물건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이 물건, 정말 그 용도로만 써야 할까?’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평범한 사물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뜻밖의 이야기들이 피어납니다. 요즘처럼 상상력이 중요한 시대에는 이런 시선이 더욱 소중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많은 것들이 실제로 만들어질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까요.
  저 역시 어린 시절 잡지를 뒤적이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 사진들을 오려 붙여 이야기를 만들곤 했습니다.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진들을 이어 붙이다 보니 이야기는 늘 엉뚱하게 흘러갔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허무맹랑하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그 시간이 참 즐거웠습니다. 어쩌면 그때가 제 상상력이 처음 날개를 달기 시작한 순간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들은 바로 그런 즐거운 상상에서 출발합니다. 평범한 사물들이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변신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피어나는 책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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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봉이라서

한지원 글·그림 | 사계절 |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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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봉은 참 조용한 물건입니다. 작고 하얗고, 서랍 속에 가만히 들어 있는 평범한 물건이지요.
하지만 이 책을 보고 나면 생각이 조금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면봉이 이렇게 바쁜 하루를 보내는 물건이었나 싶거든요. 귓밥을 팔 때는 광부가 되고, 약을 발라 줄 때는 의사가 되고,키보드 사이 먼지를 빼낼 때는 청소부가 됩니다. 작고 평범한 면봉이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괜히 웃음이 납니다. 그러다 책은 또 엉뚱한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면봉이 다이어트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질문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면봉이 다이어트를 한다니요! 도대체 어디를 더 빼겠다는 걸까요? 그 모습은 책 속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 책은 짧은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안에는 꽤 많은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고, 어른들은 잠시 멈춰 서서 ‘아, 이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하고 미소 짓게 됩니다.

  공장에서 나온 면봉들은 모두 같은 모양이지만 쓰임은 저마다 다릅니다. 그 모습이 어쩐지 우리와도 닮았습니다.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여도 사람마다 가진 개성과 재능은 모두 다르니까요.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펼칠 때 세상은 더 재미있어지겠지요.

  그림 방식도 참 인상적입니다. 물감, 연필로 그린 배경에 실제 면봉을 촬영한 이미지가 얹어지면서 평범한 면봉이 마치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살아 움직입니다. 

  면봉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다니, 책을 덮고 나면 주변의 사소한 물건들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혹시 지금 책상 위에 있는 물건들도 가만히 보면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사실 나도 이야기 하나쯤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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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 비행기야?

마이크 헨슨 글, 케이티 버넌 그림, 이루리 옮김 | 북극곰 |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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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책이 아니라 장난감 같은데?”

  이 책은 세계적인 어린이 전문 병원의 놀이팀에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저도 자연스레 예전에 병원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미술치료를 가르쳤던 경험이 떠올랐지요. 아이들은 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몸을 마음껏 움직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렇게 책으로나마 신나게 놀 수 있다는 점이 참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이 책은 얌전히 앉아 읽기만 하면 조금 심심할지도 모릅니다. 대신 책을 들고 함께 움직여 보세요. 얼굴에 대고 표정을 지어 보고, 비행기를 날리듯 흔들어 보고, 노래도 흥얼거리면서요. 

  처음에는 조금 쑥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특히 옆에 아이가 빤히 보고 있으면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른이 쑥스러워할수록 더 신나 합니다. “한 번 더 해요!” 라는 말을 듣게 될 가능성도 꽤 높아요. 
 
  해적선 페이지 옆에 바다 장난감을 올려 두어도 좋고, 공룡 입과 아이의 입 중 누가 더 큰지 겨뤄 보아도 재미있습니다. 이런 놀이를 하다 보면 어느새 책 한 권이 작은 놀이터가 됩니다. 가끔은 아이보다 어른이 더 열심히 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책을 길게 펼치면 비행기가 되고, 머리 위에 올리면 모자가 되고, 얼굴에 대면 괴물이나 우주비행사가 되기도 합니다. 평범한 종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작은 마법이 숨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설명하지 않아도 금세 이 책을 가지고 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놀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을 읽는 재미도 발견하게 됩니다. 한 권의 책이 얼마나 다양한 세계로 우리를 데려갈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작고 유쾌한 모험 같은 책입니다.


  어쩌면 책이란 그런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놓여 있을 때는 그저 종이 묶음처럼 보이지만, 누군가의 상상과 만나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니까요. 면봉 하나가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고, 책 한 권이 비행기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오늘 아이들과 함께 책을 펼칠 때, 그 안에서 또 어떤 새로운 상상이 날아오를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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