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그런 문제 상황이 이직/독립의 계기를 던져줍니다. 그렇다면 문제에 매몰돼 있기보다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데 고민을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까?”라고 물으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저는 즉각 “계속 다니세요. 뭘 그만두려 해요. 다른 데 가도 똑같아요.”라고 말하거나, 이직/독립에 약간의 성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계속 회사에 다니면서 더 준비하고 고민해 보세요. 그래도 늦지 않습니다.”라고 조언합니다.
아주 가끔 진지하게 이직/독립 자체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에게 해줄 말이 많아서 오히려 제가 더 신나서 가능한 한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그들에게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해 주면 ‘다 알아듣고 행동할 거’라고 믿기 때문이죠.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그들이 되도록 적게 범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진지하게 이직/독립을 계획하는 이들은 설령 현 직장에서 겪는 문제 때문에 이직/독립을 결심했다 하더라도 저에게 와서 그런 문제 상황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지 않더군요. 이미 계획이 섰기 때문에 뒤를 돌아볼 필요가 없어서겠죠.
이직과 독립은 굉장히 위험한 과정입니다. 옮겨간 직장이 예전 회사보다 더 ‘악질’일 수 있고, 1인 기업으로 독립했더니 파리만 날릴 수 있으니까요. 이직/독립을 진지하게 계획한다는 것에는 플랜 B가 반드시 포함됩니다. 예상했던 것과 다른 상황에 처했을 때 되돌아가거나 다른 경로로 트는 계획이 어쩌면 이직/독립 계획 자체보다 더 중요합니다. 잘 될 때보다 잘 안 될 때가 더 많은 법입니다. 우수한 야구 선수도 10번 타석에 나서면 7번 가량 아웃되니까요.
현재의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 이직/독립을 원하는 사람은 플랜 A도 없지만 플랜 B도 없습니다. 현재의 직장을 벗어나면 뭐든 잘 될 거라 믿습니다. ‘근거없는 자신감’인지 ‘희망 회로’인지 모르겠지만, 세상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희망의 배신’을 두려워 해야 합니다.
저에게 이메일로 문의해 온 분에게 답장을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분이 이 글을 읽을지는 모르지만, 이 글로 답장을 대신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