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정원 서른 한번째 뉴스레터 2023.04.14.발행

안녕하세요! 2023년에 처음 보내는 호랑이의 쪽지입니다. 이렇게 드문드문 보내는 뉴스레터라니! 그동안 저희를 잊고 계신 분들이 많으실 듯 하네요. 기다리신 분들에게는 죄송한 마음 가득이랍니다 ㅠ 그치만 기대 못하고 갑자기 받는 쪽지도 기분 좋잖아요. 저희는 비록 게으를지언정 언제나 사부작사부작 뭔가를 시도하며 땅 속에 사는 씨앗이랍니다. 🌱 천천히 자라는 저희를 놓지 말아주세요 대롱대롱 😉 이번 호랑이의 쪽지 31호에는 개나리가 피는 봄날에 맞춰 짠하고 보내드려야하지 생각해서 다녀왔던 봄날의 응봉산 개나리에 관한 내용을 짧게 담아 뒤늦게 보냅니다. 

응봉산

성동구 응봉동에 있는 응봉산은 사실 인근에 있는 주민이 아니면 알기 힘든 동네 뒷산이랍니다. 높이도 95.4m로 그렇게 높은 산도 아니어서 등산하는 재미가 있는 산도 아니구요. 그런데 봄만 되면 이 산의 개나리를 보기 위해 서울시내 사람들이 모여든답니다. 서울에서 가장 개나리가 예쁘게 핀 산으로 유명하기 때문이죠. 이 근방에 살기도 했었고 지금도 친한 친구집이 성동구에 있어 자주 이 쪽을 가기 때문에 개나리가 가득 핀 산을 멀리서 바라만 본 적이 많은데요. 드디어 뉴스레터를 위해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다녀온 소감은 개나리 속에 들어가서 보는 것보다 멀리서 보는 것이 더 좋지 않았나 싶어요. 아! 절대 실망이라는 이야기는 아니구요. 서울에 산다면 한번쯤 가 볼만한 곳이긴 한데 어쩐지 늘 바라만 보던 곳을 가게 되버린 사람의 섭섭함 같은 기분인지 청개구리 같은 심보인지 알 수 없네요.

개나리를 보기위해 줄지어 올라가는 사람들  
응봉산에서 바라본 개나리와 멀리 보이는 서울숲

응봉산은 사실 남산자락과 이어지는 꽤 큰 산으로 뚝섬과 응봉동 그 일대는 왕실 매사냥터로 였다고 해서 매 응(鷹)자를 써서 응봉산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서울의 많은 산들이 그러하듯 응봉산도 도시 개발로 주거지가 난립하고 도로가 놓이는 등의 크고 작은 변화를 겪으며 여러 개의 산으로 나눠지게 됩니다. 

저희 뉴스레터를 꼼꼼히 탐독하신 분들은 저희 뉴스레터의 사이드 프로젝트 중 하나가 공원이 되어버린 옛 시민아파트의 흔적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텐데요. 워낙 하고 싶다는게 많아서 제대로 진행을 못하고 있지만 향후 2년내에 반드시 정리해서 책이든 뭐든 낼 계획이랍니다! (이렇게 큰 소리 쳐놔야 뭐라도 할까 싶어서…😅)

응봉시민아파트

점점 서울인구가 과밀화 되어 가던 1950-60년대에 응봉산 꼭대기에도 판잣집들이 난립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도 무허가 건물을 철거하고 그 곳의 입주민들을 수용할 시민아파트를 세우게 됩니다. 1968년에 응봉산에 무허가 주택 철거를 시작하고 착공하여 1979년 응봉동에 13개동, 행응동에 11개동의 시민아파트를 준공하였습니다. 지금보면 공사 중반인 것 같은 사진인데 입주식을 했다는게 놀라운데요. (거의 우리식당 영업중 수준...) 당시 시민아파트는 전체 구조는 서울시에서 만들지만 내부는 입주자들이 직접 공사를 해야하는 시스템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같은 아파트지만 집집마다 구조나 내부 인테리어가 제각각이었다고 해요.

1969년 응봉·행응(행응) 시민아파트 입주식
출처:서울기록원

1970년 4월 행응 아파트 전경
출처:서울성장 50년

1가구당 8.67평으로 굉장히 좁은 평수였고 놀랍게도 화장실은 외부에 공동화장실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응봉시민아파트에 관한 정보를 찾다가 이때 여기 살던 분들이 쓸 블로그 글을 보면 1988년 열렸던 서울올림픽 경기장에서 이곳이 보이기 때문에 경관을 헤쳐서 철거한다는 동네 소문이 있었다고 하네요. (이때 경관 미화를 위해 개나리를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확실한 출처가 없어서 소문만 전해드려요...)졸속으로 세워진 시민아파트들은 1970년 와우시민아파트 붕괴사태를 시작으로 거의 짓자마자 철거를 한 아파트도 있었는데요. 응봉산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1978년 1개동 철거를 시작으로 점차 철거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1988년 위성사진을 찾아보면 한강변 요새처럼 세워졌던 아파트들이 다 철거되고 지금의 팔각정이 세워진 것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1972년 시민 아파트가 지어진 응봉산 / 1996년 아파트가 철거된 후의 응봉산 출처:국토지리원

1970년대 응봉산과 중랑천 일대 풍경 촬영: 에카르트 데케 (서울시립대학교 박물관 블로그에서 인용)

1970년대 말 응봉산과 주변 풍경 출처: 1980년 영화< 바람불어 좋은 날> 중

개나리축제

아파트가 철거된 이 돌산을 가꾸기 위해 1980년~90년대에 걸쳐 개나리를 심었다고 전해집니다. 본격적인 지방자치(1995년)의 시작 때문인것인지 몰라도 이 시기에 지역 축제들이 전국적으로 활발한데요. 1997년 개나리가 가득한 이 곳에 제1회 개나리축제가 열리게 됩니다.

저희는 축제기간이 끝난 다음날인 일요일에 산에 갔었는데요. 토요일에 다녀온 친구말로는 들뜬 봄 분위기와 계절감없이 피어난 꽃들과 사람들사이에서 부녀회에서 부침개도 팔고 떡볶이도 파는 K-지방축제 그 자체였다고 합니다. (그런 요소들이 식상하지만 또 없으면 한편으론 서운한 ㅋㅋㅋ)

1997년 1회 개나리축제 보도자료
출처: 매일경제 (1997.4.9)
개나리 축제가 열리는 응봉산 전경
출처: 성동구

시민아파트였다가 공원이 된 곳은 원래 시민아파트가 조성된  높은 지형탓에 야경이 뛰어난 공원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데요. 이 응봉산도 서울 야경명소중 하나랍니다. 낮에 응봉산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이 서울숲의 초록과 한강의 푸르름이라면, 밤은 까만 한강과 구불구불한 도로위를 분주히 달리는 차량 조명, 강건너 붉고 하얗게 빛나는 빌딩 속 조명을 바라보며 어쩐지 쓸쓸하고 외로운 도시사람의 정취에 빠져 마음껏 취할 수 있답니다. 개나리는 져버린지 오래지만 한번쯤 응봉산에 올라 강바람을 맞으며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식물 산책 어떨까요?

출처: 성동구청

개나리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호랑이의 쪽지 4호 - 봄 속에서 희망과 기쁨을 주는 꽃, 개나리[링크]
응봉동 시민아파트에 살던 주민 이야기![링크]
접근성

지하철: 경의중앙선 응봉역 1번 출구에서 도보 20분

버스: 응봉동 현대아파트 정류장에서 도보 8분

휠체어 유아차 접근 불가

☺호랑이의 친구들☺
아래부터는 호랑이의 친구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 형식의 짧은 글입니다.
란과 생활- 망한 머리스타일 견디기

사실 저는 외모가꾸기나 패션에 대해 좀 둔한 편이기도 해서 편한대로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들 제발 새치머리 염색을 하라고 제게 종용할때도 1년을 버틴 적도 있으니깐요. 눈썹도 제발 다듬고 다녀라해도 늘 앞머리가 있는 헤어스타일이라 앞머리로 가리곤 한답니다. 하하 그러고보니 소개팅에 나온 남자가 저에게 염색하라고 한 적도 있었네요..ㅠ 퀭 

원래 저같은 이런 사람들이 화장을 하거나 헤어스타일을 바꿀 때 특이한 걸 원한답니다. 왜냐면 오랜만에 했으니 한 티가 나야되기 때문이죠. 후후 

가끔은 미용실 선생님들께서 먼저 제게 특이한 스타일을 종종 권하기도 하는데 패션 자아가 없어서 팔랑 넘어가서 하고 나면 할 때마다 다 실패였죠. (예: 아프로 스타일에 가까운 뿌리볼륨 펌, 언발란스 컷, 뭔가 특이한걸 시도하다 망해서 인형머리처럼 타버리기 등)

이번 헤어스타일은 동네 미용실에서 매직볼륨펌을 예약하고 갔는데 선생님께서 “플랫하게 가보는게 어때요?” 하셔서 “아..네네…” 하고 한 머리였는데. 잘 와닿지 않던 플랫하다를 머리를 하고나서야 바로 이런거구나 깨닫게 되었답니다. 아아..중학생에겐 귀여웠을것 같은 머리를 한 아줌마가 되어버렸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하쿠같기도 한 머리는 한지 3달이 되었는데도, 보통 부정기를 거쳐 일주일이면 익숙해지곤 하는 저의 체념 시기까지 아직도 도달하지 못하고 거울을 볼 때마다 어쩌지, 아예 숏컷으로 잘라버려 하는 방황기를 겪고 있답니다. 그나마 위안은 거울을 잘 보지 않는 사람이라는것 정도? (란)

:견딘다/ 잘라버린다 설문조사를 넣어보려했지만 그런 기능을 쓸줄 몰라서 포기 

이맘때 피는 꽃
봄이 온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의 기운이 느껴지는 요즘 산책을 나가면 흐린 눈으로 빨리 져버린 꽃들을 바라보곤 합니다. 계절감없이 한번에 피는 꽃들은 센과치히로에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말이죠. 기후위기가 현실화되면서 SNS를 통해 자신이 사는 지역의 빨라진 봄꽃 개화시기를 공유하고 데이터화하여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하자는 움직임도 쉽게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산이나 식물원에 가는 것도 좋지만 생활반경 안에서 식물의 한살이를 꾸준히 관찰하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끼는 저는 올해 특히나 개화시기가 빨라졌다고 느끼고 있는데요 이대로라면 4월에 찔레꽃과 아까시나무, 모란, 장미가 한번에 피는 화려하고 절망적인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매년 피는 꽃들에 반가워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어 호랑이의 쪽지의 부족한 식물 분량을 채울겸 요즘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 몇 가지를 소개할까합니다.
자주괴불주머니
조임끈 끝에 달린 괴불주머니
첫번째 식물은 자주괴불주머니인데요 꽃 모양이 과거 어린아이들이 주머니 끝에 차는 삼각형 모양의 노리개인 괴불주머니와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노란색 꽃이 달린 괴불주머니는 산괴불주머니라고 부른답니다. 실제 꽃은 괴불의 모양보다는 매달린 늬앙스가 닮았다! 라고 생각하는데요 독성이 있기때문에 약으로 쓰고 친환경농업에서는 천연농약으로 쓴다고 하네요. 괴불은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는 의미가 있는데요 자주괴불주머니로 장신구를 만들어 액운을 막는 숲속 요정을 상상해봅니다.
황매화
죽단화
두번째 식물은 황매화죽단화입니다. 두 식물은 공원이나 울타리에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데요 꽃을 제외한 잎과 수형이 비슷하게 생겨 동시에 식재하는 경우도 많아 종종 헷갈리곤 합니다. 둘의 구분은 한번 알면 쉬워요. 노란색의 5개의 꽃잎을 가졌다면 황매화, 노란색의 꽃잎이 여러장으로 겹쳐있다면 죽단화입니다. 죽단화는 겹황매화라고도 부른다고 하네요. 4월에 피는 노란꽃은 슬픈데요 죽단화의 꽃말은 기다림이라고 합니다.<유정>
후기🍀
어흥: 다니던 피아노 학원이 갑자기 문을 닫는 바람에 여전히 바이엘 수준에 머물러있습니다. 쇼팽치는 할머니가 되고싶은데..
유정: 어째서 바쁜거죠?(통장잔고를 바라보며...)
호랑이의 쪽지 31호는 재밌게 읽어보셨나요? 독자 여러분의 후기와 관심이 큰 힘이 됩니다. 💪
이번 쪽지에는 지난 3월에 다녀온 응봉산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뉴스레터가 유난히 길다는 의견과 자꾸만 미뤄지는 발송일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보았는데요 어쩐지 변명같다는 생각이 드네요.(머쓱) 다음 뉴스레터에는 초록 기운이 가득 담을게요.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호랑이의 쪽지
동네의 식물탐험을 중심으로 호랑이의 친구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생각을 담은 쪽지입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받아보던 쪽지처럼 별 내용이 없더라도 받아보는 순간에 살며시 지어지는 웃음처럼 삶에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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