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을 빼내는 킬레이션 치료의 부작용에 대해 살펴봅니다.
2026년 10월,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에서 특수건강진단을 앞둔 노동자들에게 납 배출을 촉진하는 킬레이션 주사를 투여했다는 의혹이 보도됐습니다. 현재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노동자의 건강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역학조사도 예정돼 있습니다.
킬레이션은 약물이 납과 결합해 몸 밖으로 배출되도록 돕는 치료입니다. 중증 납중독 환자에게는 꼭 필요한 치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납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누구에게나 시행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치료의 필요성이 불분명한 사람에게 킬레이션을 시행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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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중독 치료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킬레이션 약물은 주사제인 에데트산칼슘이나트륨(CaNa₂EDTA)과 먹는 약인 석시머(succimer)입니다.
CaNa₂EDTA는 납과 결합한 뒤 주로 신장을 통해 배출됩니다. 그런데 이 약은 신장 자체를 손상시킬 수도 있습니다. 신장의 세뇨관이 손상되거나 소변에 단백질과 혈액이 섞여 나올 수 있으며, 심한 경우 급성 신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신장독성은 투여 용량과 관련이 있어 치료 중 신장기능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실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2026년 발표된 남성 노동자 245명의 후향적 연구에서는 CaNa₂EDTA 치료 이후의 신장기능 변화를 조사했습니다. 납 노출 자체도 신장에 영향을 미치므로 관찰된 변화를 모두 약물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혈중 납 농도가 감소하는 동안 혈중 크레아티닌은 소폭 증가하고, 신장의 여과 기능을 나타내는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은 감소했습니다. 치료 중 단백뇨도 관찰됐습니다. 혈중 납의 감소로만 킬레이션 치료의 효과를 판단할 수 있을까요?
먹는 약인 석시머 역시 부작용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미국 FDA 허가사항에는 간독성, 감염에 대항하는 백혈구인 호중구의 감소, 피부와 점막의 이상반응 등이 경고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납을 제거하는 약물에도 독성이 있기 때문에 치료의 이득과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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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중금속 킬레이션에 사용되는 약물
CaNa₂EDTA (Edetate Calcium Disod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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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중독 치료에 사용하는 주사제입니다. EDTA는 Ethylenediaminetetraacetic acid의 약칭이며, 의학적·약학적 명칭으로는 Edetate가 사용됩니다. 국내 제품으로는 레드큐어주와 칼킬레이트가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경구용 보충제로도 판매되지만, 경구 흡수율이 낮아 이미 체내에 흡수된 중금속을 배출하는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대신 장 안에서 음식이나 물에 포함된 금속과 결합해 흡수를 억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EDTA와 그 염은 식품·화장품에서도 금속이온 봉쇄제와 산화방지 보조제로 사용됩니다.
칼슘이 결합되어 있지 않은 Na₂EDTA(Edetate Disodium)는 혈액채취용기의 항응고제로도 사용됩니다. 혈액 속 칼슘 이온과 결합하여 혈액이 응고되는 것을 막는 원리입니다.
DMSA (Succimer)
경구용 킬레이션 치료제입니다. 미국에서는 Chemet이라는 상품명으로 승인되어 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수입·공급됩니다. 용해도 특성상 주사제로 만들기 어려워 경구용으로 판매됩니다.
DMPS (Unithol)
수용성이 높아 주사제로도 사용되는 킬레이션제이며, 상품명으로는 Dimaval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시판되지 않고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수입하여 급성 중독 치료에 사용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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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레이션 약물은 금속 이온과 결합할 수 있는 화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약물이 납 이온을 붙잡아 결합하면 몸 밖으로 배출되기 쉬운 형태가 되고, 주로 소변을 통해 제거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결합이 납에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약제에 따라 우리 몸에 필요한 다른 금속과도 결합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아연입니다.
납중독 소아에게 CaNa₂EDTA를 5일간 투여한 연구에서는 소변으로 배출되는 아연이 치료 전보다 약 17배 증가했습니다. 혈액 속 아연 농도도 낮아졌지만 치료가 끝난 뒤 회복됐습니다.
이러한 아연 손실이 모든 환자에게 결핍 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2009년 발표된 임상독성학 문헌고찰에서는 CaNa₂EDTA 치료 중 드물게 피부와 점막에 병변이 발생했으며, 이러한 이상이 아연 결핍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됐다고 보고했습니다.
즉, 킬레이션 치료는 납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우리 몸에 필요한 금속까지 배출시킬 수 있으며, 때로는 실제 건강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치료의 필요성이 불분명한 상황이라면 이러한 위험까지 감수할 이유가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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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은 적은 양이라도 건강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혈중 납 농도가 높게 나타난 노동자에게 킬레이션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당연할까요?
WHO의 2021년 납 노출 진료지침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혈중 납 농도가 45~70 µg/dL인 성인 남성과 가임기가 지난 여성에게 납중독의 증상이나 징후가 없다면 킬레이션 치료를 권고하지 않습니다. 먼저 납 노출을 중단하고 건강 상태를 재평가하도록 합니다.
이는 해당 농도가 안전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노출을 줄이는 것은 필요하지만, 여기에 약물치료를 추가했을 때 얻는 건강상 이득은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환자에게 같은 기준이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납중독 증상이 있거나 혈중 납 농도가 매우 높은 경우, 납뇌병증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는 킬레이션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임신부와 소아도 별도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결국 납중독 치료에서는 혈중 납 농도뿐 아니라 환자의 증상과 건강 상태, 치료의 이득과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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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는 2026년 발표된 국내 실내사격장 납 노출 사례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작업 중단과 치료가 동시에 이루어져 처음의 혈중 납 감소가 어느 요인에 얼마나 기인했는지는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환기가 충분히 개선되지 않은 작업장에 복귀한 뒤 일부 노동자의 혈중 납 농도가 다시 상승했습니다. 한 노동자는 복귀 전 15.9 µg/dL에서 복귀 후 53.3 µg/dL까지 높아졌습니다. 당연하지만 치료 후 낮아진 수치가 안전한 작업환경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혈중 납 농도가 다시 상승할 때마다 킬레이션을 반복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노동자는 납 농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약물의 위험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 있지만, 정작 납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원인은 해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 낮아진 검사 수치 때문에 작업환경 개선이나 노출 관리의 필요성까지 가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혈중 납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면, 무분별한 킬레이션 치료로 수치를 낮추는 데 집중하기보다 이를 작업환경 조사의 출발점으로 삼아 납 노출이 발생하는 공정과 작업을 확인하고, 환기·청소·정비 과정의 문제를 개선한 뒤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진단을 통해 그 효과를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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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레이션은 필요한 환자에게 중요한 치료입니다. 그러나 그 효과를 혈중 납 농도가 얼마나 낮아졌는지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의학적 필요성이 불분명한 킬레이션 치료는 건강상 이득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자에게 약물의 위험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치료로 낮아진 수치가 안전한 작업환경의 증거로 받아들여진다면, 노동자는 약물의 부담과 지속적인 납 노출이라는 두 가지 위험을 함께 떠안게 됩니다.
치료의 목적은 검사 수치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는 데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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