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5일  (No. 655)
AI는 '차별화의 적'

2024년, 힐튼과 메리어트 등 6개 주요 호텔 체인이 집단 소송을 당했습니다. 객실 가격을 담합했다는 혐의 때문인데요, 알고보니 범인은 바로 이 기업들이 공통으로 도입했던 'AI 가격 책정 플랫폼'이었습니다. 

어느 지역 식료품 체인은 마케팅 담당자를 AI 시스템으로 교체했는데요, 그러자 불과 반년 만에 이 체인의 판촉 행사는 1위 경쟁사와 매우 비슷해졌습니다. 그러니 고객들은 굳이 이 마트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죠.

수천 개의 경쟁사가 쓰는 'AI 임대료 최적화 플랫폼'을 도입한 한 부동산 임대업체 역시 경쟁사들과 발맞춰 임대료를 올렸다가 미 법무부의 반독점 제재 명단에 오르고 말았습니다.

이 세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자율형 AI를 도입하면 남들보다 한발 앞서 나가는 강력한 무기와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틀렸다는 것입니다. AI를 적극 활용할수록 모든 기업들이 똑같은 정답을 향해 달려가는, 이른바 '에이전틱 수렴 함정(Agentic Convergence Trap)'에 빠진다는 것이죠. 모두가 뛰어난 AI 기술과 방대한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완벽한 최적화를 추구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전략이나 제품, 서비스가 획일화된 정답으로 수렴해 버리는 현상이 바로 에이전틱 수렴 함정입니다.


그렇다면 이 함정에 빠지지 않고 우리만의 차별성을 주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HBR는 다음의 4가지를 명심하라고 조언합니다.

첫째, 인간이 개입할 구간을 명확히 정한다.
경영진은 AI가 무엇을 추천하든 간에 '반드시 인간의 승인이 필요한 결정'이 무엇인지 정의해야 합니다. 대규모 가격 조정이나 핵심 프로모션 전략처럼 경쟁사와 동일한 결과를 낳을 위험이 있는 결정은 AI에게 전적으로 위임해서는 안 되죠. 검토 과정이 느리고 비용이 들더라도 인간이 개입하여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둘째, '우리만의 최적화 목표'를 설계한다.
AI 플랫폼들은 기본적으로 수익 극대화나 비용 최소화를 목표로 세팅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경쟁사도 이 기본값을 쓰겠죠. 그렇기에 남들과 다른 전략적 목표를 AI에 주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의 AI는 단기적인 결제 금액보다 '방문 빈도와 장기적인 고객 관계'를 최적화 목표로 삼습니다. 반면 던킨은 '1회 결제 금액 증가(음식 추가 주문)'를 목표로 설계했다는 점에 주목하기 바랍니다.

셋째, 경쟁사가 절대 접근할 수 없는 '독점 데이터'를 주입한다.
날씨, 경쟁사 가격, 트래픽 같은 누구나 아는 공공 데이터만 주입하면 똑같은 시장 모델만 도출되겠죠. 우버(Uber)가 경쟁사 리프트(Lyft)를 압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1만 개 도시에서 수집한 610억 건의 방대한 과거 주행 데이터와 실시간 앱 오픈율 같은 '독점적 행동 데이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넷째, 단순한 성과가 아닌 '수렴도(Convergence)'를 측정한다.
우리의 의사결정이 경쟁사의 움직임과 얼마나 비슷한지, 타이밍이 얼마나 겹치는지, 우리 데이터의 독점성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측정해야 합니다. 우리 기업의 전략이 경쟁사와 점차 수'되어 간다면, 이를 고객 만족도 하락과 동일한 수준의 심각한 신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AI를 잘못 사용하면 차별화는 물건너간 이야기가 됩니다. AI 기술이 우리를 '오차 없는 똑같음'으로 이끌어가는 경향이 농후하기에 진정한 경쟁력은 '우리만의 다름을 기획하는 설계 능력'에서 나온다는 점을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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