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공표죄의 이해
안녕하세요. 연휴를 앞두고 보내드리는 레터입니다.
원래는 이번 주에 조금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었는데요. 1일 이재명 후보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나오면서 급하게 다시 쓰게 되었습니다.
코트워치의 '선거범죄 리포트'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시작한 프로젝트였습니다. 당선인 '공직선거법 위반' 판례를 가능한 한 많이 모아서 분석해 왔습니다.
(기사를 수정하던 시점에 계엄과 탄핵 국면이 되면서 발행이 미뤄졌습니다)
이때 수많은 판례를 읽으며 공직선거법 또한 상당히 '인위적인' 법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허위사실공표죄 판례들이 그랬습니다. 어떨 때는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것 같았고, 어떨 때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기도 했습니다.
허위사실공표죄는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퍼트리면 적용합니다. 재산이나 학력, 경력을 실제와 다르게 기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법원은 그 내용이 정말 허위인지부터 따지면 됩니다. 그런데 방송이나 토론, 연설, 소셜미디어 등에서 한 발언의 경우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법원의 판단 과정에 대한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1. 말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선거를 치르며 후보자들은 말을 많이 합니다. 모든 말에는 그 말을 하는 맥락이 있습니다.
법원은 말의 맥락, 즉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먼저 결정합니다. 재판부마다 해석이 갈리기도 합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토론에서 이학수 후보(현 정읍시장)는 김민영 후보의 토지와 공약에 대해 공방을 벌였습니다. 발언에 일부 '허위사실'도 섞여 있었고, 이학수 후보는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2분 동안 이어진 토론 발언에 대해 법원은 두 가지 해석을 내놨습니다.
1·2심 재판부: 이학수 후보는 "김민영 후보가 구절초공원 개발 이익을 향유할 목적으로 그 일대 토지를 대규모 매수했다"고 말한 것이다.
3심 재판부: 이학수 후보는 "구절초공원 인근에 대규모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김민영 후보가 사익 추구를 목적으로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한 것이다.
2. 사실을 드러낸 것인지
다음으로 법원은 그 말이 '사실을 드러낸 것'인지 판단합니다. '사실'은 의견이나 주장이 아닌, 진실인지 아닌지 객관적으로 가릴 수 있는 대상을 뜻합니다.
다시 이학수 후보의 토론 발언을 볼까요.
1·2심 재판부는 이학수 후보의 발언이 '사실을 드러낸 것'("매수했다")이라고 봤고, 3심 재판부는 '의견을 표명한 것'("의심된다")이라고 봤습니다.
판단은 여기에서 끝납니다.
이학수 후보의 발언은 상대 후보의 공약이나 시장직 수행을 비판한 의견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실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무죄입니다.
3. 드러낸 사실이 허위인지
만약 발언이 의견이나 주장이 아닌 '사실'에 해당한다면, 그 내용이 명백하게 '허위'인지를 판단합니다.
4. 고의와 당선(낙선) 목적이 있는지
마지막은 의도와 목적입니다. 자신의 행위를 조금이라도 인식하고 있었는지(단순 실수는 아닌지) 그리고 당선이나 낙선을 위한 목적이 있었는지를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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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가 발언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했느냐.
이는 이재명 후보의 사건에서도 유죄와 무죄를 갈랐습니다. 1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이 후보의 발언이 '사실을 드러낸 것'이며 '허위'라고 봤고, 2심 재판부는 '의견'에 해당해 '무죄'라고 봤습니다.
대법원의 이번 선고로 인해, 서울고등법원 판사 세 사람이 '형량'에 대한 심리를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판례를 분석했을 때 저는 선거범죄의 형량을 정하는 기준인 양형기준에 대해서도 몇 가지 의구심이 들었는데요. 데이터도 곧 공개해 보겠습니다.
(원래 보내드리려고 했던 레터(코트워치 tmi 재판장 tmi)는 링크로 첨부해드립니다. 빨간색 제목을 누르시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이 레터는 최윤정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코트워치 후원회원 워처 79분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