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심리학과 영화의 이야기는 바로 <인턴>입니다. 영화 <인턴>을 보고 있으면 일중독처럼 보일 정도로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고, 가족과 일 모두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줄스의 에너지가 과연 어디에서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영화 속 줄스는 성공한 의류 회사에서 수백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리는, 능력 있는 CEO이면서도 딸에게 역시 좋은 엄마이고자 노력하는, 몸이 2개여도 모자라 보이는 바쁘디 바쁜 이 시대의 커리어우먼이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는 줄스의 행동에는 어떤 ‘동기’가 있는 것일까요? 어찌보면 자신을 소모하고 있는 듯한 줄스, 그녀는 왜, 어째서 그렇게까지 노력하고 있는 것일까요?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출발해 인간의 행동이 왜 나타나는가, 행동의 ‘동기’에 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우선 일반적으로 심리학에서의 ‘동기’란 ‘유기체의 행동을 촉발하는 생리적 에너지와 행동을 조절하는 힘’입니다. 다시 말해 동기는 특정한 행동을 시작하도록 하고, 행동의 방향성을 결정하며, 행동의 지속성과 강도를 결정하는 힘을 말하는 것이죠. 헐(Hull, 1943)에 따르면 이러한 동기는 우리가 무엇을 얻거나 무슨 일을 하고자 바라는 일, 즉 ‘욕구’와 어떤 일을 추진하기 위해 고무하고 격려하는 ‘추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헐은 ‘욕구’는 내적 결핍상태이며 ‘추동’은 욕구로 인해 발생하는 행동의 변화, 즉 욕구의 결과라고 말합니다.

우리 인간은 안정적인 내적 상태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생체항상성(homeostasis)’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목표나 바라는 일이 생기게 되면, 우리는 ‘욕구(need)’라는 것을 갖게 되고 이것이 우리를 내적 결핍상태에 놓이게 만듭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무너진 생체항상성을 회복하려 노력하게 되며, 그 노력의 결과 마음의 상태 수준을 넘어 관찰 가능한 행동에 변화가 나타나게, 즉 ‘추동’이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좀 더 쉽게 예를 들자면, 우리 체내에 에너지가 부족하게 되어 내적 결핍 상태에 놓이면 우리에겐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되고, 이러한 욕구가 먹거나 마실 음식을 찾아 나서는 ‘추동’으로 이어져 결국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먹는 직접적인 행동의 원인이 되는 ‘동기’를 유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욕구, 추동, 동기의 ‘상태’가 ‘행동’으로 발현되는 것을 ‘동기화(motivation)’라고 하는 것이죠.

이러한 ‘동기’와 관련해 심리학에서는 동기가 크게 생물학적 요소, 학습된 요소, 인지적 요소의 3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며 각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생물학적 요소>

• 행동생물학(ethology)의 관점: 행동은 유전구조의 산물. 대부분의 경우 태어날 때부터 보유한 유전자가 행동의 방향을 결정하고, 몇몇 행동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촉발될 수 있음.
• 행동신경과학(behavioral neuroscience)의 관점: 인간행동에 관한 신경조직에 관해 논해 보상중추(reward centers)에서 분비되는 엔도르핀이 동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줌.

<학습된 요소>

• 동기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성장하며 점진적으로 획득되는 추동과 관련이 있음.
• Ex) 성취욕, 권력욕

<인지적 요소>

• 기대(expectation)과 관련한 인간의 사고, 신념, 태도가 동기를 결정함

특히 이 ‘기대’와 관련한 이론이 기대X가치이론인데요. 앳킨슨(Atkinson,1964)은 성취행동을 성취경향성(tendency to achieve)으로 대치하고 성공에 접근하려는 경향성과 실패를 회피하려는 경향성의 대립에 따라 우리 인간이 보다 탁월해지려는 욕구, 타인과 경쟁해서 이기려는 욕구, 어려운 일이나 극복하고 싶은 높은 기준을 충족시키려는 욕구 등에 대한 욕구인 성취욕에 따른 성취동기를 유발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성취를 추구하는 경향, 즉 ‘성취경향성’은 성공하려는 동기(motivation for success)와 개인이 지각한 과제의 성공 가능성(probability of success), 그리고 과제에 성공했을 때 얻는 유인가(incentive value for success)의 세 요소를 곱해서 나타냅니다. 반면 실패를 회피하려는 경향은 실패를 회피하려는 동기(motivation to avoid failure), 실패 가능성(probability of failure)과 실패하였을 때 발생하는 부정적 유인가(probability incentive value of failure)가 곱해져서 나타나죠.

성취경향성 = 성공에 접근하려는 경향성(성공하려는 동기 x 과제의 성공 가능성 x 성공시 유인가) – 실패를 회피하려는 경향(실패를 회피하려는 동기 x 실패 가능성 x 실패시 부정적 유인가)

이에 따라 성취경향성은 대립하는 두 경향성의 강도 차이를 의미하게 되며 이 결과값에 따라 낮은 성취 동기 혹은 높은 성취동기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 성공 가능성과 실패 가능성은 그 행동에 따른 ‘기대’이고 성공과 실패에 대한 정적/부적 유인가는 ‘가치’에 해당하기에 기대x가치이론이라고 하는 것이죠. 그는 성취경향성이 높은 사람(성공에 접근하려는 경향성이 높음)은 중간 난이도의 수행과제를, 성취경향성이 낮은 사람(실패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높음)은 극단적으로 높거나 낮은 난도의 과제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을 세웠는데 대부분의 경우 예측 값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각 성취상황에서 어떤 과제를 선택하는 지에 관한 그의 연구는 이후 등장한 특정 과제를 선택하는 이유, 즉 목표에 대한 연구의 초석이 되었으니 충분히 의미 있는 연구였던 것입니다.

이후 많은 연구를 거쳐 등장한 동기이론 중 우리가 가장 익숙한 것이 아마도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기효능감은 사회인지이론 영역에서 나온 이론인데요. 사회인지이론의 관점에서 인간 행동은 자기조절체계(self-regulatory system) 안에서 이해됩니다. (Bandura, 1986) 자기조절체계는 외부 환경의 자극을 상징화하고 학습하며, 다양한 행동을 계획하고 조절하는 능력입니다. 이를 주장한 반두라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은 환경-개인-행동의 세 가지가 상호작용해 결정되는데(삼자상호작용론), 이때 개인의 영역에서 지각과 행동 간의 관계를 조절하는 것이 자기효능감입니다. 즉 자기효능감은 ‘특정한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활동을 조작하고 실행하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념’인 것이죠. 따라서 자기효능감은 성취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에 자신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개인의 신념 혹은 기대로 수행의 질을 결정하는 데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동기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자기효능감과 더불어 자주 나오는 개념이 자기개념, 자아존중감인데요. 비슷해보이는 자기효능감, 자기개념, 자아존중감의 차이를 알고 계시나요? 간단히 말하면 자기개념은 ‘자신이 지각하는 자기 자신’이고 자아존중감은 ‘자신이 평가한 자신에 대한 가치판단’이며 자기효능감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개념(self-concept): 자신에 대한 전반적인 지각

자아존중감(self-esteem): 자신에 대한 가치판단의 결과

자기효능감(self-efficacy): 구체적 상황 혹은 맥락, 과제에 국한된 능력에 대한 판단

학업적 자기효능감, 직무효능감, 교사효능감 등이 자기효능감에 속하는 것이죠. 또 반두라에 의하면 우리는 자신의 수행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자기효능감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타인이 수행하는 것을 관찰하거나 생리적 지표를 통해 자기효능감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직접적 성공 경험뿐만 아니라 자신과 유사한 다른 사람의 성공 경험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개인의 효능감이 증진될 수 있는 것입니다. 저 사람이 해냈으니 왠지 모르게 나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이유모를 자신감, 심리적 근거가 있는 타당한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타인의 칭찬이나 언어적 설득도 자기 효능감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이와 반대로 비난을 받거나 스스로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타나는 자신의 생리적 지표를 자신감이 없거나 불안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경우 자기효능감이 감소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자기효능감에 따라 동일한 능력을 갖고 있을지라도 자신의 능력에 대한 효능감을 높게 지각할 때 자기효능감이 낮은 사람보다 실제 수행이 더 높게 나타날 수 있기에 자기효능감이 성취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동기 요인 중 하나로 여겨지는 것이죠.

성취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자신의 직무적 자신감, 직무 효능감도 높은 줄스는 성공하려는 강한 동기와 성공할 것이라는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 성공 시 보장된 확실한 유인가를 동력 삼아 나아가는 듯해 보입니다. 그런데 그런 그녀를 주춤하게 하는 단 하나의 요인이 있으니 바로 가족이었습니다. 자신이 일에 집중하는 사이 멀어진 사랑하는 딸과 남편, 그녀에겐 그들을 잃었을 때의 부정적 유인가가 너무나도 큰 나머지 그녀는 가족만큼이나 사랑하는 일을 내려놓을 결심을 했습니다.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일에 대한 미련을 뒤로한 채 말이죠. 그런 그녀를 다시 움직이게 한, 그녀의 행동을 동하게 한 인턴 ‘벤’은 그녀의 옆에서 그녀의 업무적 능력을 인정해 주며, 칭찬해 주고 고무해 주며 그녀에게 다시금 ‘효능감’을 실어 줍니다. 일과 가족 사이 흔들리던 줄스에게 둘 모두를 잘 할 수 있는 ‘효능감’을, CEO 줄스와 멋진 아내이자 엄마인 줄스로의 ‘효능감’을 되찾아준 것이죠. 성취만을 바라보던 줄스의 시야에, 그래서 ‘CEO가 아니면 가정적인 엄마’라는 극단적인 기로 앞에 놓인 줄스에게 드디어 성취해야 하는 ‘목표’가 아닌 ‘이유’가 생긴 듯해 보입니다.

매일마다 새로운 것이 쏟아져 나오고 어제의 유행과 오늘의 트렌드가 다른 빠르디 빠른 사회에서 우리는 꽤나 다양한 상황에서 우리의 ‘성취’를 평가받곤 합니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라’, ‘나만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말하면서 그 이야기 속에 담긴 성과와 성취를 평가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종종 ‘우리가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갈까’ 하는 이유를 잊곤 하는 것 같습니다. 성취와 목표가 있는 삶 역시 중요하지만, 그렇게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다 보면 점점 ‘흐려지는 본래의 목적’은 우리를 계속해서 다음 골을 찾아 나서는, 마음 없이 그저 자신을 소모하며 움직이는 사회의 조각으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더욱 이유가, 동기가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나아가고 달성해 나가는 과정에서의 모든 경험에 가치를 더해줄, 우리가 소모되고 있는 것이 아닌 값진 경험으로 충전되며 나아가게 만들어줄 성취 동기 말이죠. 그러니 ‘동기’를 잠시 잊으셨다면, 문득 너무 힘들거나 번아웃이 찾아올 위기에 놓이셨다면 우리 한번 행동의 이유를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의 행동에는 어떤 이유가 담겨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