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음과 그냥
열린 마음을 가진다는 게 의지만큼 쉬운 게 아니다.
입으로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결국 내 습관에, 나의 편안함에 닫혀있는 벽들을 가지고 있다.
벽이라고 느껴졌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나도 모르게 아주 낮은 닫혀있는 마음들이 있다.
‘그냥’에는 어느 정도의 호기심과 어느 정도의 불안감이 들어있지만, 꽤 쓸만한 의지가 들어있다. 누군가 ‘너는 이거 왜 해?’라는 질문에 ‘그냥 일단 하는 거야’라고 대답한다면, 그 대답 속에는 열려있는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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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생활자들에게 8월은 특별하다. 바로 휴가의 계절이다. 출근과 퇴근의 반복적인 루틴이 익숙한 직장인에게 휴가는 일단 설렘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막상 휴가를 맞이하면 다소 어색한 하루하루의 연속이다. 그 어색함이 반갑고 소중하기에 휴가는 마냥 기다려진다. 젊었을 때는 해외로 떠나거나 해외로 떠나지 못하더라도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을 꽉 채워 보냈었다. 지루함과 따분함을 견디지 못해 도파민으로 휴가 일정을 꽉 채웠다. 그리고 마지막 날 피로와 허탈함으로 출근 전 마지막 밤을 지새웠다. 올해의 휴가는 조금 다르게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도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며칠을 빼고는 아무 계획도 없는 며칠을 둬서 비우는 휴가를 테마로 8월을 계획했다.
비우는 휴가의 시작은 대단하지 않다. 평소와는 다르게 서호가 일어나는 시간에 같이 일어나 서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운동을 했다. 한껏 땀을 흘리고는 아내와 서윤이와 점심을 먹었다. 서호를 다시 데리러 가야 하는 오후 4시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서윤이랑 영화를 보거나 아내와 요가를 하거나 마트를 함께 다니며 약간의 어색하지만 즐겁게 지냈다. 비록 소소한 일들로 그냥 채워진 시간이었지만, 어느 휴가보다 그 그냥 하는 일들이 좋았다.
하루는 아내와 서호가 잠깐 박물관을 구경하는 동안 서윤이랑 서점에 갔다. 한 시간 남짓 서점에서 책을 볼 생각에 약간 설렜다. 딱히 읽고 싶은 책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서점에서의 한 시간이 기다려졌던 것은 서점이라는 공간에 있다. 서점에는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지식과 감정들이 모여있다. 그곳에 나를 그냥 내던지는 순간 일단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안도감이 든다. 심지어 내가 착해지고 있다는 착각까지 들 정도다. 예전에 대학생 때도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시간이 남으면 서점에 갔다. 그리고 아무 맥락도 목적도 없이 책 사이를 거닐며 이 책 저 책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보면 눈에 띄는 책들이 있다.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그냥 내 마음이 닿은 것이다. 때로는 담백하고 때로는 화려한 책 표지나 제목들을 훓터보며 내 마음이 어디에, 왜 동하였는지 한참을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알게 된 나의 고민과 관심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서점에 도착하자마자 아내와 서호는 박물관으로 향하고 서윤이는 보고 싶었던 책이 있다고 서둘러 나를 떠났다. 이제부터가 설렜던 혼자만의 탐험의 시간이다. 눈과 발이 이끄는 대로, 베스트셀러의 책들을 표지판 삼아 돌아다니다 보니 소설책 코너에 한참을 서 있는 내가 보였다. 쉽게 지나친 코너들을 지나 몇 권의 소설책을 이리저리 훑다가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어차피 곧 아내와 서호가 돌아오기에 다 읽지는 못하겠지만 적당한 자리를 찾아 한 권을 읽어볼 요량으로 자리를 찾았다. 서윤이는 벌써 자리를 자치하고 책을 읽고 있었다. 서윤이가 보이지만 약간 떨어진 자리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서점의 한켠에서 작은 소설책 한 권을 읽고 있자니 여유롭고 한가로운 오후가 그렇게 달콤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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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함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아내와 서호가 오고 나서 서둘러 책을 원래 있던 소설 코너에 가지런히 두었다. 아쉬운 마음에 책을 사서 볼 요량으로 사진을 찍어 두었다. 집에 돌아와 남은 일들을 하고 책을 주문하려고 핸드폰을 들었다. 분량이 많지 않았던 책이라 한 3~40%를 읽고 남아 있는 소설책을 다시 사서 보자니 뭔가 망설여졌다. 갑자기 전자책이 떠올랐다. 나름 매우 고지식한 부분이 있는 성격이라 그동안 전자책은 독서라고 인정하지 못했었다. 책장 하나하나를 넘기면서 읽는 독서만이 찐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고상한 신념도 몇 푼 앞에서 망설이는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밀리의 서재’에 읽던 책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1개월 구독을 했다. 서호가 잠에 들기로 하고 그날 저녁 남은 소설의 이야기를 끝냈다. 책장을 넘기는 낭만은 없었지만, 꽤 재미있는 독서 경험이었다. 그동안 멋도 모르는 고집으로 이 경험을 놓쳤다고 생각하니 잠깐 한심했다.
열린 마음을 가진다는 게 의지만큼 쉬운 게 아니다. 입으로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결국 내 습관에, 나의 편안함에 닫혀있는 벽들을 가지고 있다. 벽이라고 느껴졌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나도 모르게 아주 낮은 닫혀있는 마음들이 있다. 하지만 그걸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좋은 기회들이 찾아올 때 드러나는 마음들에 귀찮아하고 주저하게 되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나이가 조금씩 차갈수록 더 열린 마음에 의도적으로 집중하고 싶어진다. 열린 마음 뒤에 오는 받아들임으로 다른 경험이 나에게 채워지고 ‘더 나은 나’를 볼 수 있다. 비어진 시간에서 여유로운 생각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조급하지 않게 내 마음이 열렸고 쉽게 받아들여졌다. 전자책으로 전환하지 않고 책을 사는 것을 고집했다면, 돈이 아까워 바로 사지 못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나의 달콤했던 서점 독서 휴가는 무의미했을 것이다. 책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 서의 뿌듯한 감정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꽤 쉽고 여운이 있었던 소설 속 이야기를 마치게 되었고 마지막 페이지 버튼을 눌렀다. 나도 몰랐었던 나의 작은 벽을 넘어서니 다른 세상이 있었다. 그 뒤로도 전자책으로 몇 권의 책을 읽었다. 물론 다른 독서 경험이었지만 틀린 독서는 아니었다.
오피스 공간을 계획하면서 ‘열린 공간’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아무래도 집중의 시대에서 소통의 시대, 더 나아가 통섭의 시대를 살면서 열린 공간이 주목을 받았다. 열린 공간에서는 누구나 쉽게 주변의 여러 일들을 나도 모르게 경험하고 상호작용을 하면서 자극과 정보의 양이 늘어난다. 이를 피곤해하거나 쓸모없이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필요했거나 간절했던 사람들도 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각자 일의 태도에서 비롯된 반응이다.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고 해서 모두가 다 같이 모든 것을 공유하고 나누며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의 환경이 주는 자극과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각자 일의 태도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회사에 갓 입사했을때 스마트폰이 생겨났고 모두 혁신이라고 했다. 그 찬란했던 혁신은 이제 너무나 일반적인 일상이 되었고, 그후 디지털 전환을 거쳐 AI를 겪고 있다. 누구나 평등하게 겪는 시대적 변화에서 나의 태도가 결국 나의 일을 대변한다.
열린 공간을 기획하는 사람으로서 나조차도 부끄럽게 ‘받아드림’이 부족했던 것 같다. 기술의 화려함과 유려한 속임수에 속아 그럴듯한 것을 만들어 놓고 으스대는 게 싫어서, 정직하고 기본이 서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면서, 지레짐작으로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이 결국 마음을 닫았다. 그렇다고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시 열고 해보면 되는 것이니. 그때 가장 좋은 무기가 ‘그냥 하는 마음’이다. ‘그냥’에는 어느 정도의 호기심과 어느 정도의 불안감이 들어있지만, 꽤 쓸만한 의지가 들어있다. 누군가 ‘너는 이거 왜 해?’라는 질문에 ‘그냥 일단 하는 거야’라고 대답한다면, 그 대답 속에는 열려있는 마음이 있다. ‘그냥’의 마음가짐은 열려있는 상태로 시작하는 좋은 출발선이다. 그다음 나의 움직임으로 얻어지는 결과에 따라 멈추기도 하고 지속하기도 한다. 여기서부터의 의지는 사실 '그냥'은 아니다. 멈추었다면 ‘그냥’은 초라해졌겠지만 그래도 경험을 얻었다. 멈추지 않고 지속할 수 있었다면 ‘그냥’은 기회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망설이지 말고 일단 그냥 해야 한다.
자주 보는 유투브의 웹드라마가 하나 있다. 청년들의 사랑과 고민을 꽤 깊이 있고, 사실적으로 다루면서 항상 마지막 대사는 똑같이 끝난다. 약 10분정도 되는 드라마에 무언가 강력하게 주장하지도, 그렇다고 아무 맥락없이 재미만 담지는 않는다. 논리정연하게 잘 풀어낸 서사는 아니고 명쾌한 결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뱉어낸 한마디가 잔잔한 여운을 준다. 아직 많은 가능성을 가진 청년들의 이야기라서 그 한마다가 더 서사와 어울린다. 적당한 여운과 알수 없는 미래를 그리는 '그냥'이 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냥'은 대단한 목표 의식이나 발전 가능성을 쫓지 않는다. 그래서 그 마음에서 출발한 행동으로 천천히 경험을 쌓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마음의 문을 열고 나와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일단 그냥 해보는 거다.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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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에 찾은 낭만 [휴가 중 독서]
한권의 책을 다 읽는다는게 매우 뿌듯해지고 기특합니다.
다독을 하는 독자는 아니지만 독서에 무한한 낭만이 있다고 믿는 독자입니다.
8월에 무려 4권의 독서를 했습니다.
물론 예전부터 읽다가 미뤄왔던 1권의 독서를 포함해서죠.
2권의 소설과 2권의 에세이를 읽으며 낭만을 만끽했습니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며 책을 읽기도 하고
아이의 낮잠시간의 평화에 침대에 누워 전자책을 켜기도 했습니다.
그냥 이 4권의 독서를 기분 좋게 끝내서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저 잘한거 같습니다.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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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안녕
비보가 선택한 장편소설이라길래 읽었습니다. 섬세한 감정을 다루는 문장들이라 신기하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전자책을 만나게 해준 책입니다. 좋은 계기를 만들어 주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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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여름
여름이라서 택했습니다. 하루정도에 단숨에 읽은 소설입니다. 무더운 여름을 함께 책과 느꼈습니다. 성해나라는 소설가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성해나 소설집을 사서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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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공감필법
전자책 구독하고 뽕을 뺄 생각으로 독서 크리에이터가 추천한 책이 있길래, 제가 동경하는 글쓰기 작가의 글이길래 읽었습니다. 한 7-8년 전 책이지만 내용이 아주 좋습니다. 특히 저와 독서, 글쓰기의 생각이 같아서 놀랍고 더욱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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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행위 : 존재의 방식
창조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다루는 주제는 깊이가 있지만 매우 쉽게 이야기 하는 책입니다. 종이책을 읽으면서 전자책에 하이라이트를 할 수 있다니 이 복합적 경험이 더해져서 독서가 재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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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회 입니다.
글쓰기 화두로 열린 마음과 그냥을 택했던 건
제 글쓰기와 조금 닮아서 였습니다.
생각을 나눈다는게 처음에 쉽지는 않았습니다.
글쓰기를 동경하는 마음에 이 방식을 택했고
그냥 일단 써보자하는 작은 출발로 시작했습니다.
많은 독자는 아니지만 주변의 몇몇 분이
좋은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이를 지속하게 되는 힘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그냥 일단 써보는 것을 지속해보려 합니다.
어떤 행동을 꾸준히 한다는 것도 쌓이면 무기가 된다는 생각입니다.
꾸준히 써서 공유하겠습니다.
이번달에 책을 읽다가 하이라이트한 문구가 인상깊어 마지막으로 소개합니다.
'공유는 예술을 만드는데 지불하는 대가이다.
당신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것은 그 수수료이다.
이 경험에서 재생이 일어난다.
당신의 내면에서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새로운 재료를 발견한다.
이후에 나올 모든 작품을 위한 재료도.'
이번에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생각이나 제안있으면 언제든지 알려주세요.
부족한 제 글의 독자 여러분의 따뜻한 피드백, 항상 기다라고 있겠습니다.
👉keepgoingmjmai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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