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운 단어가 사랑받는 시대
중산층의 밥상은 매주 수요일 발송됩니다.

중산층의 밥상, 6화
님의 낭만을 위하여
*마지막 중산층의 밥상에 대한 피드백 혹은 자유롭게 남기실 말씀을 적어놓는 칸을 마련했습니다. 
여러분의 낭만은 안녕하십니까? 

 최근에 낭만이라는 단어를 쓴 적이 있으신가요? 잊을수록 그립고 어느새 그리움마저 잊어버리게 되는 '낭만'은 마치 정부지원에 의해 명맥이 유지되는 어떤 예술처럼 사라지고 있는 단어입니다. 

주정적(主情的)·이상적(理想的)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심리적 상태. 또는, 그런 심리 상태로 인한 감미로운 분위기.

 낭만의 정의를 보면 우리는 늘 낭만에 닿아있습니다. 사람들이 신세계 본점의 홀리데이 라이트업을 보고 찍는 것도 단순히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환상적인 조명을 보며 느껴지는 어떠한 분위기가 분명히 있습니다.
 낭만에 대한 정의 어디에도 어떤 것을 추억한다는 내용은 없지만 이 글의 초반부를 무리없이 읽어내리신걸 보면 우리는 낭만을 현재진행형이 아니라 철저한 과거형으로 보고 있습니다. 낭만을 꿈꾸는 일은 오히려 미래형에 가까움에도. 

 INFP인 저는 지극히 낭만적인 사람입니다. 안국역 3번 출구를 나서면 줄어들지 않는 카페 노티드의 줄이 있습니다. 그 줄을 서지 않을 특권을 준다하여도 저는 개의치 않고 가회동 골목을 거니는 일을 우선으로 할 것입니다. 낮은 고도의 한옥, 갈색 벽돌 건물이 주는 감성, 그로 인한 감미로운 분위기를 즐기는 일은 제 삶의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고 고즈넉한 산책을 붐비는 식당에 들어가는 것보다 무조건 더 선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은 낭만을 이유로 밥과 술을 먹으러 갑니다. 어쩌면 낭만이 대접받는 비예술분야는 요식업 밖에 없지 않을까 합니다. 인스타 감성이라는 단어로 가려져 있는 가치가 많습니다. 낭만도 그 중 하나입니다. 선호하진 않을지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어떠한 낭만이 발걸음을 이끄는 공간들. 이번 중산층의 밥상을 통해 노래합니다.  
서서낭만
낭만의 비효율성 - 명동서서갈비와 스탠딩바 전기 코스

 낭만이 지속되지 않는 건 불편하고 비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매일 느낄 수 있고 쾌적하기만 하다면 낭만의 깊이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은 오래 기억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서서 먹어야 하는 특별한 규칙을 갖고 있는 두 업장이 걸어서 12분 거리에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반드시 이용해야 할 우연입니다. 오리지날은 아니지만 나름의 매력을 키워온 명동 서서갈비와 일본의 타치노미야에서 영감을 받은 공간 스탠딩바 전기, 두 곳을 진심으로 소개합니다. 

저 아닙니다. 
명동서서갈비 - 엠티의 추억. 삼겹살 대신 소갈비를 곁들인.

 무조건 서서 먹어야 하는 식당 중 거의 유일하게 고객의 이해를 받은 식당인 서서갈비는 서서 먹으니 회전율이 좋고, 그 회전율로 인한 수익을 갈비의 가격에 녹인 곳입니다. 소갈비 1인분인 150g에 15,000 원이라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얄짤없이 서서 먹어야 하고 고기를 내어주시는 것 외에 모든 것은 셀프서비스입니다. 햇반과 신라면도 직접 해먹어야 하는데 굉장히 좋은 점은 배달도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강남면옥' 명동점의 물냉과 비냉을 무조건 시켜먹습니다. 처음에야 을밀대 무교점에서 평냉을 시켜먹었지만 아무래도 달달하고 강한 양념의 소갈비에는 톡쏘는 함흥 물냉면이 훨씬 잘어울립니다. 가게 주소로 배달을 시키면 되는데 가끔 배달하시는 분들이 고깃집에서 냉면 시켜먹는 돌아이로 보시기 때문에 입구에서 망설이시기도 하는데 원래 그런 곳이라는 설명을 좀 해드려야 합니다. 

 서서 고기를 굽고 먹다보니 엠티에서 먹던 고기가 자연스럽게 생각납니다. 좋은 고기도 아니고 열악한 환경에서 대량의 고기를 굽는게 참 불편했는데 떠올리기만 해도 추억에 잠기는 순간입니다. 그런 낭만을 가지고 꽤 맛있는 축에 속하는 소갈비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기니 만족도가 상당했습니다. 엠티에서 고기를 먹으면 술을 참을 수, 아니 아무도 참으라고 안하듯, 소맥을 시원하게 즐겨주고 2차로 향해주시면 됩니다. 
맛있는 시그니처 마늘간장소스
비냉 물냉 모두 주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탠딩바 전기 - 비유하기 어려운 오리지날리티

 10분 정도 걸으며 갈비를 소화시키면 스탠딩바 전기에 도착합니다. 몹시 무거운 문을 열면 마치 커뮤니티가 드러나듯 오밀조밀한 공간이 드러납니다.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어주는 신나는(?) 음악이 귀를 열심히 때려박습니다. 주인장의 합리적이고도 고도의 취향이 반영된 술메뉴(소츄, 사케, 위스키 등)도 흥미롭고, 잘하는 이자카야에서 나올 법한 해산물 메뉴도 좋습니다. 

유행어를 잘 사용하는 편은 아니지만 처음 이 공간에 방문 했을 때 아마 이런 느낌의 말을 계속 외쳤을 겁니다.
"내가 원했던게 바로 이거잖아!'

 스탠딩바 전기는 그 자체로 훌륭한 기획이지만 몹시 재밌는 행사와 팝업을 많이 합니다. 갑자기 타코 팝업을 하기도 하고, 오뎅 오마카세를 열기도 했습니다.(오뎅 오마카세는 이제 형제업장인 '남작'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시작되며 앉아서 먹는 후쿠오카 고마사바동 정식 식사메뉴를 열었는데 무척 구미가 당기는 메뉴이지만 서서 즐기는 멋진 낭만의 플레이스가 잠시 쉬어가는 것 같아 아쉬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강남신사청담 멋쟁이나 홍대 멋쟁이들 말고 무어라 묶을 수 없는 멋진 낭만쟁이들이 모이는 공간. 스탠딩바 전기의 영원을 이렇게나마 응원합니다. 
즐거웠던 타코 팝업
오뎅 오마카세 남작에서 꼭 즐겨보세요. 

클리세. 낭만과 떨어뜨릴 수 없는 단어.
낭만의 신생업장 '무드 서울'

 일일 드라마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클리세하면 떠오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설정'이 디테일보다 중요한 분야라 한번 만들어진 클리세는 반복 재생됩니다. 그런데 그 뻔한 장면이 일상에서는 만나기 어렵습니다. 재벌이라는 일일드라마의 극적인 설정 때문이겠죠. 

 클리세 중 한번 쯤 본 장면은 한강변 고급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와인을 마시는 일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런 업장으로 유명한 힙플레이스는 없습니다. 극적인 공간이라 그런 것일까요? 환상적인 한강뷰에 너무 비싸지 않은 가격, 괜찮은 음식들이 더해진다면 완벽함에 가까운 공간이 될 수 있을텐데요. 
 마블 촬영지 출신 새빛둥둥섬은 한강뷰를 논하는 일이 웃기는 위치입니다. 한강 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곳에 늘 이상한 업장만 생겨서 참 아쉽고 안타까웠는데 압구정 힙플 '사브'를 탄생시킨 와인나라에서 누군가가 꼭 했어야 할 바람직한 도전을 해주었습니다. 새빛둥둥섬 중 솔빛섬 전체가 '무드 서울'로 재탄생했습니다. 심지어 2층은 미친듯이 신이 났던 재즈바 겟올라잇이 '무드 서울 바이 겟올라잇'으로 함께합니다. 
 
 극강의 한강뷰, 해산물 위주의 준수한 플레이트, 전문성 있는 와인 셀렉, 재즈까지 더해진다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낭만적인 밤이 탄생합니다. 샤블리에 잔뜩 취해 재즈 공연을 보며 소리 지르다보니 다음 날 무척 힘들었습니다. 역시 낭만은 고생이 좀 필요한 부분입니다. 

 한강변에서 우아하게 와인을 마시는 낭만은 재벌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밥중세대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 되었습니다.  초대를 받아 방문했지만 진심으로 재방문해 낭만적인 밤을 또 만들어보려 합니다.

*본 소개글은 무드 서울 측의 소프트오프닝 초대를 받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중산층의 밥상을 아껴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낭만의 상징, 포장마차
 드라마 이야기를 또 하자면 드라마에서 술을 마시는 장소는 딱 세곳입니다. 최고급 바, 이미 주인공을 너무 잘알고 있는 동네 단골 술집, 그리고 안주 안시켜도 화 안내는 포장마차. 그 중에서도 자주 등장하는게 포장마차인데 혼자 안주 하나도 안시키고 가끔 우동 정도만 시켜서 소주 두세병을 비워내는 것을 보며 의아해 해왔습니다. 왜냐면 환상과 낭만을 갖고 혼자 포장마차로 유명한 종로 포차 거리를 가면 붐비는 사람들 속, 민망하게 혼자 앉아 만오천원 자리 안주 꼭 시켜야 하거든요. 상봉역 다리 밑 포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웨이팅 눈치 보여서 감성은 커녕 눈치만 실컷 보다가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오늘은 프로혼술러 모조민의 찐 포장마차를 소개합니다. 드라마처럼 혼자 가서 술을 기울여도 크게 어색함이 없는 편안하고 후미진 곳들.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 하는 낭만을 추천드려요.
민정이네집(검색X) - No 눈치 가능 리얼 포장마차 (장수보쌈 바라보고 왼쪽으로 가다보면 나옴)
고단한 하루가 많습니다. 고단할때마다 사람 만나는 것도 귀찮고 홀로 소주를 기울이고 싶지만 뭔가 해장국집은 싫은 밤이 있습니다. 그런 날에 발견한 포장마차입니다. 위치는 유명한 장수보쌈 옆이고 검색으로 찾을 수 없는 곳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붐비지도 않고 근처 시장 상인 분들이 주로 이용하는 걸로 보입니다. 
 야장 테이블에 앉은 뒤 안주 주문 강요는 없었지만 배가 무척 고파 야채곱창 순대 반반을 주문했습니다. 상당한 양이 나왔는데 그래도 1인분이 맞습니다. 혼자 소주를 기울여도 쳐다보는 사람은 이모님 밖에 없습니다. 라면이나 우동도 무척 시키고 싶어집니다. 이런 곳이라면 드라마 주인공 감성으로 홀로 2~3병 금방 비울 것 같아 무서워졌습니다. 취한 채로 버스를 타고 기다립니다. 코로 나오는 알콜 어린 숨이 괜히 기분 좋습니다. 
지금 보니 민정이네집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그냥 중구 어느 포장마차였습니다. 
신설동 곱창전문점(검색 X) -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한빛로 40
곱창전문점 아닙니다. 물론 곱창도 팔긴 파는데 한번 밖에 안먹어 봤습니다. 비지찌개가 맛있고 꼼장어도 맛있고 엥간하면 전부 맛있습니다. 젊은 손님은 없습니다. 꽤나 고생 좀 하신 것 같은 신설동 거친 아저씨들이 많습니다. 일종의 할렘 찐맛집 느낌입니다. 갈때마다 취해서 언성 높이는 아저씨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쉽게 추천은 못하겠습니다. 러프함의 낭만은 있지만 호불호가 심하게 갈립니다. 그래도 이모님들은 얼마나 친절하신지 모릅니다. 아, 그리고 김밥을 꼭 시켜야 합니다. 짭잘한 안주와 소주에는 김밥 만한 사이드 메뉴가 없습니다. 김밥으로 메인 목을 소주로 씻어보세요. 이거야 말로 신설동의 낭만 포차가 아닐 수 없습니다.
피드백 주고싶어 하시는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답장으로 주신 분들도 많아구요.
여러가지로 소통의 창구가 없는게 아쉬운 상황이라 우선 피드백부터 받아보려 합니다.
앞으로 더 멋진 기획으로 찾아 오겠습니다. 
본문에 언급된 모든 식당은 방문을 추천드리며, 식당에 대한 비방이라 여겨지는 부분은 
오해입니다. 식당명 클릭 시 네이버 지도로 연결됩니다. 
모든 문의: jmsense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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