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버, 도시재생과 재개발의 차이를 알고 있나요? 재개발은 쇠퇴한 도시의 물리적 환경 정비, 경제적 활성화에 초점을 둔 개발이에요. 도로나 상하수도 같은 공공시설을 정비하고 주택도 새로 건설해, 도시가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해요. 도시재생은 재개발에서 발전된 개념이에요. 도시재생은 물리적 정비에 치우친 재개발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했어요. 도시재생은 물리적 개발에 거주자를 고려하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개발을 고려하는 개념이죠. 원래 살던 사람을 고려해 느리게 마을을 개선하는 것이 도시재생의 핵심이에요.

지난달 4일은 도시재생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되는 날이었어요. 지난해 12월까지 전국 560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됐는데요. 단비뉴스 취재팀이 지난해 10월부터 도시재생사업 종료 후 마을의 상황을 살펴봤어요. 현실은 기대와 달랐어요. 도시재생사업이 종료된 마을 중 일부는 전면 철거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었어요. 도시재생사업 추진 중에 마을에 재개발추진위원회가 꾸려져도, 이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었죠. 또 도시재생사업이 마을의 쇠퇴한 환경을 충분히 개선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었어요.

이번주 <단비다이브>에서는 도시재생사업의 실태와 도시재생사업의 주요 성과물로 꼽히는 ‘거점시설’, 그리고 도시재생에 성공한 일본 사례까지 소개할게요.

빨간 글씨로 ‘철거’ 표시, 종이상자, 깨진 세숫대야, 냄비... 낙후된 도시가 아니라, 도시재생사업 종료 후 재개발을 추진 중인 광주 양동 어진마을의 풍경이에요. 어진마을은 무려 5년에 걸쳐 도시재생사업을 하고 나서, 곧바로 철거를 했어요. 이렇게 도시재생 종료 후 재개발을 한 곳은 광주 어진마을만의 얘기가 아니었어요. 서울과 경기, 광주에서 모두 5개 사업지가 비슷한 과정을 겪었죠.

이렇게 도시재생사업이 끝나자마자 재개발이 추진되는 이유는 뭘까요? 한 마을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며 동시에 한편에서는 재개발을 추진해도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어요. 또, 도시재생사업 종료 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마을이 다시 쇠퇴하는 문제가 있었죠. 이렇게 도시재생 종료 후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세입자를 위한 주거 대책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어요. 결국 도시재생사업 종료 후 재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일부 주민들은 원치 않게 마을을 떠나야 했죠.

물리적 개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도시재생사업의 방향이 바뀌고 있어요. 기존에는 ‘공공 주도, 보존 위주’였다면, ‘민간 주도, 개발 위주’로 달라진 건데요. 정부는 도시재생의 기존 의미를 고려하지 않은 채 “보존에 치우친 도시재생사업이 주민의 낙후된 생활 환경을 개선하지 못했다”고 말했죠. 지난해 7월 국토부는 도시재생사업에서 전면 철거 재개발을 허용하고 민간의 참여도 확대했어요. 도시재생사업기획단 산하 부서 4곳 중 3곳의 명칭도 ‘재생’에서 ‘정비’로 바뀌었죠. 하지만 도시재생의 의도를 생각해보면, 민간과 개발을 앞세운 사업에도 여러 문제가 따를 것 같아요.

다이버, 거점시설이 뭔지 아시나요? 거점시설은 주민을 위한 공공 공간이에요. 도시재생이 필요한 낙후지역엔 공공 공간이 많이 없죠. 이를테면 주민들이 모여 이웃들과 함께 얘기할 곳이 부족해요. 그래서 도시재생 지원사업을 할 때 거점시설을 만드는 건데요. 거점시설이 많아지면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주민들의 삶이 훨씬 더 윤택해질 거예요.

문제는 도시재생사업이 끝나고, 거점시설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거예요. 단비뉴스X뉴스타파 기획취재팀은 지난 2월 15일과 22일에 서울역 인근 용산구 서계동과 청파동에 있는 거점시설 세 곳을 취재했는데요. 공유서가, 공유주방, 카페, 전시/공연장에 비치된 책상에는 곰팡이가 피어있었고, 비에 젖은 우편물과 먼지가 쌓여 있었어요. 세 거점시설은 지난 2016년 ‘서울형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생겼는데, 지난해 3월부터 1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고 해요.

거점시설들은 왜 이렇게 방치되고 있는 걸까요? 도시재생사업을 주관한 서울시는 “시설 이용률이 낮아 수익성이 떨어져 시설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실제로 거점시설 대관이나 프로그램 참가를 사전 예약제로 운영해, 인근 주민들이 거점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없었다고 해요. 거점시설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대개 노인들인데, 이들에게 예약제는 너무 낯선 제도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