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나아지고, 마침내는 작아질 것입니다
죽을 만큼 괴로웠던 고통이, 시간이 흐른 뒤 돌이켜보면 작게 느껴졌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별 일 아니었기 때문은 물론 아니겠지요. 이런 경험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어떤 ‘별 일’도 언젠가는 흘러간다는 사실입니다. 절망의 한복판에 있을 때는 쉽게 믿어지지 않겠지만, 그렇기에 재차 떠올려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나에게는 고통을 흘려보낼 힘이 있다는 것을, 버텨낸 시간의 끝에는 반드시 회복이 있다는 것을.

이번 주의 플레이라이프 뉴스레터에서는,
  • 이겨내는 게 아니라, 버틸 수 있을 뿐 라디오 PD 김혜민 님의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 흔들리지만 가라앉지 않는다, 침몰할 듯 위태로운 이들에게 필요한 문장을 전합니다.
  • 더 읽어볼 거리를 모은 이번 주의 playlife CHOICE를 전합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할 만큼, 평탄하게만 살아온 것 같은 사람. 하지만 그의 삶에도 숱한 변곡점은 존재했습니다. 라디오 PD 김혜민 님이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는 이야기를 줄기차게 전하는 이유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일’은 겪지 않은 것 자체가 자신이 사회에 진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영원히 반복되는 고난은 없다

라디오 PD | 김혜민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어요
어느 날 문득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 성격이 좋아서인 줄 알았는데, 철이 들고 돌아보니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일을 겪어본 적이 없더라고요. 물론 개인적으로 힘든 일은 있었어요. 아버지가 쓰러지신 적도 있고, 취업 때문에 고생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사회적으로 혐오와 차별을 받은 경험은 없었죠. 제가 사회에 진 빚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생각을 계기로 정신 건강에 관해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없어요. 그냥 버티는 거죠
제가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보는 마지막 날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졌어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입사에는 성공했지만, 굉장히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죠. 그 때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고난 일지’라는 제목이었지만 나중에 ‘축복 일지’라고 이름을 바꿨어요. 이 시간은 분명히 지나갈 거고, 결국 저를 성장시킬 거라고 믿었거든요.

경험과 감정들은 내 인생을 쌓아가는 블록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어려운 시간도 하나의 블록일 뿐이에요.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없어요. 그냥 버텨내는 거죠. 다만, 그 버티는 스스로를 존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김혜민 님의 '내 마음을 성장시켜준 것들'

☑️ 축복 일지

‘축복 일지’를 썼던 시기가 제 삶의 변곡점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읽어보면서 돌아보면 별 일 아니었던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해요. 시간의 마법이죠.

"그러다가 어느 책에서 한 문장을 만났다. '흔들리지만 가라앉지 않는다'라는 말이었다. 라틴어 원문으로는 'Fluctuat nec margitur'라고 한다. 그 당시에 내 심정이 아마 곧 침몰할 것 같은 난파선에 올라타고 있는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문장 전체가 내 가슴 깊은 곳에 닻을 내렸다. 그리고 젊음의 시간 내내 큰 위안이 되었다. 그 전에는 흔들리는 것조차 용납하지 못하고 자책했지만 그 문장을 만나고 난 뒤로는 흔들리는 것을 허용할 수 있었다. 늘 제대로 길을 가야 한다고 다그쳤다면 이후로는 헤맬 수도 있고 방황할 수도 있음을 용납할 수 있었다."
source 문요한, <나는 왜 나를 함부로 대할까>, 해냄출판사

playlife talk 💬

우리는 모두 흔들리는 중입니다. 삶이라는 여정 속에서 으레 겪어야만 하는 크고 작은 풍랑일 뿐이지요. 배가 침몰한 것도, 인생이 망한 것도 아닙니다. 배는 그리 쉽게 뒤집히지 않을 겁니다. 우리의 지난 여정이 증명하지요. 당장은 가라앉는 것 같아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고, 지금 이 순간은 곤두박질치는 것 같아도 길게 보면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것처럼요. 흔들리지만, 가라앉지는 않을 겁니다.
playlife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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