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에도 레퍼런스가 필요한 현대인을 위해 0% 레터가 준비한 창작자들의 재충전 스토리를 읽어보세요. 재충전
지금 당신의 배터리는 몇 %인가요? 아무리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도 나를 돌보지 않으면 소진되기 마련입니다. 잠시만이라도 어깨 위의 짐들을 내려놓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휴식에도 레퍼런스가 필요한 현대인을 위해 0% 레터가 준비한 창작자들의 재충전 스토리를 읽어보면서요. 선선해진 날씨에 어울리는 따뜻한 차를 한 잔 곁들이면 금방 100%를 회복할 수 있을 거에요. 용기내어 녹음한 첫 곡부터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까지, 음악의 여정은 다양한 형태로 이어집니다. <믹스테잎> 시리즈는 뮤지션의 진심을 음악과 함께 담는 기획입니다.
위수 싱어송라이터 위수는 사랑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자신만의 어조로 담담하게 풀어놓습니다. '앨범' 단위의 작업을 좋아하는 위수는 직접 작사, 작곡, 편곡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스토리와 컨셉이 명확하게 들리고, 보이는 작업으로 누구나 겪을 법한 일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벅찰 감정들을 정제해 차곡차곡 담습니다. 가장 뜨거웠을 여름 속 재충전
위수 EP 지나간 여름을 안타까워마 (2021) <날씨 맑음> 날씨가 제법 더워진 듯해요 그대는 어디서 무얼 하는가요 시간은 없고 핑계만 대고파 여길 당장 떠나고 싶다면 숨을 크게 쉬어봐요 여기가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죠 맑게 개인 날씨 그 어디쯤에 우리 마음이 여기 함께 있다는 게 중요해요 Track 1. 멀지 않은 곳이어도 좋다 언젠가부터 나는 늘 앉은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모르고 내리 밤을 새며 작업을 하는 사람이 됐다. 체력이 좋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곡을 만들고 가사를 쓰고 편곡을 하는 일이 규칙적인 시간에 시작하고 끝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극단적으로 일을 몰아서 할 때면 늘 건강이 악화되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오래 앉아있는 탓에 상·하체는 분리되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러면 그제야 나는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서 밖을 나선다! 상쾌한 바람을 들이마시러, 눈에 푸르른 것들을 담으러. 멀지 않은 곳이어도 좋다. 위수 싱글 니가 이 넓은 바다라면 나는 기꺼이 빠져들어 가끔 너무 높아 입술 아래까지 차 올라 넘실댈 때에도 아마 너는 고요히 잔잔히 나를 안아줄 거야 Track 2. 강릉행 티켓을 끊고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생각을 정리해야 할 때면 무작정 배낭에 화장품 샘플과 책 한 권, 필름카메라, 여분의 옷 한 두벌 넣는다. 배낭을 메고, 한쪽 어깨에는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건반악기를 매고서 서울역으로 간다. 강릉행 티켓을 끊고 열차에 올라탄다. 숙소는 가는 기차 안에서 예매한다. 강릉은 내가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좋아하는 바다다. 어느 바다보다 제일 맑고 푸르다. 그래서 제일 자주 걸음했다. 점심쯤 도착하면 숙소에 체크인부터 한다. 악기는 숙소에 내려두고서 바다를 보러 간다. 해안 길을 따라 쭉 걷는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플레이리스트에 가득 채워서 걸으면서 걷고 또 걷는다. 귓가에는 파도 소리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담고, 눈에는 마음껏 푸른 바다를 담는다. 그러면 살 것 같았다. 걷고 걷다가 나오는 카페거리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며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맥주나 와인을 산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술을 홀짝홀짝 마시며 챙겨온 작은 건반악기를 연주한다. 그러다 잠이 든다.
잠에서 깨어 숙소 창문을 열면 바닷소리가 들린다. 그럼 그 바닷소리를 한참 듣다가 다시 잠에 든다. 그런 날을 하루라도 보내고 오면 금세 다시 충전이 된다. 위수 싱글 흐르는 시간 속에 우리는 아름다워(2018) <흐르는 시간 속에 우리는 아름다워> 저 빌딩 숲은 화려하게 빛이 나고 저 하늘 위 별들은 소소하게 빛나는데 넌 어떤 사람이고 싶어 내게만 말해봐 들어줄 준비가 돼 있어 이리 와 이리 와 이리 와 이리 와 서로의 품에 안겨 아름다와 아름다와 아름다와 흐르는 시간 속에 우리는 우리는 우리는 우리는 아름다와 아름다와 아름다와 Track 3.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일 작업하다 너무 답답할 때면 내가 지금 당장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으로 갔다. 그건 바로 ‘옥상’이었다. 예전에 지내던 오피스텔 옥상은 정원처럼 되어있었다. 그곳에서 가끔 건물 아래의 풍경을 내다 보며 음악을 듣기도 하고, 작업하다 귀가 피곤한 날이면 귀를 쉬게 해주러 아무것도 듣지 않은 채로 멍하니 있었다. 다른 소리를 듣는 것이다. 바람 소리, 자동차 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같은 것들 말이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일은 재미있다. 괜히 세상을 구경하는 느낌이 든달까. 그렇게 몇 분 옥상에서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환기가 된다. 위수 싱글 편지 (2020) <편지>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오면서 무슨 일 있어도 나는 널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지 아직도 그 마음 변치 않았어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거야 Track 4. 3천 개의 단어를 쓰기 위한 우리의 수다 사람은 평균적으로 하루 3천 개의 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말이 필요하지 않은, 혹은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지만, 말을 해야만 스트레스 해소가 되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혼자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다. 그러면 친구에게 괜히 전화를 건다. “뭐해?”라고 첫마디를 건네면, 친구는 알아서 눈치를 챈다. ‘얘 심심하구나.’ 그럼 그때부터 3천 개의 단어를 쓰기 위한 우리의 수다는 시작된다. 이어지는 위수만의 이야기는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쉬지않고 달려가는 것만이 정답일까요? 칼날 담금질하다 의 뜻으로서의 '쉬'(淬) 처럼 지칠땐 잠시 멈춰서서 번뜩이는 자신만의 칼날을 갈아보는것도 중요합니다." — 여성주의 아티스트 콜렉티브 사일런트메가폰 여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 활동으로 매년 정기적인 전시를 개최해온 사일런트메가폰이 여성주의 작가 11명과 5번째 전시 <쉬다가여(淬多加女)>를 준비합니다. 여성주의가 도래했음에도 이어지는 여성 혐오 범죄와 코로나19로 위협받는 일자리 등 지친 여성들에게 재충전을 할 수 있게 '여성과 휴식'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어요. 특히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체험형 공간으로 설계, 여러 작품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꾸며집니다.
사각 프레임에 담긴 무궁무진한 시각과 상상력. 창작자들의 비전(Vison)을 프레임을 통해 만나 보세요.
한승무 파도 소리에 숨겨 가져온 조각들
과학자들은 온 우주에 별이 바닷가 모래 알갱이들보다도 많다고 한다. 나는 아무래도 모래 알갱이가 더 많아 보이는데. 알갱이들이 얼마나 작고 고운지 양손 가득 딱 한 움큼만 퍼서 밤하늘에 흩뿌리면 반짝반짝 다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 세 번 뿌리면 밤하늘은 아마 대낮처럼 밝아질걸. 하지만 아이들이라면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다섯 번, 여섯 번, 열 번, 정말 우주별의 개수가 과학자들 말처럼 바닷가 모래알보다 많아지고 밤이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게 변해 버릴 때까지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뿌려댈 것이다. 어떻게 저렇게 뒷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뒷일 걱정에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끝까지 안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때 그거랑 그거 안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에 혼자 속으로 뿌듯해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둘째 빨랫감 바지 주머니를 뒤집다가 거실 바닥에 모래 한 움큼을 쏟았다.
나도 친구네도 등산화를 챙기는 스타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미끄러운 플라스틱 밑창 운동화를 벗고 맨발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침 안개에 축축하게 젖은 바위산은 멀리서 봤을 땐 큰 모양이 둥글둥글 귀여웠는데 맨발로 밟아보니 표면이 두리안 껍데기처럼 뾰족뾰족해서 발이 너무 아팠다. 몸무게가 가벼운 아이들은 따갑지도 않은지 도란도란 금방 짙은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지다가 그냥 그 자리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멀리서 작게 들려오는 아이들 소음에 집중했다. 무슨 일이 생기면 부르겠지. 어디서 들어본 명상 흉내도 내고 숲 향기가 밴 습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너무 조용해서 조금 걱정스러울 즈음 아이들이 안개를 뚫고 바로 옆에서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자기들끼리 발견한 비밀장소와 고슴도치 이야기를 속삭이듯 들려주면서 나는 어디에 있었냐고 물어보길래 계속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물과 쿠키를 차려주었더니 이번엔 자기들이 쿠키를 먹으면서 기다릴 테니 조용히 가서 고슴도치를 보고 오라고 시켰다. 발바닥은 아팠지만 궁금하기도 해서 살금살금 가르쳐준 장소에 가보니 정말 큼지막한 고슴도치가 바닥을 긁고 있었는데 나를 보자 느릿느릿 뒤뚱뒤뚱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돌아와서 고슴도치가 멀리 가버렸다고 보고했다. 아이들은 그제야 목소리를 높이며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했다. 안개가 갑자기 걷혔다. 온종일 고슴도치 이야기를 하고 고슴도치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도시락을 한 보따리 싸서 종일 바다에서 아이들을 봤다. 겨울의 바다 노을은 색바림이 특히 아름답지만 짧게 나타났다가 금세 불을 끄고 수평선 너머로 사라져 버린다. 예쁘게 그려 놓고 결국 시커멓게 먹칠해 버리는 아이들 그림 같다. 바다에서 나오는 길에 달달한 유화물감 향기가 살살 퍼졌다. 아이들은 킁킁대며 처음 본 화가 할아버지가 사탕이라도 끓이는 줄 알고 갓 펼친 이젤 주위에 바싹 달라붙었다. 유화물감 냄새라고 했더니 그렇다면 물감을 먹어보고 싶다고 졸랐다. 할아버지는 익살스럽게 물감을 찍어 먹고 고통스럽게 죽는 연기를 보여줬는데 연세도 있으신 분이 죽는 연기를 너무 열심히 해서 그만 모두 숙연해지고 말았다. 입맛을 다시며 툭툭 털고 일어난 화가는 문득 노을을 놓칠세라 황급히 붓을 잡고 캔버스 앞에 서서 작업에 푹 빠져들었다. 나는 사진을 찍고 마음속으로 인사한 다음 아이들을 파도 소리에 숨겨 사각사각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주 FRAME은 puzzlepoet 창작자의 그래픽노블 〈여왕과 마녀〉 속 장면과 시나리오로 찾아옵니다. 텀블벅 커뮤니티와 함께 만들어가는 코너, <초이스>는 다양한 주제의 설문을 진행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수집하고 나눕니다.
'일을 잘하기 위해선 오히려 더 잘 쉬어야 한다.' 부쩍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말입니다. 오래된 속담으로는 '개구리도 멀리 뛰기 위해 최대한 몸을 움츠리는 법'이 있습니다. 창작을 위해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창작자들은 작업과 휴식의 경계를 어떻게 구분 짓고 있을까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이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들려줬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직접 연주하거나 좋아하는 영화 음악을 들으면서 집 주변을 걷습니다. 꾸준히 즐겨듣는 영화음악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박경환 1집 "다시 겨울"(2013) LP〉 재주소년 박경환 이게 과연 재충전일까 싶지만 일상에서 자주 하는 일은 결국 '관심사 검색'입니다. 갖고 싶었던 LP나 Tape. 악기 또는 텐트를 검색하면서 일단 스스로를 달램과 동시에 무엇에 대한 소유욕이 가장 강한가를 가늠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들 중 하나를 손에 넣어 감상, 연주. 혹은 조용한 캠핑장에 앉아 있게 되는 그 순간 나름의 재충전을 하게 됩니다. (...) 보고, 읽고, 자극 받기 〈한 여름의 꾸덕 바!〉 양과자점 플레지르
저는 조급증이 심하여 종일 잠자기 전까지도 달콤한 것들을 만드는 아이디어에 매달리며 끈질기게 생각하는 편인데, 아침 출근 전에는 잠시 책을 읽으며 심신을 달래요. 요즘은 지대넓얕(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앝은 지식)이라는 책을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저는 막막하거나 재충전을 하려 할 때, 서점 탐방을 갑니다. 서울에는 구석구석에 다양한 독립서점이 있어 버스만 타도 쉽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서울에 살지만 가끔 속초나 대구 등 다른 지역에 방문하면, 꼭 그 지역의 동네서점, 독립서점에 들른답니다. (...) 몸을 움직이다 보면 날아가는 고민들 만화 〈장례식 케이크 전문점 연옥당〉 일러스트레이터 산호 일과를 마치고 동네 공원을 뛰며 재충전을 합니다. 서늘한 밤공기도 좋지만, 몸을 움직이는 일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최대한 생각 없이 몸이 기억하는 것을 하는 거예요. 물을 끓이거나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거나 나가서 먹을 것을 집어요. 제일 개운해지는 건 샤워인데 머리를 감고 몸을 닦고 일정하게 떨어지는 물 소리를 들으면 찝찝하게 갖고 있던 일에 대한 부채감이 줄어들고 아이디어를 새롭게 다룰 수 있는 여유가 생겨요. 그리고 만화가 50%, 직장인 50%인 사람의 책상/데스크테리어 영상에 나온 것 처럼 모래시계나 문진을 가지고 놀아요. 다음 동작에 대한 고민 없이 멍하니 할 수 있는 행동을 반복해서 완전히 새로운 일에 대한 압박감을 좀 푸는 듯해요! 새롭거나 익숙한 음식을 맛보기도 하고, 나만의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창작자 29명의 다양한 재충전 방법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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