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V는 ‘디자인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서부터 시작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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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디자인 씽킹이라는 말이 널리 알려지고, 서비스 디자인이나 UX라는 개념이 익숙해졌다고 해도, 여전히 "디자인을 한다"라고 하면 “그림 잘 그리겠네”라는 말이 따라나온다. 거의 90% 이상이다.
아직까지도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미학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과 거의 동률로 여겨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꾸미는 것,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것이라는 이미지는 100년 전의 디자인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디자인의 한 측면을 꾸준히 지배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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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디자인의 가치는 아름다움에 국한되지 않는다. 디자인은 어떤 포장이나 겉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만드는 시도이자 구체적으로 그 변화를 실현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여기서 변화란 더 나은 사회를 향한 변화다. 빈곤, 위생, 안전, 평등 등 수많은 사회적 변화를 이뤄가는 데 있어서 디자인은 중요한 도구가 된다. 예를 들어, 개발도상국 빈민가에서 산모들이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돕는 출산 키트, 아프리카 아이들이 먼 거리를 물통을 들고 다니는 대신 쉽게 운반할 수 있도록 회전형 물통을 만든 사례(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있지만 그 논의는 차치하자), 또는 또는 빈민가 주민들이 지속 가능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상업적 가치를 지닌 제품을 개발한 사례들은 모두 디자인이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도구로서 어떤 지평을 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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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디자인은 깊이 있는 사고Thinking를 통한 행동Action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다양한 사회 영역에서 변화를 위한 액션Action for Change를 실현하는 것이 곧 우리가 주목하는 디자인의 역할이다.
Design is Action for Chan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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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V는 이렇듯 '변화를 만드는 디자인의 역할'의 관점으로 주제를 선정한다. 가끔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기회가 생기면 어떤 생각으로 이런 주제를 선정해는지 종종 듣곤 하는데,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왜 이런 주제들을 선정했는지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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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주목했던 것은 이동이었다. 누구나 ‘이동’이라는 경험에서 제약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이를 실현하기 위해 디자인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이동은 단순히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움직이는 행동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생리적 요구를 해결할 수 있다. 화장실에 가거나, 식사를 하거나, 잠을 자는 등의 기본적인 일상은 모두 이동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더 나아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학교에 가거나, 회사에 가거나, 또는 취미를 즐기거나. 그런 의미에서 이동을 할 수 있는 것과 이동할 수 있다는 자유는 누구에게나 중요한 삶의 조건이다. 이렇게 '이동권'이 중요한 조건임에도 왜 아직 많은 사람들은 이동에 제약을 경험하고 있는가?
여기서 제약이라고 말한 것은 그 원인이 이들의 사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한 환경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동에 제약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지체 장애인, 시각 장애인, 뇌병변 장애인, 영유아 동반자, 만 65세 이상 어르신 등)을 만났고 영감을 줄만한 사례와 인사이트를 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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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라는 주제는 우리가 주로 다루는 포용적 디자인이나 접근성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날 시각장애인 당사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의 꿈은 안마사가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먹먹했다. 예전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몇 차례 만났던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던 시각장애인 청년이 몇 년 후 안마 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이었다. 물론, 안마사라는 직업은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고자 한 것은 직업의 다양성이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어떤 직업도 가질 수 있을지 직업의 스펙트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우리가 만난 몇몇 시각장애인은 학교 역사 선생님으로, 접근성 전문가로, 건축가로 일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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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는 것. 사람은 누구나 잠재력이 있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 특별히 시각장애인 건축가인 크리스 도우니와 인터뷰는 접근성을 고려하는 디자인은 '접근을 허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생동감있게 만드는 행위'라는 통찰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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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장애 아동에게는 놀이 권리가 제대로 주어졌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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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와 함께 여러 동네 놀이터를 수백 번도 넘게 방문했지만,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을 만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 발달장애 아동을 자녀로 둔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또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이 주제가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처음에는 부끄럽게도 아이들이 뭔가 ‘다른 방식’으로 놀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이 아이들에게 ‘특별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설을 세웠다. 하지만 실제 부모님들과 대화해보고, 놀이 행동을 관찰 해본 결과 '특별한 무언가'보다도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게 다가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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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경우에 따라서 모두 휠체어를 사용해야 하는 아이들이 방문하는 공간이라면 구성이 약간 달라질 수 있지만, 하지만 장애 유무와 관계 없이 아이들은 모두 아이들이다. 술래잡기를 하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서 숨거나, 좁은 틈에 끼거나, 신나는 소리나 독특한 촉감을 좋아하거나 아이들의 동심이란 놀랍도록 유사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동심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공간을 고민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 실제 그런 공간은 아이들에게 놀이의 주도권을 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최근 도서관 호에서도 특수학교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누며 깨닫게 됬지만 아이들 중 특히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주도권이란 얼마나 주어지지 않았던가. 덧붙여 장애 아동들도 마음껏 놀수 있는 놀이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설도 시설이지만 어떤 공간이던 장애 아동과 그 가족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진행했던 150명의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이 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많은 부모님들은 장애 아동이 놀이터에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로 주변 사람들의 눈치나 피하려는 행동을 꼽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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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생활 안전부터 재난까지 안전을 위한 디자인의 요소는 무엇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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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이란 어떤 경우에도 가장 중요하게 지켜져야 할 조건이다. 어떤 디자인도 안전하지 않다면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안전을 고려한 디자인에서는 어떤 요소들을 중점적으로 고민해야 할까? 앞선 키워드들처럼 굉장히 폭넓은 주제다. 앞선 세 편이 주로 장애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았다면, 안전 시리즈는 장애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 위생, 홍수, 전쟁, 총기난사 사건과 같이 안전이라는 키워드로 우리가 주목해야할 시대적인 이슈들을 담았다.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공간을 리빌딩할 때 어떤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는가? 우크라이나 전쟁 중 피난민들을 위한 임시보호소를 디자인하는 건축가에게 공간은 어떤 가치를 갖는가?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들에게 공간 디자인은 어떤 것들에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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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시니어 세대의 디지털 접근성은 어떤 것들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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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노인 이라는 키워드는 한국 사회에서 당면한 주요한 주제다. 지금처럼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된 환경에서, 디지털 서비스를 어려워하는 세대들의 접근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것인가? 디지털 방식은 분명 효율적이다. 사람의 시간적, 물리적 에너지를 절약하고, 특정 과업을 월등히 빠르게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어르신들이 디지털 방식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그들에게 디지털 서비스는 종종 "잘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여기에서 핵심은 멘탈 모델, 즉 살아오면서 형성된 사고의 틀에 있다. 시니어 세대는 디지털 이전의 방식을 기반으로 삶의 경험과 신뢰 체계를 쌓아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숨겨져 있는 구조, 예를 들어 어떤 버튼을 눌러야 수정할 수 있고, 그 결과값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이해가 직관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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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 과정이 명확히 드러나고 물리적 피드백이 주어지는 방식이 훨씬 익숙하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종종 보이지 않거나, 논리적 단계를 건너뛰어야 할 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한 인터뷰이는 카드 자동 결제 대신에 아니라 대면으로 직접 주고 받는 현금 결제가 가장 확실하다고 말했다. 물론 앞으로 현 X세대가 60대이상이 된다면 베이비부머 세대와 비교해 디지털 격차는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나, 그럼에도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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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hikawa Prefectural Libra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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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경제적, 사회적 조건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지역 사회의 거의 유일한 공간이다. 심지어 놀이터마저 해당 아파트 주민이 아니면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서비스 차원의 장소가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누구나 받아들일 준비가 된 공간이어야 한다. 이러한 공간은 어떻게 포용적이어야 하는가? 물리적인 장벽뿐 아니라 심리적 장벽도 고려한 공간이 되고자 한다면 어떤 요소들을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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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체, 감각, 인지 영역에서 지원이 필요한 사용자들도 함께할 수 있는 포용적인 디자인을 지향한다. 어떻게 하면 이런 사용자들도 살아가는데 앞서 언급한 제약을 겪지 않고 동등하게 경험하며 인간으로서 자유의지free wil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을까? 여기서 말하는 자유의지란 철학적인 개념이라기보다, 자신의 생각과 의도를 그대로 실현하며 살아가는 삶이다. 그래서 누구나 신체적, 정신적 조건과 관계 없이 자유의지를 통해 ‘최상의 경험’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이 곧 포용적인 디자인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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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제품, 서비스, 공간이라 할지라도 인식의 변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탑승 가능한 저상버스가 개선되었더라도, 탑승하는 휠체어 이용 승객을 기다리는 주변 사람들이 부정적인 뉘앙스를 보인다면 지속적으로 이용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물리적인 장벽보다 더 큰 것은 바로 심리적인 장벽이다. MSV에 여러 사람들의 스토리와 사례를 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식의 변화와 구체적인 환경의 변화가 서로 맞물릴 때 비로소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우리가 그런 촉매제가 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2025년 새해를 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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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너무 바빠 뉴스레터를 작성하고 발송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너그러운 이해 부탁드립니다. 지금도 빡빡한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깨닫게 된 의미있는 내용들이 많아, 시간과 힘이 닿는 대로 좋은 인사이트 많이 전달 드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25년 한 해에도 풍성한 기쁨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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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만드는 인사이트. MSV의 다른 글도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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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미션잇은 장애인, 고연령층 등 지금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사용자 경험을 연구하는 디자인·콘텐츠 기업으로, 포용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위한 깊이 있는 전략을 만듭니다. MSV는 Meet Social Value의 약자로 콘텐츠의 선한 영향력을 지향하는 미션잇의 브랜드입니다. MSV 뉴스레터는 포용적 사회를 지향하는 2,000명이 넘는 독자분들이 구독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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