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혹시 '넘순이', '넘돌이'를 아시나요? 연주자 옆에 앉아서 악보를 이어 볼 수 있도록 적당한 타이밍에 악보를 넘겨주는 넘순, 넘돌이들은 대개 긴장한 표정을 하고 있어요. 실수로 일찍 넘기거나, 늦게 넘기는 바람에 연주에 차질이 생기는 아찔한 상황을 상상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대부분 연주자는 무대에 오르기 전, 악보를 거의 외워 옵니다. 그래서 넘순, 넘돌이의 실수가 연주의 질을 결정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지금은 악보를 외워서 연주하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1823년 폴란드에서는 아주 주목받을만한 일이었어요👀 오늘의 주인공인 마리아 시마노프스카가 역사에 길이 남아있는 것 역시 이 때문입니다. 암보 연주의 시초로서 음악사에 발자국을 남긴 이 대단한 여성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따라오세요! 

1789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출생한 마리아 시마노프스카는 어릴 때부터 뛰어난 음악적 재능으로 눈에 띄는 아이였어요. 어린 마리아를 가르치던 선생님이 얼마 지나지 않아 마리아의 부모에게 "더 수준이 높은 선생에게 보내라"라고 조언했을 정도로 마리아의 피아노 실력은 일취월장했죠.

그렇게 음악 실력을 키워가던 1810년의 어느 날, 폴란드의 수도이자 마리아의 고향인 바르샤바에 음악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막 20살이 된 마리아는 전문적인 음악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었어요. 그러나 곧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옵니다. 바르샤바 음악원이 여학생을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였어요🤷🏻‍♀️ 이 소식을 들은 마리아는 곧바로 파리로 떠났지만, 곧 바르샤바에 돌아왔고, 다행히 이곳에서 저명한 음악 선생님을 만나 계속 음악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6년 후, 마리아는 26세의 젊고 유망한 음악가가 되어 있었어요. 유명한 단체로부터 초청받아 연주하고 슈만에게 호평받기도 했죠. 그가 호평받았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암보 연주였는데요. 1823년, 폴란드의 포즈난에서 열린 독주회에서 그는 자신의 <카프리치오>를 모두 외워서 연주했고, 이를 계기로 마리아는 명성을 얻게 됩니다✌🏻 이후 프란츠 리스트, 클라라 슈만이 마리아의 뒤를 이어 암보 연주를 선보였어요. 암보 연주가 피아니스트들의 실력을 증명하는 수단이 된 것도 이들 덕분이죠.

암보의 역사 첫 페이지에 있는 마리아 시마노프스카. 그가 주목받았던 이유는 악보가 연주의 핵심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악보는 언제부터 음악가의 필수품이 되었고, 그 많은 음악가가 같은 악보를 볼 수 있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요?

구전으로 내려오던 음악을 종이 위에 그릴 수 있게 된 후, 악보는 주로 전문 필경사에 의해 그려지고 배포되었어요✍🏻 그렇게 몇몇만 소유할 수 있었던 악보를 여러 사람이 볼 수 있게 된 것은 구텐베르크의 인쇄 혁명 이후부터입니다. 글자와 다르게 생긴 탓에 책 출판보다는 늦어졌지만, 인쇄 혁명 이후 50년이 지난 1501년, 페트루치라는 사람에 의해 처음으로 복잡한 다성음악 악보집이 출판되었죠📚

이후 파리에서 오선과 음표 등을 한 번에 찍어내는 기술이 개발되고, 악보가 대량으로 생산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16세기부터 대중은 “악보”를 통해 음악을 소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자신이 쓴 악보를 가지고 직접 연주를 다녀야 했던 작곡가들은 이제 연주자를 고용하여 악보만 주면 그만이었죠😎 이에 따라 작곡가와 연주자가 분리되고, 악보를 통해 국경 넘어까지 음악이 알려질 수 있게 되었어요. 클래식 음악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알려지게 된 데에는 출판의 역할이 컸답니다. 

마리아는 폴란드 민속 음악에서 많은 요소를 빌려 작곡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폴란드 음악가인 쇼팽의 음악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장르들, 예를 들어 녹턴, 폴로네이즈, 왈츠 등을 마리아의 작품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어요.

그러나 쇼팽보다 먼저 녹턴을 작품으로 대중화한 작곡가가 바로 마리아입니다! 심지어 그는 녹턴이라는 장르를 창시한 아일랜드 작곡가 존 필드의 직속 제자이기도 했어요. 그래서인지 실제로 녹턴을 폴란드에서 처음 작곡한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죠. “쇼팽 작곡의 시작점이 마리아와 매우 맞닿아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마리아는 쇼팽에게 큰 영향을 준 작곡가입니다🤓

야상곡이라는 뜻을 가진 녹턴, 오늘 밤은 녹턴을 틀어놓고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어떠세요? 쇼팽과는 또 다른, 담백한 매력이 있는 마리아 시마노프스카의 녹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