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최민서 인턴기자가 미쟝센단편영화제 소식을 들고 왔습니다. 저도 보고 싶은 화제작이 소개돼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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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쟝센단편영화제>
독립영화.. 좋아하시나요? 저는 좋아합니다. 한국 독립영화를 이야기할 때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바로 <메기>, <우리집>, <벌새>인데요. 이 세 편의 영화를 함께 묶어서 말하는 이유는 세 영화의 개봉 시기부터 독립영화를 본격적으로 보게 됐기 때문입니다. 세 여성 감독의 각기 다른 색채가 담긴 영화들은 한국 독립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에는 없었던 낯선 감각은 물론 주변부에 머물던 캐릭터의 생생한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으니까요. 저 역시 그 시기를 지나며 이런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는 영화들을 더 보고 싶다는 기대를 하게 됐습니다.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이런 기대감을 다시 품게 만드는 영화제입니다. 국내 유일의 장르단편영화제이자 새로운 감독들의 실험적인 시선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곳이니까요. 현재를 관통하는 사회적 이슈를 다룬 ‘고양이를 부탁해’ 섹션이나 유머를 통해 사회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품행제로’ 섹션 설명에서부터 낯설고 독특한 영화를 만나볼 수 있을 거라는 설렘이 차올랐습니다.
영화제는 막을 내렸지만 올해는 상영작 44편을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동시대의 질문을 각자만의 언어로 풀어낸 영화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단편 영화 네 편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먼저 오지인 감독의 <스삐디!>입니다. 영화는 1989년 서울을 배경으로 합니다. 속독 학원에 앉아있는 아홉 살 소녀 정민이, ‘스삐디~’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속기사 고모까지. 영화는 ‘무엇이든 빠르게!’가 중요했던 1989년 서울을 배경으로 합니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속독학원에 다니게 된 정민이는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게 하는 학원이 썩 맘에 들지 않았지만, 책 한 권을 빠르게 독파하는 동현 오빠를 보고 그만 반해버리고 맙니다. 그를 동경하며 연습에 몰두하지만 영화는 귀엽고 엉뚱한 성장 이야기로만 흘러가지 않습니다. 속독 발표회를 앞둔 정민이 기묘한 광경을 맞닥뜨리게 되기 때문이죠. 웃음을 자아내던 장면에서 서서히 기묘한 긴장감이 생기고 섬뜩함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정민의 감정선을 온전히 따라갈 수 있는 연출이 탁월했습니다. 시대를 설명하는 자막이 없어도 공간과 소품, 인물들의 말투와 분위기만으로 당시의 분위기가 생생하게 살아났고요. 낯선 배우들의 연기 역시 영화에 더 몰입하게 만듭니다.
오소영 감독의 <부력>은 신체검사 결과를 마주하는 승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학창 시절 외모 때문에 위축됐던 기억이 있다면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자기 이름이 불릴까 봐 긴장하는 승희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는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이 어린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를 보여줍니다. 영화의 연출과 음악은 사춘기 소녀의 복잡한 마음을 감각적으로 전달합니다. 승희가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까지의 감정을 섬세하게 따라갑니다. “너 방금 물에 떴지”라고 말해주는 선생님은 현실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어른의 모습일 수도 있지만 어린 시절 상처를 여전히 안고 있는 수많은 ‘승희’들에게 뒤늦은 위로가 되어줍니다.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화제작 김근호 감독의 <월남보살>은 무속이라는 익숙한 소재에 디아스포라라는 낯선 감각을 결합한 영화입니다. 소재도 독특하지만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더 참신하고 유쾌합니다. 신병을 앓던 수연은 내림굿을 받던 중 ‘베트남 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고등학생에게 당장 베트남에 가 베트남 신을 받아야 한다는 말은 너무도 가혹합니다. 한국에 남고 싶은 수연은 친구들과 독서실에서 황당한 작전을 벌입니다. 우리끼리 굿을 해서 ‘한국 신’을 부르겠다며 챗GPT에 상담하고 스피커와 산리오 부채, 아이패드로 셀프 내림굿을 진행합니다. 전통과 디지털, 한국과 베트남이 공존하는 이야기는 유쾌하고 젊은 감각을 통해 현재를 관통하는 사회적 이슈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정빛아름 감독의 <배우는 엄마>는 ‘엄마’라는 역할 뒤에 가려진 꿈을 들여다보는 단편 영화입니다. 아역배우인 딸 리아의 매니저 역할을 하던 연주는 코로나에 걸린 배우를 대신해 급하게 엄마 역할을 맡게 됩니다. 사실 연주는 카메라 공포증 탓에 연기를 그만두게 되었고, 시간이 흐른 뒤에도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은 여전히 두렵고 곤란합니다. 엄마와 딸이 같은 꿈을 꾸는 이야기는 ‘딸이 엄마를 대신해 못다 이룬 꿈을 이룬다’는 결말로 흘러가거나 희생만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뻔한 방식을 택하지 않습니다. 리아는 연주에게 연기 연습을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한 스태프가 둘이 연기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연주에게 보내줍니다. 연주의 눈물을 통해 실패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근육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배우’였던 엄마는 카메라 앞에 다시 서게 되면서 두려움과 마주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중의적으로 읽히는 제목은 물론 영화가 실패를 다루는 방식이 좋아 오래 여운이 남았습니다.
소개한 영화 외에도 한국 영화에서 자주 만나지 못했던 여성 캐릭터들은 물론 그들을 담아내는 새로운 시선까지 느낄 수 있는 단편영화가 많았습니다. 미쟝센단편영화제 상영작 44편은 7월 7일까지, 수상작은 12월 23일까지 넷플릭스에서 상영됩니다. 시대와 맞닿아있는 낯선 감각의 영화를 만나 볼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했다면 답장으로 함께 이야기 나눠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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