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먼의 위대한 걸작" 박명인
발행일자: 2022-08-12 
Vol. no 16 

베어먼의 위대한 걸작

 

by 박명인(한국미학연구소장, 아티파이 고문)


미국의 워싱턴 광장 서쪽에 위치한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ich Village)의 아파트에는

가난한 화가 수(Sue)와 여류화가 존시(Johnsy)가 살고 있었다. 아랫층에는 가난한 화가

베어먼이 살고 있었다. 그림이 전혀 팔리지 않아 가난했던 베어먼은 일생 동안 걸작을 남기고 싶은 소망으로 삶의 희망으로 삼았다. 위층에 사는 존시는 심한 폐렴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이런 상태로는 전혀 살 가능성이 없어요.”

의사는 힘없이 말했다.


존시는 삶의 희망을 잃고 있어서 친구 수가 격려하는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심약하고 예민한 존시는 삶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영기(靈氣)를 잃고 창밖의 담쟁이 벽에 걸린 마지막 잎새를 보고 있었다. 한 잎 한 잎 떨어지는 나뭇잎을 세면서 마지막 남은 잎새가 떨어지면 자신도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잎새들.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나도 간다. 나는 그게 3일 동안이라는 걸 알았어. 의사가 너에게 말하지 않았니?”

존시가 절망 어린 눈빛으로 수에게 말했다.

“의사가 나에게 말하기를 네가 좋아질 기회가 있다고 말했어. 그가 오늘 아침 나에게  말했거든.”


수는 마지막 잎새가 떨어질 때 숨을 거두고 싶어하는 절망에 빠진 존시에게 생명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말했다.


두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아래층에는 또 한 사람의 화가가 살고 있었다. 60세가 지난 베어먼(Behrman)이란 화가였다. 수와 존시의 이웃인 노인 화가. 그는 겉으로는 까칠하고 퉁명스러운 듯해도 이웃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희생정신이 넘치는 화가였다. 독일계였으며 머리는 사티로스같이 생겼고, 수염은 미켈란젤로처럼 생겼고 체형은 임프를 닮았다고 한다. 그림을 열심히 그리지만 팔리지 않아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걸작을 남기고 싶은 욕망에 차 있었다.


창 밖에는 진눈개비가 내리고 있었다. 눈과 비가 섞여 차가운 비가 온몸을 얼어붙게 했다. 베어먼은 담쟁이 앞에서 그림을 그렸다. 존시의 절망을 벗어 나게 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벽에 잎새를 그렸다. 그것을 보고 존시가 희망을 갖고 생명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으로 그림에 몰두했다. 그리고 진눈개비에 온몸이 언 채 쓰러졌다.


수가 존시에게 말했다.

“얘 존시야. 창문 밖 담장 위에 있는 마지막 잎새를 봐. 바람이 불고 있는데 그것이 왜 전혀 움직이지 않는지 경이롭지 않니?”

존시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 창밖의 나무 잎새를 보며 수에게 말했다.

“응, 그건 베어먼의 위대한 걸작이야. 그가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던 밤 그곳에 그걸 그려 놓은 거야.”

존시가 말했다.


아래층에 살고 있던 노 화가 베어먼이 나뭇잎 하나를 담쟁이 벽에 그려 심한 비바람에도 진짜 나뭇잎처럼 보이게 했다. 존시에게 삶의 희망을 주고 죽을 날만 기다리던 존시를 회복시킨 것은 친구 수, 의사, 그리고 가난한 화가 베어먼이었다.


“기적입니다. 환자의 상태가 완치되었으니 걱정은 없겠습니다.”

의사는 환하게 웃었다.

“그런데 아랫집에 사는 베어먼 씨가 폐렴으로 돌아가셨다는군요. 베어먼 씨가 사망한 장소에서 보니 몸은 빗물로 젖어 있었고 주변에 널려 있는 팔레트와 붓에 물감이 좀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의사는 의외의 말을 했다.


수는 존시에게 베어먼이 절망에 빠진 존시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밤새도록 비바람 속에서 담쟁이 벽에 나뭇잎을 그리다 폐렴에 걸렸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베어먼 노인이 사망한 장소에 발견된 팔레트에 녹색, 노란색 물감이 남아있었다. 말을 마친 수는 커튼을 열어 담쟁이 벽화를 보며 말했다.


“이것은 베어먼의 걸작(masterpiece)이야. 베어먼이 언젠가 걸작을 그릴 것이라던 호언장담이 실현된 것이야.”

윌리엄 시드니 포터(오 헨리: O. Henry 필명), "마지막 잎새" 작가

정신적인 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그 사람을 긍정해 주고, 지지해 주고, 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누군가이다. 바로 긍정이란 위대한 힘이기도 하다. 베어먼은 절망으로 생명을 포기하려는 존시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춥고 차가운 비바람을 맞으며 담장에 마지막 잎새를 그려 놓고 오히려 자신이 폐렴에 걸려 사망하게 된 것이다.


베어먼의 마지막 잎새는 위대한 걸작이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작품이다. 단편소설의 거장 오 헨리의 희생정신, 배려, 사랑이 담긴 인도주의적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에 나오는 작품이다. 소설 속에 이야기로 남겨진 작품. 그러나 이 마지막 잎새는 오 헨리와 더불어 영원한 가치로 존재하는 위대한 걸작이다.

담쟁이 벽의 마지막 잎새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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