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번째 만화다반사 (20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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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어도 이 세계는 계속되네. 그렇다면 거기에 무언가를 맡길 수 있지.
그것이 상실로 점철된 이 세계에서 태어난 일종의, 희망이야.”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중에서)

체험판 주4일제 덕분일까요? 5월은 아주 빠르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문학동네는 신작과 함께 6월에 있을 서울국제도서전도 준비중인데요. 독자분들을 가까이서 볼 생각에 두근두근하답니다💛 이번 호는 또 한번 해외 저자와 인터뷰를 나누었습니다. 바로 이번달에 완결되는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의 우오토 작가입니다. 최연소, 대상, 애니화 등 갖은 타이틀을 석권하며 떠오른 신예 작가의 깊고 진중한 작품세계를 아래 인터뷰에서 만나보시지요. 그리고 4월 호에서 예고했던 대로 5월 『만화다반사』에서는 구독자분들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메일을 끝까지 다 읽은 후 맨 하단을 살펴봐주세요🎁
☘️지금, 만화다반사_문학동네 만화편집부의 5월
🖋️고우영 『新고전열전』 전자책 출간
얼마 전 출간한 고우영 작가님의 『新고전열전』(전자책)에는 총 여섯 편의 고전 극화가 담겨 있습니다. 이중 「거북바위」 「아라노와 오가녀」두 편은 어린이 독자를 위한 만화인데요, 학습만화가 아닌 순수 어린이만화를 읽은 건 실로 오랜만이었습니다. 제가 어릴 적만 해도 어린이 신문이나 잡지가 여럿 있었고 거기에 실린 만화를 즐겨 읽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의 어린이들에게도 다음 화가 기다려지는 만화가 있나요? 출판만화를 읽을 줄 모르는 세대가 등장했단 이야길 떠올려보면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 같네요. 책 자체가 외면받는 상황에서 어린이만화의 소생을 꿈꾸는 건 추억팔이의 자기만족인가도 싶지만, 순수하게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해줄 어린이만화를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미래의 독자님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요.
🏥『닥터 프로스트』 17권 출간
개인의 혐오를 넘어 사회 혐오를 다루며 한층 폭넓고 성숙해진 시선을 보여주는 『닥터 프로스트』 시즌4. 한국 사회에 도래할, 혹은 이미 도래하고 있는 ‘혐오 범죄’를 짚어낸 마지막 이야기의 두번째 단행본이 출간되었습니다.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청년정치연구회가 노리는 것은 무엇이며 그 배후는 누구인지 밝혀가는 과정을 촘촘하고도 긴박하게 그렸습니다. 다음 타깃을 알아낸 프로스트 교수와 윤성아는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데요. 심리학 자문과 더불어 경찰 자문으로 더욱 탄탄하게 현실을 반영한 『닥터 프로스트』 17권,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정년이』 8권 출간
8권은 정년이의 어머니이자 전설의 〈추월만정〉을 부르고 사라진 채공선이 표지를 장식했습니다. (중년 좋아하시는 분들은 강소복 단장이 표지인 7권과 함께 나란히 두고 보시면 됩니다😉) 8권에서는 정년이와 영서가 국극을 하는 이유를 잃고 방황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문옥경이 영서에게 이런 말을 해줍니다. “삶은 정말 위대하지. 목적 없이도 살 수 있다니. 하고 싶은 일만 힘껏 하고 떠날 수 있어. 자유롭게.” 이 말이 제 가슴에도 날아와 박혔습니다. 맞아요, 목적 없이도 살아지고 하고 싶은 일만 해도 됩니다(인생 까짓거…). 『정년이』의 서이레 작가님의 《한겨레21》 인터뷰와 나몬 작가님의 네이버웹툰 신작 〈자멸기관〉도 같이 즐겨보아요!
🌹『뱀피어즈』 『마이 홈 히어로』 후속권 출간
『뱀피어즈』 4권이 5월 말 출간됩니다. 아키리 작가의 엣지 있는 작화와 선을 넘을랑 말랑한 개그력이 보다 폭발하는 4권이에요. 슬슬 흑막도 드러날 것 같구요. 벌써 5권이 기대됩니다. 『마이 홈 히어로』 21·22권도 5월 말 나옵니다. 이번에는 악당 중의 악당 시노와 구보가 만나게 된 과거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구보에게 ‘영원한 친구가 되어달라’ 부탁하는 시노의 프러포즈가 인상적이에요(ㅋㅋ). 아아~주 나쁜 놈들끼리 잘들 논다 싶지만요. 구보에 대한 시노의 믿음… 의리… 우정… 아니, 이건 사랑이라고 볼 수밖에…?🙈
🎵『손안의 안단테』 3·4권 6월 출간 예정
죽은 피아니스트를 기리는 두 사람의 사랑과 성장 드라마, 『손안의 안단테』 후속권이 오는 6월 초에 출간됩니다. 1, 2권에서 연조와 다울, 두 사람의 만남과 과거가 밝혀졌다면 3, 4권에서는 다울의 심장 공여자이자 연조의 옛 연인인 ‘유원’을 둘러싼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이번이야말로 ‘나윤희식 (사람 미치게 하는) 드라마’의 진수가 펼쳐진다고 자신해봅니다. 주목 포인트는 친구를 잃고 각기 다른 계절을 살아가는 나경, 연조, 주호 3인방의 관계성! 지난 권에 이어 초판부록으로 특별한 CD책갈피와 부클릿이 동봉될 예정이니 부디 이 과몰입을 함께해주시죠.
🌅〈2024 하고싶은 만화전〉 개최
만화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는 만화사 SideB가 준비중인 〈하고싶은 만화전〉이 10월 말 성수동에서 열립니다. 도서와 굿즈를 판매하는 북마켓은 물론, 만화를 만드는 창작자, 삐약삐약북스&쪽프레스와 같은 만화출판사, 새로운 만화 잡지이자 앤솔러지를 도모하고 있는 만화공업단지와의 만남 등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만화가, 평론가, 편집자들의 미디어 공개방송까지! 전 『연옥당』 산호 작가님과 『닥터 프로스트』 이종범 작가님 보러 가려구요…♡ 지난 24일부터 6월 30일까지 부스 신청을 받는다고 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한국만화, 여러분이 하고 싶은 만화 파이팅!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우오토 작가와의 만남

일본 만화대상 2위,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역대 최연소 수상자, 〈이 만화가 대단하다!〉 연속 상위권 랭크. 이 모든 타이틀을 거머쥐며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우오토’의 대표작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가 전8권으로 완결을 맞이합니다. 15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금지된 학설 ‘지동설’을 주창하기 위해 움직이는 이들의 연대기를 그린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한국어판 완결과 더불어 올해 애니메이션 공개까지(매드하우스 제작) 앞두고 있습니다. 오늘 『만화다반사』에서 슈퍼 루키 신인 만화가 우오토 작가를 서면 인터뷰로 만나보았습니다. 장대한 대서사시를 품은 97년생 작가의 머릿속에는 대체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본 인터뷰에는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이하 『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Q. 한국의 팬들께, 그리고 인터뷰로 처음 우오토 작가님을 알게 된 독자분들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우오토魚豊라고 합니다. 만화가입니다.  좋은 기회로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제 작품을 한국의 독자분들께서 읽어주신다니 영광스러운 마음입니다.

 

Q. (한국에서는 24년 5월 『지.』의 완결권이 출간되지만) 일본에서는 『지.』가 완결된 지 어느덧 2년이 흘렀습니다. 올해 애니메이션 방영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는데, 원작자로서 한발 앞서 맛보기도 했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어떤 심경인가요?
A. 2년 전에 완결된 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만들어진다니, 무척 기뻐요. 그림이 움직인다는 것에는 만화와는 또다른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이 훌륭합니다. (주제가도, OST도요.) 이것도 애니메이션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하기에 향후 독자분들께서도 꼭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Q. 일본 잡지 「POPEYE」에 실린 작가님의 서재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도 창작을 위한 자료 조사에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서재였는데요. 만화를 그리지 않을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작업 루틴, 취미 등 작가님의 일상이 궁금합니다.  함께 주목받고 있는 신인만화가들도 많은데, 혹시 평소에 친하게 교류하는 동료 작가도 있나요?
A. 일과 분리된 취미가 없어서 (그게 제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매일 책을 읽거나, 영화를 틀어놓고 시간을 보냅니다. 소극적인 성격이라 다른 만화가분들과 사적으로 만나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네요.

 

Q. 첫 투고작부터 한동안은 개그만화를 연달아 그리셨지요. 『지.』의 진중한 분위기를 생각했을 때 처음에는 놀라웠지만 이내 작품 속 인물들의 숨막히는 설전 곳곳에서도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 등장한다는 점을 떠올리고 납득하기도 했습니다. 과거의 창작 경험이 지금의 창작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대사라면 대사, 캐릭터라면 캐릭터 등 작가님이 만화 창작에 있어 중요시 여기는 점이나 스스로의 ‘무기(장점)’라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과거의 모든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돌이켜보면 개그만화를 그리던 시절에도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땐 아무래도 좋은 일에 본인들만 진지하게 임한다는 상황을 유머로써 다루곤 했습니다. 그것이 진지하게 발전한 끝에 『100미터.』 『지.』어서 오세요! FACT에』(국내 미정발)라는 작품이 나온 것 같습니다. 본질적으로는 같은 주제를 계속해서 그리고 있는 셈이죠.

만화 창작에 있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문제 제기의 방향성과 무게 부여’입니다. 그 문제가 자신이나 타인, 나아가 사회에 어떤 문제를 제기하는가. 이를 통해 어떤 답에 다가가려 하고 있는가. 그런 것들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Q. 처음 『지.』 1권의 책장을 닫았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1부의 주인공 ‘라파우’는 신학도가 되기를 꿈꿨지만 우연한 계기로 지동설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고, 결국 죽음으로 자신의 신념을 이어나가기로 결심합니다. 그렇게 주인공이라 한치 의심 없이 믿었던 ‘라파우’의 죽음으로부터 비로소 『지.』 라는 대서사시는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만화의 핵심적 사상이자 주장을 하는 인물을 바로 죽이고 시작하는 만화라니! 이런 전개를 떠올리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어떤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명의 천재가 모든 것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실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장소, 다양한 시간축에서 다양한 일을 한다. 그것이 전부 연결된 끝에 변혁이 일어난다고 믿어서요. 이와 같은 시공간을 뛰어넘는 ‘협업’이 인류의 훌륭한 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주인공 한 명이 밀어붙여 시대를 움직이는 것보다는 복수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지금과 같은 구성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Q. (※완결 권 스포일러) 1부의 '라파우', 2부의 '오크지'와 '바데니', 3부의 '욜렌타', 4부의 '드라카', 그리고 마지막 장의 '알베르트'까지. 『지.』에서는 각 장마다 저마다 다른 신념을 품고 지동설을 추종하는 이들이 등장합니다. 작품을 그리며 가장 마음이 동했던 인물이 있나요? 많은 작가분들이 ‘내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인물이 멋대로 움직인다’고도 하던데요, 혹시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인물도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제 경우, 캐릭터가 혼자서 움직이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야기를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움직이기 위해 캐릭터를 설정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그래도 굳이 꼽자면 이야기의 초장과 종장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인물 라파우일까요. 왜냐면 ‘라파우’라는 고유명사가 현실을 떠나 ‘개념’으로써 기능하기 때문입니다. 초장의 라파우가 가지는 영웅성을 파괴하는 것이 종장에 등장하는 라파우인데, 그 둘은 다른 사람인 동시에 같은 사람이기에 하나의 이름 아래 서로 다른 가치관이 양립하고 있다는 식의 연출이 가능했습니다. 만화 나름의 독특한 리얼리티를 추구할 수 있었던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Q. 『지.』라는 제목에는 여러 함의가 담겨 있습니다. 이야기의 골자는 ‘지동설’이지만, 지식에 대한 열망, 폭력의 필연성과 부조리함 등 이야기가 전개되며 제목에 담긴 의미 역시 확장되어갑니다. 이와 같은 서사 구조는 연재 초기부터 구상하셨나요? 그리다보니 하고 싶어진 이야기가 생겨나기도 했는지요.
A.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추가된 설정은 딱히 없네요. 하지만 라파우 편의 콘티 2화는 거의 폐기하다시피 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재미가 하나도 없었거든요.

Q. (※완결 권 스포일러) 이 만화에는 인상적인 대사와 장면이 수없이 등장하지만, 마지막 권을 편집하며 인상에 남았던 건 노바크의 최후였습니다. 지금, 때마침 여기에서 살았던 모든 이는 설사 서로 죽일 만큼 미워했더라도 같은 시대를 만든 동료라는 기분이 듭니다. (84쪽)” 『지.』에서는 오크지와 바데니, 욜렌타와 드라카 등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 반목한 끝에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합니다. 노바크처럼 결국 죽을 때까지 그들과 화합하지 못한 인물도 있고요. 분열이 심화되어만 가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과 대립항에 있는 존재에 대해 ‘동료’라고 느끼기는 점차 어려워져만 간다고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이런 대사를 쓰셨나요?

A. 본편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언급해주셔서 기쁩니다. 고맙습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 그 누구도, 300년 후를 내다볼 순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그 누구도 300년 전의 공기를 마신 적 없을 테지요. 그렇게 생각하니, (다른 이들을) 비슷한 타이밍에 하나의 세계로 들어온 ‘룸메이트’와도 같은 존재라 느낄 때가 많습니다.

우리의 세계는 닫혀 있습니다. 모처럼 같은 자유의 제약을 느끼고, 같은 운명 아래 놓여 있는 거지요. 그러니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를 동료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서로 죽고 죽이더라도 언젠가는 유구한 시간의 상대성에 짓눌려, 당사자는 세상을 뜨고, 이윽고 역사의 등장인물이 된다. 그런 마음으로 이 대사를 썼습니다

Q. 『지.』에서 가장 즐겁게 그렸거나 가장 힘들게 그렸던 장면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스스로 『지.』라는 만화를 대표하는 단 하나의 장면을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만화 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장면 전부를 꼽고 싶습니다. 그 행위가 인간에게 있어 본질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요.
Q. 『지.』는 지금으로부터 약 600년 전의 시대라는 설정임에도 오늘의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대사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등장인물 역시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아득한 과거의 인물들이 던진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공명하곤 합니다. 최근 우오토 작가에게 이와 같은 울림을 주었던 것이 있나요? 차기작의 단초가 될 가능성도 있을지요.
A. 러시아의 문학이론가 미하일 바흐친의 저서 소설의 언어(Слово в романе) 속에서 본 언어는 과거에서 축적된 것뿐만 아니라, 미래의 반응을 예상하고 그로부터 제한되는 방식으로도 형성된다. 즉, 언어는 과거와 미래의 딜레마 속에 만들어진다라는 뉘앙스의 표현입니다. 제 나름대로 바흐친의 말을 재해석한 것이라 책 속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것은 아니에요.

보통 언어는 과거가 축적되어 만들어지고 발화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미래에 대한 염려나 기대 역시 포함되어 있기 마련이고, 거기에서 나온 살아 있는 말’이라는 정의가 무척 와닿았습니다. 이로부터 ‘언어’가 가진 다정한 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타인(미래)을 의식하지 않는 언어라는 건 인간에게 자연스럽지 않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혼잣말 같은 것도 있지만 그건 소통을 위한 언어가 아니니까, 여기서 언급한 언어의 의미와는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다른 사람을 괘념치 않고 아무 말이나 내뱉는 행위는 매력적이고 때로는 독창성도 갖겠지만 그것은 언어가 지닌 본래의 힘이 아닙니다. 오히려 타인을 염두에 두는 사람이 발화하는 언어, 그런 언어가 내포하는 구조 그 자체에 주목할 때 그로부터 어떤 종류의 희망을 구축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최근에 가장 감명받은, 또 공명하는 경험을 했던 일입니다. 이러한 고찰이 차기작에도 반영될 것 같습니다.

 

Q. 엄청난 답변에 벌써부터 차기작이 기대됩니다. 『100m』에서는 육상이라는 스포츠를, 『지.』에서는 신념의 대립을, 『어서 오세요, FACT에!』에서는 사랑과 음모론을 그렸습니다. 다음 작품에서 다뤄보고 싶은 소재나 테마가 있나요?
A. 있습니다! 아직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모쪼록 기대해주세요!

 

Q. 마지막으로 『지.』를 읽은, 그리고 읽을 한국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제 작품을 해외 독자분들이 읽어주신다는 것이 아직도 꿈만 같습니다. 모든 나라에는 저마다의 역사가 있고, 그로부터 개인의 정체성이 생겨납니다. 그것이 문화의 훌륭한 점이고, 인간이 소중히 여겨야 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들은 ‘이야기’를 통해 누구라도 될 수 있고, 어디에라도 갈 수 있습니다. 다른 역사를 경험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자유 역시 인간의 소중한 능력이라 여깁니다. 그렇기에 이야기의 힘으로 여러분과 연결된다는 것은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기쁨입니다. 앞으로도 제 작품을 사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다음 작품에서 뵙겠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_편집자의 업무일지
🌼J 편집자 : 초여름의 문턱에서 안그람 작가님의 비정기 연재작 <이달의 온도는,>이 돌아옵니다. 지난 23일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 업로드된 1화의 제목은 '핑크 하와이안 셔츠'! 사방신 업무에 갑진년 업무까지 과중되어 ‘번아웃을 맞은 용’님이 주인공이랍니다.  2024년도 절반을 향해 달려가는 요맘때, 여러분의 마음은 안녕하신지요? 만물이 푸르게 생장한다는 소만의 기운과 함께 진정한 회복의 메시지로 곧 찾아가겠습니다!
👑B 편집자 : 얼마 전 완결된 『중쇄를 찍자!』의 카드뉴스를 만들기 위해 1권부터 20권까지 정주행했습니다. 스무 권을 모아놓고 보니 11년 동안 차곡차곡 쌓인 종이책의 감촉에서도 세월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마지막 권 후기 만화에 쓴 작가님의 소회는 읽을 때마다 참 뭉클합니다. 만화 편집자뿐 아니라 만화가, 마케터, 디자이너, 서점인 등 출판업 종사자들의 생생한 업무 현장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해가는 출판시장 모습도 현실적으로 그려 편집하면서 많이 공감했던 만화예요. 20권 마지막 장면은 볼 때마다 울컥합니다…! 만화는 마침표를 찍었지만 제 ‘인생만화 책장’에 빼곡히 꽂아두었어요. “중판출래! 감사합니다!!”
🐱A 편집자 : 『동경일일』 3권 교차 교정을 보다가 “글쎄요… 저는 누가 봐도 사회부적응자라서…”라는 대사에 확 꽂혔습니다. 평온한 표정에 막 나가는 대사가 넘 마음에 들어 프사로 해놓고 싶을 지경. 이 컷만이 아니라 『동경일일』에는 의외로 짤로 쓸 만한 컷들이 많아요. 마츠모토 타이요 선생님은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것 같으면서도 외부 세계와 타인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분이지요. 증말증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작가님입니다. 3권도 당연히 넘나 좋고요. 완결까지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H 편집자 : 함께 일하고 있는 작가님과 애니메이트를 가서 오타쿠 품평회를 했습니다. (오타쿠 품평회란? 참고 트윗: https://x.com/97730V/status/1783745607091585075) 작가님께서 『가정교사 히트맨 REBORN!』 이라는 만화의 표지를 쭉 보더니 “편집자님 최애 얘였죠?ㅋ”라고 (약 1초 만에) 물으시더라고요. 저는 당황스러웠고 한편으론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작가님이 가리킨 그가 저의 최애가 맞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취향이 훤히 보이더라도 타인의 최애를 맞힐 때는 뜸을 조금 들여주세요. 너무 쉽게 간파당하면 창피합니다. 그래서 제 최애는 누구였냐고요? 그건 비밀입니다♡(제로스 짤).
🍇C 편집자 : 얼마 전 번역가 선생님으로부터 신작 의뢰에 대한 답장을 받았는데요. 저도 모르게 크게 웃고 말았습니다. “설마 한국에서 이게 나올 수 있을까 했는데, 이런 기회가 생기네요.” 재밌는 만화를 찾아다녔을 뿐인데 어쩌다보니 작품성 있는 만화, 뚝심 있는 (안 팔리는) 만화 전문 출판사가 된 기분… 그런 의미에서 『칸다 고쿠라초 장인 이야기(가제)』, 모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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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 BBQ 황금올리브
3명: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쿄지&사토미 포스터, 키링(사인회 세트판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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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기간: 5/29(수)~6/9(일)
당첨자 발표: 6/12(수)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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