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사진을 정리하는데, 로또를 찍어둔 사진이 한 장이 나왔습니다. 옆 팀 회식에 초대받았는데, 평소에 당첨운 좋은 분이 선물로 건네주신지라 나름 기대했어요. 오천원 짜리니 다섯 개의 일련번호가 있었는데, 결과를 확인해보니 번호는 딱 한 개만 맞았습니다. 역시 벼락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로또답네요.
사실 제가 워낙 당첨운이 없습니다. 소소한 경품 행사에서도 잘 안 뽑혀요. 100명 가량 되는 모임에서도 당첨 안 되었고, 호텔 숙박권이 걸려있었던 회사 경품 행사에서도 2년 연속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6개월 개근했던 네이버 블로그 챌린지에서도, 해외여행은 커녕 참가상인 네이버페이 5만원 권도 받지 못했습니다. 제가 운이 얼마나 없는 편이냐면, 저희 결혼식 하객 대상으로 경품 행사를 주최했는데 거기서도 제 친구들은 안 뽑혔습니다. 뽑는 사람이 되어도 마음대로 안 되네요. 알고보니 진짜 친구들한테 선물을 주고 싶으면 미리 손을 좀 써두어야 한다지만, 그래도 슬프더라구요.
당첨운이 없음을 확인할때마다 종종 생각합니다. 나중에 얼마나 큰 행운이 오려고 소소한 행운은 지지리도 안 오나, 하고요. 그래서 저는 복권 사는데 관심이 없습니다. 사더라도, 별 기대가 없어요. 이번에도 또 떨어졌네요.
제 당첨운이 가장 좋았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몇 년 전 지인 동네에 놀러갔다가 스피또라는 즉석 복권을 산 적이 있었어요. 스피또 명당이라는 편의점에서 삼천원으로 복권을 샀더니, 당첨금 오천 원이 나왔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냉큼 당첨금을 현금으로 바꾸었습니다. 편의점 아주머니가 의아하게 저를 보더라고요. 다들 보통 당첨금을 탈탈 털어 다시 복권을 산다 하더라고요. 그런데 나한테 이만한 뽑기운이 어딨겠나 싶어 기쁜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당첨금 오천원에 제 용돈 오천원을 보태서 쿠키 네 개를 샀고, 함께 복권을 샀던 지인과 달콤한 기쁨을 나눴습니다. 당첨금 오천원에 온갖 유난을 떤 걸까요? 하지만 한 번 더 샀으면 분명히 돈을 날렸을테니, 나름 값진 소비었다 생각합니다.
사실 이젠 더이상 행운을 바라기보단, 불운을 피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그저 하루가 무탈하게 지나가면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힘든 일이 있더라도 딱 며칠만 고생하면 지나가는 불운이면 좋겠다 싶습니다. 행운이 없다면, 대신 불운이라도 피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연말에 본 쌍갑포차라는 웹툰에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저승에서 로또 당첨금 꿈을 애써 전달한 조상님이 자신의 손주가 단명할 뻔한다는 걸 알고 겨우 애를 써서 손주를 살리는 이야기요. 로또를 사서 돌아가던 손주는 길거리에서 겨우 사고를 면합니다. 어쩌면 제 조상님도 로또 당첨운을 팔아서 이번 수술이 무사히 끝나도록 도와주신 게 아닐까, 믿어보고 싶기도 합니다.
설에 양가 부모님들을 뵙고 온 날, 로또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가 생각난 웹툰 하나로 행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네요. 올해 여러분들도 무탈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첫 편지를 띄워봅니다.
이번주 밑줄에 골라둔 문장은 문장줍기 시절에 93호, 91호에 한 번씩 소개했던 문장이에요. 행운과 행복에 대한 생각이 좋아 들고 왔습니다. 세 번째 문장은 불운이라고 검색했더니 나온 글에서 가져왔는데요, 행운도 불운도 확률 게임이라면 이를 해석하는게 내 몫인가 싶어 좋았답니다.
-1월 29일,
다시 돌아온 소얀 드림
*중간 단락은 예전에 썼던 글들을 조금 수정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