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우리가 할 일
-23호-

올해도 덥습니다. 무더위에 근로자를 위해 땀 흘리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여름이 길어진 것인지 9월까지도 만만치 않은 무더위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여름은 원래 덥다고는 하는데 ‘이건 좀 심하다~’고 몸으로 느끼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이제 더 더워집니다.


기상청에서는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를 통해 우리나라의 기후를 예측하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보고에 따르면, 2100년까지 한반도의 기후 변화는 단 하나의 현상으로 설명 가능합니다. 바로 ‘더워진다’는 것입니다. 국가 차원에서 엄청 노력하면 평균 2도 오르고, 지금처럼 넋 놓고 있으면 평균 8도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100년에는 저와 여러분들이 없을 가능성이 높지만, 전 지구적으로 평균 기온이 1도 높아지면 가뭄 증가, 가용한 수자원의 극적 감소, 생물 멸종위기 증가 등과 같은 극단적 기후 현상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조그만 한반도에서 2~8도 정도 기온이 오르면 어찌될지 감도 안 잡힙니다. 미안하지만 다음 세대 걱정은 능력 밖 논의라 우리 세대의 더위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우리는 폭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건강위은 주관적 건강위과 실제적 건강위으로 나뉘고, 두 가지 측면의 불일치 수준이 클수록 현실에서 왜곡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래프의 출처: Perceived and actual risk

주관적 건강위은 크나 실제 건강 위이 낮은 대표적인 경우는 테러 공격입니다. 테러가 주는 공포는 엄청나지만 실제 저나 여러분들이 살면서 테러로 건강이 위협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겠죠.

반면에 주관적 건강위은 매우 낮고 실제 건강위이 매우 큰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폭염을 들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당연히 덥다, 예전에는 더 더웠다 등' 더위에 대한 가벼운 인식은 실제 건강위을 등한시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폭염과 건강영향의 연관성을 분석하면, 폭염이 연속될수록 온열질환 및 사망은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독히 더웠던 2018년에는 전년 대비 4배 높은 4,526건의 온열질환이 발생하였습니다. 올해는 이 기록을 깰 것으로 보입니다.



보고되지 않은 온열질환과 폭염 연관 질환


온열질환만이 아닙니다. 환자수, 의료비, 입원일수 모두 증가하며, 사망도 증가합니다. 우리나라의 온열질환감시체계는 응급실 후송환자를 기반으로 온열질환자 및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여기에는 폭염으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이나 사고 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같은 시기에 일본의 온열질환 환자는 78,345명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온열질환이 얼마나 저평가 되어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폭염 연관 질환의 통계적 갈무리 차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폭염을 다소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의 체계적 문헌고찰 문헌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해 온열질환 및 사망 뿐 아니라 주의 집중력 저하로 인한 사고 및 손상, 체액의 변화로 인한 비뇨 신장 생식계 질환, 정신 건강 악화의 위험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보고서] 기후변화에 따른 옥외작업자 건강보호 종합대책 마련 연구

[보고서] 대기온도의 특성에 따른 근로자 건강영향 분석

[논문] Heat exposure and workers’ health: A systematic review (2022)



근로자는 폭염 취약집단이다.


이러한 폭염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국가에서는 행동요령을 제안합니다. 크게 두 가지로 '더위를 피하고', '휴식할 것'입니다. 폭염 노출 최소화가 건강보호에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근로자들은 어떨까요? 대부분의 근로자는 근로 시간과 장소, 작업을 결정할 권한이 없습니다. 또한 급여=시급인 경우가 많아 막연히 더우면 쉬라고 권고하는 것은 돈을 벌지 말라는 것과 같은 말로 들릴 뿐입니다. 결국 근로자는 폭염 대응 행동요령을 따르기 어려운 폭염 취약계층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온열질환 발생 현황을 보면, 근로자가 얼마나 폭염 취약집단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몇몇 선천적 질환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질병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온열질환은 다릅니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온열질환 발생현황을 나이대로 나누어 살펴보면, 전체의 37.9%가 40~50대에서 발생하여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냅니다. 그 다음은 60~70대(27.1%), 세 번째 높은 비율은 20-30대(20.2%)에서 관찰됩니다. 20살부터 60살까지 연령대에서 전체 온열질환의 58.1%가 발생합니다. 20대부터 60대는 결국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최근 5년 간 온열 질환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노동자는 117명, 이 가운데 19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산업재해로 확인되는 질병은 실제 직업관련 질환의 일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폭염으로 인한 실제 근로자 건강위협은 무시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주간 건강과 질병] 2022년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운영 결과


고온노출작업과 온열질환예방으로 이분화된 관리  

폭염에 취약한 근로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국가도 손 놓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물-그늘-휴식'의 3대 폭염 예방 가이드'를 만들어 배포하고 일선에서 현장 상황에 맞게 응용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이드는 권고사항일 뿐이라 효과가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휴식의 정의에 대해 노동계는 일의 중단으로, 경영계에서는 일의 강도를 낮추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논쟁이 일기도 했습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는 용광로와 같은 열원이 있는 작업장의 노출관리와 온열질환 예방관리로 이분화되어 있습니다. 열원이 있는 고열작업장에서는 습구흑구온도지수(Wet-Bulb Globe Temperature: WBGT)를 측정하고 관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로자의 온열질환 예방 관리는 기상청의 예보된 기상을 기준으로 관리하도록 하여, 작업장의 실제 현실이 반영되지 못한다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일본의 온열관리체계에서 배울 점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지정학적 위치가 비슷하고 인종이 유사하니 비교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일본도 근로자에 대한 폭염의 건강위협을 인지하고 사업장에서의 건강관리 원칙을 제시합니다. 우리와 다른 것은 일터의 온열관리와 근로자 개인의 온열관리 두 가지로 원칙을 나누어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일터의 온열관리를 위해 온도와 습도를 반영한 체감온도를 측정하고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작업장에 열원이 있는지 없는지 구분하지 않으며, 기상 예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근로자가 존재하는 실제 현장의 더위 수준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기에는 그늘 설치, 바람이 통하게 할 것, 에어컨 설치 권고 등의 시설 개선에 주안점을 두는 노력들이 포함됩니다. 개인의 온열관리를 위해서 휴식 및 복장 규정, 수분의 공급 등이 해당합니다. 그러다보니 일본의 전자회사들은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입는 에어컨과 같이 우리가 보기엔 다소 과하다 싶은 개인 근로자 보호 장비를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공급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비교해보니 우리나라의 폭염으로 인한 근로자 건강보호 가이드라인은 많이 약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슈톡] 무더운 일본…'입는 에어컨' 출시 경쟁



여름에 할 일을 알았습니다


첫 번째여름은 원래 더운 것이 아니라 폭염은 건강에 위험하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특히 폭염은 근로자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관심을 갖고, 지금의 다소 부족한 폭염 건강관리 대책을 함께 개선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두 번째산업보건전문가들이 실제 작업 장소를 방문하고 있다는 장점을 적극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일터에 직접 가서 검진도 하시고 보건관리도 하시는 여러 선생님들께서는 누구보다도 현장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감히 제언컨대 여름철 작업현장에 가실 때 3000원짜리 온도-습도계(다*소 구매기준)를 지참하신다면, 현장의 체감온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실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관리자에게 또는 근로자에게 온열질환의 위험도와 관리방안에 대해 한 말씀만 덧붙여 해주신다면 전국방방곡곡 사업장을 매일 매일 관리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2023년 8월 15일 기준, 올여름 우리나라의 온열질환자는 2,335명, 사망자는 벌써 29명입니다. 남은 여름 얼마나 더 혹독한 폭염이 근로자를 괴롭힐지 모르겠습니다. 여름에 할 일은 당연히 휴식입니다. 휴가도 가시고 충분히 쉬시고 재충전하시어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더불어 혹시라도 일터에 가셔서 오늘의 오이레터가 생각이 나신다면 폭염의 악랄함으로부터 근로자를 지키는데 힘을 보태주시길 더욱 부탁드립니다.


글쓴이: 이완형 (가천대 직업환경의학과)

오늘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구독자님의 의견이 궁금해요!
피드백 남기러 가기
오이레터는 산업보건과 환경보건 전문가, 그리고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매주 화요일 오전 8시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화요일 오이레터와 함께 하고 싶으시다면 아래 구독하기 버튼을 클릭해주세요! 
오이레터 편집팀   |   ksoem13@gmail.com   |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