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6.2 vol. 31
안녕하세요. 반디님, 곰보금자리프로젝트 김수진 활동가입니다.🐻💚

여름이 다가옴을 부쩍 느끼는 6월입니다. K-회사원인 저는 6월이면 하반기 전략회의를 준비해야 해 마음이 무거워지는데요. 이렇게 마음이 답답할 때는 곰 보금 SNS를 뒤적여봅니다. 저는 매월 한번 올라오는 '월간 화천'을 매우 좋아합니다. 화천의 바쁜 일과 속에서 적어내린 글에는 곰을 돌보는 따뜻한 마음과 사육곰 문제를 고민하는 단단한 의지가 가득해 매번 뭉클해집니다. 여러분에게도 오늘의 뉴스레터가 마음 충만한 소식이 되길 바랍니다.

* p.s
   반디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한 애칭으로 반달가슴곰 + 버디(Buddy)를 합친 단어

💌 월간(月間)화천 - 5월 

봄의 끝자락에서 여름을 기다리고 있는 5월입니다. 사계절의 구분이 모호해졌다지만 5월을 떠나보내는 것은 꼭 봄과 작별하는 기분입니다. 


5월에 들어서며 부쩍 더워진 날씨 때문에 긴 옷을 집어넣고 반소매 옷과 얇은 바지를 꺼내며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습니다. 습관처럼 양말을 두 켤레씩 신고 얼어붙은 문을 망치로 깨고 손발이 아리고 시렸던 지난겨울이 꽤 오래된 옛일 같습니다. 곰들을 돌보고 있으면 시간이 어찌 흐르는지도 모를 만큼 하루하루가 바쁘게 지나갑니다. 곰들의 밥을 챙기고 사육장을 청소하고 때마다 필요한 훈련을 하고 가지고 놀만한 장난감을 만들고 나뭇가지를 한 아름 베어주며 정신 없이 하루를 끝내면 다시 또 곰들의 밥을 챙기는 바쁜 하루의 반복입니다. 겨우내 예민하고 기력이 없어 얼굴 보기 힘들었던 유식이가 풀이 잔뜩 자란 곰숲을 부지런히 거닐고 계곡물이 얼어 물을 채우지 못해 텅 비어있던 곰숲의 수영장이 미남이가 신나게 물장구치는 놀이터가 되고 구조번호로 불리던 S1과 S2가 '소요'와 '덕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는 것을 직접 보고 느끼는 순간이 되어서야 시간이 이만큼 흘렀음을 체감합니다. 


봄은 우리가 특별히 애타게 기다리던 계절입니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했던 추위가 얼른 가시길 바라서이기도 하지만 봄이 되고 곰들이 활력을 찾으면 같은 공간에서 놀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합사훈련을 준비해 왔기 때문입니다. 곰은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이라지만 갇혀 지내는 사육곰들의 무료한 일상에 같은 호흡으로 합을 맞추며 놀 수 있는 상대가 생긴다는 것은 인간인 우리가 줄 수 없는 신선한 자극이자 곰들끼리만 주고받을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입니다. 합사훈련이 부족한 탓에 한 번에 한 마리씩만 곰숲을 이용할 수 있는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곰들의 합사훈련은 곰들에게도 인간에게도 중요한 일입니다. 곰들의 합사훈련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훈련을 잘 마쳤을 때의 소득은 굉장히 큽니다. 서로를 깨물고 밀치고 깔아뭉개며 노는 곰들의 모습은 마치 처음 놀이를 시작한 어린아이들의 모습처럼 명랑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인간의 눈엔 장난을 주고받는 모습이 너무 과격해보여 흠칫 놀랄 때도 있지만 너희들은 모르는 우리들만의 규칙이 다 있다는 듯 자기들만의 호흡으로 엉켜 뒹굴며 놀고 있는 곰들의 익살스러운 표정은 보고 있는 이들까지 절로 웃음 짓게 만듭니다. 혼자 생활하는 것이 익숙하다 해서 그것이 늘 혼자 있고 싶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음을 깨닫는 봄이었습니다.


함께 호흡하며 노는 즐거움을 더 많은 곰들이 알았으면 좋겠는데 봄은 순식간에 가버렸고 여름 또한 그렇게 흘러가 버릴 것을 알기에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언제 왔는지 언제 가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 없이 계절이 바뀌겠지요.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어 곰들의 식욕이 한껏 오르면 합사훈련을 잠시 멈춰야 하고 가을 내 한껏 살찌운 몸으로 겨울잠에 빠지면 우리는 그저 곰들이 잠에서 깨어날 봄을 기다려야 합니다. 나이가 많은 이 곰들에게 혹시 이번 봄이 마지막 봄이 되지는 않을까 다른 곰과 함께 노는 즐거움을 알려줄 '다음'이나 '나중에' 따위는 오지 않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면 바쁘게 떠나는 이 봄이 너무 야속합니다. 


시간은 화천의 곰뿐 아니라 전국에 남아있는 300여 마리의 사육곰에게도 흐릅니다. 아쉬움과 부족함이 많을지라도 화천 열네 마리 곰들의 남은 시간 속에는 그들을 위해 땀 흘리고 바삐 움직이는 우리들이 있지만 어떤 사육곰에게는 오물이 쌓인 뜬장이나 시멘트 바닥에서 허기만 달래는 괴롭고 지루한 시간만 흐르고 있겠지요. 너무 늦지 않은 때에 우리가 그들의 시간에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겐 생츄어리가 필요합니다.   

🐻NEWS
✔  그린블리스 강연

자연과 동물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그린블리스에서 사육곰 이야기를 하고 왔습니다. 지난 해 말 곰보금자리프로젝트와 그린블리스는 함께 캠페인 펀딩을 하기도 했었는데요. 이번에는 직접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그린블리스 매장을 찾아갔습니다.


형형색색 봄꽃이 앞마당 한가득 피어 누구라도 환대해주는 장소였습니다. 제주도의 곳곳에서 귤농부, 초등학교 선생님, 대학생, 어린이 여러분께서 속속 모여주셔서 진지하게 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사육곰에게 일어나고 있는 문제와 저희의 활동을 말씀드렸고, 찾아주신 손님들께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귀 기울여 듣고 중요한 질문도 많이 주셔서 풍성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 이름이 생겼어요!
지난 3월 26일 구조한 두 마리 곰에게 드디어 이름이 생겼습니다! 여러분께 S1과 S2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S1은 '소요',  S2은 '덕이' 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소요와 덕이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앞으로 더 즐겁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브라우징(browsing)

나뭇가지를 베어다 동물에게 주는 일을 브라우징(browsing)이라고 합니다. 염소 같은 초식동물이 나뭇가지에서 잎을 뜯어먹는 일을 영어로 browse라고 표현하는데요. 동물을 기르는 곳에서 인공적인 사료나 농산물 외에 싱싱한 나뭇가지를 잘라다 주는 일은 동물의 복지에 중요합니다. 원래 나뭇잎을 먹고 사는 동물들에게 나뭇잎을 먹는 기회는 큰 기쁨을 주기 때문입니다. 


매일 나무를 자르다보면 손가락을 베거나 찧는 일은 다반사입니다.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뭇가지를 한가득 들고 언덕길을 오르는 것도 숨이 찹니다. 청소도 해야 하고, 밥도 챙겨야 하고, 하나하나 훈련을 하고, 그 와중에 영상을 찍고, 일과가 끝나면 모든 것을 기록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곰이 브라우징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기 때문에 톱자루를 쥐고 숲을 헤집는 일은 우리에게도 가슴이 찌르르할 정도로 신나는 일입니다. 곰을 돌보는 일상은 그렇게 땀범벅이 되면서 곰들을 기쁘게 하는 일들로 가득 찹니다.

다.

- 나뭇잎 먹는 곰 영상보기 👆

도토리 나뭇잎 먹는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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