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그때 그 시절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서체 기억하시나요?
'LH□r음 알면 L┤ュzㅓ면 안도l는 ㄱㅓ잖Oㅏ....'
'귀여니체'라고 불리는 이 서체는 그 당시 인터넷 문화이자 표현의 수단, 정체성이었습니다.

경북 칠곡군의 할머님들께서 우리나라를 발칵 뒤집은 새롭고 독특한 서체와 시집들을 탄생시켰다고 하시는데요. 한번 살펴보실까요?

내는 글자도 몬쓰는데 우째 폰트를 만드노!

칠곡군, 2020 칠곡할매서체 이야기
경북 칠곡군에서는 2008년부터 각 마을별로 '성인문예반'이란 걸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한글을 배우지 못했던 어르신들이 일주일에 한두 차례 모여 한글을 배우고, 직접 시를 써보는 일종의 어르신 평생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칠곡군, 2020 칠곡할매서체 이야기
한글을 쓰지는 못했지만 배우고 싶었던 할머니들은 이 교실을 다니면서 처음 한글의 매력을 깨우치셨습니다. 할머니들은 글씨를 잘쓰든, 못쓰든 선생님한테 한글을 배우는게 행복하셨다고 합니다. 한글을 배운 후 할머니들이 쓴 시들은 어딘가 독특하고, 새로운 감성과 매력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칠곡군, 2020 칠곡할매서체 이야기
공부시간이라고 
일도 놓고 헛둥지둥 왔는데 시를 쓰라 하네 
시가 뭐고 
나는 시금치씨 배추씨만 아는데.
소화자 할머니의 ‘시가 뭐고?’ 

칠곡군, 칠곡 할매들 시집
소녀같은 감성과 연륜이 합쳐진 할머니들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써내려간 순수하고, 재밌는 시들을 이 지역의 문인들이 우연히 보게 되었고, 관심을 가지게 되어 시집으로 까지 출판하게 된 것입니다. 

칠곡군, 2020 칠곡할매서체 이야기
사랑이라 카이 
부끄럽따 
내사랑도 
모르고사라따 
절을때는 쪼매 사랑해조대 
그래도 뽀뽀는 안해밧다
박월선 할머니의 '사랑'

칠곡군, 2020 칠곡할매서체 이야기
이에 더해 칠곡군은 성인문예반 출신의 칠곡할매들 a.k.a '칠곡 가시나들' 중 5분의 손글씨를 '폰트'로 개발하였습니다. 이 프로젝트엔 김영분, 권안자, 이원순, 이종희, 추유을 할머님들이 참가하셨습니다. '폰트'가 뭔지 생소하셨을 듯 합니다.

4개월 동안 2천장의 종이에 연습을 하는 노력이 더해져 '칠곡할매서체'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폰트에는 영어 글씨도 있기에 할머님들이 한글뿐만 아니라 영어까지 쓰셔야 했는데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할머니들이 한 마음 모아 꼬불꼬불한 영어 쓰기가 제일 어려웠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하셨습니다.

칠곡군, 2020 칠곡할매서체 이야기
한글을 배운 후 할머니들은 이제 당당하게 우체부와 맞닥뜨릴 수 있게 되었고, 은행에 가서 출금을 할 때도 떨지 않고 자기 이름을 쓸 수 있게 되셨습니다. 

이제 한글을 쓰실 줄 아는 할머님들을 보면서 가족들도 놀라며 좋아하고, 기쁨이 섞인 눈물을 흘리기도 하셨습니다. 칠곡할매들은 서체 개발 후 4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4집은 시집이 아니라 편지글을 묶은 책으로 발간할지를 검토 중에 있고, 앞서 발간한 모든 시집처럼 4집 역시 판매 수익금은 전액 장학금으로 기부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할머니들의 애환과 이야기가 녹아있는, 또다른 감성과 매력을 가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폰트를 써보는 건 어떨까요?

+
각각의 서체는 할머니들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습니다. 이 폰트들은 칠곡군 홈페이지에서 무료배포를 하고 있습니다.

"젊은 야들아 잘지내나
코로나 끝나면 나중에 놀러온나
할매가 오이와 토마토 주스 만드러주께
우야든지 건강조심해래이"
이학연 할머니의 말씀

이미지를 클릭해 음악을 들어보세요!
🎵 이문세 - 소녀
나이가 들어간다는 일이 아쉽기만 한 이유는 당시의 고유한 시간과 공간의 정서를 
이제야 알 수 있을 때쯤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나온 시간들을 자연스레 다른 무언가에 투사시키려 합니다.
소년과 소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마음껏 팔을 휘저을 때의 날들을 찾고 싶어 합니다.
당신은 무엇을 통해 지나온 시간들을 간직하려고 하나요.

Good-News Project
Contact : tsi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