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권력층의 공직 나눠 갖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차라리 '낙하산' 수를 정해 놓는 건 어떨까요?  

박용석 화백의 '중앙만평'.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적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중략) 자고 나면 위대해지고 자고 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가왕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 앞부분에 나오는 가사입니다. 공기업 ‘낙하산’ 기사를 읽을 때마다 ‘랩’처럼 흐르는 이 대목이 생각납니다. 자리를 찾아 권력의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가 떼로 출몰합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자신을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는, 지금은 초라하지만 본성은 위대한 표범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오늘 자 중앙일보 1면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세워진 공기업 자회사가 낙하산 인사의 창구로 쓰이고 있다’는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공기업에 비정규직 근로자를 파견하는 용역회사를 대체할 공기업 자회사를 만들었는데 그곳의 임원 자리를 권력 주변의 인사들이 대거 차지했다는 것입니다. 34개의 공기업 자회사가 새로 생겨 총 51개의 상근 임원직이 만들어졌고, 그중 15개 자리가 ‘캠코더’(대선 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의 몫이 됐다는 내용입니다. 나머지 36개 중 33개는 공기업 내부 ‘낙하산’의 자리가 됐고, 공모를 통해 채용된 외부 인사는 단 세 명이었습니다.  

 그 15명의 이력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 후보 정무특보단장, 대통령 경호실 차장,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열린우리당 원내정책실장, 환경부 정책보좌관, 국회의장 비서실장 등의 과거 경력이 나옵니다. 공기업 자회사에서 차지한 직은 대표이사, 사장, 상임이사(본부장) 등입니다.

 낙하산 인사가 옳다고 대놓고 말하는 정치인은 없습니다. 폐단을 모르지 않습니다. 언론도 끊임없이 감시하고 지적합니다. 그래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12월 당선 직후에 “전문성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보내는 것은 국민께도 큰 부담이 되고, 다음 정부에도 부담되는 일입니다. 잘못된 일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낙하산 인사를 청산하지 못했습니다. 이른바 ‘친박’ 인사들이 곳곳에 낙하했습니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권력의 창출과 유지에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 사람들은 자리를 바랍니다. 권력 시스템이 그렇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주요 대선 주자 캠프에 온갖 인사들이 몰려듭니다. 당선 뒤에 입 씻으면 나쁜 사람이 됩니다. ‘배신자 프레임’이 만들어집니다. 권력 유지에 차질이 생깁니다. 몰려든 사람들은 절대로 자신이 하이에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능력은 있으나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한 마리의 표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단체가 ‘낙하산 방지법’을 만들라고 국회에 요구한 지가 꽤 됐습니다. 법이 제정될 것 같지 않습니다. 자신과 주변의 밥그릇을 발로 차는 일을 스스로 할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낙하산 총량제’를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공공 영역에서 대통령이 임명ㆍ지명할 수 있는 자리의 비율이나 전체 수의 상한선을 두는 것입니다. 대사ㆍ총영사나 공기업 사장과 임원 중 총 몇 명까지나 몇 %까지로 제한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략 예측이 가능하고, 마구잡이 낙하산 투하도 덜하게 될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국회에서 이런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길 기대해 봅니다. 

 신설 공기업 자회사의 낙하산 실태를 보여주는 기사를 보시죠.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드실겁니다. 
더 모닝's Pick
1. 윤석열 부친 집 매매 논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친의 집을 화천대유 대주주의 누나가 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윤 전 총장을 공격하는 측에서는 우회적으로 뇌물을 공여한 것 아니냐고 합니다. 윤 전 총장은 우연히 이뤄진 매매였고, 시세보다 싸게 팔았다고 주장하지만 논란이 쉽게 사그러들지는 않을 듯합니다. 
2. 20대 극단적 선택 13% 급증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대의 수가 전년도에 비해 12.8%. 증가했습니다. 10대의 수치도 9.4% 상승했습니다. 😨 전제 자살률은 4.4% 감소했는데 청년층에서는 크게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추종 효과' 발생 우려가 있어 이 내용을 언론이 크게 보도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심각한 사태입니다. 우선은 원인 분석이 시급해 보입니다.
3. MZ세대의 과업은 뭔가?
 '앞선 세대들은 과업이 분명했다. 산업화 세대의 과업은 산업화였고, 민주화 세대로도 불린 586들의 과업은 민주화였다. 적잖이 민망하지만 X세대는 자유롭게 열심히 노는 것이 과업이었다고, 사회 수준과 대중문화의 질을 높인 게 역할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MZ세대의 과업은 뭔가. 그 질문 없이 한 세대를 규정할 수 있을까.' 장강명 소설가가 칼럼에서 던진 질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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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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