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의 뉴스레터 Vol.36
20분 예술 감상의 ‘치료 마법’

미국 텍사스주립대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글쓰기 실험을 했습니다. 한쪽 학생들에게는 원하는 주제로 가볍게 글을 써보라고 했고, 다른 쪽에는 트라우마를 겪은 경험을 소재로 글을 쓰게 했습니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표현해 글을 쓴 학생들이 다른 쪽 학생들보다 교내 보건소를 찾은 빈도가 월등하게 낮았습니다.

 

캐나다 맥길대학교의 한 교수는 강의시간에 음악을 튼 채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이 종강한 뒤 1년이 지나면 강의내용의 10%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였는데, 큰 효과를 거뒀습니다. 음악이 뇌의 기억과 추론, 말하기 영역을 활성화시키며 수업 내용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도록 이끈 것입니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뇌과학자 수전 매그새먼과 구글의 디자인담당 부총괄 아이비 로스가 공동 집필한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원제: Your Brain on Art: How the Arts Transform Us), 윌북 펴냄>에서 소개한 사례들입니다. 두 사람은 신경 미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관점을 통해 예술이 인간의 신체와 정신적 건강에 근본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추적하고 증명했습니.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발휘하는 의학적 치료효과는 놀랍습니다. 운동을 하면 성인병을 유발하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기분을 밝게 해주는 세로토닌 수치가 향상되듯, 20분간의 낙서나 노래만으로도 정신과 신체상태가 개선될 수 있답니다. “세계 곳곳의 의료계 종사자들은 환자에게 미술관과 박물관 방문을 권하고 있다. 이 같은 미학 처방이 운동 처방과 비슷한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요즘 각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명상도 예술을 통해 이룰 수 있습니다. “예술을 적극적으로 창작하고 감상하는 과정은 가장 명상적인 행위 중 하나이다.”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감상하면 뇌를 명상과 비슷한 저자극 상태로 유도해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을 준답니다. “글쓰기를 통해 감정과 느낌에 언어를 부여하는 것도 살면서 겪는 힘겨운 사건들에 맥락을 입히고, 그것을 더 잘 이해하도록 신경생물학적 수준에서 돕는다.”

 

두 저자는 인간이 살면서 겪는 불안과 스트레스, 그로 인해 닥치는 번아웃 현상에 흡연과 음주, 폭식 따위로 대응하는 것은 무용한 발버둥이라고 말합니다. “감정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감정은 수천 년에 걸쳐 생존에 도움이 되도록 우리와 함께 진화해온 유용한 생물학적 정보 전달자다.” 그런 감정에 얽매일 게 아니라, ‘감정이 덮쳤다 물러가는 과정이 좀 더 수월해지도록 조절하는 게 현명한 대처법입니다. “정신적 온전함이란 감당하기 힘든 감정이 덮칠 때도 일상의 파도를 헤쳐 나가는 내적 여력과 수완을 갖추는 걸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를 다른 의료적 개입과 병행해 약으로 처방했던 이유입니다. 영국 엑서터대 연구팀이 실험을 통해 시를 읽으면 휴식 상태와 관련된 뇌 영역이 활성화되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매그새먼과 로스는 예술은 그 무엇과도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변화시킨다고 강조합니다. “병을 떨쳐내고, 건강을 되찾게 해주고, 스트레스 상태에서 차분해지게 하거나 슬픔에 빠졌다가도 기쁘게 해줄 수 있으며, 나아가 인생을 활짝 꽃피우게 해준다. 생리학적 작용 자체를 바꿔 철저히 변화된 상태로 이끌어주는 것이다.”

 

아름다운 것에 가능한 한 많이 감탄하라.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에 충분히 감탄하지 못하고 있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남긴 말입니다. 감동적인 작품을 보고 내뱉는 감탄의 충격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곧바로 뇌에 미치는 영향으로 이어집니다. “삶에 예술을 들인다는 것은 건강하고 풍성한 사는 인생을 가꾼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경제사회연구원 고문

이학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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