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사이 9호] 나의 문장에 담는 노래✍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느슨하게 연결된 4명의 이야기를 담은

음악 뉴스레터 <밤사이>

안녕하세요! 9호 발행인 은조이입니다.

요즘 어딜 가나 단풍이 절정이네요. (제가 사는 동네에는 단풍나무가 많이 없어 아쉽지만..)

그래서 올해의 마지막 가을을 후회 없이 즐기고 있어요. 편지를 읽으실 때면 다 떨어졌겠죠?

혹시 즐기지 못해 아쉬운 분이 있다면 WindowSwap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각 나라의 창문 밖 풍경을 구경할 수 있는 사이트인데 보고 있으면 여행 기분도 나고 재밌답니다.

아, 다음 10호는 색다른 내용으로 준비 중이니 기대해주세요!

To. 밤사이

여러분들은 글을 쓰시나요?

쓴다는 건 한 문장의 메모일 수도, 나에게 보내는 카톡일 수도, 기억하기 위한 기록일 수도 있겠죠. 저는 원래 좋아하기도 했지만 올해 더 자주 쓰고 있어요. 가끔 튀어나오는 귀여운 글씨체에 호들갑 떨며 가장 솔직하게 쓰는 일기. 다양한 컨텐츠와 나를 남기는 블로그. 매달과 매일을 간단하게 책임지는 다이어리. 이제는 없으면 불안한 작은 스케쥴러. 책을 읽을 때 곁을 지켜주는 독서노트. 간단한 생각&감정&에피소드&글감&영감들이 가득한 아이폰 메모. 인스타그램까지..

이렇게 적어보니 다양하네요.

그러다 보니 왜.. 쓰는 걸 좋아하지?라는 궁금증이 생겨 생각해봤어요.

① 잊기 싫어서

② 감정과 상황에서 빠져나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고민들이 한 페이지 안에 정리되는 명료함

③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며 되돌아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음

④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생각들을 덜어내기 위해

⑤ 나라도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주고 싶은 마음

이렇게 여러 이유가 있으니 글을 안 쓰기도 어렵겠네요. 요즘은 마지막 이유가 가장 큰 동력이 되어줘요. 살짝 슬프지만 강력한 연료랍니다.

나의 문장에 담는 노래✍

The XX - VCR

글을 쓸 때면 먼저 노래를 선곡하는 시간을 가지곤 해요. 생각이 나의 글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희미한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서 찾는 거죠.

대학교 수업에서 뮤직비디오를 본 후로 The XX를 알게 되었고 한동안 그들의 음악에 빠져있었습니다. (색감이 예뻤던 그 뮤직비디오 보기 -> I Dare You)

오묘한 분위기 속에 반복되는 실로폰 소리가 들릴 듯 말 듯할 때 노래가 끝나요. 어머 벌써 끝났다고?

그래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적어도 3분 동안은 집중해서 글을 썼다는 의미니까요.

오늘은 이 음악과 함께 일기를 쓸 거에요. 며칠째 에피소드가 밀렸거든요.

From. 은조이🎨

💌 익명의 답장 #1

저는 연말에 사둔 플래너를 다음 해 1월 1일부터 깨작이다가 작심삼일을 하던.. 대한민국에 가장 흔한 유형이었는데요! (ㅋㅋㅋㅋ) 올봄-여름에 무슨 바람이 들었던 건지 굉장히 열심히 일기를 썼었어요.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고 있는데.. 그게 쌓이고 쌓여 벌써 11월까지 와버렸습니다. 마침 책상 위에 일기장이 있길래 펼쳐보았어요. 근데…. 정말 날것의 감정들이 가득 담겨있어서 이거 이대로 책상 위에 두어도 괜찮은 건가.. 하는 걱정이 드네요. 어디다 숨겨두던가 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앞으로도 쭉 있는 그대로의 날 것들을 기록할 것 같아요. 정제된 글의 멋스러움도 있지만 전 ‘오글거리는 날 것’을 더 추구하는 편이에요. 순간순간의 감정들을 담아둔 글이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읽어봤을 땐 ‘내가 이런 화로 위의 오징어 같은 생각도 했었다니’ 하기도 하지만요. 다만 그런 글들은 머릿속에서 굉장히 빠르게 휘발되기 때문에! 미리미리 카카오톡 개인 대화방에 조금씩 남겨둔다거나, 조그마한 수첩에 적어둔다거나 하는 민첩함이 필요해요. 아니면.. 새벽에 분위기 잡고 감정을 더덕더덕 버무려버리기..(?)ㅎㅎ

DAY6 - 예뻤어

이 노래는 제가 올여름 가장 많이 반복 재생하여 듣던 노래에요. 일기를 쓸 때도 자주 듣던 기억이 나요. 너무 자주 들어서 이 노래만 들어도 그때 그 감정들 기억들이 생생하답니다. 마침 지난 일기를 보다가 이 노래를 듣고 쓴 일기가 있어서 조금만 남겨봅니다. 제가 블로그에도 같은 일기를 남겼었는데, 굉장히 정제해서 올렸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솔직한 일기를 남에게 보여주는 건 처음이라 부끄럽네요.

( 8/20 AM 03:36 )

이 노랜 마음 어딘가 불안할 때 듣던 노래다. 속앓이를 할 때 듣던 노래라 그런 걸까. 평온한 상태에서 이 노래를 들어도 어딘가. 나는.. 불안해지는 기분이 든다. 불안보다도 완전해지지 않는 기분. 미완성된 그런 기분. 이 노래처럼 나의 사랑은 완전하지 않다. 상대에게 끝없이 믿음과 애정을 갈구한다. 나를 불안하게 하지 말아 줘.

💌 익명의 답장 #2

오늘 채용 논술시험이 있어서 하얗게 불태우며 글을 쓰고 왔는데😵 은조이의 편지가 글쓰기와 관련된 내용이라 신기하네요!

제게 글쓰기는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이렇게 뉴스레터를 발행하고는 있지만, 글 쓰는 건 매번 부담으로 다가와서 시작하기가 좀 어렵달까. 이런 제가 선뜻 글을 쓸 때가 있는데 바로 편지를 쓸 때예요. 편지를 쓸 땐 부담스러움보다는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커져서인지, 마음을 꾹꾹 담은 글을 술술 써 내려갈 수 있더라고요. 그래도 글을 쓰는 시간이 한참 걸리긴 하지만요.

이루마 - Chaconne(샤콘느)

저는 ‘편지를 쓸 때 듣는 노래’를 골라보려고 했어요. 근데 편지를 쓸 때 저는 아무 노래도 듣지 않네요. 노래를 듣고 있으면 가사가 들리고 그러면 편지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요.

그래도! 노래를 들으며 편지를 쓰는 상황을 상상해봤는데, 저는 이루마의 샤콘느를 들을 것 같아요.

저도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샤콘느’는 16세기 에스파냐에서 생겨난 느린 템포의 4분의 3박자의 무곡(춤곡)이라고 해요. 제게 이 곡은 따뜻하게 들리는데, 이 곡을 들으면 더 따뜻한 마음으로 편지를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 익명의 답장 #3

요즘 글쓰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는 거 같아요. 무슨 일을 하든 글을 써야 하는 거 같아요.

일할 때 쓰는 글은 참 안 써지는데, 인스타 스토리의 자그마한 글은 어찌나 잘 써지는지… 저는 요즘 인스타 스토리 올리는 재미에 살고 있답니다. 저도 요즘 들어 글을 많이 쓰고 있는 거 같아요! 인스타 스토리 얘기가 나온 김에 제 인스타를 공유해볼까 했다가 생각해보니 지금 익명의 답장을 쓰는 중이네요 ^o^ 다음 기회에 공유해볼게요:)

글 쓰는 걸 생각해보니까 일을 할 때 쓴 글이든, 인스타에 올리는 글이든, 친구들에게 보내는 카톡이든 다른 사람들이 공감하고 이해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거의 지금의 감정, 지금 내가 받은 영감들을 기록하기 위해 글을 쓰는데, 결국엔 그 글을 읽는 독자를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더라구요…!

글을 쓸 때 따로 플레이리스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약간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음악을 택해서 듣는 거 같아요.

크래커 - 안아줘요

‘크래커’의 곡은 정말 저만 알고 싶은 노래인데요. 그중에 ‘안아줘요’를 추천해봐요.

저는 생각보다 딱딱하게, 생각보다 냉정하게, 생각보다 공감을 잘 못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글을 쓸 때 조금은 차분하게, 조금은 마음이 따뜻하게 세팅을 해놓는 작업이 필요한 거 같아요. 안 그러면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쓰는 거 같아서요. 좀 더 다른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은데,,, 참 어렵네요.

상대방을 꼬옥 안아주는 듯한 느낌, 따뜻한 느낌을 주는 글을 쓰고 싶은데,, 노래로 대신해봅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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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답장을 원한다는 구독자분들이 계셔서 저희도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읽고 답장을 보냈어요.

소소한 이야기, 의견, 궁금증, 피드백 모두 환영이니 편한 마음으로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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