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3.8.7 | 632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집 곳곳을 돌아다니는 로봇 청소기는 방바닥을 쓸고 닦기만 하는데요. 만약 로봇 청소기에 로봇 팔이 달려 있어서 분리수거나 어린 자녀들이 어지럽힌 장난감 블록을 정리 정돈해 준다면 어떨까요? 네 맞습니다. 그런 세상이 성큼 성큼 성큼 오고 있어요.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바드와 같은 초거대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만나면서 이런 세상이 멀지 않은 미래에 펼쳐질 것 같아요.

 

초거대AI(Hyperscale model)란 인간 두뇌를 닮은 AI를 가리키는데요. 예를 들면? GPT의 뼈대가 되는 GPT-3은 파라미터수가 1750억개에 달해요. 파라미터는 인간 두뇌의 시냅스에 해당하고요. 파라미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연산능력이 크게 향상되는데요.

 

막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학습해 자연어 처리는 물론 컴퓨터 비전, 음성 인식 등 다방면에서 활용이 가능합니다. 대화를 할 수 있고요. 궁금한 질문에 대답을 해줄 수 있어요. ? 날씨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주거나, 의학 분야에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답니다.

 

팀 미라클레터는 그동안 약 열 차례에 걸쳐 로봇 관련 편지(아래 편지를 눌러 복습하실 수 있어요)를 보내드렸는데요. 그만큼 로봇이란 물결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로봇 산업에 불어 닥친 초거대AI 열풍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등장할까요. 오늘은 초거대AI와 로봇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오늘의 에디션
  1. 로봇의 차원이 달라진다

  2. 인간처럼 변한 휴머노이드

  3. 네이버랩스 대표 인터뷰

구글의 RT-2


로봇의 차원이 달라진다


몇몇 분들은 지난주 구글이 시연한 RT-2라는 로봇을 보셨을 텐데요. 저도 시연을 보고 있노라니, “와 로봇이 이렇게 바뀔 수 있어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RT-2는 어떤 로봇이냐고요?

 


구글 RT-2가 보여준 미래

 

"상 위에 있는 수많은 과일 가운데 딸기만 골라 담아". 구글 개발자가 명령하자 로봇 'RT-2'가 팔을 들어 올려 딸기만 바구니에 담았어요. "장난감 차 가운데 독일산 차를 골라서 독일 국기 앞에 내려놓아"라고 명령하자 그대로 수행했습니다. ? “상 위에 있는 장난감 중에 멸종된 동물 장난감을 찾아라고 하자, 공룡을 들었습니다.

 

구글의 초거대 인공지능(Hyperscale AI)을 클라우드로 연결해 로봇 팔에 장착한 모습인데요. 그동안 수많은 로봇은 학습한 대로, 정해진 경로대로만 임무를 수행했어요. 또 로봇 훈련에 막대한 시간을 투입했죠. 왜냐하면 로봇의 움직임을 일일이 프로그래밍 했어야 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요리 로봇을 제작하고자 한다면?

 

주걱을 들어 6.5인치 낮추고 벽에 부딪히면 4.2인치 들어 올린 뒤 180도로 팔을 회전하라는 식이었어요. 때문에 수많은 변수를 개발자가 일일이 알아야 했어요. 하지만 초거대AI를 연결한 로봇은 그렇지 않아요. 구글 딥마인드의 로봇공학 책임자인 빈센트 반호크는 "초거대AI 등장으로 이전 연구를 백지화해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초거대 AI를 연동한 로봇은 그 자율성이 상상을 초월한대요. 별도 학습 없이도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정확히 사용자가 원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GPT를 로봇에 장착했다고 한다면? 이해가 좀 더 쉬울 것 같아요.

 

초거대AI가 이미 대규모언어모델을 학습했기 때문에, 로봇이 별도 학습이 필요 없어요. 로봇의 특정 작업을 하나하나 프로그래밍 하는 대신에, 사람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대규모언어모델을 로봇에 연결하는 것이죠. 특히 시각 언어 행동 모델을 토대로 로봇은 사람의 말을 듣고 카메라를 활용해 이를 감지하고 행동합니다. 즉 멀티모달 MultiModal입니다.

 

📚용어: 멀티모달

시각, 청각을 비롯한 여러 인터페이스를 통해 컴퓨터가 스스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을 말하는 개념입니다.

 

📚용어: 대규모언어모델

빅데이터 말뭉치를 사용하여 얻은 규모화된 언어 모델을 가리켜요. 초거대AI는 언어뿐 아니라 비전 등을 포괄하고 있어 좀 더 큰 개념입니다.

프린스턴대의 타이디 봇


만능 청소기, 만능 요리봇


이런 기술이 로봇에 속속 접목되면 로봇의 쓰임새와 용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현재 요리 로봇은 특정 요리만 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메뉴에 대한 학습 없이 모든 요리를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는 범용 요리 로봇이 나올 수 있대요.


70개 쓰레기도 분류 척척


이 같은 트렌드는 올해 2분기부터 이어지고 있는데요. 미국 학계는 올 들어 이런 연구에 나섰어요. 프린스턴대는 지난달 청소봇인 '타이디 봇'을 시연했어요. 그동안 로봇 청소기가 먼지만 빨아들이고 걸레질만 했다면, '타이디 봇'은 어지럽힌 방에 있는 쓰레기를 들어 올려 쓰레기통에 옮겨 담습니다.

 

특히 로봇은 70개에 달하는 전혀 다른 물체가 바닥에 놓여 있고 이를 11개로 분류하는 작업을 '척척' 진행했어요. 이에 대해 프린스턴대는 "현재 85%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면서 "향후 이 같은 로봇이 청소 산업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로봇을 응용해 세탁물이나 재활용품 분류 등에 직접 투입할 수 있습니다.

 

농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유럽의 로잔연방공과대와 델프트공과대는 토마토를 수확하는 로봇에 초거대AI를 접목했어요. 네이처에 따르면, 이들은 대규모언어모델을 토대로 수확 로봇에 적합한 소재와 모터 등을 추천 받아 설계했대요. 로잔연방공대 연구진은 "대규모언어모델은 로봇 설계 단계부터 유익했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만든 수확 로봇은 농장을 돌아다니며 토마토를 손상 없이 수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MS 우리는 무료다

 

GPT 개발사 오픈AI100억달러를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의 챗GPT를 활용해 누구나 초거대AI 로봇을 개발할 수 있는 무료 도구인 '프롬프트 크래프트'를 내놓았는데요.

 

로봇 개발 업체가 이 도구를 활용해 손쉽게 초거대AI 로봇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입니다. 해당 도구를 활용해 로봇에 챗GPT를 장착할 수 있고, 로봇 개발을 위한 파이선 코드를 생성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도구를 활용할 경우, 별도 학습 없이도 수많은 공 가운데 농구공을 파악해 잡을 수 있는 로봇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핸슨로보틱스의 소피아


인간 같은 휴머노이드

 

초거대AI를 인간을 빼닮은 휴머노이드에 장착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어요. 대표적인 로봇은? 바로 미국인 창업자가 홍콩에 2016년에 설립한 핸슨로보틱스입니다. 핸슨로보틱스는 '소피아'라는 휴머노이드를 만들어 주목을 끈 바 있는데요.

 

올 들어 초거대AI를 로봇에 연동하는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소피아는 실제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감정을 얼굴로 표출하는데요. 예를 들어 삶이 무엇이냐고 묻자, "많은 사람이 올바른 삶의 방식이 단 하나라고 착각을 하고 자책을 하거나 타인을 업신여겨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함께 협력하고 훌륭한 일을 해내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저녁 만찬에 위인 3명을 초대한다면 누구를 초대할 것이냐고 물었는데요. 앨버트 아인슈타인, SF 작가인 필립 딕, SF 작가 C 클라크가 쓴 스페이스 오디세이시리즈에 등장하는 슈퍼컴퓨터 이라고 답했어요. 그러면서 이들을 초대하면 (미래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선 "방직기의 등장으로 모든 일자리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면서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산업을 일으킨다"고 말했고요.

 

🔎 크게보기

초거대AI를 접목하기 이전 소피아 역시 표정을 짓고 말을 했지만 저런 철학적인 답변을 하진 못했는데요. 초거대AI를 연결한 뒤에는 마치 전 세계 지식을 학습한 것처럼 답변을 했습니다.

네이버 석상옥 대표


로봇으로 리드하라

석상옥 대표님과 대화

 

네이버에는 신사옥 네이버 1784’가 있습니다. 1784는 로봇 최적화 빌딩으로 불려요. 로봇 연구에 최적화된 곳이라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고요. 임직원들이 로봇을 호출해 음식을 배달시켜 받을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네이버 신사옥을 방문해, 뜻하지 않게 네이버의 로보틱스 AI 연구법인인 네이버랩스의 석상옥 대표님을 만났는데요. 석 대표님이 말씀 주신 내용을 정리해 드릴게요.


😀네이버와 다른 기업의 로봇 연구 차이점이 있나요?

👦네이버는 제대로 디지털 트윈을 하고 있어요. 네이버와 네이버랩스는 디지털트윈에 강점을 갖고 있는데요.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을 접목해 로봇을 전천후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른 것은 없을까요?

👦지금 챗GPT 같은 수많은 파운데이션 모델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네이버랩스 같은 경우에는 파운데이션 모델이 대세가 될지 미리 예상을 했어요. 그래서 2년 전부터 로봇에 필요한 각종 분야에다가 파운데이션 모델을 적용하고 있어요. 올해 말에는 일부 로봇을 사내에 공개하고 3년 뒤 정도는 상용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용어: 파운데이션 모델

미래 알고리즘의 근본이 된다는 뜻에서 트랜스포머와 같은 초거대AI 모델을 파운데이션 모델이라고 합니다. 초거대AI는 파라미터수를 강조하는 단어라면, 파운데이션 모델은 새로운 방식을 강조하는 단어입니다.

  

🤫초거대AI를 접목하면 뭐가 다른가요.

👦예를 들어 특정 지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범용 지역을 위해 투입할 수 있어요. 초거대AI를 장착한 로봇을 실험중인데, 장애물 통과, 사람 피하기, 물체 잡기 등에서 종전 기록을 다 갱신했어요. 그만큼 환경 변화에 덜 민감해 집니다.


🤔 쉽게 말씀 하시면?

👦여기 네이버 사옥에서 잘 작동되는 로봇이더라도 사실 다른 건물에선 처음에는 적응을 잘 못하는데요. 하지만 파운데이션 모델을 탑재하면 적응 시간이 굉장히 짧아져요. 특수 로봇에서 일반 로봇이 되는 것이죠.

   

🤫이런 로봇은 어디에 쓰나요?

👦세종에 짓는 데이터센터 빌딩이 있는데요. 길이가 400m, 폭이 120m에 달해요. 서버만 60만대 들어갑니다. 직원이 100명 정도 일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 공간에 로봇을 투입할 예정이에요. 또 자율주행 셔틀버스도 운행시키고요. 그만큼 로봇이 사람을 지원할 수 있어요.

   

🤔네이버의 로봇 인력은 어떻게 되나요?

👦한국에 240명 유럽에 140명 있습니다. 미국 쪽은 따로 없고요. 네이버는 유럽에서 AI로 가장 유명한 제록스 연구소를 인수했어요. (현재는 네이버랩스의 유럽법인) 인수를 하려고 할 당시, 그쪽 직원들을 만났는데 다들 재무 담당자가 오는데 네이버는 기술을 아는 사람이 왔다면서 좋아하셨던 기억이 있네요.


🤫그래도 미국 빅테크가 더 대단하지 않나요

👦세계적으로 로봇과 인공지능을 모두 함께 제대로 연구하는 곳은 많지 않아요. 일부 잘 알려진 기업은 마케팅을 많이 하는 것 같고요. 구글은 로봇 팀을 없애서 지금은 매우 작은 규모로 있어요. 스위스에 애니보틱스가 유명하긴 한데, 제 생각엔 네이버는 글로벌 톱 수준의 실력을 갖고 있어요. 하하.

 

🔎크게보기

네이버는대표 IT 기업으로 초거대AI 전쟁 한복판에 있어요. 곧 하이퍼클로바X를 내놓을 예정이고요. 문제는 한국어가 한국에서 밖에(?) 쓰지 않다보니 한국어 학습을 시키더라도 시장이 크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서 기업간 소비자 영역 B2C에서 검색에 AI를 장착하고요. 기업간 기업 B2B 영역으로도 방향을 크게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채선주 대표님은 현재 석상옥 대표님과 함께 로봇을 토대로 한 스마트시티 솔루션을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는 작업을 추진.

드리는 말씀

어떠셨나요? 오늘은 초거대AI가 어떻게 로봇 산업을 바꾸고 있는지 그 미래를 살펴봤는데요. 알고리즘이 로봇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71년 이었어요. 테리 위노그라드는 MIT 박사 논문에서 영어로 문장을 입력하면 컴퓨터상에서 로봇 팔이 그 문장을 이해하고 각종 색깔 블록을 집어 올리는 프로젝트에 성공했어요. 매우 효율적인 프로그램이었지만, 규칙 기반이다 보니 이를 다른 용도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후 스탠퍼드대 출신인 로드니 브룩스 등이 설립한 아이로봇은 2002년 세계 최초로 가정용 청소 로봇을 선보였는데요. 청소 로봇 롬바는 랜덤워크 알고리즘을 접목해 낮선 환경에서도 청소를 잘 해요. 또 음성 제어, 방바닥 매핑 기능이 있었습니다. 본격 인공지능이 로봇에 들어온 것이죠.

 

오늘날 우리 곁으로 들어온 로봇은 초거대AI를 탑재하려는데요. 앞으로는 이런 로봇이 휴먼 인터넷인 IoH(Internet of Human)와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요. IoH가 발전하면 걸어 다니는 위치를 네트워크에 연동하고 주변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며 현재 내 감정 상태를 상대방에 전달할 수 있어요. 또 뇌파만으로 로봇 팔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로봇이 미래에도 인류의 위협이라기보다는 친구로서 활동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난번 말씀 드린 대로 미라클레터가 작은 변화를 할 예정입니다. 독자님들께 어떤 코너를 원하시는지 지난주에 여쭤봤고 감사하게도 많은 답변을 받았는데요. 주신 의견을 토대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까 합니다. 물론, 꼭 고정된 것은 아닌데요. 주로 테크 트렌드를 중심으로 알려드리지만 이슈가 적을 때는 아래처럼 더 다양한 소식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 이덕주 특파원: 실리콘밸리 
  • 원호섭 기자: 딥사이언스
  • 황순민 기자: 테크 트렌드
  • 이상덕 기자: 컬처, 북클럽

 

언제 어디서나 진심으로 독자님의 성장을 응원하겠습니다.


진심을 다합니다

이상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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