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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규욱 · 김혜진 기자
앤 소피 샤셀 HEC파리 교수
세계지식포럼 ‘전략적 의사결정’ 세션서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편향 극복 전략 제시

우리는 왜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가
확증 편향, 프레이밍 효과, 과신, 직감
전략적 의사결정의 핵심은 ‘의심’
“겸손하고, 끊임없이 의심하라”

우리는 종종 자신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존재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인식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렌즈를 통해 왜곡됩니다. 본인만의 경험, 감정, 그리고 사회적 환경은 인간의 판단에 미묘한 색을 입히고, 우리가 ‘사실’이라 믿는 것조차 편향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확증 편향은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만들고, 후광 효과는 단 하나의 인상이 전체 평가를 지배하게 합니다. 군중 심리는 우리를 집단의 흐름 속으로 밀어 넣고, 선택적 지각은 불편한 진실을 무시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인간의 편향’을 키워드로 한 ChatGPT 생성 이미지.

이런 인간의 한계를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그 한계를 넘을 가능성을 갖습니다. 객관성이란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성찰하고 의심하며 더 나은 판단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진정한 지혜는 자신의 편향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는 비즈니스 리더에게도 결코 예외일 수 없습니다. 비즈니스 리더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역시 수많은 편향이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프랑스 최고 경영대학원으로 꼽히는 HEC파리의 앤 소피 샤셀 교수는 인지 편향이 비즈니스에 미치는지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학자입니다. 매일경제신문은 샤셀 교수를 제25회 세계지식포럼에 초청, 비즈니스 리더들이 편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앤 소피 샤셀 HEC파리 교수가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지식포럼 ‘전략적 의사결정: 리더처럼 생각하라’ 세션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매경DB>

“모든 인간은 편향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편향이 있다고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전략적 의사결정을 위한 실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15년 동안 연구해 온 샤셀 교수가 제25회 세계지식포럼 ‘전략적 의사결정: 리더처럼 생각하라’ 세션에서 강조한 점입니다.


샤셀 교수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경기 결과를 매우 높은 확률로 맞춘 독일 문어 ‘파울’을 언급하며 “결과만으로 좋은 결정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다”며 “의사결정 과정을 제대로 세우고 구조화해서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략적 의사결정에서 네 가지의 편향을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샤셀 교수는 첫 번째로 “‘프레이밍 효과’가 중요하다”며 “우리 뇌는 모든 정보를 취합해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단순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개인이 어떠한 문제를 바라볼 때 총체적으로 보지 않고, 본인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기 때문에 경영진은 모든 프레임을 포괄할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관점의 사람들이 모여서 모두의 관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예를 들면 높은 연령층과의 미팅이 있을 때 그들의 관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을 해야 제대로 논의가 이뤄진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자세한 내용이 필요하다면 리처드 탈러의 책 ‘넛지’를 볼 것을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샤셀 교수는 두 번째로 “특히 ‘정보 수집 과정에서의 편향’이 많이 발생한다”며 “지식이 늘어나면서 스스로 전문가가 됐다고 생각하고 충분히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나친 자신감이 편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리더는 ‘내가 자신감을 보이지 않는다면 팀원들이 나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텐데, 여전히 스스로 모르는 게 있다는 걸 인정하고,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의구심을 가지는 과정을 제대로 갖춰야 결정을 제대로 내릴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샤셀 교수는 조심해야 할 세 번째 편향으로 ‘확증편향’을 꼽았습니다. 그는 “본인이 주장하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고, 근거로 댈 수 있는 정보만 찾는다”며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정보만 찾게 되면 제대로 된 결정을 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이어 “매우 어려운 전략적 결정을 내리거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내 주장이 잘못됐다’고 하는 정보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샤셀 교수는 실리콘밸리 스타로 떠올랐다가 사기꾼으로 전락한 여성 기업인 ‘엘리자베스 홈스’의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홈스는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혈액 몇 방울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투자받았지만, 결국 가짜 기술이었습니다.


샤셀 교수는 “홈스가 기소됐는데 본인의 결정에 대해 방어한 방식이 흥미롭다. 그는 ‘아무도 제게 질문하지 않았으니 제 잘못이 아니다. 투자자 중 증거 요청한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앤 소피 샤셀 HEC파리 교수가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지식포럼 ‘전략적 의사결정: 리더처럼 생각하라’ 세션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매경DB>

마지막으로 샤셀 교수는 ‘직감(직관)’을 조심해야 할 네 번째 편향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는 “직감을 제6의 감각과 같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직감은 ‘별안간 생겨난 것’이라고 보면 안 된다”며 “직감은 연구 분야에서 ‘시스템1’이라고 하는데, 자동적이고 빠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러분이 무얼하든 자동으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인데, 그게 바로 직감이고 시스템1”이라며 “예를 들어 길을 건널 때, 차가 안 오면 건너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어릴 때부터 배워서 자동적으로 생각이 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샤셀 교수는 “전략적 결정을 할 때는 시스템1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스템1은 감정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걸 선택하는 건 좋지 않다. 시스템1은 자동화된 기술이나 일정한 환경일 때 사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직감에 대한 의구심을 늘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의문을 가지고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주변에 같은 학교를 졸업했거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유사하게 생각하게 된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이어 “실패한 결과가 나왔을 때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 ‘누구 탓이냐’가 아니라 ‘무엇 때문에 실패했느냐’가 중요하다”며 “리더는 실패를 용인할 수 있어야 하고,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어야 하고, 다음에는 다르게 시도해야겠다는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샤셀 교수는 “중요하고 큰 규모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할 땐 어느 정도 겸손이 필요하다”며 “의심하며, 호기심을 갖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발굴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관점은 무엇인지 고려하고 결정해야 비로소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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