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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친구들에게 무용한 질문을 자주 던진다. 장례식에서 틀고 싶은 곡은 무언지, 가장 애착을 갖는 대상은 무언지, 조어 중 마음에 드는 단어가 있다면 그 이유는 무언지, 슬그머니 물어보고 그것을 화두 삼아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다. 한때는 생업의 고단함, 오르지 않는 주식, 지지부진한 연애, MBTI와 정치 이야기를 섞으며 대화를 이어갔지만, 그것이 서로에게 더 이상 유쾌하지도, 흥미롭지도 않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는 실정과 동떨어진 다소 뜬금없는 질문을 하고 있다. 난생처음 받는 질문에 떨떠름해하거나 주춤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개 진지하게 답을 추린 뒤 천천히 속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러다 보면 분위기가 예상과는 달리 진중하게 흘러가기도 하고, 시시한 답을 늘어놓으며 서로 낄낄거리기도 하는데, 그런 시간이 즐겁다.

가끔 이게 소설을 쓰며 생긴 고질적 습관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소설을 쓸 때도 인물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나이, 습관, 질병 유무 같은 현실적인 질문부터 사랑을 위해 무얼 버릴 수 있는지, 내 분노는 어디서 비롯되는지 같은 추상적인 질문까지. 그렇게 폭을 넓혀나가며 인물을 상상하고 이해한다. 소설이 안 써질 때도 질문을 던진다. 넋두리도 한다. 왜 나를 골머리 앓게 해? 왜 잠을 못 자게 만들어? 그런 모습이 우습기도 하지만, 그러다 보면 그 인물과 가까워지고, 그에게 부드러운 살과 단단한 뼈 같은 물성이 생기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궁금증을 갖고, 깊이 있게 알아가고 싶은 마음을 품는 건 짙은 애정을 수반하는 일이다. 당신을 사랑하기에 가능한 일. 무수한 노래 가사가 사랑에 관한 의문으로 시작해 끝이 나는 것처럼 말이다. 페기 리가 불러 유명한 재즈 스탠더드 ‘I’m confessin’은 사랑하는 이를 향한 달콤한 물음으로 가득한 곡이다. “내게 알려주세요. 당신도 나를 사랑하나요?” 상대의 마음을 알고 싶어 질문을 던지고, 들끓는 애정과 상대의 무심한 반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넘겨짚고 있는 건 아닐까요?” 라며 의기소침해한다. 그런가 하면 엘라 피츠제럴드의 ‘All of me’는 헤어진 연인에게 “당신이 가져간 건 우리 기억의 일부예요. 대체 왜 모든 걸 가져가지 않았어요?”라고 반문하며 “당신 없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죠?”라는, 듣는 이 없는 쓸쓸한 물음을 이어간다. 사랑 없이는 이런 애달프고 다정한 질문도 나오지 않겠지.
ⓒunsplash

나는 주로 질문을 던지는 축이지만, 때로는 받기도 한다. 이틀 전에는 독자가 인스타그램 DM으로 이런 질문을 했다. “작가님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단어는 무엇인가요?” 친구들이 내게 돌발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당혹스러웠을까. 평양냉면(요즘 한창 빠져 있는 음식), 이토 준지(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는 만화가), 두둑한 지갑(이건 뭐…) 등 이런저런 단어가 떠올랐지만, 그럴싸하고 근사한 답을 해야겠다 싶어 내 오랜 화두인‘지속 가능성’이라고 답했다. 그는 되물었다. “우리 삶에서 지속 가능한 건 뭐가 있을까요?” 글쎄, 무엇이 있을까. 골몰하다 그날은 답을 내리지 못했다.답이 명징하게 떠오른 건 그와 주고받은 DM을 다시 살펴보면서다. “잘 지내고 계시죠? 소설 잘 읽었어요.” 첫 소설집을 출간하기 전부터 그가 꾸준히 보내준 따뜻한 안부. “앞으로도 더 사랑받으시길 바라요.” 든든한 격려. 그가 먼저 손을 내밀고, 순도 높은 마음을 전해주었던 순간이 메시지 창에 고스란히 쌓여 있었다.

우리 삶을 지속시켜 주는 건 결국 사랑 아닐까. 타인을 향한 두터운 애정, 내밀한 관심과 그에게서 비롯되는 수많은 물음과 답들. 심상하다 여길 수 있지만 ‘밥 먹었어?’ ‘아픈 데는 없어?’ 같은 질문의 기저에도 상대를 향한 염려와 애틋함이 서려 있으니. 누군가에게 애정 섞인 질문을 이어가고 답을 듣다 보면 그 사람이 전보다 선명해지고, 돌올해진다. 마치 소설을 쓰기 전까지 형체가 없던 인물이 질문을 지속할수록 서서히 제 모습과 바탕을 갖추는 것처럼. 질문이라는 한자어가 바탕 질(質) 자로 이뤄진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

내게 기꺼이 사랑을 전해준 독자에게 나도 같은 질문을 했다. “당신의 삶에서 지속 가능한 건 무엇인가요?” 설렘을 안고 그 답을 기다리며 내 삶 속에 가득 차 있는 이들에게 앞으로 줄 사랑을 조금씩 가늠해 본다.

Writer 성해나

소설가.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 <두고 온 여름>을 펴냈다. 깊이 쓰고, 신중히 고치며 나아가려 한다.

- <엘르> 2023년, 9월호 발췌


✅보이스 초이스✅

뉴스레터, 브랜드, 서비스, 책, 전시, 공간까지 엘르보이스가 눈여겨보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책 한 권을 재미나게 읽고 덮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줄거리나 좋았다고 생각했던 문장이 가물가물했던 적, 도 있으셨나요? 오늘은 엘르보이스 담당자가 멤버십 회원으로 활동 중이기도 한 북클럽문학동네의 독서 프로그램 <이달책>을 소개해 드릴게요. 이달책 9호 최은영 작가님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를 읽고 프로그램을 참여했던 찐 후기를 들고 왔어요!


(이달책은 북클럽 회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요.)


북클럽문학동네 이달책이란?

[이달책 기본 구성]


도서 + 리딩가이드 패키지

완독 기간 중 독서 알림 & 완독 후 완독리포트 (뉴스레터)

③ 온라인 독서 커뮤니티, 독파 연계 이용

 ④ 독파챌린지 신청 시 온라인 북토크


*북클럽문학동네 6기 회원은 이달책 참여 시 완독 인증 이벤트를 통해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고, 적립한 포인트로 다음 이달책에 차감 결제를 적용할 수 있다고 해요!

담당자 1 - 도서 + 리딩가이드 후기


“7편의 중단편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도 들려주세요” 리딩가이드 속 질문카드의 4번째 질문을 읽고, 「답신」이 바로 떠올랐어요.

그때 내 마음에서 나는 옳고 언니는 그르고, 나는 맞고 언니는 틀리고, 나는 알고 언니는 모르고, 나는 할 수 있고 언니는 할 수 없고, 나는 용감하고 언니는 비겁하고, 나는 독립적이고 언니는 의존적이고, 나는 떳떳하고 언니는 비굴하고, 나는 배려하고 언니는 이기적이고, 나는 언니를 지켰고 언니는 나를 버렸지. -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답신」 中

소설을 자주 읽는 편은 아닌데 이 구절을 읽고 순간적으로 몰입해 주인공의 감정을 느껴봤어요. 고마움과 미안함, 아픔과 슬픔이 동시다발적으로 섞여 있는 어떤 죄책감. 감정의 다발이라고밖에 표현이 어려운 그런 느낌이요. 사람들이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까 싶더라고요. 소설은 이야기의 흐름이니 수동적으로만 받아들이기 쉬운데 리딩가이드에 포함된 질문에 곰곰이 답해보며 여운을 오래 간직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담당자 2 - 독파챌린지 후기


책을 읽다가 여운이 남는 구절들이 있을 때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공유하고는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이 구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하고는 했어요. 독파챌린지는 첫 이용자에게 무료로 제공되는데, 다른 사람들이 어떤 구절을 남기고 싶어 하는지 몰래 훔쳐보며 저 혼자 유대감을 쌓기도 하고 미션을 수행하며 지나칠 수 있었던 대목을 다시금 떠올리며 더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특히 남기고 싶은 구절을 기록해 두면 얼마큼 읽었는지 퍼센트로 볼 수 있어서 묘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우리는 서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같은 책을 읽고 비슷한 구절 또는 지나칠 뻔했던 구절들을 나누고 곱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기쁨으로 다가왔어요. 책을 읽으며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사람들의 행복과 안녕을 바라는 제 마음을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독파챌린지로 제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지  기대 됩니다 :)

담당자 3 - 북토크 후기


독파챌린지가 마무리 될 무렵, 최은영 작가님과 편집자님이 출연한 줌 북토크에 참여해 봤어요. 사실 온라인 북토크는 처음이라 재미없으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게 웬걸, 오프라인과는 다른 매력을 발견해버렸지 뭐예요. 약간의 익명성을 활용하여 작가님께 묻고 싶었던 질문들을 눈치 볼 필요 없이 물어볼 수 있는 것은 기본, 채팅방 너머의 다른 독자들의 존재를 확인하며 같은 책을 읽고 얘기를 나누고 있는 동지라는 묘한 연대감이 생기더라고요. 희원, 희영, 희진, 유난히 작품 주인공 이름에 ‘ㅎ’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너도나도 작가님 차기작으로는 본인의 이름 써달라고 줄줄이 댓글이 달리는 해프닝도 벌어졌답니다.

덕분에 북토크를 통해 작가님의 세계를 좀 더 다채롭게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표지 제작이 선정되었는지부터, 표지에 담긴 작가님의 사적인 취향, 소설 속 한 인물이 유난히 반복했던 행동과 말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지 등 책을 그냥 읽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닌, 이 책을 쓰고 편집하고 읽은 사람들과 보다 심층적인 대화를 나눠보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됐어요.


참, 북토크를 통해 알게 된 꿀 정보 하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를 읽으며 들으면 좋을 것 같은 음악을 최은영 작가님께서 직접 선정했다고 합니다. 혹시 책을 읽으며 귀가 심심했던 분들은 이 플레이리스트(click)를 들으며 더 깊게 최은영 작가님의 세계로 몰입해 보세요.

엘르보이스 X 북클럽문학동네 이벤트 

북클럽문학동네 이달책 10호
+ 독파 1회 무료 쿠폰
(5명 추첨)

좋았던 경험을 아리님과 함께 나누고 싶어 준비한 이벤트!
추첨을 통해 무려 6년 만의 신작 장편을 공개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서와 함께 리딩가이드를 보내드릴게요💚
EVENT INFO
📚이벤트 기간 : 9월 12일(화) ~ 9월 25일(월)

📚당첨자 발표 : 9월 26일(화) 뉴스레터 내 공개 예정

📚경품 : 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패키지 + 독파 1회 무료 쿠폰 (5명)


🔊지난 주 구독자 보이스🔊
매주 여러분의 목소리 중 일부를 전해드립니다. 모든 분의 소중한 피드백 하나하나 귀 기울이고 있으니 오늘의 <엘르보이스>가 어땠는지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 

-  하루를 행복한 반려동물들과 집사의 이야기와 사진으로 열 수 있어 즐거웠어요!

- 반려묘를 들이고 싶어서 계속 고민 중인데, 털과 모래. 그리고 아이가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의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계속 저를 망설이게 하고 있어요. 불편과 사랑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는 문장에 아! 하고 깨달음을 얻습니다. 몇달 째 유기묘 센터를 기웃거리고 있는 저에게 큰 용기를 주는 레터였어요!

-  털뭉치 이야기 너무 반가웠어요! 저는 유기된 소동물 두 마리를 가족으로 들여 살고 있답니다. 5년, 2년 되었어요. 강아지, 고양이는 아니기도 하고 주변에서 종종 "이렇게 큰 소동물은 처음 보아요"라는 말을 듣는데요. (저희집 소동물 크기 정도가 되기 전에 유기하기 때문이죠.) 다음에는 저희 식구들 같은 생명 이야기도 듣길 기대해 봅니다
💌  님, <엘르보이스> 73번째 레터 어떠셨나요? 
님의 감상은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아래 링크에 남겨주시면 정성껏 읽고 다음 레터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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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다양하고 반짝이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담길 <엘르보이스>, 나만 볼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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