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VR Chat 상황극 콘텐츠
2. OTT 다양성 예능 <남의 연애>와 <메리퀴어>
3. 평양냉면의 새로운 면모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주인공이 VR 기기를 장착하고 가상 세계(오아시스)에 접속해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이제는 평범한 일반인들이 가상의 공간에서 자신의 부캐를 만들어 소통하고,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제페토, 로블록스 등 다양한 플랫폼이 있지만 현실과 가상의 싱크로율이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 것은 바로 VR 기기를 착용하고 3D 아바타를 통해 즐기는 오픈월드 게임 ‘VR chat’입니다. 

VR chat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을 위해 가수 이석훈 씨가 수고해주신 영상이 있어 가져와 봤습니다.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이프랜드 내에서 제작되는 웹드라마 제작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곤 하는데요. 아직까지는 화면 녹화 및 장면 캡처로 선촬영을 하고, 화면을 이어 붙이고 녹음을 덧붙이는 후편집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반면 VR Chat에서는 이 가상의 세계에서 캐릭터를 만들고 세트장을 제작하고 시나리오를 준비해 실시간으로 연기를 펼치는, 한 편의 단막극과 같은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습니다. 138만 구독자를 거느린 스트리머 '우왁굳'이 VR chat 상황극을 라이브 스트리밍하면, 약 3만 명의 시청자가 몰린다고..!

VR chat은 VR 기기를 장착한 유저의 동작과 음성이 실시간으로 반영되어 더욱 생동감 넘치는 화면 연출이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라이브 방송인 만큼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장감 넘치는 이 상황극을 게임 방송 시청자들은 실시간으로 즐기고, 이후 이를 적절히 편집해서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니 더 많은 사람들이 VR chat 상황극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거죠.

👓 영화와 비슷합니다, 근데 이제 LIVE를 곁들인

1. VR chat 상황극 약 1주일 전, 약 1시간 분량의 상황극 시나리오를 출연자들이 자체 제작
   
   
2. 준비된 시나리오에 맞춰 VR chat의 각종 툴을 이용해 상황극이 펼쳐질 맵(세트장) 세팅
   (주로 유니티 엔진 등을 활용하며, 아바타 캐릭터 외형을 커스터마이징하고 공간을 맞춤 제작)
   
   
3. 출연자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나누고, 캐릭터 컨셉에 맞는 연기 연습 및 리허설
   
   
4. 방송이 시작되면 인기 스트리머 우왁굳을 상황극에 초대, 우왁굳은 즉석에서 부여받은 역할을 임.기.응.변.으로 소화하고, 이 모습이 우왁굳의 시점에서 생중계.

VR chat 상황극은 Live인 만큼 고정 멤버들 개개인의 역량, 맵 제작 능력부터 드립력, 연기력, 임기응변 등이 중요합니다. 우왁굳 자체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고정 멤버 대부분은 게임 스트리머들로 우왁굳과 함께하는 콘텐츠를 통해 138만 규모의 폭넓은 시청자들과 교감하고 자체 팬덤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고정 멤버는 별도의 수익 창출 목적보다는 명예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이 모든 콘텐츠들을 총괄하고 있는 스트리머 ‘우왁굳’은 최근 상황극에서 한발 더 나아가, VR chat으로 제작하는 15분 미만의 단편영화 콘테스트 개최 소식을 알렸습니다.

배우의 대사 없이도 사운드 이펙트, 카메라 구도, 연출까지 압도적 몰입감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VR chat 단편영화 <이 남자가 이 나이 먹고 혼자인 이유>

점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VR로 사람의 움직임을 더욱 섬세하게 표현이 가능해진 만큼, 본격적으로 연기 잘하는 가상공간 속 배우들과 연출자의 탄생이 기대됩니다. 😊

시도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었던 ‘다양성 예능’이 처음으로 OTT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지난 7월 웨이브는 국내 최초 남자들의 연애 리얼리티인 <남의 연애>와 국내 최초 커밍아웃 로맨스 <메리 퀴어>를 선보였습니다. 두 예능을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남의 연애>는 웨이브 신규 유료 가입 견인 순위 1위, <메리 퀴어>는 5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화제성을 입증했습니다.

콘텐츠 업계 역시 다양성 예능 콘텐츠가 공개되는 현상에 각자 다른 견해를 내고 있습니다. '다름'에 대한 변화된 사회의 시선을 반영한 기획이라는 분석과 퀴어라는 현실과 예능 사이 줄타기가 아직은 어려운 영역으로 보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진 눌 에디터는 ‘다양성 예능’에 대한 업계 고관여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 봤습니다.

🔊 목소리를 내주신 분들

*<남의 연애>와 <메리 퀴어> 1화를 보고 진행한 대담입니다.

*문화 콘텐츠 관련 종사자 중 다양성 예능의 메인 타겟층인 2030

🧘‍♂ 눌: 안녕하세요, 여러분. <남의 연애>와 <메리 퀴어>를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유잼 예능 프로그램의 등장" vs "기존 포맷 & 연출 기시감"

🐬 쏘

솔직히 말씀드리면 두 예능 모두 시청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주변 반응과 매체에 보도되는 내용을 접하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핫한 예능이라고 체감되었어요. 대담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보셨나요?

👩에미

저는 두 프로그램 모두 시청했는데  같은 'LGBTQ'(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즈젠더) 소재라도 어떻게 풀어야 팬덤을 모을 수 있는지 그 차이가 극명하게 보였어요. 개인적으론 <남의 연애>가 더 재밌고, 다음 편이 기다려지더이다. <남의 연애>는 외모, 설렘, 그들의 사랑을 비난하지 않는 세계관(게이만 모였으니까!)까지 BL 팬덤을 품을 요소들을 잘 버무려 놨어요. 반면 <메리 퀴어>는 우는 부모부터 차별과 편견의 시선을 앞세워 '인간극장' 같은 느낌을 풍겼습니다. <남의 연애>에 비해 올드하게 느껴졌어요.

🏡재택이

저는 오히려 <메리 퀴어>가 단순한 연애 리얼리티에 그치지 않고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깊고, 진중하게 들려주는 것 같아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싱욤

공감해요. <메리 퀴어>는 최근 'BL'로만 한정되고 있는 퀴어 콘텐츠의 저변을 넓혔다고 생각해요. 성소수자들로서 느끼는 아픔과 갈등을 다뤄 진정성을 품었어요. 다만 예능으로서 재미는 부족했고요. 반면 <남의 연애>는 최근 유행하는 연애 리얼리티의 '게이 버전'인 것 외에 새로움은 없었어요. 하지만 눈길을 사로잡는 출연진들이 가장 큰 장점이었고요. '남자들에게 어떤 남자가 인기가 많을까?'하고 지켜봤는데, 출연자들과 시청자인 제가 같은 눈을 가진 것 같아 흥미로웠어요😂 에피소드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성별이 아닌 '사람'으로 봤을 때 상대를 혹하게 하는 매력은 누가 봐도 같구나 싶었어요.

🪨엠마스톤

<메리 퀴어>는 본편을 직접 보진 못하고 '짤'만 봤는데 감정 폭이 더 드라마틱 하고 현실적인 내용이더라고요. 저는 가벼운 연애 리얼리티 쪽이 더 맞는 것 같아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남의 연애>를 시청했습니다. 기존 연애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는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어떨까' 공감하며 봤다면, <남의 연애>는 '남자들끼리의 연애는 이런 느낌일까?'라며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남자끼리 서로 수줍어하면서 연애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모습이 약간은 낯설었지만 보다 보니 귀엽기도 하고.. 같이 보는 친구랑 '꺅꺅' 소리 지르면서 봤어요. 창민이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를 궁금해하면서 다음 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ㅎㅎ😀

🐿️날다람쥐

저도 <남의 연애>를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원래 연애 리얼리티 예능을 좋아하는 편인데, <남의 연애>는 그간의 진행 방식과 전개가 달라 흥미가 더 생기더라고요. 처음 만난 출연진이 둘씩 데이트를 하고, 하루의 마지막에는 호감 가는 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등의 방식이 신선했습니다. 처음에는 ‘게이’ 키워드로 흥미가 생겨 봤다면 1회 끝에는 연애 리얼리티 예능로서 기대가 확실히 생겼어요👍

🧘‍♂ 눌: 다양성 예능, 어떤 점을 더 신경 써서 제작해야 할까요?

"이해와 인정으로 접근"  vs "리스크 매니지먼트 필요"

🏡재택이

다양성 예능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화끈한 시도라고 봅니다. 뭘 더 주의하고, 몸을 사리기보단 판을 키울 수 있는 ‘시도’가 계속되어야 해요.

👩에미

맞아요. 문을 계속 두드려야 해요. 다만 단순한 연애 예능, 리얼리티 예능 포맷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좀 더 창의적인 장치를 생각해 봐야겠죠. 또 굳이 소수자만 출연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예능들도 기획될 것 같고요. 그리고 성소수자 지인의 말에 의하면 그들 사이에 네트워크가 촘촘하기 때문에 폭로할 거리가 없는 사람, 프로그램에 리스크를 안기지 않을 출연자를 섭외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 쏘

완전 맞말(맞는 말)입니다! 출연자 섭외에 조금 더 공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흔히들 '병크 터졌다'라고 하잖아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반인이 사생활 이슈 등으로 중도 하차하고, 제작진이 통편집을 하는 등 홍역을 앓았던 사례를 반추하자면 출연자들의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의 연애> 1화 공개 이후 출연자 중 과거 이성애 연애 리얼리티에 출연했던 이력이 주목받게 되는 현 상황이라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봅니다.

🗣️까좋

LGBTQ를 ‘이용’하지 않고 ‘이해’하는 접근도 필요합니다. <남의 연애>의 숙소 배정 방식은 호감을 표현하는 방식을 섬세하게 다루기 보다 극적인 요소를 부각한 사례라 생각합니다. <메리 퀴어>는 결혼이라는 주제 의식을 다루고 있지만 ‘제도’에 집중해 '방향성' 제시가 부족하다고 봐요. 선진국의 '법정 대리인 제도'처럼 동거인 이상의 ‘가족이 되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으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있습니다.

🍺싱욤

모든 퀴어 콘텐츠를 최근 유행에 따라 BL 스타일로 제작하는 것이 위험해 보입니다. 남성의 사랑을 '미소년들의 꽁냥꽁냥 예쁜 사랑'으로 한정해서 바라보는 건 또 다른 차별과 편견의 방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BL 물은 보지만 찐게이는 싫어!'라며 현실 세계의 사랑도 판타지로만 소비된다면 다양성의 인정보다는 특정 고정 관념을 만들어 낼 수도 있어요.

🧘‍♂ 눌: 아직은 OTT 가입자들만 볼 수 있는 콘텐츠, TV 등 메인 스트림으로 확장될 가능성은? 

"대중성과 시청 타겟 공략해야" vs "콘텐츠가 채널 가치 선도"   

🐬 쏘

다양성 예능이 메인스트림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기대합니다. 이제 더 이상 일반적인 연애 리얼리티로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받기 힘듭니다. 헤어졌던 연인들을 다시 만나게 하고, 커플 간 서로 파트너를 바꿔서 만나게 하고, 이혼한 부부를 다시 한 집에 몰아넣고 갈등을 재조명하는 데 익숙해졌으니까요. 이성애로 할 수 있는 예능 포맷이 다 소구 되었으니, 이제는 다양성 예능으로의 확장이 당연한 수순으로 보입니다.

🐿️날다람쥐

공영방송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겠지만 지상파, 종편 등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려면 연애 리얼리티 ‘날것’의 감정에 더 집중하는 마라 맛 자극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재택이

그렇다면 오히려 겉치장을 다 벗어던지고 '원초적으로' 나가는 예능이 나오면 좋겠어요. 지금은 다양성 예능이라고 해서 독특해 보이지만, 실상 별다른 특징은 없어 보이거든요. 틀에 박힌 연애 리얼리티와 비슷한 형식에서 벗어나고, BL 드라마 인기에 편승하는 그림이 아닌, 다양성 예능만의 장점을 찾는 고민이 이어져야 할 것 같아요.

🪨엠마스톤

다양성 예능을 소비하는 타겟 층을 어떻게 공략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규모가 결정될 것 같아요. 다만 현실적인 퀴어물보다는 BL 콘텐츠와 같이 대중의 입맛에 맞는 작품들이 편향적으로 인기를 얻게 될 듯해요. BL 콘텐츠에 열광하는 20대~40대 여성들, 즉 드라마나 영화의 주 소비층을 대상으로 한 작품들이 인기를 끌 것이고, 그에 따라 '다양성 예능'도 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트렌드가 달라진다고 봐요.

🍺싱욤

반대로 BL처럼 노골적으로 특정 여성 타겟만 노리는 식의 예능이라면 더욱 반감이 커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OTT는 취향 장사가 가능할지라도 TV로 대표되는 메인스트림 플랫폼은 조금 더 대중적인 접근이 필요한 게 현실이거든요. TV 드라마였던 <슬기로운 감빵생활> 속 게이 커플, <마인>의 레즈비언 코드가 대중의 심리적인 거리를 좁힐 수 있었던 이유를 고민해 보면 답이 나올 듯해요.

👩에미

오히려 메인스트림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부터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앞으로는 프로그램이 채널을 탄다기보다는, 화제성 높은 프로그램이 채널 가치를 선도할 거로 봅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병우>처럼요! 지상파를 포함해 플랫폼은 다양한 소재를 품는 혜안을 가지는 동시에, 제작 사이드에서는 색다른 기획에 공을 들이면 좋겠습니다.

• 평냉 힙스터: 평양냉면과 힙스터의 합성어. 힙스터는 유행 같은 대중의 큰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문화를 좇는 부류를 뜻하는데, 비주류 음식으로 여겨져 온 평양냉면 힙스터 문화를 따르는 MZ세대에게 각광받으며 생겨난 말이다.
• 평냉투어: 전국의 평양냉면 맛집을 돌아다니며 맛보고 후기를 남기는 '평양냉면 투어'. 평양냉면에 이제 막 입문한 사람을 뜻하는 '평린이'들이 투어를 다니며 초급자에게 적합한 맛집을 찾아내기도 하며, 버스를 대절하여 수도권 일대 냉면집 여러 곳을 하루 만에 돌아다니는 이들도 있다.  
• 평뽕족: 평양냉면에 중독된 사람들을 일컫는 말.
• 면스플레인: '냉면'과 'explain(설명하다)'의 합성어로, 냉면은 반드시 어떻게 먹어야 한다고 가르치는 언행. 가장 대표적인 면스플레인으로 평양냉면에 식초와 겨자가 금기시되었으나, 2018년 북한 4대 냉면집 중 하나인 옥류관 안내원이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예술단원들에게 맛있게 먹는 법으로 식초와 겨자, 양념장 뿌리기를 권하면서 대세론에 금이 갔다. 

• 우주옥: 소고기(牛)와 술(酒)이 있는 곳을 뜻하는 서울 연남동의 감성맛집. 주류 주문이 필수지만, 술찔이들을 위해 잔술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고명으로 수육 대신 *샤퀴테리를 올린 냉면은 소금 베이스의 '냉면 청'과 간장 베이스의 '냉면 진' 중 선택해서 맛볼 수 있어요. 
• 당인동 국수공장: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이곳에서는 야외 테라스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일반 평양냉면집에서는 찾기 힘든 곱창전골, 들기름 메밀면 등의 새로운 메뉴들도 이곳의 특징입니다.
• 압구정면옥: 정인면옥 출신의 주방장이 만드는 압구정면옥의 평양냉면은 와인&맥주와 의외로 조화로운데요. 평양냉면과 잘 어울리는 주류들을 다양하게 추천해주고, 해장에 제격인 육수를 캔으로 판매해 식사 다음 날까지 평냉의 여운을 즐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