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모르는 번호로 전화도 문자도 자주 받습니다. 여론조사 전화를 하루에 세 번 이상 받기도 하고, 일주일에 두세 번 꼴로 여러 지역의 지방의원 후보자로부터 홍보 문자를 받았습니다. 오늘은 한 시의원 후보자의 사전투표 독려 문자를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개인정보가 어딘가에 뿌려진 듯합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지금까지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공약과 지금까지의 행보를 살펴본 적이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후보자를 평가하기보다는 지지하는 정당, 포스터에 칠해진 배경색을 보고 투표를 한 적이 많았습니다.
이번 코트워치 선거 기획인 '선거범죄 리포트'를 준비하면서 이런 태도가 조금은 바뀌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들여다보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혹은 누군가를 당선시키기 위해 진심인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누구에게 한 표를 주면 좋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보이는 모습, 소속 정당만으로는 그 후보자가 적임자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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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에서 제가 살펴본 것은 '금품'에 관한 선거범죄 판결이었습니다. 선거의 후보자나 당선인이 누군가에게 금전·물품·경제적 이익 등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해 처벌받은 사건들입니다.
식사 자리에 사과 한 박스와 수박 한 통을 사 간 사람, 오랜만에 만난 지인의 자녀에게 용돈으로 10만 원을 준 사람, 마을 경로당에 평상을 제공한 사람 등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상습적으로 금품을 제공해 처벌받은 당선인들, 법원이 적은 유죄 판결의 이유를 보며 이러한 행위가 쌓이고 쌓여 만들어질 수 있는 효과나 부작용 같은 것을 상상해 보게 됐습니다.
"공직선거와 관련한 기부행위는 후보자의 지지기반을 조성하는 데에 기여하거나 매수행위와 결부될 가능성이 높아 이를 허용할 경우 선거 자체가 후보자의 인물, 식견 및 정책 등을 평가받는 기회가 되기보다는 후보자의 자금력을 겨루는 과정으로 타락할 위험성이 있어 그 기부행위에 제공된 금액의 다과를 따지지 않고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고…"
"공직선거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직무상 행위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지는 선심성 행정행위를 막기 위하여 엄격하게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이다."
특히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느낀 사례는 당선인이 업무추진비로 식사를 제공해 재판에 넘겨진 경우였습니다.
대표적으로 김화숙 경북 영주시의원 사건이 있습니다.
김 시의원은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으로 두 번 재판을 받았는데요. 2021년 1월 시청, 시의회 직원 등에게 여러 번 떡을 선물하고, 지역 협회 소속 운동선수 17명에게 식사를 제공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23년 1월에는 자신의 수상 소식 등 홍보성 기사를 작성한 출입 기자 6명에게 식사 및 주류를 제공해 한 번 더 재판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들에서 '적법한 업무추진비 사용'의 기준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 업무추진비 규칙이 허용하는 직무활동 범위에 포함되어야 한다.
- 업무추진비로 선거구민 등*에게 금품을 제공할 경우 그 명의를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의회로 해야 한다.
- 업무추진비 규칙에 따른 식사 제공 금액 범위를 지켜야 한다.
김화숙 시의원은 두 번 다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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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지금까지 기사를 작성하며 살펴본 판결은 모두 당선인들의 선거범죄 케이스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공직선거법으로 선거운동의 자유를 더 크게 제한받고 있는 주체는 유권자들입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이 갖는 여러 가지 한계와 복잡함을 담은 기사도 곧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오늘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됐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지역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해 일할 후보자가 누구일지 살펴보시고 투표소에 다녀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에서 정하는 기부행위의 대상자로는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및 선거구민의 모임이나 행사 또는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가 포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