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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마을호텔 시즌2>는 흰색 배경에 가장 잘 어울립니다.  
시즌2. 제1화
to. 박회장님
공간은 정말 우리의 무기인가요?
친애하는 회장님, 오늘도 마을호텔은 평화롭습니다.
지배인에게 평화로우면 어떻게 하느냐고 야단치던 모습이 눈에 선하지만 그냥 그렇다고요...

요즘 호텔의 손님이 부쩍 줄은 것도 사실이에요. 조금만 주위를 둘러봐도 지금 대한민국은 축제로 들썩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코로나 방역 조치가 풀리면서 꼭 축제가 아니더라도 도시 곳곳에 팝업 스토어나 이벤트가 주말의 나들이객을 불러요.

언젠가 직원들과 식사를 하던 도중, "우리의 특장점은 뭐지?"라고 물으셨죠. 먹던 고기가 그날따라 유독 맛있었고, 이 '특장점'이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이 강렬해서 (대 중에서도 '특대', 장점 중에서도 '특장점'!) 대답을 얼버무렸지만, 이제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어요.

아무래도 우리의 '특'장점은 공간에 대한 것이겠죠. 유능한 건축가인 회장님 덕분에 (으악 현생의 마귀야 물러가라!!) 우리는 '좋은 공간을 알아보고 디자인할 수 있는 호텔/기업'으로 우리를 사람들에게 알렸어요. 실제로 많은 공간을 바꾸고, 또 일부를 직접 운영하고도 있지요. 하지만 동네가 점점 한적해지는 것을 보면서 다시 묻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공간은 정말 우리의 무기인가요?

우리는 새로운 공간이 생겨나는 것을 봐왔죠. 특히 지자체에서 도시재생으로 많은 공간을 허물고 새롭게 조성했던 풍경을 기억하실 겁니다. 하지만 (공간이 얼마나 이쁘냐는 차치하고) 그게 전부였어요.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방치된 공간은 여전했어요. 민간이 운영하는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우리보다 더 멋지고 세련된 가게들이 지역에도 많이 생겨났죠. (그 분들은 우리보다 돈이 많을 테니까요ㅜㅜ) 하지만 줄어든 방문객의 풀(Pool)에 공간 운영으로 기대되는 수익은 한계가 명확해 보여요.

어쩌면 회장님은 이 문제를 예상하고 답을 찾아 떠나신 게 아닐까요.🤔
그나저나 지난번에 빈 교회 건물 사진을 왜 보내신 건지요? 뒤늦게 찾아가봤지만 저희는 회장님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니면 무슨 힌트라도 있기를 바랐지만, 그저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일 뿐이었어요.

from. 목사장
  
벨보이B의 욕망 일지
날짜 : 2023년 6월 15일 (날씨 ☀️)
제목 : 김피탕의 추억 

오늘도 손님이 체크아웃한 방에는 스파이시하고 시큼새콤한 냄새가 가득했다. '역시나...' 테이블엔 먹고 남은 김피탕과 맥주캔이 놓여 있다. 정말로 공주에 방문하는 손님 중 열에 아홉은 김피탕을 드시는 것 같다. 이 정도면 공주는 김피탕의 도시가 아닐까. 우리의 호텔은 '김피탕 체험장'이 되었다. (냄새가 나지 않는 날엔 쓰레기통을 열어보면 역시 남은 김피탕이 고스란히 놓여 있다)

김피탕은 '수육'이라는 요리의 줄임말이다. 
말 그대로 탕수육에 치즈와 김치, 소스를 버무려 먹는 음식이다. 먹는 방법이 정해져 있어 '찍먹파'는 애초에 접근하지 않는 게 좋다. 공주가 원조는 아니지만(이 음식에 원조를 찾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참고로 원조는 대전이라고 전해진다), 꽤 오래 전부터 공주의 명물이 되었다. 아무리 찾아도 왜,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정말 모르겠다.

고기 위에 모짜렐라 치즈를 돌돌 감고, 소스에 버무려진 김치를 얹어 먹으면 된다. 맛은 호불호가 갈린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오묘한 편이다. 맛이 아예 없지도 않고, 그렇다고 '오! 탕수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야🤩'라고 할 정도도 물론 아니다. 고기튀김과 치즈의 느끼함을 김치가 잡아주긴 하지만, 먹다보면 김치 자체도 물리는 편이다.

호텔의 벨보이로서, 이 김피탕의 존재가 고역인 이유는 맛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대량의 음식물 쓰레기 때문이다. 이미 태생적 비주얼부터 음식물 쓰레기 같은 (안 드셔본 분들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김피탕은 그 재료의 풍성함 덕분에 누군가 소스까지 박박 긁어 먹지 않는다면 다 먹어도 처리하기가 곤란하다. 하필 김피탕집 사장님의 인심이 후한 편이라, 주문하면 손님이 짐작한 양보다 1.5배는 더 온다. 김피탕이 입맛에 맞아도 대부분은 다 못 드시고 남기는 편이다. (으아 😫)

사람들은 왜 이렇게 김피탕을 찾을까? 아니, 왜 김피탕만 먹을까? 🤔
인터넷 커뮤니티를 찾아보면 사람들이 김피탕을 꽤나 궁금해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고기튀김과 치즈와 김치와 소스가 합쳐진 이 (끔찍한) 혼종이 과연 어떤 맛을 낼지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치즈가 얹어진 다른 음식, 예를 들면 치즈 등갈비 같은 요리에 비하면 김피탕은 흔하게 접할 수도 없다. (더군다나 이 음식을 해먹는다는 것은 더욱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니까 손님들은 김피탕이라는 이 요상한 물음표를, 특별한 경험을 소비하는 것이다.
김피탕이 인스타용 사진으로는 정말 부적합하다는 사실이 애석할 뿐이다.

그렇다면 어떤 이질적인 조합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기 힘들기에 궁금하고, 체험하고 싶은 무언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제발, 침구류에는 소스를 흘리지 말아주세요. ㅜㅜ

- 끝 -
향포레스트 🌿🌱
공주시외터미널에서 내려 2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면,
제가 공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금학생태공원'이 있어요. 🌳

근처에 살지 않는다면 영영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집이 공주에 있는 덕분에 매년 금학생태공원의 사계절을 지켜볼 수 있었어요.
이곳은 계절마다, 매시간마다 다른 풍경의 다른 매력을 보여준답니다.

평일에는 비교적 사람이 적어 고요한 편인데, 이 고요함을 새소리가 채워줘요.
(종종 다람쥐와 마주치기도 해요! 🐿️)
금학생태공원은 금학동의 상수도 수원지예요. 제민천의 물도 이곳으로부터 흘러들어오죠.
대부분 아랫수원지만 알고 가는데, 조금만 올라가면 윗 수원지도 있답니다.
두 곳은 각각 다른 매력을 갖고 있지요.

저는 사실 사람이 많이 오는 곳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모이면 쓰레기를 만들고, 산을 파괴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아름다운 수원지에는 요즘, 산을 깎고 인위적인 구조물을 세우고 있어요.
저는 이곳을 찾는 이유가 공짜로 주어진 자연의 일부를 누릴 수 있고,
때론 영감과 치유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기에 조금은 안타까워요. 😔
여러분은 무엇을 위해 자연을 찾으시나요?

from. 향시어지
  아래 수원지의 여름과 겨울이에요.
    연꽃도 나무 위의 새도, 들여다보면 너무도 반가워요!
    하지만 요즘 산의 머리를 밀고(😢) 인공적인 시설을 만들고 있어요.
충남 공주시 금학동 111-2
  
지미초 : 지역에 사는 미혼의 초식동물들 🐿️
가수 최유리를 아시나요

일요일 저녁, 보통 적당한 요리를 해서 <복면가왕>을 보며 한 주를 마무리합니다. 꽤 오래된 프로그램이지만 커버곡을 좋아하는 취향과 복면 속 가수를 맞추는 재미 때문에 여전히 즐겨보고 있습니다. 어느 날, 누군가 토이의 '좋은 사람’이라는 곡을 청아하면서 허스키한, 독특한 음색으로 부르는 모습에 제 눈은 TV에 고정되었습니다. 아쉽게 다음 라운드로 진출은 못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작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 가수의 이름은 최유리였습니다. 참고로 정식 무대보다 통기타를 연주하며 온전히 목소리를 담아냈던 ‘밤하늘의 별을’과 ‘별 보러 가자’를 커버한 것이 정말 좋습니다.


이후, 유튜브 '딩고 뮤직–라이징보이스'를 통해 자기곡을 부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잘 하고 가겠습니다"라며 첫 인사하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부터 매력적이었습니다. 한음 한음 놓치지 않으려 집중하며 들었죠. 이때 불렀던 ‘숲’, ‘바람’, ‘잘 지내자, 우리’, ‘이름’ 4곡은 모두 제 취향을 사로잡았습니다. 저는 작정하고 최유리의 전곡을 다 들어보았습니다.


싱어송라이터 최유리의 음악적 가치관은 '다른 이들에게 위로를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 때문일까요. 가사를 되새기며(어떤 곡은 좀 난해하기도 하지만요) 음악을 듣다 보면 따뜻함이 느껴지고, 생각이 많아집니다. 여느 사랑 노래처럼 괜스레 울적함이 밀려와 한동안 멍해지기도 합니다. 또한 최유리는 평소 말투에 예민하게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사려깊은 마음이 가사에 녹아들어 대중에게 위로를 주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팍팍한 세상에서 따뜻한 음악이 때론 그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되어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하루를 맥주 한잔과 최유리의 노래로 마무리하면 어떨까 합니다. 최유리는 스스로 자기의 음악을 수면제라고 표현하며, 새벽 감성과 가장 잘 어울린다 생각한다고 하네요.


from. 한지배인

최유리 트리비아

- 1998년 생 😳 (삼촌팬이 응원한다!!)

- 제29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대상 수상자

- 일부 OST 및 리메이크곡 제외한 모든 곡을 작사, 작곡, 편곡하는 아티스트

- 아이유의 '샤라웃'을 받았음 (모닥불, 굳은살)

- 강원도 평창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지방러

- 최유리의 어머니는 "유리야, 네 목소리 너무 평범한거 아니야?"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전해지길, 배우 원빈의 부모님이 "강릉 시내만 나가도 너보다 잘생긴 사람 널렸다"고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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