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된 이상 이 공간은 단순히 월세만 내면서 창고처럼 사용할 수준의 공간이 아니게 되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우리는 그동안 생각만 하고 실행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차근차근 실행하기 시작했다. 늘 그렇듯 페달을 무작정 한 번 힘 있게 밟고 나니 그 이후에는 그다지 큰 용기를 필요로 하지도 않았다. (이런 간단한 메커니즘을 알면서도 항상 까먹고 다시 겁을 먹어서 문제다.)
최종 사업명으로 결정된 ‘오어즈(Oars)’는 간판을 제작하기 하루 전 급작스럽게 정해졌다. 한 달 전부터 나름 고민 끝에 정해진 이름이 있었다. 하지만 의미와 기발함에 비해 사용성이나 가독성의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아내가 오어즈라는 새로운 단어와 의미를 내게 던져주었고, 나는 이름과 그 영문 스펠링을 보자마자 ‘이거다!’ 싶어져 환호를 했다.
Oars(오어즈)는 노 젓는 사람들에게 행동을 멈추고 노를 수평으로 유지하라는 구령이다.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물결에 몸을 맡기듯 편안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우리는 인생의 여정을 보트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청첩장에도 배를 타고 떠나는 남녀의 그림을 그렸고 그것을 크게 인쇄해서 식장에도 걸어두었다. 이런 기획에는 김반장의 ‘Boat Journey’라는 노래가 큰 영감을 주었다. ‘목적지는 없지만 목적은 있는 삶’이라는 가사 또한 고스란히 우리들의 마음에 들어와 삶의 커다란 슬로건으로 자리 잡았다...(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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