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최민서 인턴기자가 시집을 소개합니다. 시에 대한 막막함을 극복해보려는 분들께 특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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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얀, <그 책은 내 빈 심장에 끼워둘게>
시 읽기가 어렵고 두려운 이유는 함축된 의미들을 모두 해석해 이해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오는 걸지도 모릅니다. 문제를 푸는 방법으로 시 읽기를 익혀왔기 때문일까요. 사실 대부분의 시집은 ‘시인의 말’이 가장 앞에 등장합니다. 목차보다 먼저 시인의 말을 먼저 만나게 되는데요. 이러한 구성은 시의 세계에 들어가는 방법을 친절하게 제공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교유서가의 다섯 번째 시집 <그 책은 내 빈 심장에 끼워둘게> 속 시인의 말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피와 잉크가 섞이는 냄새 속에서/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은 문장의 윤곽이 된다”라는 구절을 통해 송하얀 시인이 어떻게 시를 써내려갔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시를 완벽히 해독하려고 하지말고 시인이 새겨둔 문장의 윤곽을 손 끝으로 더듬으며 읽어나가 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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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난민이 아니지만
세계는 우리에게
바다에 빠져 잠기고 있는 우리에게
당신! 수영할 줄 알지? 묻는다.
(중략)
농담으로 하는 말이잖아. 불쑥 가슴을 움켜쥐었어. 일찍 다녀.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데. 공중화장실 조심하고. 남자랑 할 이야기인데. 바깥사람은 어디 있나요? 그런 데 다니니까 그렇지. 이 자리에 니가 왔잖아. 네가 여자니까 그러지.
(중략)
나는 공중화장실로 숨어들었어.
내 숨에서 입김도 나지 않도록.
그것은 얼어버린 울음 같아.
내 속의 장기들은 뜨겁고
친구와 나는 나오지도 않는 울음을 함께 운다.
울음 속에서 우리들은 서로를 안고 여자 아닌 소녀로 멈추기를 기도한다.
아직 얼지 않은 숨을 빌리고, 나눠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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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우리가 좀비가 아니라고?>의 일부를 공유합니다. 이 시는 “우리는 난민이 아니지만”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끊임없이 위협받는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감각을 드러냅니다. 익숙해진 공포, 무지와 혐오로 가득 찬 문장들이 뒤섞이는 일상을 그려냅니다. 이러한 일상을 견디게 하는 것은 결국 비슷한 감각을 나누는 존재의 온기입니다. “나오지도 않는 울음”을 함께 우는 것처럼 “우리들”은 혼자가 아니니까요. “울음 속에서 우리들은 서로를 안고 여자 아닌 소녀로 멈추기를 기도”하는 장면에서 이 시집이 말하고자 하는 연대의 방식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창한 구호나 외침이 아니라, 같은 감각을 나누는 존재로서 서로를 붙잡는 방식입니다.
시를 읽는 행위를 왜 ‘낭송하다’라고 부르는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읽다’가 단순히 내용을 파악하는 행위라면, ‘낭송하다’는 시를 자신의 감각으로 통과 시켜 목소리로 발화하는 일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시 속 언어를 받아들이는 건 나의 세계를 감각하기 좋은 방법인 것이죠. 여성들이 사회에서 겪는 고통과 차별을 밖으로 드러낸 이 시집은 이러한 낭송의 방식과 닮아있습니다. 시 속 문장들은 독자들의 삶을 거치며 각자의 목소리로 읽힐 것입니다. 어떤 문장은 나의 기억과 겹쳐지고, 어떤 문장은 또 다른 이의 경험을 통해 비로소 이해됩니다. 시인은 자신의 고통을 시 속 문장으로 적어내려갔지만 이는 자신을 비롯한 또다른 여성의 이야기가 되는 것처럼요.
그래서 <그 책은 내 빈 심장에 끼워둘게>는 하나의 시집이면서 동시에 여성들이 서로의 감정을 주고받는 공간처럼 느껴집니다. 밖으로 표출되지 못한 감정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다시 발화되고, 그 목소리들이 조용히 겹쳐지는 공간이요. 이 시집을 읽는 행위는 나와 전혀 다른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기만 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를 읽은 여성들은 각자의 경험을 꺼내놓고, 서로의 목소리에 기대어 언어를 완성하게 되니까요. 요즘 유행하는 ‘교환 독서’를 하기에도 정말 적합한 시집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시의 여백을 함께 채워나가며 각자의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요.
꽃이 서서히 피고 있는 4월 초, 입주자분들과 함께 이 시집을 읽어가고 싶습니다. 각자의 목소리를 통해 공유되는 온기는 우리를 다시 ‘우리’라는 이름으로 묶어줄 것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서 증정 이벤트도 놓치지 말고 꼭 참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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