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사람, 단 한마리의 고양이

"10년동안 밥을 주던 자리인데, 갑자기 한 사람이 민원을 계속 넣는 바람에 구청에서 밥자리를 다 치웠어요. TNR도 꾸준히 해서 10년동안 애들이 너무 잘 지내고 있는 곳인데 ..."

"아파트 주민 중에 길고양이와 캣맘을 너무 싫어하는 사람이 한 명 있어요. 그 사람이 이번에 동대표가 되더니 밥주기 금지 안건을 통과시켰어요. 입주자대표회의에서도 그 사람 목소리가 너무 크고 의견이 강경하니까 반대하기 귀찮아서 통과시키는 분위기였다고 해요"

한국고양이보호협회 홈페이지에는 "딱 한 사람"이 사료그릇을 훼손하고 다닌다거나, 한 사람 때문에 밥주기를 금지하는 규칙이 만들어지고, 먹이를 주면 벌칙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통보받았다는 제보가 자주 올라옵니다. 어느 동네에서는 한 사람이 쥐약을 살포해서 길냥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어느 아파트의 한 사람은 폭력적으로 캣맘을 위협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합니다.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나아진 것은 사실인데요, 지난 2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동물보호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0.3%가 길고양이 TNR정책에 찬성한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개체수 조절을 통해 길고양이와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인도적인 방안을 모색하려는 정부와 시민들의 노력은 앞으로 더욱 힘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동네마다 꼭 있는 이 "딱 한사람"들 때문에 고보협에 올라오는 제보글도, 힘들어하는 캣맘들의 숫자도 줄지 않는 듯한 느낌입니다. 클릭하기 겁나는 길냥이 학대 기사도 여전하고요. 입주민 투표로 길냥이 급식소 설치가 통과되어도 딱 한사람의 반대가 계속되어서 결국 급식소를 다시 없애는 일도 있었습니다. 소수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가치이지만 이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반면, 주위를 돌아보면 "단 한마리의 길냥이"를 위해 마음을 쓰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어머니가 사는 아파트 지하실에 갇혀 있는 한마리 길냥이를 구조하려고 주말동안 부산에 내려간다는 회원의 이야기를 듣고, '그렇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단 한마리의 냥이를 위해 애쓰고 있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고보협 구조팀도 그렇습니다. 3박 4일 동안 좁은 틈으로 통덫 내리기 시도를 반복하며 한 마리의 냥이를 구조하고, 하수구 안에서 한 마리의 길냥이를 기다리고 기다려 구조합니다. 캣맘, 캣대디라면 누구나 단 한마리의 길냥이를 위해 마음 졸였던 기억들이 있을 것입니다.

길냥이를 싫어하는 "딱 한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단 한마리의 길냥이"를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 잘 모아지면 좋겠습니다. 고보협 정책팀에서도 제보 사건의 해결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고 나누는 일에 보다 신경쓰고자 합니다. 이번 길고양이와 사는 法에서 다룰 문제 역시 딱 한 사람이 사료 그릇을 반복적으로 훼손하는 사건입니다. 대화와 설득이 통하지 않는 경우 이 사람을 재물손괴로 신고할 수 있을지에 대한 법률전문가의 의견을 실었습니다. 제보자님의 질문과 고보협의 답변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글: 김현경 (한국고양이보호협회 정책팀)
길고양이와 사는 法  # 4
Q
관리사무소에 양해를 구해 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고 밥을 주고 있었는데, 이를 알게 된 한 어르신이 급식소를 무단으로 치웠습니다. 경찰이 다녀간 후 급식소를 되찾고, 그 과정에서 입주자대표회장, 동대표에게 사안을 알려 회의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급식소 입구를 큰 돌로 막거나 사료 그릇을 훼손하는 일이 또 발생하였습니다. 경찰에 신고를 해도 고양이 사료에 대해 미미하게 생각하고 재물손괴죄로 봐주지 않습니다. 점유물의 소유가 불명확하다고 하는데, 급식소 점유물을 주장하고자 하면 급식소에 어떠한 사항을 기재하여야 하나요? 재물손괴죄의 성립요건은 무엇입니까? 현장 경찰 판단으로 사건접수조차 하지 않는데 문제소지가 없나요?
A
안녕하세요. 고보협입니다.

선생님께서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노력하신 것 같아서, 먼저 그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질문하신 내용에 차례로 답변을 드리면,

1. 재물손괴죄 또는 절도죄의 성립 요건
재물손괴죄 또는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이 소유하는 물건, 또는 타인이 소유하고 점유하는 물건이어야 합니다. 길고양이 급식소가 타인이 소유하는 물건인지는 사안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사례의 경우에는, 그 급식소가 선생님이 관리하고 있는 급식소라는 사실을 그 ‘어르신’이 알고 있었다고 보이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경비원분들에게도 양해를 구해서 알고 있는 점, 입주자대표회장과 동대표에게도 사안을 알려서 많은 동네 주민들이 알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그 급식소와 그 안의 사료는 선생님이 관리하는 선생님 소유의 물건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그것을 손괴하거나 가져가버리는 경우에는 형사상 재물손괴죄 또는 절도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2. 급식소 점유물을 주장하고자 하면 급식소에 어떠한 사항을 기재하여야 하는지?
위에서 설명 드린 바와 같이, 이 급식소의 소유자, 관리자가 있다는 내용을 기재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이 급식소는 길고양이를 위한 것입니다. 이 급식소는 아파트관리사무소의 양해를 구해 아파트 주민이 관리하고 있는 사유물이므로 함부로 손괴하거나 가져가는 경우 형사상 책임을 질 수도 있습니다.”라는 내용을 기재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현장 경찰 판단으로 사건접수조차 하지 않는 점이 문제소지가 없는지
실무적으로 ‘신고’와 ‘고소’는 다릅니다.
112 신고의 경우에는 경찰이 ‘입건’을 하지 않으면 정식으로 사건으로 접수되지 않아서 사건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앞서 두 차례 출동했다는 사안도 정식으로 사건이 접수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러면 ‘무혐의’ 처리 된 것이 아니라, 아무런 조치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고소’의 경우에는 경찰이 의무적으로 사건을 입건하여야 하고, 경찰이 임의로 사건접수를 거부하거나 사건종결을 할 수가 없습니다. 고소는 구두나 서면으로 할 수 있지만, 관행상 고소장을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이런 사안이 반복되고 현장경찰이 사건접수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정식으로 고소를 하겠다고 하고, 고소장을 접수하는 방법을 고려해 보시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겠습니다.
기타 더 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추가로 문의바랍니다.
글쓴이: 장서연(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한국고양이보호협회 고문변호사) -- 은실이, 복실이, 성실이 세 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 세상이 길고양이와 캣맘들에게도 좀 더 따뜻한 세상이 되길 바라며 동물권 관련 일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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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정칼럼의 내용을 인용할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명기해 주세요. 출처는 <한국고양이보호협회 온정칼럼-길고양이와 사는 법 #4에서 인용>으로 표기하면 됩니다.
  • '온정'은 고보협 온라인 정책단의 줄임말입니다. 길고양이 돌봄과 관련하여 고보협 고문변호사, 정책팀과 함께 고민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시면 kopc@catcare.or.kr로 이메일을 보내주세요. 이메일 제목 앞에 [온정칼럼]이라고 적어서 보내주시면 됩니다. 길고양이 학대 등 불법행위에 대한 시급한 제보는 한국고양이보호협회 홈페이지 불법행위 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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