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사냥을 직업으로 삼았던 남자가 있다. 그 남자의 이름은 버드. 버드는 뱀파이어를 사냥해 수줍한 송곳니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자신의 딸과 아내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딸은 초등학교 3-4학년 즘으로 보이고, 아내와는 별거 상태다. 그가 가족을 만들게 된 시점에 고민하지 않았을까? 이 직업을 계속 한다면 가족들이 위험하게 될 거라는 것을 말이다. 그는 계속 가족을 속이고 뱀파이어를 사냥해 근근히 생활비를 벌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영화 <데이 시프트>는 이제 완전히 버드의 곁을 떠나려는 아내와 딸을 막기 위해 뱀파이어 수집에 열을 올리는 버드의 모습을 담는 영화다. 

나도 가장이 되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아빠라는 존재가 되었지만 사실 가장이라는 무게를 크게 느껴보지 않았다. 가장의 개념이 이제는 희미해져 버린 것 같다. 우리 아버지 세대와는 다르게 아내와 경제적인 부분을 비롯해 모든 것을 나누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같이 결정해야하기때문에 서로에게 비밀은 없다. 각자가 하는 일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고 그 결과로 받는 금액도 모두 공개한다. 부부란, 가족이란 그런 것 아닐까. 

영화 <데이 시프트>는 물론 판타지 액션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버드의 모습에서 어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이 하고자하는 일을 계속 하고 싶고 가족들의 안전은 안중에 없는 사람이 보일 뿐이었다. 약속에는 늘 늦고 경제적인 도움도 되지 못한다. 그럼 그가 자신이 하는 일에 어떤 소명의식이 있는 걸까? 그런것 같지도 않다. 버드는 직장이라고 할만한 뱀파이어 소탕 조직 안에서조차 문제적 인물로 취급받는다. 말그대로 어디에 있어도 트러블을 만드는 인물이라는 뜻이다. 

도저히 정을 줄 수 없는 이 인물은 결국 가족들을 뱀파이어들에게 노출시키고 그들은 어두운 뱀파이어 소굴로 납치 당한다. 그 모든 결과는 누구의 탓도 아닌 버드의 탓이다. 그는 시종일관 가족들을 속여왔으며,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을 수 있음에도 위험한 직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건 결국 공포로 돌아왔다. 만약 내가 하는 직업이  가족이 위험해지는 직업이라면 그 일을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보는내내 버드의 가벼운 행동에 화가 났다. 아무리 영화 속 캐릭터라고 할지라도 너무나 나쁜 인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가족이 생기면 책임감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버드에게는 그런 책임감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다. 가족이 죽음 직전의 상황이 되어서야 비로소 가족을 구하려 한다. 버드 스스로가 초래한 그 위기를 자신의 힘으로도 극복하지 못해 다른 헌터나 뱀파이어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한다. 도대체 버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있을지 잘 모르겠다. 얼마전 봤던 <바이오 하자드: 더시리즈>의 여자 주인공처럼 이 영화의 버드는 스스로 그 위험을 가족에게 만들어낸다. 진짜 이런 캐릭터가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무책임한 인물이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을때, 무책임한 인물이 내 가족이 되었을때 그걸 해결하는 방법은 없다. 단지 영화 보는 것을 중단하거나, 그 가족을 떠나는 방법밖에는 없다.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버드의 가족에게 계속 다가올 위험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버드의 가족은 이미 다 노출이 되었고 그것을 막을 만한 힘과 능력이 버드에게 있는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버드는 가족을 잘 보호하지 못할 것 같다. 영화 내내 보여줬던 그 태도와 능력이라면 그는 결코 가족을 책임지는 사람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는 무얼하고 싶을까. 이 질문에 여전히 나는 자신에게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40대가 된 지금 내게도 어려운 질문이다. 아주 어린시절엔 생물학자가 되고 싶었다. 그저 생물 시간이 좋아서 단순하게 이야기했던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아버지는 일본 출장에서 현미경을 사오셨다. 신기한 장난감으로 양파 껍질도 보고 여러가지를 확대하여 봤지만 그건 성인이 되면서 바뀌었다. 고3 수능 성적표를 받아든 나는 다음에 어떤 곳을 향해야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냥 어쩌지하는 막연한 질문만 있었을 뿐이다. 점수에 맞추어 학교를 선택하고 전공을 선택했다. 사회학이라는 어떤 걸 배우는지 잘 모를 학문을 배우게 되었다. 

공부를 하면서도 이걸 배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대학 시절은 노는 시간이 즐거웠지만 한 편으론 여전히 깜깜한 시기였다. 그나마 그때 찾은 사회조사 라는 걸 겨우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통계라는 꽤 어려운 터널을 뚫고 결국 리서치 회사 연구원이라는 길을 택하게 되었다. 내가 원한 것이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아니었다. 취업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마지못해 선택한 건 아니었을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여전히 찾지 못한 것 같다. 영화 <사랑할 땐 모두가 최악이 된다>의 주인공 율리에를 보면서 20-30대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율리에는 대학 때 전공을 계속 바꾼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한다는 목적이 분명하다. 그렇게 확신을 가진 변화는 큰 갈등이 없다. 그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이게 아니라면 다른 것을 도전해 볼 수 있다. 그러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 연애를 하고 동거를 한다. 거기서 현실과 자신의 미래를 놓고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생활은 안정적이었지만 아직 율리에는 확실한 직업이 없다. 반면에 나이가 좀 있는 남자친구는 직업적 기반이 튼튼하다. 두 사람이 같이 있을 때 있을 수 밖에 없는 감정적 반응이다. 

영화 <스타 이즈 본>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스타가 되어가는 엘리, 그리고 그걸 보고 좋아하면서 한편으로는 아쉬운 잭슨. 잭슨은 인기가 시들어가는 시기였기 때문에 이제 잘나가는 아내를 보고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더 생각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율리에는 자신의 초라함을 극복하기 위해 글을 쓰려고 한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좋은 글을 쓰지만 왠지 답답하고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그런데 영화에는 몇 번이나 율리에에게 질문이 던져인다. '니가 원하는게 뭐야?' 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도 '아이를 정말 원해?' 라고 누가 묻는다. 그 모든 질문에 율리에는 '모른다'고 대답한다. 자신이 도대체 누군지 잘 모르는 것이다. 사실 이건 율리에 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영화 속 자리를 잡은 남자친구 악셀도 마음 속은 늘 질문 투성이였다. 이게 맞는 건지. 내가 원하는게 이건지. 큰 성공을 거둔 사람도 여전히 그런 고민을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정말 원하는게 무엇인지 확실히 대답하기 어렵다. 정말로 죽을 때까지 고민하다 죽게 되는걸까.

딸아이가 아내의 뱃속에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임신 테스트기의 두 줄을 보며 아내와 나는 기쁨 보다는 얼떨떨함을 느꼈다. 이게 맞는 걸까. 우리가 잘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고는 아이가 생겼다는 기쁨을 송유하기 시작했다. 영화 속 율리에가 마음을 바꾸고 고민하는 모습에서 그 일이 떠올랐다.  내가 잘 모르겠던 시간들. 율리에처럼 내 마음이 왜 이런지 잘 모르겠던 시기들. 하지만 결국 발걸음을 내딛고 앞으로 가게 되어있다. 영화 속 인물들이 그랬던 것처럼. 영화 보는 내내 율리에가 철없어 보이기도 했지만 그 고민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었다. 그런 고민을 계속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 확실하지는 않더라도 희미한 답이라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조금만 견디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 연민을 느꼈다. 

 

꿈을 잘 꾸지 않는다. 가끔 꾸는 꿈은 잘 기억나지 않거나 기억 나더라도 특별한 것이 없다. 소리를 지르면서 깨는 꿈은 어떤 것인지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다. 꿈은 현실의 상황을 반영한다고도 이야기한다. 좋지 않은 상황이나 고민이 많을 때 그렇게 꿈을 꾸고 기억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꿈을 꾸고 그것이 선명하게 남을 때면 그게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 검색창에 검색을 해보기도 한다. 여러가지 해석이 있지만 그게 정확히 맞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사실 꿈이라고 하면 다른 의미도 있다. 미래에 원하는 나의 모습도 꿈이라고 할 수 있다. 가지고 싶은 직업, 돈, 명예, 선물 같은 것도 우리는 꿈이라고 부른다. 꿈이 이루어지는 것을 많은 사람이 원하지만 생각보다 그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자면서 꾸는 꿈이 꿈으로 남는 것처럼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은 어렵다. 그래도 우리 모두는 꿈을 꾸고 또 미래를 위한 꿈도 생각한다. 그건 다른 말로 성공이나 자아실현 같은 말로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내 삶에 대한 이상향은 나를 이끌어간다. 

시리즈 [샌드맨]의 주인공은 꿈의 군주다. 원래 코믹스가 원작이고 이전에 잘 알지 못했던 이야기여서 기대했다기 보다는 호기심이 대부분이었다. 에피소드를 하나씩 보면서 꿈의 군주 모르페우스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간다. 그는 굉장히 이성적으로만 보이고 사람에 대한 존중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감정이 없는 것 같이 보이는 그는 꿈 속 세상에서 만큼은 큰 힘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강제적으로 개인들의 꿈에 관여하기 보다는 자유롭게 흘러가는 방향으로 관여도를 줄인다. 시리즈의 이야기를 계속 따라가다보면 아무 연민이나 감정이 움직이지 않지만 조금씩 조금씩 그가 하는 고민과 상황에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무척 건조한 인물인 모르페우스는 꿈과 닮아있다. 결코 아주 달콤하기만한 꿈은 주지 않는다. 이제 끝을 다한 사람에게는 건조하게 작별인사를 하고 삶을 마감시킨다. 언뜻 차가워보이지만 질병으로 고통받는 그를 위한 배려다. 이런 건 아주 작은 포인트들이다. 그게 굉장히 효과적으로 보는 사람을 설득시킨다. 이 시리즈 전체가 샌드맨, 즉 꿈의 군주가 어떤 인물인지를 소개하고 그에게 감정을 몰입하도록 구성이 되어 있다. 무척 외로워 보이고 차가워 보이지만 그도 친구를 만들어 교류하고 싶어하고 좋은 의도로 사람들을 돕고 싶어한다. 

무엇보다 시리즈 내내 그는 인간과 세상의 좋은 점을 입밖으로 내뱉는다. '희망'이 대표적인 단어다. 사실 희망의 힘은 꽤 크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아주 작은 희망만 있으면 그걸 극복할 수 있는 큰 힘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희망은 다르게 말하면 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이 마음 속에 자신들만의 꿈을 가지고 있기에 힘든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을 수 있다. 그게 세상을 움직이고 또 바꿔나간다. 모르페우스는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삶을 이어가는 신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그는 암울한 경험 속에서도 따뜻한 면을 볼 줄 안다. 

그가 만들어내는 꿈은 현실과 닿아있다. 현실이 꿈을 만들고 또 꿈이 조금 다른 현실을 만들어나간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샌드맨]이 보여주고 있다. 매 에피소드가 완전히 연결되지는 않지만 아주 독특한 분위기로 구성해놓았다. 특히나 '24'라는 에피소드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에피소드 전체에 분노와 절망, 시기, 폭력과 섹스를 탐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거짓말'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 거짓말은 나쁜 의도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상대방에 따라 좋은 의도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시리즈 [샌드맨]의 에피소드들은 일반 코믹 원작 시리즈나 영화와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잠잘 때 만나는 꿈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영화 <불릿 트레인>

"탑승을 환영합니다" 
승차는 자유, 하차는 불가?! 
초고속 열차에서 벌어지는 '레이디버그’(브래드 피트)와 고스펙 킬러들의 피 튀기는 전쟁! 

운이 없기로 유명한 킬러 '레이디버그’(브래드 피트)는 초고속 열차에 탑승해 의문의 서류 가방을 가져오라는 미션을 받는다. 생각보다 쉽게 미션을 클리어한 후 열차에서 내리려는 그를 가로막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전세계에서 몰려든 초특급 킬러들! 
열차에서 내릴 수 없다면 목숨을 걸고 가방을 지켜야만 한다. 
과연 '레이디버그'는 무사히 열차에서 내려 미션을 완수할 수 있을까? 

8월, 누구도 멈출 수 없는 논스톱 액션 블록버스터 <불릿 트레인>에 탑승하라!

“45개 번호 중에 6개 맞히면 1등인 육사오라는 종이쪼가리, 
내가 주웠지 말입니다” 

우연히 1등 당첨 로또를 주운 말년 병장 ‘천우’. 
심장이 터질듯한 설렘도 잠시, 순간의 실수로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로또. 
바사삭 부서진 멘탈을 부여잡고…기필코 다시 찾아야 한다! 

우연히 남쪽에서 넘어온 1등 당첨 로또를 주운 북한 병사 ‘용호’. 
이거이 남조선 인민의 고혈을 쥐어 짜내는 육사오라는 종이쪼가리란 말인가? 
근데 무려 당첨금이 57억이라고?! 

당첨금을 눈앞에서 놓칠 위기에 처한 ‘천우’와 
북에선 한낱 종이쪼가리일 뿐일 로또를 당첨금으로 바꿔야 하는 ‘용호’. 
여기에 예상치 못한 멤버들(?)까지 합류하고 57억을 사수하기 위한 3:3팀이 결성되는데… 

주운 자 VS 또 주운 자 
아슬아슬 선 넘는 지분 협상이 시작된다! 

님 이번 주는 어떠셨나요?

이제 여름 영화들이 모두 개봉한 것 같아요. 

시사회를 통해 본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일반적인 로맨스영화는 아니었어요. 주인공 율리에를 보며 꽤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죠. 

나 자신의 모습이 율리에에게서 보였어요. 여전히 갈팡질팡 하며 내가 원하는게 뭔지 고민하는 모습이요. 

시리즈 [샌드맨]은 정말 독특한 분위기의 시리즈에요. 

'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삶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게 만들죠. 

판타지 장르라고 말할 수 있을텐데 약간 추리나 공포스런 분위기도 느껴져요. 

영화 [데이 시프트]는 전형적인 B급 뱀파이어 영화에요. 

가볍게 볼 영화를 찾는 분들에겐 딱 좋은 영화인데, 

저는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번 주는 이런 영화들에 대해서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제 글이 좋으셨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꼭 추천 부탁드립니다! 

많은 분들에게 추천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그럼 다음 주에 다시 메일 드릴게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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