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작품은 일단 닮았습니다.

먼저 학창 시절에서 어른으로, 성장통을 그렸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스물 다섯 스물 하나⟫(이하 스물다섯)는 열 여덟, 스물 둘에 만나 결국 중년의 모습까지 그려내죠. ⟪노멀 피플⟫(이하 노멀)은 둘 다 고등학생으로 만나 대학교를 가고 대학원을 가기 까지를 그립니다.

또 구원 서사를 담았습니다. ⟪스물다섯⟫의 이진은 희도로 하여금 펜싱 선수로서 자신감을 갖게 했고, 희도는 이진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그가 감정의 수렁에 빠질 때 손 내밀어 꺼내주죠. ⟪노멀⟫의 코넬과 메리엔은 불완전한 서로의 정서를 보듬고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마지막으로 꽉 닫힌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도 비슷합니다. ⟪스물다섯⟫은 희도와 이진의 사랑을 청춘의 한 자락, 이루어지지 않는 첫사랑으로 끝냈습니다. ⟪노멀⟫은 코넬이 뉴욕으로 떠나고 메리엔은 더블린에 남으면서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지만 헤어짐을 반복하는 그들이 약속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연히 같은 시기에 두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각자 다른 방향으로 위로를 주는 드라마였습니다. ⟪스물다섯⟫은 내내 해피하다가 새드엔딩으로 끝났고, ⟪노멀⟫은 내내 새드하다가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는 점도 재밌었어요. 두 작품에 나온 사랑을 온전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왜 다른 엔딩으로 느껴졌을까요? 특히 ⟪스물다섯⟫는 왜 ‘새드 엔딩’일 수밖에 없을까요?

이진에게 희도는 구원자였습니다. 이진 역시 백마 탄 왕자님처럼 스포츠카를 타고 나타나 몇 번 희도를 곤경에서 구했지만, 둘의 관계에서 더 불완전했던건 이진이었습니다. 희도가 스스로 단단한 사람이었죠. 일방적인 구원은 결국 한 사람을 지치게 만드나봅니다.

이진과 희도의 대사들입니다.

이진 : 네가 노력하면 나도 노력하고 싶어져. 네가 해내면 나도 해내고 싶어져. 너는 너 말고도 다른 사람을 잘하게 해. 내 응원은 그런 너에게 보내는 찬사야. 그러니까 마음껏 가져.

희도 : 네 응원 다 가질게. 그리고 우리 같이 훌륭해지자.

이진 : 넌 항상 날 옳은 곳으로, 좋은 곳으로 이끌어. 옆에서 오래 보고 싶다. 계속 계속 멋있게 크는거.

희도 : 나는 네 거 다 나눠 가질거야. 슬픔, 기쁨, 행복, 좌절 다. 그러니까 힘들다고 숨지 말고 반드시 내 몫을 남겨 놔. 네가 기대지 않으면 나 외로워. 우리 힘들 땐 같이 힘들자. 혼자서 외로운 것보다 백배 나아, 그게.

그에 반해 코넬과 메리엔은 서로 너무나 불완전했기에 없으면 안 되는 부품처럼 굴었습니다. 스스로를 이상하다고 느끼는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평범하게' 만들어주는 사랑이었어요.

코넬 : 누구랑도 너랑 하던 것처럼 말할 수가 없어.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은 절대 이렇게 사랑할 수 없을거야.

코넬 : 가끔 네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곤 했었어.

메리엔 : 침대에서 말하는거야?

코넬 : 응, 그리고 그 이후에도. 근데 아마 다들 그렇겠지.

메리엔 : 그렇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