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기억해도 국물요리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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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세 번째 끼니로그:
따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
l 필자
〉 레터 작성 및 편집 : 도토리 에디터
l 목차
〉 도토리 끼니로그 
〉 꼭 하나만 챙긴다면, 다시마
〉 제대로 우리는 법
〉 따끈한 우엉채수 핫팟
〉 올해의 식생활 키워드
〉 어글리어스 레시피 : 새우감자덮밥과 감자조림

언스플래시 Lucas George Wendt
도토리 끼니로그
날씨는 스산하고 모임은 열기 어려운 연말입니다. 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오랜만에 안부를 여쭤보아요. 한 해를 돌아보니 아쉬운 것도 뿌듯한 것도 참 많은데요. 쌓아둔 이야기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털어놓을 자리가 없는 것은 못내 아쉽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끼니어님들께 편지를 쓸 수 있는 오롯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다시금 감사한 마음이 따스하게 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답니다.
  이번 주에는 맛있는 밑국물의 핵심, 다시마 이야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다시마에 대해 알아두면 좋은 것들을 간단히 짚은 후에 제대로 우려내는 방법을 알아볼게요. 보글보글 따끈하게 끌여낼 어떤 음식에라도 적용해보실 수 있을 거에요. 뿌리채소를 활용한 핫팟 레시피도 전해드립니다.
  이번주에는 특별히 올해의 식생활 키워드를 꼽아보는 코너도 마련했어요. 먹는 일과 관련해 어떤 부분에 관심을 기울여왔는지, 특별히 즐겨 먹은 음식은 어떤 것이었는지, 님의 이야기를 남겨주시면 함께 더 좋은 식생활을 만들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에요. 주황색 버튼을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꾹 눌러 주세요.
  못난이채소 정기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글리어스에서는 이번 주에 감자를 활용한 두 가지 레시피를 소개해주셨습니다. 

다시마를 말리는 기장군 어민들(1996년). 경향신문 자료사진
맛의 비밀, 다시마
해외에 체류할 때, 집밥이 그리우면 써먹을 단 한 가지 재료를 골라갈 수 있다면 님은 무엇을 챙기시겠나요? 20년간 기자로 일하다 2019년 이탈리아로 떠나 요리를 공부한 권은중 칼럼니스트는 지난 5월 펴낸 책 <볼로냐, 붉은 길에서 인문학을 만나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해외여행을 다닐 때 늘 말린 다시마를 가방 속에 가지고 다닌다. 언제든 한식을 손쉽게 해먹기 위해서다. 다시마의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은 소고기의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과 비슷하다. 말린 다시마는 부피도 많이 차지하지 않으니 유용하다. 타지에서 한국식 국물이 간절할 때 다시마와 파를 넣고 간단히 계란탕만 끓여도 충분하다. 어느 날엔가는 이렇게 아끼던 다시마에 양파와 당근, 샐러리 등을 넣고 간단히 채수를 내어, 삶은 토르텔리니나 토르텔로니를 넣고 만둣국처럼 끓여먹기도 했다. 이 레시피는 한국의 사찰 요리 레시피를 변주한 것이다. 사찰에서는 떡국을 끓일 때 다시마와 표고버섯 육수를 사용한다."(49쪽)
  밍숭맹숭 별 맛 없을 것 같이 생긴 이 해조가 혀에 착 달라붙는 맛을 내놓는다니, 좀 신기하게 느껴졌는데요. 알고 보니 식품 과학 분야에서 '감칠맛'으로 불리는 이 맛 자체가 처음에 다시마에서 발견된 거라고 하네요.
아지노모토와 미원
다시마에서 찾아낸 감칠맛
국내에서 '미원'이라는 제품명으로 유명한 인공조미료는 일본에서 처음 개발됐습니다. 물리 화학을 전공한 이케다 키쿠나에 교수는 1907년에 다시마를 우려 만든 두부 전골을 맛보다가 단만, 짠만, 신맛, 쓴맛과는 전혀 다른 '기본 맛'이 있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1년간 다시마의 구성을 분석한 끝에 그가 찾아낸 물질이 글루탐산일나트륨(monosodium glutamate) 즉 MSG입니다. 이 물질을 기반으로 한 조미료가 바로 '미원'의 원조격인 '아지노모토' 이고요. (MSG는 한때 유해물질로 널리 의심받았지만, 지금은 안전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식약처도 MSG에 대해 일일 허용섭취량을 정해두고 있지 않습니다.) 이케다 교수는 아미노산 일종인 글루탐산일나트륨이 내는 맛을 '다섯 번째 기본 맛' 또는 '우마미'(감칠맛)로 불렀습니다. 
  단백질이 든 식재료라면 기본적으로 모두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는데, 왜 유독 다시마에서 이렇게 기분좋은 맛이 우러나오는 것일까요? 식품공학자 최낙언님은 무수한 식재료 가운데 다시마가 국물내기에 딱 좋은 이유로, 여타의 재료들과 달리 끓였을 때 쓴 맛을 내는 다른 아미노산이 거의 나오지 않고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만 95% 정도를 차지한다는 점을 꼽습니다. 
  글루탐산 성분이 풍부해 감칠맛을 내놓는 대표적 식재료는 소고기를 비롯한 육류인데, 채소 중에 특히 감칠맛이 풍부한 재료로는 토마토가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안의 다시마 군락지. 미국 항공우주국(NASA)·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 제공
탄소를 먹는 바다의 숲
다시마의 존재는 우리의 입맛 뿐만 아니라 환경과 생태계를 위해서도 아주 중요합니다. 과학계는 활발한 광합성으로 탄소를 빨아들이는 다시마의 능력이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2016년 덴마크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보면, 전 세계의 다시마는 탄소를 매년 2억톤씩 빨아들이는데, 이는 산업국가 전체가 한 해 동안 내뿜는 산소량과 비슷하다고 해요.
  육지에서 가까운 바다에 여러 이유로 햇빛이 들지 못하면 다시마는 광합성을 제대로 못해 자라지 않습니다. 최근 미국 연구진이 살펴보니 흙탕물과 오염물질 때문에 '암흑화'된 해안에서는 다시마의 광합성 능력이 최대 95%까지 줄었다고 해요. 해안 암흑화의 원인과, 이를 막을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마를 제대로 쓰는 법
다시마를 우렸다가 쓰거나 떫은 맛 때문에 요리를 망친 적이 혹시 님께도 있나요? 채수를 잘 만드는 고수들의 비법을 살짝 빌려와 소개해 드립니다. 다시마가 아닌 우엉과 말린 표고버섯으로 만드는 맛있는 요리도 소개하니 꼭 살펴보세요.

찬물에 우려봅니다
채식 요리 블로거 생강님은 냉장고에 항상 다시마 밑국물을 준비해 두신다고 해요. 깔끔한 맛을 원할 때는 찬물에 우리는 게 좋다고 합니다. 방법은 쉽습니다. 단, 시간이 필요해요. 물 2리터에 다시마 20그램을 넣고 냉장고에 하룻밤 두었다가 다음날 다시마를 건져내면 됩니다. 완성된 국물은 냉장고에서 일주일 정도 보관할 수 있대요.

건표고버섯, 무말랭이와 함께
다음으론 요리책 <매일 한끼 비건 집밥> 저자 이윤서님의 기본채수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비건 카페이자 마크로바이오틱 쿠킹스튜디오인 '뿌리온더플레이트'를 운영하는 윤서 님은 다양한 채소요리 레시피를 책과 유튜브, 인스타그램으로 나누고 있어요. 윤서님의 채수 만드는 법과 유의사항 및 이용법은 아래과 같습니다.

테이스트북스 제공
기본채수
재료 건다시마(사방 4cm 크기) 8~10장, 건표고버섯 1줌, 무말랭이 1줌, 물 3~4컵

  1. 건다시마와 건표고버섯, 무말랭이를 씻은 뒤 물기를 제거한다.
  2. 1과 물을 냄비에 넣고 중약불에서 10~15분 정도 끓인다.
  3. 내용물을 건지고 채수만 사용한다.

  • 넉넉하게 만들어 차갑게 식힌 뒤 냉장 보관하고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면 편하다.
  •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솥밥을 지을 때, 나물을 볶을 때 등 활용도가 높다.
  • 건다시마는 오래 끓일수록 씁쓸해져서 내용물을 사용한다면 잠깐 끓이고 꺼내는 것이 좋다. 

우엉과 표고버섯을 활용한 밑국물
다시마 말고 다른 채소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우엉과 표고버섯은 특히 향이 풍부한 재료인데요. 그 풍미를 잘 살려 국물에 쓰면 쌀쌀한 겨울날에 큰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요리가 된답니다. 
  끼니로그 시즌1에서 소개한 적 있는 <허베지터블스>의 저자 장진아님의 '우엉채수 핫팟'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채소요리 레스토랑 베이스이즈나이스를 운영하는 진아님은 책에서 "기운을 좀 내야 할 때는 뿌리채소로 우린 채수를 이용해 따뜻한 국물요리를 한다"고 밝히셨어요.
  지금은 특히 배추가 흔하고 맛있는 철이니 레시피대로 배추를 듬뿍 넣어 끓여보셔도 좋겠고, 레시피에 소개된 밑국물 레시피를 잘 살려 다른 요리에 응용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앞서 알려드린 생강님의 다시마 채수 레시피처럼 말린 표고버섯을 찬물에 장시간 우린다는 것도 기억해두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보틀프레스 제공
우엉채소 핫 팟
재료 
우엉채수 말린 표고버섯 8~10개, 우엉 50g(1/2줄기), 맛간장 1큰술, 맛술 1큰술
찌개용 두부 1/2모
자숙 연근 4~5조각(연근을 김으로 쪄낸 것)
아삭채(혹은 시금치, 쑥갓)1/3단
알배기배추 2~3장
채수를 내고 남은 표고버섯과 우엉

  1. 커다란 볼에 말린 표고버섯을 넣고 찬물 1리터를 붓는다. 하루 동안 우러나도록 냉장실이나 서늘한 곳에 둔다.
  2. 우엉은 흙을 깨끗하게 씻어낸 뒤 껍질째 어슷썰기 한다.
  3. 채수를 우릴 냄비에 1의 표고버섯 우린 물을 붓고(이때 표고버섯은 건져서 따로 두기) 우엉을 넣는다. 약한 불에서 20분 동안 끓여 우엉의 향이 충분히 우러나도록 한다.
  4. 분량의 맛간장과 맛술로 간을 맞춘다.
  5. 전골을 끓일 냄비에 두부와 자숙 연근을 차례로 담는다.
  6. 채수를 낸 표고버섯은 기둥 붙은 그대로 썰어서 냄비에 담고, 마찬가지로 채수를 낸 우엉도 건져서 담고, 알배기배추와 아삭채는 적당한 길이로 썰어서 올린다.
  7. 미리 끓여둔 3의 우엉채수를 붓고 재료가 익을 때까지 끓여서 완성한다.
올해의 식생활 키워드
연말은 뭔가를 돌아보고 새 결심을 만들기 좋은 때이지요. 잠깐 시간을 내셔서 먹는 일과 관련해 여러분의 키워드를 한 번 써 보는 건 어떨까요? 

종이에 써보았습니다.
저의 올해 키워드 중 첫째는 '아침식사'입니다. 끼니로그에서 중간중간 여러분께 사연을 털어놓기도 했었는데요, 아침을 챙겨먹기 시작한 게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아침엔 잠도 오고, 바쁘고, 입맛도 없는 것만 같아서 대충 챙겨먹거나 건너뛰는 날이 많았어요. 회사에 도착해서 컴퓨터를 켜면 매번 '아, 배고파...' 소리가 나오지만, 출근 전의 저는 자꾸만 이 패턴을 잊고 다시 방심하기 일쑤였습니다.
  아침을 챙겨먹기 시작하자 두 가지 큰 변화가 있었어요. 모두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첫째, 오후무렵 자주 찾아오던 저혈당 증상이 사라졌고요. 둘째, 늦은 저녁 저를 따라다니던 야식 습관이 없어졌습니다! 아울러, 유제품 없이 살기도 의외로 무난하게 잘 되고 있습니다.
  님은 어떤 키워드들이 떠오르시나요? 아래 주황색 버튼을 꾹 눌러 나눠주시면, 이달 마지막 끼니로그에 별명과 함께 소개할게요. 
  올해의 식생활에서 좋았던 것과 아쉬운 것, 가장 좋아했던 음식 같은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써 주셔도 좋습니다. 다른 끼니어 여러분과 나눠보고, 2022년의 여러분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준비하는 데도 참고하겠습니다.  
12월 셋째 주 레시피 by 어글리어스
어글리어스는 맛과 영양이 훌륭한 '못난이 친환경 채소'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마케터 성현 님이 간단한 제철 채소 레시피를 매주 2개씩 소개해 드려요.
l 이번주의 채소
 감자

l 새우감자덮밥
 재료 감자, 칵테일새우, 청양고추, 굴소스, 간장전분물

  1. 알감자 2개를 채썬  물에 담가 전분기를 살짝 제거해주세요.
  2. 팬에 기름을 두르고 새우를 먼저 볶다가 채썬 감자를 넣어주세요.
  3.  감자가  정도 익으면 간장 1스푼올리고당 1스푼굴소스 0.5스푼  컵을 넣고 익혀주세요.
  4. 감자가  익으면 전분물(전분:=1:1) 넣어 농도를 걸쭉하게 만들어주세요.
  5. 송송  청양고추를 뿌리고 밥에 얹어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감자덮밥 완성!
l 감자조림
 재료 감자, 양파, 물엿, 고춧가루, 간장식용유

  1. 감자는 먹기좋은 크기로 썰고, 양파도 비슷한 크기로 썰어주세요. 
  2. 감자를 물에 한 번 헹군 후 물기를 털어 팬에 넣어주세요.
  3. 물엿 2 스푼, 고춧가루, 간장, 식용유 1 스푼을 넣고 감자가 자작해지도록 물을 조금 넣어 뚜껑을 덮고 졸여주세요.
  4.  감자가 반정도 익으면 양파를 넣고 마저 익혀주세요.
  5. 물이 모두 졸아들면 매콤한 감자조림 완성!
든든한 식생활, 단단한 일상
다시마를 이용한 국물요리를 소개한 이번주 끼니로그, 어떻게 보셨나요? 연말의 작고 소소한 행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쁘겠습니다. '올해의 식생활 키워드 남기기'는 앞으로 2주 동안 열어둘 예정이에요. 언제든 이야기를 남겨주시면, 연말에 보다 풍성하게 나눠볼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다음 한 주도 다정하게, 따뜻하게 보내고 다시 만나요~!
끼니로그를 통해 소개하고 싶은 상품, 커뮤니티, 서비스, 행사 등이 있다면 stay.balanced.2021@gmail.com로 메일을 보내주세요. 검토 후 도토리 에디터가 연락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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