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243번째 책편지(2026. 5. 21.(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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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머문 자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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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매일 여러 곳에 머뭅니다. 

  누군가와 오래 이야기를 나눈 카페의 자리일 수도 있고, 아이들과 신나게 뛰어놀던 한강공원의 잔디밭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잠깐 들린 편의점 앞 의자나 잠시 서 있던 건널목 앞까지 그곳이 어디든, 또 머문 시간이 길든 짧든 우리가 떠난 뒤의 모습은 어떨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최근 어느 음악 축제가 끝난 뒤의 풍경을 담은 기사를 보았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웃고 노래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자리에는 페트병과 비닐, 먹다 남은 음식들이 수북하게 남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누군가 다칠 수도 있는 물건들까지 그대로 놓여 있었다고 해요.


  즐거운 시간이 지나간 자리가 언제나 아름다운 모습으로만 남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내가 머문 자리를 정리하는 일은 단순히 쓰레기를 치우는 일만은 아닐 거예요. 그곳을 다시 찾아올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배려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나 하나쯤이야 하고 지나친 마음들이 모이면 우리가 함께하는 공간은 금세 어지럽게 변해버리곤 합니다.

 

  우리가 머물다 떠난 자리에는 버려진 쓰레기보다 다음 사람을 향한 다정한 온기가 조금 더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달에는 우리가 무심코 남긴 것들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어떤 마음이 필요한지 들려주는 그림책들을 소개합니다.


플라스틱 섬

이명애 글, 그림 | 사계절 |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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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를 누르면 화성시도서관으로 이동해요.

 

   사람이 살지 않는 먼바다 한가운데, 해류를 따라 흘러온 플라스틱들이 모여 거대한 섬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찾은 바닷새들은 알록달록하고 낯선 물건들을 신기하게 바라봅니다. 먹이가 아닌 줄도 모른 채 입에 물고, 몸에 두르고, 곁에 두기 시작하죠. 『플라스틱 섬』은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고 버린 것들이 어디로 흘러가고, 어떤 풍경을 만들게 되는지를 한 마리 바닷새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담담한 문장과 그림이 서서히 알록달록한 장면으로 달라지는 풍경을 보다 보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는 그림책입니다.

 

  올해 3월에 재출간된 이 책의 작가는 더 하는 것이 아닌 덜어내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 오리지널 원화 외에 덧대어진 기존의 표현들을 거두어냄으로써 이 그림책에 전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검정 토끼

오세나 글, 그림 | 달그림 |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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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를 누르면 책 정보를 볼 수 있어요.
  

  커다란 검정 토끼 한 마리가 도시 어딘가에 나타납니다. 처음에는 그저 낯설고 신기한 존재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여럿이 되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그 존재를 무심히 지나치고, 때로는 가까이 두고, 또 어느 순간 익숙한 풍경처럼 받아들이게 되죠. 『검정 토끼』는 익숙한 일상을 낯선 장면으로 바꾸어 보여주며 우리가 외면해왔던 환경의 모습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처음에는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묘하게 마음 한편이 무거워집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들이 사실은 아주 다른 의미를 품고 있었음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검정 토끼의 실체를 알게 되는 순간,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그림책입니다.


쓰레기 귀신이 나타났다

백지영 글, 그림 | 미세기 |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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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를 누르면 책 정보를 볼 수 있어요.
  

  현이가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들이 어느 날 갑자기 ‘쓰레기 귀신’이 되어 나타납니다. 유리병, 종이팩, 일회용 컵까지. 하나둘 생겨난 쓰레기 귀신들은 현이를 졸졸 따라다니며 화를 내기 시작하죠. 자신들이 갈 곳을 잃어버렸다면서요. 『쓰레기 귀신이 나타났다!』는 우리가 무심코 버린 것들이 사라진 게 아니라, 여전히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유쾌한 상상으로 풀어낸 그림책입니다.

 

  환경 문제를 무겁게 이야기하지 않고 엉뚱하고 웃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분리배출과 재활용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아주 작은 습관 하나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도 알게 됩니다.

 

  읽고 난 뒤에는 쓰레기 귀신보다도, 분리수거함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매일 반복하는 작은 행동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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