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0 6호
근황
 번역 모임에 다녀왔어요. 오랜만에 만나는 분들이 많아서 넘 반가웠고요. 들뜬 상태에서 과식해서 그런가(절대 과음한 게 아님) 다음 날까지 배불러서 조금 고생했네요. 그래도 넘 즐거웠어요>_<
 강아지는 밖에 나가자마자 집에 가겠다고 해서 산책을 안 나가는 것 외에는 잘 지내는데요, 요즘 이불에서 자꾸 가로로 자는 바람에 제 자리가 없어서 저도 그냥 가로로 자고 있어요. 근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강아지가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이 무슨 가로본능 강아지람......
아사쿠라 아키나리 <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
 浅倉秋成 <教室が、ひとりになるまで> 角川文庫
 아사쿠라 아키나리 <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 문지원 옮김 블루홀식스
 제목에 쉼표가 의미가 있나 했더니 의미가 있었던 작품이에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일명 스쿨 카스트를 다루면서 궁극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한 고등학교에서 주인공이 속한 A와 B반은 금요일마다 합동으로 모든 학생이 참가하는 레크레이션 활동을 하는데, 다 같이 바베큐 파티도 하고 가장 대회도 여는 등 아주 신나는 이벤트를 여는 거예요. 그런데 이 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세 명의 학생이 차례로 자살하는 일이 벌어지고, 기묘하게도 모두 똑같은 유언을 남겼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주인공의 친구 미즈키는 사신이 있다는 말을 하며 다음 차례로 죽을 인물을 지목하고, 당황하면서도 별다른 방도가 없던 주인공에게 학교에서 대대로 네 명에게 전해지는 초능력 중 하나를 물려준다는 편지가 도착하면서 얼결에 학생들의 죽음을 파헤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주인공이 받은 초능력은 '거짓말을 간파하는 능력'인데 대신 자신의 몸이 통증을 느껴야 하고, 한 사람당 세 번만 쓸 수 있다는 제약이 있어요. 또한 자살을 빙자한 살인을 저지른 범인 역시 이런 초능력자로, 이 작품은 이런 애매한 초능력을 지닌 평범한 학생이 범인의 초능력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과정을 같이 추리하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물론 저는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만......
 또 이 작품의 특징은 비록 살인이라는 끔찍한 행위가 계기이기는 하지만, 주인공을 비롯하여 초능력을 물려받은 네 명의 인물이 서로 갈등을 겪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면서 성장하는 은근한 청춘 소설 느낌이 나는 재미가 있다는 거예요. 당연히 살인은 저지르면 안 되겠지만, 마지막쯤에 초능력의 유래를 설명하는 부분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읽으면 갑자기 알 수 없는 벅차오름까지 느낄 수 있더라고요? 진짜 인생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가 여기서 갑자기?? 이렇게 훅 들어오는 느낌이랄까.
 학교는 교과서적으로 표현하면 사회로 나가기 전에 또래끼리 사회화 연습을 할 수 있는 장소라지만,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게 과연 사회적인 것인지, 나다움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주말북유럽부CHIKA <북유럽 덕후 일기>
週末北歐部chika <北欧こじらせ日記> 世界文化社
 북유럽 중에서도 핀란드에 빠진 사람이 쓴 카툰 에세이입니다. 핀란드가 너무 좋은 나머지 핀란드에 가서 초밥 장인이 되겠다고 결심하는 과정이 그려져 있어요. 구성은 보통 자신의 에피소드를 만화로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핀란드의 제품이나 가게 등을 글과 사진으로 보여주는 식이에요.
 처음엔 핀란드가 좋은데 왜 갑자기 초밥?? 이랬는데 읽다 보니 일본인이 핀란드로 이주해서 얻을 수 있는 직업 중에 현실적으로 고른 것이더라고요. 또 북유럽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오프라인 모임을 열기도 하고, 북유럽과 연관된 일을 하기 위해 직장에 다니는 것 외에도 주말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를 도전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해보는 등 굉장히 적극적으로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고 행동하는 점이 멋있었어요. 역시 뭐든 말하고 볼 일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네요.
 내용 중에 은근히 충격적인 게 노래방이었거든요. 핀란드에 가서 현지 친구의 권유로 노래방에 갔는데 우리처럼 룸이 있는 게 아니라 가게에 스테이지가 마련되어 있어서 자기가 예약한 노래가 나오면 무대에 올라가서 노래를 한다는 게 아니겠어요?? 그럼 다른 사람들도 노래를 같이 듣거나 춤을 추기도 한다는데 핀란드가 그런 인싸의 나라였단 말인가요???? 거기 그냥 그 사우나 좋아하고 뭐 무민 있는 그런 나라 아니었냐고요.
 아무튼 후속작도 있어서 본격적인 이주 준비랑 이주 후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내용 자체는 흥미로웠지만 책 가독성이 좀 떨어져서 읽기가 힘들었던 터라 뒷권은 고민을 좀 해봐야할 거 같아요. 이제 가독성 떨어지는 디자인은 눈이 아파서... 따흐흑ㅠ0ㅠ
다음 모임 예고
 다음 책은 시바타 요시키의 <아오조라초 하루코 씨의 모험과 추리>입니다. 2군 소속의 프로 야구 선수인 남편과 사이타마에서 사는 주부 하루코의 일상을 그린 연작 소설이라고 해요. 표지만 보면 너무나 따뜻한 힐링물일 것 같은데 과연 이번에야말로 행복한 연말에 어울리는 책일지 궁금하네요. 그럼 다음 모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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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 번역가 이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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