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번째 코다레터

고요의 세계와 소리의 세계를 잇는 코다코리아의 열여섯 번째 뉴스레터 

2025.09.05. 금요일


안녕하세요? 고요의 세계와 소리의 세계를 잇는 코다코리아입니다. 


오늘은 코다와 관련한 자료를 소개해보려고 해요.

코다라면 새학년, 새학기를 맞을 때면 긴장했던 경험이 있을 거에요. 새롭게 만난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부모가 농인이고 그래서 집에서 수어 혹은 구어로 소통한다는 걸 알려야 하거든요. "우리 엄마는 회사를 다녀" "우리 아빠는 공무원이야"라는 말처럼 추가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면 좋겠지만, 많은 경우 코다는 농인 부모와 자신의 정체성, 가정 환경에 대해 설명해야 합니다. 농인이 무엇인지, 부모는 왜 전화를 받을 수 없는지, 그럼 어떻게 소통하면 되는지, 집에서는 어떤 언어를 쓰는지 등에 대해서요. 그래서 새학기가 되면 꼭꼭 숨고 싶은 마음이 된다거나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거나 했던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에 살고 있는 농인 당사자이자 청각장애가 있는 반려견을 키우면서 동시에 두 명의 CODA (Children of Deaf Adults, 농인의 자녀) 아동을 키우는 어머니가 직접 농인 및 코다 가정을 위한 자료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Signing Family Corner라는 웹사이트에서는 수어를 사용하는 가정을 위한 여러가지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오늘 여러분들께 소개하고 싶은 것은 바로 Jennifer Witteborg가 만든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입니다. 

 

이 편지에서는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 부모의 입장에서 수어와 음성언어를 동시에 사용하며 자라는 자신의 코다 아동이 어떤 언어/문화적 환경에서 성장하는지 설명하고 있어요. 그런 아이를 코다라고 부르고, 이런 아이들은 수어를 사용하며 자라기 때문에 청사회 혹은 청문화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행동을 보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가령 수어를 사용할 때는 눈을 마주치며 소통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자연스럽기 때문에 그렇게 언어를 배운 코다는 음성언어를 사용할 때도 화자의 눈을 쳐다보며 말하게 됩니다. 이것은 농사회에서는 자연스럽지만 청사회에서는 무례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미묘한 오해가 시작될 수 있는 지점입니다. 또한 농사회에서는 서로를 부를 때 손을 흔들거나 불을 켜고 끄거나 바닥을 발로 치거나 테이블을 손으로 쳐 진동을 보내는 방식으로 서로를 부르지만 청사회에서는 익숙한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무례한 행동이 되지요. 그래서 이 편지에서는 코다 아동들이 농사회에서 시각언어를 중심으로 구성된 문화를 배우며 자랐고 이들이 발을 구르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사람의 어깨를 두드리거나 한다면 그건 무례한 것이 아니라 이 아동의 문화의 일부분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청문화에서는 "실례합니다"라고 입으로 말하거나 조용히 손을 들어야 한다는 행동을 직접 가르쳐달라고 말합니다.


웹사이트에서는 코다 아동을 키우고 있는 가정이라면 이 편지를 활용하여 새학기 때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보낼 자료로 활용하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 자료를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이 기억납니다. 그러니까 농인 부모로부터 수어와 농문화를 습득하며 자란 나의 경험을 이렇게 소개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졌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고요. 동시에 이 모든 것을 아직 미성년자인 내가 아니라 부모가 설명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저는 보호받아야 하는 미성년자였지만 농인 부모와 코다인 나의 정체성, 가정환경 등에 대한 정보를 저 스스로가 모두 설명하고 통역했어야만 했거든요. 이중언어-이중문화 환경에서 자라는 나의 정체성을 이렇게 쿨하고 멋지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모두 다 내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눈물이 났어요.


지금 자라나고 있는 코다와 그들을 키우는 농인 부모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자료에요. 위 웹사이트를 통해 편지글 뿐 아니라 다른 자료들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건 비단 농인 부모 및 코다 뿐 아니라 다양한 언어와 문화권에서 성장하는 가정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이겠지요. 주위에 어린이, 청소년을 만나는 교사가 있다면 꼭 소개시켜주세요. 자라나는 코다들과 그들을 양육하는 농인 부모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될 거에요! 

7월에도 이어진 코다 모임 😎


7월에도 대면 정기모임이 열렸습니다! 지난 번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이 대면 모임을 열자고 하셔서 오프라인으로 전환하여 만났습니다. 이번 모임을 통해 두 분이나 새롭게 정회원으로 가입해주셨어요. 활동을 지속해나가면서 코다 당사자들을 만날 수 있어 기쁘고 보람찹니다. 다음 모임은 오랫만에 온라인으로 열립니다. 

[정기모임] 9월 코다 모임 안내 ✨


오랜만에 정기모임을 비대면으로 엽니다. 오프라인이라 참석하기 어려우셨던 분들, 온라인에서 반갑게 만나요! 참가 신청 접수 후, 안내 메일을 보내드립니다. 


📌 일시 : 2025년 9월 10일(수) 20시-22시
📌 장소 : Google Meet (온라인/추후 링크 발송)
📌 대상 : 성인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
📌 신청 : 상단 QR코드 혹은 링크 
bit.ly/codameet
📌 문의 : 코다코리아 사무국 info@codakorea.com
📌 기타 : 음성언어 사용

가을 코다 체육대회를 개최합니다!


코다코리아의 새로운 모임, 가을 코다 체육대회가 열립니다. 처음 개최되는 행사인만큼 어떤 분들이 오실지, 어떻게 진행될지 무척 궁금한데요. 가을을 맞아 코다들과 함께 몸을 움직여보며 운동도 하고 코다도 만나고 친목도 다져보아요. 💪⚽🏓


일시: 2025년 10월 3일 (금) 10:00 - 17:00
장소: 비스타 농구교실 가좌센터 (가재울역 4번출구 도보 5분)

📝 신청 안내
신청기간: 2025년 9월 1일 ~ 9월 17일
대상:성인 코다 (Children of Deaf Adults)
신청링크: bit.ly/codasportsday
참가비: 무료
점심식사 제공

🚇 교통 안내
주차공간이 협소하니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코다시선] 말보다 가까이 - 코다의 시선으로 시작한 공동체 이야기 

코다의 시각과 목소리를 담은 일곱 번째 #코다시선 은 농인과 코다를 위한 기도공동체인 가까이공동체를 꾸려나가고 있는 목사이자 코다코리아 운영위원 송정섭의 이야기입니다. 농인 부모와 함께 농교회를 다니며 자랐고 이후 청인 중심의 교회에 갔을 때 부모와 자신이 배제되는 경험을 했던 것을 통해 지금과 같은 농인과 코다를 위한 시공간을 만들게 되었다고 해요. 지난 번에 보내드렸던 코다레터에서 가까이공동체 연대방문 소식을 싣기도 했었는데요. 이번에는 담당 목사의 글을 통해 직접 들어볼까요? 


말보다 가까이 - 코다의 시선으로 시작한 공동체 이야기 

- 송정섭 (가까이공동체 목사, 코다코리아 운영위원)

 

우리 집은 늘 고요했다. 손짓과 눈빛이 소리가 되었고 나는 그 속에서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 농인의 자녀)’로서의 정체성을 체득했다. 그 단어를 몰랐던 어린 시절에도 언제나 세상과 고요함 ‘사이’ 그 어딘가에 서 있다는 것을 감각하곤 했다. 농인 부모님과 청인 사회 사이, 수어와 말 사이, 침묵과 소음 사이에서 자라며 나는 말의 섬세함과 침묵의 깊이를 동시에 배웠다. 때로는 동정 어린 시선 앞에서 억지로 ‘착한 아이’가 되어야 했지만 그 경험마저도 지금의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형성하는 뿌리가 되었다. 


내가 신앙을 처음 접했던 곳은 농인교회였다. 그곳의 찬양은 눈에 보이는 수어였고, 설교는 몸짓과 표정으로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청인 중심의 교회에 가보니 부모님이 함께하실 수 없는 공간임을 금세 깨달았다. 찬양의 소리는 부모님께 가닿지 않았고 설교에는 자막도, 수어 통역도 없었다. 그때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우리는 함께 예배할 수 없는 걸까?”

“꼭 소리가 있어야만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는 걸까?”

그 질문은 단순히 예배의 방식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언어와 문화 때문에 누군가가 늘 배제되는 현실을 비추는 물음이었다. 


특히, 어머니의 삶에서 나는 말보다 깊은 신앙의 본을 배웠다. 어머니는 소리 없는 눈물의 기도를 하셨고 손끝으로 찬양하셨으며 삶으로 사랑과 용서를 보여주셨다. 그 모습은 종교적인 언어가 아니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삶으로 드러나는 신앙’이었다. 나는 그런 경험 속에서 신앙이 꼭 목소리로만 표현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배웠다. 


그런 배움들이 쌓여 가까이공동체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곳은 농인과 코다, 수어 사용자, 그리고 청인이 함께 모여 삶을 나누는 공간이다. 처음에는 재정도 공간도 부족했고, 함께할 사람을 찾는 일은 더 어려웠다. 그러나 작은 헌신과 만남들이 모여 길이 열렸다. 지금 가까이공동체에서 우리는 수어로 찬양하고 손으로 기도 드리며 설교는 입과 손으로 함께 전한다. 누구도 구경꾼이 되지 않고 모두가 예배자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지만 결국 같은 마음으로 하나님을 향하고 서로를 돌본다. 


코다로서 내가 배운 것은 언어의 차이가 우리를 갈라놓을 수는 있어도 그 차이가 반드시 장벽이 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차이야말로 우리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도록 이끄는 이유가 된다. 가까이공동체는 그걸 보여주려는 작은 실험실과도 같다. 우리는 언어가 달라도 표현 방식이 달라도 분명 서로 가까이 다가가며 살아갈 수 있다. 


나는 여전히 농인과 청인, 교회와 세상, 소리와 침묵 사이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이제 그 ‘사이’는 단절이 아니라 연결의 공간이다. 가까이공동체가 그 다리를 놓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코다로 태어나 목회자의 길을 걷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길을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가려 한다. 


코다 송부연님께서 인세를 기부해주셨어요!


지난 번 코다레터에 반갑고 벅찬 기부 소식을 전했는데요.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면 비약일까요?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후원자는 코다 당사자이자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서운장애인주간보호센터 송부연 시설장님입니다. 


사실 송부연 센터장님은 2023년에 사무국을 찾아와 코다 당사자이자 사회복지사로서 코다코리아를 지지하고 응원한다면서 일금 일백만원을 후원해주시기도 하셨는데요. 이번에는 사회복지 현장 경력을 바탕으로 인권 강사 6인이 함께 만든 책 『사회복지 어휘력 수업』의 인세를 꼭 필요한 곳에 기부하고 싶다며 기꺼이 후원해주셨습니다. 


기쁘고 벅찬 소식을 코다코리아 회원 및 뉴스레터 구독자 분들과 함께 나눕니다. 코다를 비롯한 농인, 수어사용자 커뮤니티를 위한 활동을 든든히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송부연 센터장님의 책과 활동에도 관심 가져주세요. 💪

코다코리아 회원 및 코다들의 다양한 활동을 소개합니다 🧚‍♂️  

+ 농인 관련 영화 소식도 함께!


가을은 추수의 계절입니다. 많은 행사들이 열리고 결실을 거두는 시즌이기도 한데요. 그중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코다코리아 회원 및 코다 당사자들의 활동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정기모임을 통해 코다코리아와 연을 맺게 된 코다 당사자이자 배우인 장호중 님께서 출연하는 연극 〈아직 더 사랑할 수 있어〉가 10월 17일과 18일 양일 서울 이음아트홀에서 막을 올립니다. 조미혜 정회원님이 수어통역으로 함께 하는데요. 관객 이야기를 듣고 즉석에서 펼쳐지는 무대라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포스터와 예약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 네이버 예약 링크 

  

정기모임을 통해서 만나게 된 코다 당사자이자 영화감독인 한소리 감독의 작품 소개 및 상영 소식도 전해드리고 싶어요. 구어를 사용하는 어머니와 코다인 나와의 관계성을 드러내면서 솔직하고도 예리한 질문을 던지는 다큐멘터리 영화 〈소리의 소리〉가 지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소개되었는데요. 이 작품이 11월에는 2025 일본 도쿄국제농예술제에서 상영됩니다.


도쿄국제농예술제는 말 그대로 농예술 (Deaf Arts)이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지는 축제인데요. 전세계에서 초청된 농영화, 농연극, 농퍼포먼스, 농워크샵, 농문학, 농인들의 마켓 등이 펼쳐지는 행사입니다. 한소리 감독의 작품은 경쟁 부문에서 농인⋅난청인⋅시청각장애인 감독이 연출한 작품과 함께 상영됩니다. 영화를 통해 자신의 코다 정체성을 벼려가는 한소리 감독의 작품을 일본 도쿄에서 만나볼까요? 

 💌 일본 도쿄국제농예술제 상영작 소개 링크


2025년 9월 11일부터 17일까지 경기도 고양 및 파주 일대에서 열리는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 〈말리 매틀린: 혼자가 아니야〉 를 소개합니다! 말리 매틀린은 미국 아카데미상에서 농인 최초로 수상했던 배우이자 영화 〈코다〉에서 엄마 역을 맡은 배우입니다. 말리 매틀린이 농인 배우로서 최초로 수상하자 많은 청인들이 그의 연기를 두고 '농인이 농인 역을 하는 게 무슨 연기야?'라고 조롱했던 일화가 바로 오디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말리 매틀린은 나 혼자 살아남지 않고 농인들과 함께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내겠다며 오랫동안 지속적이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특히나 이번 작품은 배우이자 감독이면서 동시에 농인 당사자인 쇼사나 스턴이 농인 배우에 대한 발자취를 농인의 시선으로 담았다고 하는데요. 한국에서는 위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입니다. 아래 상영작 소개 링크와 예고편을 통해 만나보세요!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 소개 링크

위 영화제 기간에 개최되는 DMZ Docs 인더스트리 피치 부문에서는 코다코리아의 대표이자 영화감독인 이길보라의 신작 〈우리의 몸〉이 발표됩니다. 현재 제작중인 이 작품은 코다인 자신과 농인인 어머니, 청인인 할머니의 몸의 경험을 경유하여 일본 옛 우생보호법으로 인해 아이를 낳을 권리를 빼앗긴 농인 아사쿠라와 레즈비언이자 코다, 농인 당사자로서 농인 아이를 낳고 싶다고 말하는 친구 레이레와 샬롯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그러면서 감독은 자신의 임신과 출산의 경험을 통해 농사회 구성원들의 몸에 대한 경험이 국가, 인종, 계급, 세대, 성정체성 등에 따라 다르지만, ‘농사회’라는 공통된 정체성 안에 유사성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감독이자 주인공인 자신의 몸을 매개로 하여 전 세계 농사회 구성원들을 만나는 여정이 펼쳐진다고 하는데요. 작품 발표에 대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확인해주세요.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프로젝트 소개 링크
이번 코다레터에서는 코다코리아의 활동 소식과 코다 및 농인 관련 소식을 잔뜩 전해드릴 수 있어 기쁩니다. 다음 뉴스레터는 가을의 문턱에서 발송될 예정이에요.
코다코리아의 활동은 웹사이트 및 SNS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
고요의 세계과 소리의 세계를 잇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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