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전기차 EV9이 올해의 차에 선정됐습니다. 지난해에는 아이오닉6가 차지했어요. 2022년에는 아이오닉5가... [사진=현대차그룹]
중국 전기차가 무섭지 않은 이유
유튜브나 기사로 많이 보셨을 거예요. 중국의 전기차는 화려합니다. 차에 타면 다양한 ‘첨단’ 기능이 탑승자를 반겨요. 니오는 배터리 충전이 아닌 교체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고 하고(적자로 무료 배터리 교체를 중단합니다) 조수석을 위한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터치로 조절할 수 있는 창문, 자동 주차, 졸음으로 눈이 감기면 진동으로 경고하는 시스템 등등.
이런 기술을 보고 있으면 깜짝 놀랍니다. ‘와!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현대차·기아는 뭐하지? BMW보다 좋은데!’ 저는 다르게 봐요. 자동차 내에서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IT 기술, 과연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못 해서 안 하는 것일까요.
제 대답은 간단합니다. “굳이?”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 개발 시 ‘안전’에 역점을 둡니다. 편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안전이 흔들리면 편의를 포기합니다. 그렇게 배워왔거든요. 자칫 안전을 놓칠 경우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상당합니다. 브랜드 이미지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어요.
운전석 앞에 있는 디스플레이를 터치해서 뒷좌석 창문을 열 필요가 있을까요? 왼쪽 문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되는데요. 터치식 버튼은 물리식 버튼과 비교했을 때 두배 가량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만큼 운전자의 집중은 흐려질 수밖에 없고요.
조수석에 앉은 사람을 위한 디스플레이가 필요할까요? 아니요. 오히려 해당 디스플레이에서 영상이 재생되면 운전에 방해가 될 수 있어요. 테슬라의 출현과 함께 운전석의 대시보드가 디스플레이로 바뀌었다가 최근 다시 버튼으로 회귀하고 있는 이유입니다(기사).
다양한 기능이 추가될수록 ‘오류’가 생길 가능성은 커집니다. 스마트폰의 경우 가끔 먹통이 되기도 하는데 껐다 켜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해보셨을 거예요. 전자기기의 먹통, 아무리 잘 만들어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자동차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면 안전에 위협이 발생합니다.
중국 전기차는 다양한 편의 사양을 제공하지만, 그만큼 오류에 취약할 겁니다. 따라서 단지 편의 기능만을 토대로 중국 차가 대단하다고 하는 것은 앞선 진단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은 손짓... 돌풍이 될까 미풍이 될까
중국은 기존 완성차 업체와 비교했을 때 전기차 개발 속도가 약 30% 빠르다고 해요(기사). 니오의 경우 프로젝트 시작부터 고객 인도까지 36개월이 걸린다고 하는데요, 이는 기존 자동차 업체의 48개월과 비교하면 혁신적인 속도에요.
이 부분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빠르게 개발이 가능한 만큼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신차를 빨리 내놓을 수 있어요. 신차가 나오면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되고, 판매량은 늘어납니다.
다만 4년이 걸리는 완성차 업계를 대변하자면, 오랜 개발 시간의 대부분은 '테스트'에 씁니다. 추운데서도 달리고, 더운데서도 달리고, 자갈밭도 달려보고. 많은 테스트를 해도 신차 출시 뒤 문제점이 발견돼요(레터에서 오타가 나오는 이유....).
이 과정에서 ‘리콜’도 하게 되고요. 리콜을 제대로 맞으면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합니다. 중국의 전기차는 과연 이러한 시스템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중국 시장이 아닌 해외 시장에서 말이에요.
중국 전기차를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그들의 품질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미국과 한국, 일본과 같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유럽도 이제 막 진출한 상황이고요.
해결해야 할 것들은 산적해 있습니다. 샤오미의 SUV7. 과연 포르쉐가 익숙한 국가에서 판매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가 악화될 것 같아요. 배터리 기업, 전기차 기업의 지식재산권(IP) 문제도 분명 이슈가 될 겁니다. 최근에도 도요타와 혼다가 특허전을 벌였고 노키아는 여러 완성차 업체에 통신과 관련된 특허전을 벌이고 있어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미국에서 벌였던 배터리 특허전도 기억하실겁니다.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정글에서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완성차 업계. 자국 시장에서 정부의 지도 하에 성장해왔던 중국이 자신만의 기술력을 뽐낼 수 있을까요.
만약 중국의 전기차가 이러한 정글에서 살아남는다면 중국 전기차의 돌풍은 그때부터 시작일 겁니다. 과연 언제쯤 이런 일을 볼 수 있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중국 전기차 기업의 움직임은, 무섭다기 보다는 흥미로워요. "와, 너희들 많이 컸다. 한번 이리 와봐! 같이 놀아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