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신세계 계열 분리 공식화 2.롯데마트로 들어간 아트페어
 2024.11.06 24-051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신세계와 이마트, 이별 후에 달라질 것들
  02 롯데마트에서 열린 아트페어 어땠냐면요
  03 뉴스 TOP5 - '햄버거 가게들이 사라진 이유'

   

신세계와 이마트, 이별 후에 달라질 것들

     
design by 슝슝 (w/DALL-E)
  
공식적으로 헤어지는 중입니다

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백화점 간 계열 분리를 공식화했습니다. 앞으로 신세계그룹은 (주)이마트와 (주)신세계로 나뉘어 각각 경영될 예정인데요. 물론 2011년 이마트를 신세계에서 인적 분할하여 별도 법인으로 출범시키면서, 사실상 두 기업은 독립적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계열 분리 선언은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첫 사례입니다.


분리 이후 신세계그룹은 크게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으로 나뉘게 됩니다. 이마트 부문에는 이마트, 스타필드, 스타벅스, 이마트24, G마켓 등이 포함되고요. 백화점 부문에는 신세계백화점, 아웃렛, 면세점, 신세계인터내셔날(패션, 뷰티), 신세계까사(가구) 등이 포함됩니다. 전 업태에 걸쳐 다양한 유통 채널을 운영하며 여러 브랜드를 보유했던 거대 유통 기업은 이제 공식적으로 사라지게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긍정적이었습니다.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고, 실제 분리 작업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최소 수년이 걸릴 것이기에 당장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오히려 계열 분리 선언 직후 이틀 동안 이마트와 신세계의 주가가 소폭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작아진 덩치만큼 더 빠르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이번 선언은 신세계그룹 전체의 전략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유통 산업의 최근 트렌드를 고려할 때,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요. 오늘은 신세계그룹의 계열 분리가 앞으로 두 기업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브랜드와 콘텐츠가 약화됩니다

이번 계열 분리를 다룬 많은 기사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상표권입니다. 특히 백화점이 가져갈 '신세계' 브랜드 사용 권리가 핵심인데요. 이마트 자회사 중에서도 사명에 '신세계'를 넣은 곳이 9곳에 이르고, 심지어 'SSG'라는 이름을 사용할 권리 또한 신세계가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상표권 문제는 계열 분리 과정에서 충분히 조정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신세계백화점에서 시작된 '럭셔리' 이미지가 상실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은데요. 백화점은 원래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있지만, 신세계는 명품 중심 전략을 통해 그중에서도 특히 프리미엄 이미지를 공고히 해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SSG닷컴과 피코크 같은 브랜드는 다른 경쟁사와 확실히 차별화될 수 있었죠.


특히, 여전히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지 못한 SSG닷컴이 그나마 가졌던 가장 큰 무기 역시 바로 이 프리미엄 이미지였습니다. 앞서 명품 카테고리로 확장할 때도 이 이미지가 큰 역할을 했고, 동시에 G마켓처럼 대중적인 이미지를 가진 플랫폼과는 완전히 다른 타깃을 공략할 수 있는 강점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제 신세계백화점과 자회사들이 SSG닷컴 중심의 온라인 전략에 소극적이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러한 차별화된 강점이 약해질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SSG닷컴의 독자 생존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게 될 겁니다.


또한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간의 협력 약화는 오프라인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리테일에서 가장 큰 화두는 '몰링(Malling)'입니다. 단순한 쇼핑을 넘어 종합적인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하는 복합 쇼핑몰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죠.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를 통해 이 시장을 선도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거대한 규모의 쇼핑몰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다양한 콘텐츠가 필수적입니다. 스타필드가 꾸준히 흥행할 수 있었던 것도,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그리고 신세계백화점 같은 핵심 계열사들이 중심을 잡아준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모두 보유한 기업은 지금까지 신세계와 롯데뿐이었습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두 그룹은 대형 복합 쇼핑몰 사업에서 차별화된 강점을 발휘해 왔습니다. 반면, 현대백화점이나 홈플러스는 이와 같은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웠고요. 따라서 신세계와 이마트의 분리로 인해 이러한 시너지가 약화된다면, 향후 스타필드 같은 복합 쇼핑몰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의 필요가 둘을 묶을 겁니다

하지만 이처럼 이마트와 신세계가 뭉쳐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명확하다는 점은, 분리 이후에도 두 회사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추정해 보자면, 오프라인에서는 기존의 협력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온라인에서는 각자 독자적인 길을 걷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우선 오프라인에서 두 회사가 분리되기 어려운 이유는 서로의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형 복합 쇼핑몰 사업은 여전히 두 회사의 주요 성장 동력 중 하나인데, 직접적 경쟁자인 현대백화점이나 롯데쇼핑과 협력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특히 부지, 물류망, 브랜드와의 관계 등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자원들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이 관계를 쉽게 끊기 어렵습니다.

반면 온라인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이 굳이 SSG닷컴이나 G마켓에 의존할 이유가 없습니다.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대안이 존재하기 때문인데요. 더욱이 파트너로 참여하는 것에 가까운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에서는 하나의 입점 업체로 기능할 뿐이라는 점에서, 신세계백화점은 독립적인 온라인 채널을 가지고 싶어 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이유로 2014년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이 물리적으로 통합되었지만, 여전히 완전한 결합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던 겁니다. 온라인 주도권을 내주기 싫었던 신세계백화점은 SSG닷컴을 키우는 데 다소 소극적이었던 거죠. 그리고 이번 계열 분리로 인해 이러한 협력은 더욱 제한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로 인해 또한 쓱데이나 신세계 유니버스 멤버십 같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통합 프로모션과 마케팅도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같은 그룹 내에서도 계열이 다르면 협력이 쉽지 않은데, 이제는 그룹 자체가 분리되었으니 예전 수준의 협력도 이어가기 힘들 겁니다.

다만 긍정적으로 본다면, 온라인에서는 오히려 몸집을 줄이고 각자의 강점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무리하게 마트와 백화점을 묶어 종합 플랫폼을 지향하기보다는, 각자가 잘하는 버티컬 영역에 집중하는 것이 쿠팡의 독주가 굳어진 현 시장 상황에서는 더 나은 전략일지도 모릅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신세계와 이마트의 계열 분리 이후에도 최소한 오프라인에서는 기존의 협력 관계를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온라인에서는 각자의 생존을 모색하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큰데요. 이로 인해 통합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어려워지면서 전반적인 경쟁력 약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계열 분리가 결국 승계 논리로 인한 거라는 점에서 이는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일인데요. 과거 신세계백화점이 삼성 그룹에서 독립한 후 더욱 성장한 것처럼, 이번에도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이를 잘 극복해 나가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롯데마트에서 열린 아트페어 어땠냐면요

   
design by 슝슝 (w/DALL-E)
  
우리 동네로 찾아온 아트페어

롯데마트 송파점에서 '올아트페어'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번 전시는 대형마트에서 열린 행사 중 최대 규모로, 100명의 미술 작가가 참여해 1,000여 점의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행사는 11월 1일부터 9일까지 진행되는 1부와, 12일부터 20일까지 이어지는 2부로 나누어 진행된다고 하네요.


그런데 사실 롯데마트가 차별화를 위해 송파점에 미술 콘텐츠를 도입하기 시작한 건 지난 8월이었습니다. 약 700평에 달하는 송파점 2층 공간을 'm아트센터'로 재단장하고, 상설 미술품 판매점과 다양한 체험 공간까지 마련한 건데요. 이번 대규모 아트페어 역시 같은 공간에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미술 대중화를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 '미술로'가 주도했습니다. '미술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미술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대형마트와의 협업을 추진했다고 하는데요. 롯데마트는 이를 통해 방문객 수를 늘리고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공간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롯데마트 측은 이번 아트페어를 통해서도 일평균 방문객 수가 기존보다 300명가량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하고요.

친근해진 미술시장, 아쉬웠던 디테일

대형마트에서 아트페어가 열리다니,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 지난 주말 직접 현장을 방문해 보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하는 것을 쉽게 만들기 위한 여러 노력이 돋보였는데요.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가격이었습니다. 가장 저렴한 작품은 30만 원대 정도였고, 대부분의 작품이 100~300만 원 사이였습니다. 봤던 작품 중 가장 비싼 것도 700만 원 정도에 불과했죠. 얼마 전 방문했었던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키아프에서 볼 수 있는 가격대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사실 이러한 가격 정책은 이번 행사를 준비할 때부터 고려된 요소였습니다. 애초에 50만 원, 100만 원, 150만 원대 별로 최소 1점 이상 출품하도록 기준을 세웠고, 가능하면 500만 원 이하의 작품만 출품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현장에서 안내해 주던 도슨트에 따르면, 행사 취지를 설명하여 가격을 더 낮추도록 설득한 경우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또한 가격 책정뿐 아니라 현장 운영에서도 미술 초심자들을 배려한 점이 곳곳에서 느껴졌습니다. 도슨트 네 분이 상주하며 적극적으로 작품 해설을 제공하였고요.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미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마음에 드는 작품에 투표할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방문한 날 운 좋게도 행사에 참여한 작가 중 한 분을 만나 직접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이런 경험을 집 근처 동네에서 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습니다. 기존 대형마트 2층 공간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전시 공간으로는 확실히 부적합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현수막 등으로 급하게 구획을 나눈 듯한 구조물들은 전시의 몰입도를 떨어뜨렸고, 관람 중간중간 들려오던 '양념 LA갈비 할인 소식' 같은 대형마트 광고는 상당히 이질적이었습니다. 대형마트 푸드코트 옆에 바로 미술 전시장이 있다는 점은 분명 흥미로웠지만요. 판매를 염두에 둔 아트페어였던 만큼 작품의 매력을 더할 수 있는 디테일한 요소들을 조금 더 신경 썼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홍보만 된다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이렇듯 일부 요소들이 관람을 방해하긴 했지만, 솔직히 전반적인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슬리퍼 신고 편하게 아트페어를 방문할 수 있다는 점, 비싼 입장료 없이 다양한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부담 없이 구매까지 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참 매력적이었거든요.


그런데 롯데마트 측에서 매일 300명의 추가 방문객을 기대했던 것을 무색하게, 행사장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한산했습니다. 아트페어뿐만 아니라 같은 층에 마련된 체험 프로그램들도 괜찮아 보였지만, 준비된 시설에 비해 참여자 수가 적었고요. 전반적으로 홍보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물론, 이는 개별 점포가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홍보 채널이나 수단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생긴 문제 이긴 합니다. 더욱이 대형마트 외벽 현수막이나 전단지 같은 주요 홍보 수단에서는 할인 행사 소식이 우선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트페어와 같은 행사가 충분히 알려지기 어려웠던 것도 이해가 가고요.


이처럼 현재는 크게 무언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보긴 어렵긴 합니다. 하지만 다소 시간은 걸리더라도, 앞으로 입소문이 나고 자리만 잡게 된다면 상당히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유통점 입장에서는 잘 활용되지 않던 공간을 내어주면서 고객의 추가 방문을 유도할 수 있고, '미술로' 같은 기업은 접근성이 좋은 장소에 체험 공간을 저렴하게 마련할 수 있으니 서로 윈-윈이 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앞으로 디테일한 부분들을 조금씩 보완해 나간다면, 결국 좋은 콘텐츠는 널리 알려지기 마련이기에 기대했던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당장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이런 새로운 시도가 점점 더 늘어나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개별 유통 매장의 실적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도 함께 증진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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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첫 희망퇴직과 투트랙 전략을 꺼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