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복수물 하면 박찬욱 감독의 복수극 3부작을 떠올리는 것처럼(<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할리우드에서 복수물 하면 아마 많은 이들이 ‘쿠엔틴 타란티노’를 떠올릴 거예요. 타란티노 감독은 <킬 빌>, <장고> 등 오직 복수로 달려가며 카타르시스에 충실한 이야기를 그려왔는데요. 그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작품은 완벽한 복수 영화,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입니다.

*(아래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 유대인을 학살하던 독일 나치에 맞서 ‘받은 만큼 돌려주는’ 유대계 미군 ‘바스타즈’와 유대인 쇼샤나의 복수극이자 대체 역사극입니다. '한스 대령'은 유대인을 잡아내기 위해 그들이 숨어있다는 농부의 집에 군사를 이끌고 갑니다. 짐짓 모르는 척 농부에게 묻지만, 그는 이미 유대인이 숨어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온 것이죠. 농부는 한스의 유도 심문에 결국 실토하고 맙니다. 유대인 가족은 모두 죽지만, 딸인 쇼샤나는 일부러 살아서 도망치게끔 둡니다.

그리고 4년 뒤, 쇼샤나는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고모가 물려준 영화사를 운영 중입니다. 그곳에서 가족의 원수 한스 대령을 만나게 되고, 쇼샤나는 복수를 계획합니다. 극장에 나치를 위한 영화 시사회를 열어, 나치를 가득 채운 다음 극장을 불태워서 말이죠. 과연 이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 영화를 완벽한 복수 영화로 소개한 이유는 이 영화를 만든 행위 자체가 복수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대체 역사물’로, 타란티노 감독은 ‘히틀러’, ‘괴벨스’ 등 실제 인물을 등장시켜 나치들에게 자비 없는 결말을 선사함으로써 이야기에서나마 복수를 완성합니다. 역사 속에서 연민의 여지가 없는 끔찍한 범죄자들을 악역으로 세워 오직 복수의 통쾌함을 맛볼 수 있게끔 한 것이죠. 게다가 ‘한스 대령’은 영화사상 가장 매력적인 악역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답니다.

그 과정에서 잘 짜여진 대화로 만드는 긴장감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현생의 불한당들에게 치여 삶이 복잡하다면 타란티노의 영화를 보는 것은 어떨까요? 타란티노 감독은 '헤모글로빈의 시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혈이 낭자한 장면을 자주 보여주는데요.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해소되곤 합니다(잔인한 장면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신체훼손을 못 보신다면 시청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타란티노 감독님이 다음엔 어떤 통쾌한 복수극으로 돌아올지 기다려지네요!

<그녀 이름은 난노>는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태국의 옴니버스식 스릴러 드라마예요. 에피소드마다 독립된 이야기가 존재하고, 모두 ‘난노’라는 여학생이 전학을 오면서 이야기의 문을 엽니다. 전학생 난노가 가져오는 파장은 꽤나 커요. 학생부터 선생님까지, 누군가 깊이 숨기고 있던 어두운 욕망을 건드리고 부추기죠. 여학생을 강간하고 영상으로 찍는 선생님, 예쁜 친구를 질투하고 저주하는 소녀, 작품을 표절하는 미술 영재 등. 학교에서 일어날 법한 여러 악행이 에피소드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악행을 저지른 자들은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되는데요. 난노의 진짜 역할이 바로 악행을 처단하는 것에 있습니다. 인간을 초월해버린 거대 악에 의해 처절하게 본인들이 저지른 악행을 돌려받게 되어요. 그리고 그 앞에서 보이는 난노의 비릿한 웃음이 관전 포인트!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잔인하고 기괴한 복수극이 펼쳐집니다.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 깊은 존재는 역시 난노입니다. 난노 역을 맡은 배우, 치차 아마따야꾼(아쉽게도 한국어로 된 정보는 거의 없네요)이 원톱으로 극을 끌고 가는 힘이 대단해서 묘하게 계속 보게 되는 마력이 있어요. 제작진은 모두가 궁금해하는 난노의 정체를 ‘악마의 딸’이라고 밝혔다고 해요. ‘남의 아픔을 기뻐하는 자 사탄일지어다.’ 사탄을 처단하는 진짜 사탄, 난노를 만나보세요. 단 잔인하고 수위가 높은 탓에 혹자에겐는 불쾌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