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공간의 넷플릭스를 꿈꾸다
Season 6 | 스테이폴리오 | 이상묵 | 9 Oct
[스테이폴리오] 예술과 플랫폼 사이 어디쯤에서, 창업자이자 건축가 이상묵의 고민

쫌아는기자 2호 임경업

 "이 공간은 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어떤 뇌구조를 가진 사람의 작품일까. 잘 만든 서비스를 보면 이 서비스 누가 기획했을까 감탄하던 마음, 스토어에 진열된 각종 상품을 보며 여기 놓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궁금해하던 습관이 발동되었다. 폭풍 검색을 통해 Z랩이라는 건축가 집단, 이상묵이라는 키워드까지 다다랐는데, 이상묵,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다.  '이 일하던 친구 중에 상묵씨라고 있는데, 서해안 해미에 있는 부모님 음식점을 고쳐서 펜션을 만들었어요, 너무 훌륭해.' 도시를 연구하는 지인에게 들었던 문장 속에서 공간설계자의 이름을 낚아올렸다."

  <그때투자>에 보내준 이람 TBT 대표의 중 일부입니다. 어떤 공간이길래 투자까지 이어질 정도로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일까. 건축? 예술의 영역인 건축이 냉철한 사업의 영역인 스타트업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호기심에 이끌려 이 공간을 설계했다는 스테이폴리오의 창업자 이상묵 대표를 만나러 갔습니다. 스테이폴리오의 사무실은 서촌에 있었습니다. 서촌에서 경복궁 일대의 고즈넉한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화루애의 모습.   /스테이폴리오
 "과거 이승만 대통령이 거주하던 이화장이 있던 곳으로, 한양도성 인근입니다. 한양도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거든요. 세계유산에 등재가 되면 일대는 어떤 개발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유심히 봤는데 서울의 모든 역사가 켜켜이 쌓여있더군요. 일제 시대 적산가옥이 지여졌고, 그 위에 한국의 근대화. 시멘트가 덧대어지고 미군이 버리고 간 철조망이 쌓이고, 이제는 슬럼화가 되어 일대가 쪽방촌이 됐죠. 그 장소에 그 역사를 모두 노출했습니다. 허물고 고급 숙소를 짓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 남겨졌던 신문지, 벽지를 일부러 노출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공간을 만들고 나서 1박에 50만원을 받으니 주차장이 없는 곳인데도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

  건축을 전공한 이상묵 대표가 2015년 설립한 스테이폴리오는 이제 300개의 독창적인 숙소를 중개하는 플랫폼입니다. 코로나와 함께 국내 여행 붐이 일면서 특별한 공간에서 묵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고, 특히 MZ 세대 방문이 늘어나면서 스테이폴리오에서 인기 숙소를 주말에 찾기 위해서는 2~3개월은 일찍 예약 해야합니다.  공간을 바꾸는 건축이 플랫폼이 된 이유, 그리고 과연 여기서 더 확장이 가능할 것인지 물어봤습니다.    
아버지의 가게를 바꾸고 블로그 리뷰가 시작  
-처음부터 숙박 플랫폼을 생각했던 것인가요
"시작은 충남 서산 해미면에 있는 제 고향집이자 아버지 식당을 개조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건축학과를 지망했거든요. 어렸을 적 시골이다 보니 아버지가 직접 집을 설계하고 지었어요. 그때부터 청사진을 봤었고, 집을 만들고 짓는 과정을 보면서 흥미를 느꼈죠. 건축대학원까지 졸업하고 나서 토목, 설계회사에서 일하다 회사를 나와서 2011년 '제로 플레이스'를 만들었어요. 제 고향이다 보니 모든 것의 처음, 0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예요. 
 아버지 식당이 25년쯤 된 오래된 건물인데, 친구들과 함께 저희가 생각했던 모습대로 공간을 바꿔봤죠. 제로 플레이스 숙박을 인터넷 블로그로 예약받아서 운영했던 것이 사업의 시작이 됐던 셈이죠. 법인 설립은 없었지만 사실상 부업과 프리랜서의 사이쯤에서 사업을 준비하면서 시간을 보냈죠."

-블로그 시절에도 이름이 스테이폴리오?
"평범한 공간, 숙소를 제외하고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숙소를 한 200군데쯤 돌아다녔습니다. 블로그에 그걸 쭉 모아서 일종의 리뷰처럼 소개했어요. 그래서 stay와 포트폴리오의 folio가 합쳐진 이름을 달았죠. 사람이 꽤 모였습니다. 다른 숙소를 단순 홍보하고 평가한다기보다는 건축 전공자의 시선으로 본 공간을 분석해서 차별성을 뒀죠." 

-아이폰이 아이디어를 줬다고요?
"2011년 11월,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합니다. 그때 아이폰을 처음 써봤거든요. 충격을 받고 세상이 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돌아갈 것 같았어요. 블로그로 힘들게 예약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스마트폰으로 예약을 받을 방법은 없을까. 해서 고등학교 동창 중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개발자 친구를 찾아갔습니다. 그때부터 이야기했죠. 숙소 예약을 받을 수 있는 앱을 만들어야 한다고요. 첫 웹페이지를 만들어본 것이 2012년이었으니까, 시간이 꽤 걸려서 정착된 셈이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같은 오리지널 숙소가 있다고요. 
"2016년 실시간 숙박 예약 시스템과 저희가 직접 설계한 12곳의 숙소를 내놓았습니다. 일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같은 숙소라고 할까요. 스테이폴리오는 저희가 만든 숙소가 아닌 숙소를 중개하기도 하지만, 직접 설계하고 만든 숙소도 있죠. 넷플릭스 전략과 비슷합니다. 
현재 스테이폴리오에서 예약할 수 있는 숙소는 총 300곳. 이 중 직접 설계하고 만든 공간은 50곳입니다. 나머지 250곳은 다른 건축가와 사업가들이 만든 곳이지만 이 중에서도 60%는 스테이폴리오에서만 예약할 수 있는 독점 숙소죠."
이상묵 스테이폴리오 대표 /스테이폴리오  
정세성과 열망이 없는 장소에는 확장하지 않는다는 원칙  
제주도의 눈먼고래. 제주도의 특성과 역사를 반영했다고 한다.  /스테이폴리오  
-왜 250곳의 외부 숙소, 그리고 그 주인들은 스테이폴리오에서만 독점 예약을 받을까요.
"스테이폴리오 자체가 '그 곳에 가면 특별한 곳'이 있다는 브랜드가 됐으니까요. 평범한 숙소는 만들지도 않고, 플랫폼에 받지도 않습니다. 지금도 건물과 땅을 갖고 숙소를 지어달라, 리모델링을 해달라는 의뢰가 많이 들어옵니다. 10건 요청이 들어오면 9건은 거절합니다."

-거절의 기준은요?
"공간에는 그 곳에 살았던 사람의 정체성과 열망이 담깁니다. 정체성과 열망이 없는 장소와 공간은 우리도 특별한 곳으로 만들 수가 없어요. 예컨대 처음으로 만들었던 제로 플레이스는 장어 구이집을 하면서도 시골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아버지의 열망이 반영된 공간이라는 것을 제가 이해했기 때문에 그렇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의 '눈먼고래(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유명해진 숙소)'는 제주도라는 장소와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 정체성을 담아 설계했고요. 예컨대 태풍이 자주 와서 낮에 올린 그물 지붕, 바람이 통과하도록 만든 돌담, 낮은 보와 서까래를 모두 그대로 두고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지붕을 그대로 두고 만드느라 비용은 몇 배가 더 들었지만, 그 의미를 그대로 둔 것이죠.  바람을 피하고자 바다를 보고 90도로 지어진 집, 검은 지붕이 모습이 마치 해안을 향해 눈이 먼 고래가 부딪힌 것 같아서 눈먼고래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특별한 숙소가 있다고 스테이폴리오로 온다? UI/UX에 대한 고민은요
"스테이폴리오가 중개하는 독점 숙소들에게 전부 독자적인 웹페이지를 만들어줍니다. 그러니까 그 공간들이 스테이폴리오의 가맹점처럼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적인 정체성을 가진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요. 대신 예약과 결제 시스템이 뒤에서 저희 시스템으로 이어집니다. 서로의 윈윈인 셈이죠. 그래서 훌륭한 동료 건축가들이 설계한 숙소도 저희 스테이폴리오로 들어오는 일이 잦아지고 있죠."

-그러면 스테이폴리오의 본업은 공간을 설계하는 일입니까, 플랫폼에 많은 숙소와 고객을 유치하는 일입니까.
"그래서 회사를 둘로 쪼갰습니다. 제가 건축가들과 함께 설계와 리모델링을 주로 했던 회사는 'Z랩'이라는 이름으로,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는 '스테이폴리오'로요. 오리지널 숙소들은 Z랩의 작품이 되는 셈이고요. 저는 스테이폴리오로 넘어와 플랫폼 운영과 확장에 전념했고요."    

양산의 문제와 맥도날드의 레이 크록
-투자 유치가 별로 활발하지 않았습니다.
-정체성이 모호합니다. 에어비앤비를 지향하느냐, 특별하고 건축적으로 의미 있는 숙소를 팔 것이냐.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양산과 확장도 중요한 문제인데요. 5년 동안 50개 오리지널 숙소를 만들었습니다. 
5분 만에 2억원을 모은 크라우드 펀딩  
-예술적 감성의 브랜드, 그 자체 경제성과 파급력이 있을까요.   
-숙소 만드는데 크라우드 펀딩으로 5분만에 2억원을 모았다고요?
어라운드 폴리. 제주도의 오름대를 모티브로 만든 캠핑형 공간이다 /스테이폴리오  
-제주도에 많은 공간을 만들었고, 서울에도 많이 만들었는데요. 다음 목표는 어디인가요. 
-앞으로 여행 트렌드가 바뀌거나, 다시 해외여행이 활발해질 수도 있는데
스테이폴리오의 오월학교 전경과 내부. 오른쪽 내부 사진은 아이들이 부모들과 함께 목공예 등 다양한 만들기를 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여러 장비. /스테이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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