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연극 소식으로 돌아온 11월 둘째 주 위클리 허시어터입니다. 이번 주 무대 위 여성들에게서 하나의 키워드를 뽑아낸다면 ‘불화’가 아닐까 싶은데요, 삶의 다양한 시간대를 통과하고 있는 이 여성들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 남성과의 관계, 여성과의 관계, 그리고 사회와 맺는 관계 속에서 불화하며 절망하고 그러면서도 희망을 찾아 전진합니다. 2인극이 눈에 띄는 것도 이번 주 공연들의 한 특징이네요. 윤혜숙 연출의 <정희정>, 극단 아리의 <나는 꽃이 싫다>, 극단 프랑코포니의 <너 자신이 되라>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신작도 여러 편입니다. 극단 백수광부의 <카운팅>, 설유진 연출의 <이런 밤, 들 가운데서>, 심지후 연출의 <비밀의 화원>, 극작가 동인 ‘괄호’의 <다른 부영>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낭독공연으로 먼저 선보인 극단 돌파구의 <키리에>는 정식 초연을 올립니다. 이 외에 트라이아웃과 초연 이후 첫 장기 공연에 돌입한 라이브러리컴퍼니의 <작은 아씨들>과 엔톡 라이브 플러스의 <메디아>, 류미선 연출의 1인극 <로젤>까지, 이 번주에도 허시어터에서 준비한 공연과 함께 무대 위에서 울리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위클리 허시어터는 다음 주 일요일, 음악과 무용 등 또 다른 공연 소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윤단우 드림
윤혜숙 연출의 신작 <정희정>이 개막했습니다. 돌봄을 받는 몸에서 돌봄을 하는 몸으로, 그리고 다시 돌봄을 받는 몸으로 순환하는 몸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연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자녀를 양육하고, 자녀가 독립한 이후에는 생계를 위해 타인을 돌보는 일을 하며, 생애 마지막 시기에는 자신이 양육했던 자녀 혹은 낯선 타인으로부터 돌봄을 받는 돌봄의 도돌이표를 60대 여성 정희와 30대 여성 희정이 돌봄의 주체와 대상을 중첩적으로 오가며 보여줍니다. 제1회 서울예술상 연극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고, 이유주, 허진 두 배우의 2인극으로 진행됩니다.
 
일시 | 11.10 ~ 11.19
장소 | 선돌극장
또 다른 2인극 극단 아리의 <나는 꽃이 싫다>입니다. 올해로 23회째를 맞이한 월드 2인극 페스티벌 참가작으로, 스물여섯 살에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하고 미국으로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났던 엄마가 30년 만에 딸을 만납니다.

떨어져 살아온 세월만큼 서로의 간극은 멀기만 한데요, 각자 삶의 방식에 대한 어긋난 이해 속에서 서로를 향한 환상과 기대가 무너진 모녀는 갈등에 갈등을 거듭합니다. 공유한 삶과 추억이 부재한 엄마와 딸은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서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까요? 엄마 역에는 허윤정 씨가, 딸 역에는 김률아 씨가 캐스팅되어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시 | 11.14 ~ 11.16
장소 | 후암스테이지
류미선 연출의 <로젤>이 7개월 만에 재연으로 돌아옵니다. 독일 작가 하랄드 뮬러의 여성 1인극으로, 주인공 로젤이 고급 호텔 라운지에서 어린 시절 친구를 만나 자신의 불행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로젤은 억압적인 아버지 슬하에서 자라 순탄치 않은 결혼생활을 하며 남성에게 착취당하고 폭력에 휘둘려 피폐해진 인물인데요, 류미선 연출은 색깔 있는 여배우들이 국내 무대에서 더 많이 알려지고 빛을 발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12일간 14회차로 올려지는 공연에서는 일곱 명의 로젤을 만나실 수 있는데요, 초연에도 함께했던 김채윤 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새로운 로젤입니다.
 
일시 | 11.15 ~ 11.26
장소 | 소극장 혜화당
극단 백수광부의 신작 <카운팅>이 아르코의 작가지원 프로젝트 ‘봄 작가, 겨울 무대’의 겨울 무대 선정작으로 올려집니다. 재난 상황 속에서 ‘카운팅’되지 못한 존재들을 구하기 위해서 애쓰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산불’이라는 재난 상황 아래서 인간이 우선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질문하는 작품으로, 공연은 3반 주민인 은순이 산불이 난 것을 발견하고 5반 주민인 화영과 종배 부부를 찾아오며 시작됩니다. 이들이 화마 속에서 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윤소정 작가는 최근 몇 년간 대형 산불이 자주 일어나는 현실을 돌아보며 인재(人災)인 산불과 기후변화의 결과물인 산불이 초래하는 위기의 경중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인재(人災)인 산불’의 영역에서는 인간이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다는 희망을 안고 극본을 썼습니다.
 
일시 | 11.17 ~ 11.19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국립극장의 해외 공연물 상영 프로그램인 엔톡 라이브 플러스에서는 인터내셔널시어터 암스테르담에서 2014년 초연한 <메디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연출을 맡은 사이먼 스톤은 국립극장의 동 프로그램을 통해 <예르마>와 <입센의 집>을 선보인 바 있는데요, 이번에는 에우리피데스의 원작을 1995년 자신의 아이들을 방화로 살해한 미국 의사 데보라 그린의 실화와 엮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주인공 아나는 의사로서 성공적인 커리어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지만 남편의 불륜으로 고통받다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무너져버린 커리어와 가정에 절망하며 급기야 집에 불을 지르고 맙니다. 단순히 배신감에 눈이 먼 아내의 분노가 아닌, 사회적 존재로서의 의미를 상실한 주인공의 절망적 상황에 초점을 맞추어 현대사회의 여성 문제를 함께 환기시킵니다.
 
일시 | 11.18 ~ 11.24
장소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라이브러리컴퍼니의 <작은 아씨들>이 재연으로 돌아옵니다. 2020년 트라이아웃 공연을 선보였을 때부터 크게 호평받았고 이듬해 초연은 3주 동안만 올려져 아쉬움을 남겼는데 이번에는 두 달여의 장기 공연으로 관객들과 만납니다. 뮤지컬 <브론테>의 조민영 연출이 연출을, 배우 최유하 씨가 각색을 맡았는데요, 최유하 씨는 둘째 조 역으로 무대에도 오릅니다.

마치 가의 네 자매 이야기는 올 겨울 우리에게 어떤 따뜻한 기억을 만들어주게 될까요. 메그 역에는 최우리, 신의정 씨가, 조 역에는 최유하, 이경미 씨가, 베스 역에는 류이재, 최하윤 씨가, 에이미 역에는 신가은, 김서연 씨가 캐스팅되었고, 류수화, 박윤정 씨가 마치 부인 역으로 이 개성 강한 딸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일시 | 23.11.19 ~ 24.01.14
장소 | 드림아트센터 2관
2021년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인 설유진 연출의 신작 <이런 밤, 들 가운데서>가 개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설유진 연출은 ‘자유와 사랑이 도망간 세상에서 그것들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담아 공연을 완성했습니다.

서울동물원의 자랑이었던 앵무새 사랑이와 뻐꾸기 자유가 사라진 지 어느덧 9년이 지나고, 시인의 친구는 계간지 <자유와 사랑>의 자유기고 코너 ‘21세기의 시’에서 오자를 발견합니다. 시놉시스상의 문장으로는 그다지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운 사라진 새들과 시 속의 오자는 우리에게 어떤 성찰을 전달해줄까요. 공연은 곽지숙, 옥자연, 윤현길, 최정현, 하영미 다섯 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전원 여성극으로 올려집니다.
 
일시 | 11.21 ~ 12.09
장소 |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큰 가슴의 발레리나> 공연을 마친 심지후 연출이 <비밀의 화원>으로 돌아옵니다. 극은 2016년 박근혜 탄핵의 도화선이 된 이대 시위를 모티브로 언론과 대중이 주목한 거시적인 사건들이 아닌, 시위대 안에서 ‘순수한 익명의 학생 1’로만 존재했던 한 사람의 기억을 따라갑니다.

공연은 세상을 바꾸는 주체가 ‘훌륭한 영웅 캐릭터’가 아니라 ‘바보 같은 선택을 내리고, 자신도 모르고 차별과 혐오를 하며, 불안해하고, 자기 안위밖에 모르고, 힘을 제대로 쓸 줄 몰라 남을 다치게 하고 남들에게서 놀림을 받을 땐 도망치고 숨는’ 평범하고 소심하고 한편으론 비겁한 ‘우리’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 세상을 바꾼 ‘우리’는 무대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공연은 심지후 연출이 극작과 연출을, 전서아 작가가 극작과 구성을 맡았고 원채리, 오남영, 라소영 세 배우가 출연합니다.
 
일시 | 11.24 ~ 12.03
장소 | 산울림극장
극작가 동인 ‘괄호’에서 8개월간 공동극작 실험을 통해 집필한 장막 희곡을 무대화하는 <다른 부영>을 선보입니다. <다른 부영>은 ‘여성이 느끼는 수치심과 자기혐오는 어떻게 형성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는데요, 극은 1인칭 시점으로 살아가는 ‘부영’과 그를 3인칭 시점으로 바라보는 ‘다른 부영’이라는 분신격의 인물을 통해 시선에서 비롯되는 수치와 자기혐오를 이야기합니다.

부영은 이처럼 자신을 응시하는 시선과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까요. 김진희, 도은, 신효진, 이소연 네 작가가 공동 집필한 극본은 김미란 연출에 의해 무대로 옮겨져 백혜경, 이세준, 이영주, 장샘이 네 배우의 목소리로 우리와 만날 예정입니다.
 
일시 | 11.30 ~ 12.03
장소 | 나온씨어터
극단 프랑코포니가 종로문화다양성연극제 참가작으로 <너 자신이 되라>를 선보입니다. 프랑스의 작가, 연출가, 배우인 콤므 드 벨시즈가 극본을 쓰고 까띠 라뺑이 연출을 맡은 이 공연은 청소용 세제 락스를 생산하는 한 회사의 취업 면접장을 배경으로 노동시장에서의 인간의 가치와 그 노동시장 내 계약을 성립시키는 사회적 규칙을 이야기합니다. 극은 면접관인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부장과 합격이 간절한 지원자로 만난 두 여성의 2인극으로 진행되는데요, 여성 배우들을 통해 노동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극단 파수꾼의 <7분>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부장은 철학적이고 시적인 언어를 구사하지만 그의 질문 하나하나는 지원자가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도록 고도로 설계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현실의 취업시장에서 압박면접 같은 명칭을 달고 실제로 행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극의 장면들이 블랙코미디로만 다가오진 않습니다. <7분>에선 노동자 측의 대변인인 블랑셰 역을 맡았던 전국향 씨가 이번에는 사측을 대리하는 부장으로 출연하고, 김보나 씨가 젊은 지원자를 맡아 함께합니다.
 
일시 | 11.30 ~ 12.10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올 초 낭독공연으로 선보였던 극단 돌파구의 <키리에>가 정동극장 ‘창작ing-Choice on’ 연극 부문에 선정되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목의 ‘Kyrie’는 가톨릭이나 성공회의 미사곡을 가리키며 ‘자비’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작품은 제목의 종교적 사랑의 의미를 인간과 인간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큰 사랑으로 확장해 취약한 개인들이 서로 연결되고 살아갈 힘을 되찾는 이야기를 새롭게 썼습니다.

독일의 검은 숲, 죽으러 온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으스스한 소문이 감싸고 있는 숲 근처에는 천재 한국인 여성 건축가가 설계한 집 한 채가 있습니다. 그는 30대의 이른 나이에 과로로 세상을 떠나고 영혼만이 남아 그 집에 25년 동안 머물며 과거의 기억들을 내내 곱씹는 중입니다.

어느 비 오는 봄, 엠마라는 이름의 60대 한인 무용수가 남편과 함께 그 집을 방문하는데요, 알고 보니 근육이 굳어가는 병에 걸린 남편의 죽음을 연습하기 위해서입니다. 엠마의 손에 의해 여관으로 바뀐 이 집에 이른 죽음을 결정한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는데, 죽음을 생각할 정도의 절망 앞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희망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일시 | 11.30 ~ 12.11
장소 | 국립정동극장_세실
이번 호에서 준비한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허시어터를 통해 공연을 알리고자 하시는 여성 창작자들께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으니 메일로 준비 중인 공연 소식을 전해주십시오. 그리고 위클리 허시어터에 대한 의견을 나눠주시거나 지난호를 다시 보실 분들은 아래의 버튼을 눌러주세요. 그리고 허시어터 레터가 스팸메일함에 들어가지 않도록 허시어터 메일(theatreher@gmail.com)을 주소록에 꼭 추가해주시고 지메일 사용자는 프로모션 메일함을 한 번 더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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