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낮잠을 자고 일어난 일요일입니다. '낮잠을 실컷 잤다'라고 쓰려다가, 실컷 잤다고 하기엔 1시간 잤는데? 싶어서 '실컷'이라는 말을 삭제했어요. 어떻게든 주말을 알차게 보내야 한다! 집착했던 게 몇 개월 전인데, 오히려 연말이 되니 늘어질 수 있을 때 늘어지자 - 모든 계획은 새해로 넘기자 마인드로 넘어간 것 같기도 합니다. 인간도 겨울잠을 자야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틈만 나면 몸을 웅크리게 되는 계절인데요. 그렇지만 낮잠 자면서도 큰 프로젝트를 이틀 앞두고 준비를 해야 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이래도 되나? 불안해하는 꿈을 꿨습니다. 올해까지만 신나게 늘어져 있을게요 - 합리화하면서 '조만간 써보고 싶은 글' 리스트를 공유해봅니다.  

 심야식당 (부제: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9-6 근무 대신 늦게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일이 많은데요. 애매한 퇴근 시간이면 저녁보다 야식을 먹을 때가 많습니다. 늦게 먹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 패턴을 타파하고 싶어 '건강한 야식을 먹겠다!' N차 선포하지만 잘 되지는 않는데요. 연두부, 고구마 같은 나름 건강식부터 각종 편의점 신상 메뉴 섭렵기 - 혹은 멤버를 늘려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판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어요. 그러나 이 주제의 단점이 있다면, '현실 회사생활을 빼놓고 야식을 논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적당한 회사 & 야식 토크의 비중을 찾을 수 있다면 - 조만간 첫 화를 들고 찾아와볼게요. 

 자장가 대신 자장마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자장 드라마) 

 장기하와 낮술의 조합. '기하학'이 아니라 '기하핰'인 프로그램명을 보자마자 '아, 이건 사랑에 빠질 게 분명한데...' 생각했던 시리즈. 티저 보자마자 설레고, 0화 보고도 설렜는데, 본격 공개된 1화를 보고 '너무 좋다'는 말 이상으로 뭘 할 수가 없더라고요. 뮤지션 장기하님과 전국 여행을 다니며 낮술을 먹는 콘텐츠인데, 1화에서는 밀양에서 곰탕과 맥주, 소주를 마셔요. 빠르고 자극적인 유튜브 호흡 사이에서, 정말 유유자적 낮술 먹는 여유를 그대로 담은 영상 호흡이 돋보여요. 햇살이 사르르 비치는 색감도, 동네에서 낮술 먹듯 편안하게 흘러가는 대화도 너무 좋았던 영상. 댓글 및 엔딩에도 깔리는 음악 PLAYLIST를 정리해둘 정도로, 흘러나오는 음악과 영상의 조화에 얼마나 신경 썼는지 느껴져서 더 좋았어요. 업로드되면 바로 보는 게 아니라, 주말까지 기다렸다가 낮술하면서 아껴보고 싶은 시리즈. 저랑 유유자적 낮술하실 분들 모집합니다🍻

 Q. 2018년 발표한 '세상에게'의 한 구절인 '불확실한 나에게 이미 정해진 것은 방황 하나뿐이라는 걸'을 나만의 가사로 꼽은 이유는? 

=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결국 난 살아가야만 한다. 20대 중반에 접어들며 크고 작은 상실을 겪었다. 좋아했던 공간, 친구, 꿈과 같은 것들은 쉽게 이뤄지거나 가질 수 없는 것이라는 걸 뼈저리게 깨닫기도 했다. 꽤 씁쓸했지만, 불확실한 인생에서 확실한 일이 방황 하나밖에 없더라도 계속 살아가려 한다는 다짐으로 해당 가사를 쓰게 됐다. 

  인트로만 들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노래들이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김사월의 '세상에게'가 언급된 인터뷰가 있어 가져왔습니다. 세상에게 그 어떤 기대도 하고 싶지 않은 날, 세상에 내 편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 많이 들었기 때문에, '불확실한 나에게 이미 정해진 것은 방황 하나뿐이라는 걸'이라는 가사를 좋은 의미로 해석한 적은 없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려는 마음을 담은 가사였구나, 생각하니 더 애틋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다 비슷한 마음으로 방황하고 견디면서 사는구나,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어서 가장 위로가 되었던 음악들. 여전히 마음이 불확실한 날이면 김사월의 목소리를 찾게 될 때가 있는데, 그때 이 가사를 접하면 또 새로운 마음으로 와닿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강민경의 '버티는 거야' 짤이 화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텨야 할 때 견뎌야 할 때 같이 읽고 들어요🤭

 좋아하는 밴드 영상을 찾아보다가, 락페스티벌에서 체리필터와 같은 시간대에 공연을 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공연을 시작해야 되는데, 저 멀리서 들려오는 체리필터의 '오리 날다'에 "이건 들어야 되는데!" 하면서 둥가둥가 리듬을 타는 영상이었는데요. 그 영상을 계기로 오랜만에 체리필터 곡들을 찾아들었는데, 15년이 훌쩍 지난 노래들이 여전히 좋아서 가져왔습니다. 언제 들어도 청량한 창법뿐 아니라, 'Happy Day'는 이제 와서 들으니 가사가 와닿더라고요. '이제 나는 딸기향 해열제 같은 환상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 징그러운 일상에 불을 붙이고 어디론가 도망갈까'. 그때나 지금이나 '도망가자'라는 단어에 혹하는 건 여전했구나 싶기도 하고, 행복은 또 별거 아닌데! 싶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노래예요. 청량한 여름에 더 잘 어울리는 노래지만, 가사를 곱씹다 보면 연말 모임에도 잘 어울릴 것 같은 노래로 추천해요🍓

깡통만두 -  서울 종로구 북촌로2길 5-6 1층

겨울에 따뜻한 만둣국이 끌린다면 가봐야 할 북촌의 만둣국집. 늘 웨이팅이 있는 편이지만, 칼만두가 별미. 육전이 올려져있는 비빔국수, 큼직한 만두가 잔뜩 올라간 만두전골까지 사랑스럽다. 

무무대베이크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2길 10-4 1층 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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